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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한 Feb 05. 2024

정수정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캐릭터 - 33


정수정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정수정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최고은

제목: 만들고 싶습니다.


고은은 어렸을 때부터 손재주가 좋았다. 

특별활동 시간마다 만들었던 물품은 친구가 자신한테 팔라며 사갈 정도였다. 

그런 고은이었지만, 무언가를 만드는 직업을 한다는 생각은 한 번도 없었다. 

정신없이 남들처럼 배우고 공부하고 시험을 보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노력했다.

자신의 생각대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 깎는 일 같은 건 잘했지만

남들이 원하는 대답을 찾아는 내건 고은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아 힘들다..”


그래도 언젠가 자신이 하고싶은 걸 해야지 생각했다.

부모님 말씀대로 ‘대학가서 하자’, ‘취업하고 나서 하자’ 등처럼

점점 멀어지는 꿈이었지만 그래도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언젠가는, 


그렇게 좋은 대학은 아니지만, 대학을 졸업했다.

남들보다 조금 더 노력해 겨우 비슷하게 지냈다.

입학 때는 쟁쟁한 라이벌이 많아 놓쳤지만 그래도 8학기 중 6학기를 전액장학금을 탔다. 

남자친구랑 헤어질 때와 신입이었던 입학 때 말고는 학업에 열심히 했다. 


최고의 대학은 아니지만 나름의 좋은 대학에 왔으니까.

그래서 할 수 없었던 일들이 조금은 풀어지고, 

이제는 좋은 일자리에서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고은씨, 참 인상 맑아”


알바를 할 때마다 고득점을 받고, 

자기네 회사에 정규직으로 들어오라고 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선의의 대한 말들을 의심하기 시작할 때부터. 

고은은 점차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게 됐다. 


“배고프다.”


배가 고픈지도 모른 채 일을 했다. 

어렵게 어렵 게 들어온 대기업 인턴자리였다.

시계를 보니 11시 30분. 


“헉!!”


조금만 지나면 막차가 끊긴다.

아무리 열일이라고 해도 집은 갔다 와야 하니까.


또 같은 옷을 입고 왔 느니 어쨌는지 그런 질문들을 받을 바엔

작은 시간이라도 퇴근하고 출근하는 게 백 번은 나았다. 


그렇게 퇴근하고 출근하는데 날벼락이 떨어졌다.

어제 작업한 컴퓨터를 그냥 켜놓고 왔는데 

하필이면 오늘 건물 앞에서 교통사고가 나서 전봇대가 쓰러져 정전이 있었고

고은의 컴퓨터가 꺼졌다.


또 하필이면 그 교통사고의 당시에 수연도 옆에 있었다. 

달려오는 차를 피하다가 넘어졌다.

빨리 출근해서 자료를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어나 서둘러 출근했는데


“이럴 거면 때려쳐!”


상사의 종이 휘날리기 공격에 당해야만 했다. 

울고 싶었다. 아니 울었다. 바로 앞에서 울 수 없어서 꾹 참고 화장실에서 펑펑 울었다. 


남들 보다 열심히 했는데, 아니 비교 안하려고 했는데

그냥 정말 열심히 했는데 하고싶은 거 다 참고 진짜로 죽을 각오로 열심히 했는데

왜 이렇게 되어버리는 걸까? 


그냥 죽어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게 팀의 프로젝트 하나를 날려버린 인턴으로 찍힌 고은이었다.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의 반은 질타를 하고,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의 반은 응원을 했다. 


고은에게는 둘 다 들리지 않았다. 

정말 잘해내고 싶었는데. 


고은은 입사한 후 처음으로 정시 퇴근을 했다.

마지막 퇴근이었다. 


“고은씨. 이렇게 까지는.. 안 해도 돼, 겨우 실 수 한 번 한 거 가지고”


인사팀장은 고은을 위로했지만 고은은 도저히 버틸 수 없어 오늘부로 그만둔다고 했다.

어차피 인턴이었으니까. 

회사에서 짐을 챙겨 나오는데 왜 이렇게 무겁지, 원래 이렇게 무거웠나.


짐을 그냥 내려놓는다.


“후우”, 


한 숨이 크게 나왔다. 어떡해야 할까 고민이었지만 답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냥 천을 따라 걸었다. 


그러다 짐이 좀 무거워 내려놓았다.

그냥 버리고 갈까, 그래도 챙겨가야겠지 이런저런 생각이 다 들었다.

휴대폰을 들었다 놨다. 나오라고 하면 나올 사람들도 있겠지,

그런데 뭐라고 말해야 하지? 나 잘렸다고 말해야 하나? 

그냥 나왔다고 해도 되나, 프로젝트 망쳐서 도망쳤다고 해야 하나

상황을 설명하는 일도 벅찼다. 


하필이면 그런 순간에 먼저 울린 휴대전화, 이름을 보면 부모님이다.

안 받고 싶었는데, 안 받으면 걱정하겠지라는 마음으로 받는다. 


조금 전 까지 울먹이던 마음을 진정시키고, 밝게 언제나 그런것처럼


“엄마! 무슨 일이야!” 

