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집밖 백선생 Jan 14. 2022

파란 나라에서

꿈과 사랑이 가득한 파란 나라를 보았니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겠지. 떠난 이에게 이제 노래해줄게,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고.

  내 뇌리에서만 존재했던 파란 나라에서. 어린 시절에는 '꿈과 사랑이 가득한' 나라였다고 노래에도 나오던데. 어느 순간부터 현실에서 이룰 수 없던 나의 모든 소망들이 가득히 일어났던 파란 나라.

  그곳에는 초록색 지붕 집의 앤도 될 수 있었고, 아이들에게 겁을 주는 늑대도 될 수 있었고, 거짓말을 못하는 거울을 가진 마녀도 될 수 있었고, 마법에 빠진 공주도 될 수 있었던 나의 파란 나라.

  그곳에서 한동안 멈춰진 시간 속에서 나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왔던 이웃 나라 왕자님과 맘껏 사랑을 하고 최근 이별도 했다. 그저 상상이라고만 여겼지만 많이 아팠다. 어떤 사랑보다도 찐 사랑의 느낌이었다. 가끔씩 파란 나라가 진짜 내가 사는 나라인 것 같은 착각도 들 때가 많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껏 언제나 존재했던 내 머릿속 파란 나라에서 가슴 아픈 이별을 하고, 이젠 내가 그 멈춘 시간을 빠져나와 걱정 말자고 그렇게 위안하고 있다. 이런 사람을 정신병리학적으로 "또라이"라고 하지.

 이런 또라이적 상상이 좋다. 현실에 갇혀버려 날아갈 수 없는 내겐 더없는 자유로움을 선사해주니까. 자유가 없다고 징징대지 않아도 되니까. 현실이 버겁다고 힘겨워하지 않다도 되니까. 나의 파란 나라에서는 어떤 일이든 다 할 수 있으니까. 현실에선 못해본 "찐사랑"도, "찐이별"도 모두 다 허용이 되니까.

  현실이 내게 해줄 수 없다면, 내가 인간이기에 가능한 상상의 힘을 빌려 상상왕국을 건국하여 전제군주가 되면 된다. 이건 인간으로서의 특권이다. 상상의 자유가 기본권으로 보장받는 상상왕국인 파란나라에서. 난 후회 없이 사랑했고, 이별하고 있는 중인 또라이 여왕님이다. 그래서 조금 우울하다.

  내 파란나라에서 일어났던 에피소드들을 조금씩 엮어서 이곳을 채워보려 한다. 아마도 그렇게 하라고 조물주께서는 내게 상상왕국을 선물로 주신 듯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겨울꽃의 붉은 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