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나라에서
꿈과 사랑이 가득한 파란 나라를 보았니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겠지. 떠난 이에게 이제 노래해줄게,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고.
내 뇌리에서만 존재했던 파란 나라에서. 어린 시절에는 '꿈과 사랑이 가득한' 나라였다고 노래에도 나오던데. 어느 순간부터 현실에서 이룰 수 없던 나의 모든 소망들이 가득히 일어났던 파란 나라.
그곳에는 초록색 지붕 집의 앤도 될 수 있었고, 아이들에게 겁을 주는 늑대도 될 수 있었고, 거짓말을 못하는 거울을 가진 마녀도 될 수 있었고, 마법에 빠진 공주도 될 수 있었던 나의 파란 나라.
그곳에서 한동안 멈춰진 시간 속에서 나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왔던 이웃 나라 왕자님과 맘껏 사랑을 하고 최근 이별도 했다. 그저 상상이라고만 여겼지만 많이 아팠다. 어떤 사랑보다도 찐 사랑의 느낌이었다. 가끔씩 파란 나라가 진짜 내가 사는 나라인 것 같은 착각도 들 때가 많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껏 언제나 존재했던 내 머릿속 파란 나라에서 가슴 아픈 이별을 하고, 이젠 내가 그 멈춘 시간을 빠져나와 걱정 말자고 그렇게 위안하고 있다. 이런 사람을 정신병리학적으로 "또라이"라고 하지.
이런 또라이적 상상이 좋다. 현실에 갇혀버려 날아갈 수 없는 내겐 더없는 자유로움을 선사해주니까. 자유가 없다고 징징대지 않아도 되니까. 현실이 버겁다고 힘겨워하지 않다도 되니까. 나의 파란 나라에서는 어떤 일이든 다 할 수 있으니까. 현실에선 못해본 "찐사랑"도, "찐이별"도 모두 다 허용이 되니까.
현실이 내게 해줄 수 없다면, 내가 인간이기에 가능한 상상의 힘을 빌려 상상왕국을 건국하여 전제군주가 되면 된다. 이건 인간으로서의 특권이다. 상상의 자유가 기본권으로 보장받는 상상왕국인 파란나라에서. 난 후회 없이 사랑했고, 이별하고 있는 중인 또라이 여왕님이다. 그래서 조금 우울하다.
내 파란나라에서 일어났던 에피소드들을 조금씩 엮어서 이곳을 채워보려 한다. 아마도 그렇게 하라고 조물주께서는 내게 상상왕국을 선물로 주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