“우리 딸, 잘 지내지? 엄마가 택배로 딸기 보냈어, 우리 딸 딸기 좋아잖아. 길거리 오는데, 생각이 나더라고, 잘 챙겨먹고, 벌써 못 본지 오래됐다. 인턴 끝나야 내려올 수 있다고 했었지? 잘 되가지?”


엄마, 나 바뻐 나중에 내가 전화할 게. 라는 말들을 하도 해서일까, 엄마는 또 그런 말을 고은이 하기 전에 속사포처럼 내뱉었다. 


“그럼, 잘 지내지, 고마워 잘 먹을 께! 엄마도, 딸기 좋아하잖아. 내가 딸기 좋아하는 거 엄마가 딸기 좋아해서잖아”


잘 해내고 싶었는데, 잘 해내지 못한 자신이 미웠다.

그렇다고 어디다 하소연할 때도 없고. 


참아야지 이겨내야지.

통화가 끝나자 서울 낮이 끝나는 걸 알리며 노을이 찾아왔다. 


“밤의 시작을 알리는 노을이야”


지나가는 목소리에 문득 뒤돌아보는 고은이었다.

낮이 끝났다, 하루가 저물었다고 생각했는데, 밤의 시작이라...


자신도 저렇게 새로운 시작이었으면 좋겠다.

인턴의 끝이 아니라, 그런 생각을 할 때 짐을 들어올릴 때 옆에는 못 보던 인형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어렸을 때 이런 인형들 많이 만들어서 친구들한테 팔았는데.

흙먼지가 묻은 인형을 같이 짐에 담았다. 


집으로 가져와 씻겼더니 생각보다 예쁜 인형이었다. 


“밤의 시작을 알리는 노을이야”

라는 대사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고은이었다. 


고은은 곧장 집 근처 가게에서 털실이며, 여러가지 공예물품들을 샀다.

그리고 어렸을 적 기억을 더듬어 인형을 만들었다.

찰흙 같은 것도 사고 집으로 돌아왔다.


시선이 달라져서일까, 마음가짐을 새로 먹어서 일까.

집이 이렇게 깨끗했나? 우렁각시나 엄마가 다려간 것처럼 깨끗했다.


오늘 주워 온 인형에 “주운’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는 고은이었다. 


“주운아, 친구들 만들어줄 게”


은이는 어차피 내일 출근도 안 하니까, 

오랜만에 솜씨를 발휘해 주운의 친구들을 만들어줬다. 


“역시, 최고은 죽지 않았어!”


고은은 자신이 만든 주운의 친구들을 주운과 함께 자신의 SNS에 올렸다.

새벽이 아침으로 넘어가는 사이에 많은 댓글이 달렸다.


<이 인형 어디서 팔아?>

<예쁘다! 나도 하나 살래!>


친구들이 단 댓글에 내가 만든 거라고 댓글을 다는 고은이었다.

고은의 옛 친구가, 우리 고은이 오랜만에 실력발휘 했나 그때처럼 내가 살게!

아냐 내가 살꺼야!! 이런 댓글들이 달렸다. 


“이거, 그래도 입에 풀칠은 가능하겠는데?”


고은은 인형을 만드는 일을 찾아봤다.

관련학과나 뭐 이런 쪽의 전문적인 배움은 하나도 없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발휘해온 실력이 있었다. 


고은은 그렇게 재료를 구하고 직접 인형을 디자인하고 팔았다. 

풀칠을 넘어 인턴 때보다 오히려 2배는 많이 벌었다. 


마켓 제의도 왔다.


고은은 주은에게 뽀뽀하며, 다 너 덕분이라고 했다. 

거기다 오늘 미팅으로 만난 마켓 관련자도 너무 미남이라 마임으 콩콩 뛸 뿐이었다. 


“고은&주운? 그렇게 지을까?”


자신의 마켓이름을 고민했다. 이모티콘도 함께 제작하자는 여러 솔깃한 이야기속에서

고은은 처음으로 꼭, 해야 하니까 하는 일이 아닌, 하고싶어서 하는 일들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직접 만들 인형들, 플리마켓에 열리면 얼마나 팔릴까보다는,

자신의 인형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게 좋은 고은이었다. 


성공의 목표로 하지 않자, 성공이 따라오기 시작했다.


“고은씨,”


플리마켓을 하고 있는 고은에게 마켓팀장이 찾아왔다.

얼굴이 붉어진 고은, 


“아, 네 팀장님”

“많이 팔았어요?”

“아, 네 생각보다 더 좋아해 주셔서”

“잘 만들어서 그렇죠, 그런데 이건 어떻게 하면 살 수 있을까요?”


팀장은 고은의 가슴을 가리키고 있었다.

고은은 자신의 심장 쪽을 보다가 팀장의 얼굴을 보았다.


자신도 거울을 보면 저렇게 붉어져 있을 까. 


처음엔 팀장이 가리킨 게

절대로 팔지 않는, 자신의 행운의 시작이라 느껴지는 ‘주운’인줄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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