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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한 Feb 21. 2024

박해일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캐릭터 - 64


박해일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박해일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장일해

제목: 사검(死劍)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못한 존재, 

오로지 복수를 위해 모든 생을 다 갈아 쓴 남자. 


일해는 그런 무사였다. 


처음 전쟁이 일어나고 

많은 사람들이 전란의 핍박을 받았을 때 

일해는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 


자신이 지켜야 하는 자,

그리고 마음속으로 사모했던 

사랑해서는 안 되는 사람인 이 나라의 국모.

중전의 곁을 지켰다. 


왕에게 들리는 모든 소식이 패전. 

왕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었을 때 

중전은 어떻게 든 왕을 웃겨 보고자 했다.

왕의 그림자 속에서 이를 지키던 일해였다. 


해와 달이 만나는 일처럼

이 나라의 으뜸인 임금과 그의 반려자가 만나는 일이었지만

일해는 그때마다 마음이 붕 뜨고 아팠다. 


모른 척했지만 점차 커다래지는 마음은

자신을 옭아매는 사슬만 되었을 뿐이었다.


“장무사. 이리 와 보세요. 어마 예뻐라.”


이제는 썩어 냄새도 사라졌지만

중전이 그날 자신의 귓등 사이로 꽂아준 꽃은

아직도 옷깃에 가루로 보관하고 있는 일해였다. 


자신을 잘 지켜주는 대가라고 

비록 자신이 한 남자의 아내라 마음은 못주지만

이리 아름다운 것은 줄 수 있지 않겠냐고 말하는 중전의 모습이었다.


그런 중전을 두 눈에 담은 일해는,

햇빛이 비추는 중전의 따스함이

달빛에 비치는 중전의 아름다움이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는 그 시간이 소중했다.


그러나, 전쟁이 나고 

나라의 위기가 닥치자

임금의 실음이 늘어가자 

중전도 같이 힘들어 했다. 


마음 같아 선 그 아픈 마음을 끝내고자

중전의 슬픔을 베고자 전장에 나서고 싶었지만

또 중전의 곁을 떠나기 싫은 양가감정이 들었다. 


품어선 안 되는 것을 품어 버리게 된 것이었다. 

드러나지 않는 마음이었으나 


점차 임금이 중전을 멀리하게 되면서 

전쟁의 아픔을 더 어린 여자로 채우면서 

매일 자신을 찾지 않는 지아비 때문에 우는 중전을 보며

일해는 감히 중전을 품게 된다. 


저 아픈 마음을 자신이 직접 채워주고 싶다고

욕심을 부리게 되지만 

감히 나서는 안 되는 걸 알기에 나설 수 없었다. 


애써 붙잡고 있는 마음이

언제 튀어나갈지 몰라 애가 닿는 일해였다. 


얼굴이 반쪽이 되고 부쩍이나 말이 줄은 중전,

그런 중전이 오랜만에 마음을 달래겠다고

달빛이 비추는 밤날 마실을 나오는데


하필이면, 이 전장통에 어린 것을 끼고 술판을 벌이는 왕의 모습이 보인다.


“전하.”

“오, 중전 왔는가.”


덜컥 술에 취한 왕은 중전을 맞이한다.

중전의 어깨에 손을 홀리며 희롱을 하는데 


“봐라 중전이다. 너보다 나이는 배로 많지만 미모는 너보다 위구나”

“하하. 전하 취하셨사옵니다”

“중전의 미모보다 빛나는 건 저 달빛뿐인게지”


왕의 말에 아무도 대꾸할 수 없었다.

나라를 위했던 왕이 어찌 이리 몰락할 수 있는 가. 


“오랜만에 보니 더 아름답소 중전”

“이만 침전으로 드시죠”

“그럴까요?”


왕은 중전을 데리고 침전으로 향했다.

중전과 신하 모두 놀랐지만,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그런 날, 적이 도성에 앞까지 당도하고

금방 함락당하고 만다. 


이 소식은 금새 궁궐로 전해지고 

한참 취한 채로 사랑을 나누던 임금은 바로 도망간다. 

밖에 버티던 호위 일해에게 임금의 옷을 주고


“니가 오늘은 임금이다! 적들을 막아라”


느닷없이 걸쳐진 용포,

그 옷을 입고 침전으로 드는 일해,

발가 벗겨진 중전이 있었다. 

울고 있는 중전에게 다가가는 일해였다.


“마마..”

“…운검..”


일해는 원래 임금을 호위하는 무사였으나

천민 출신인 중전을 암살하려는 시도가 있은 이후 

왕의 호위대 별운검의 무사였던 일해기 멀리서 총관이 되어 

중전을 호위하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원래대로면 중전의 그림자가 되어

중전을 바로 옆이 아닌 조금 떨어진 곳에서

중전 호위에 대한 여성들을 뽑고 총괄하는 임무를 수행했으나

왕이 특별히 여러 선처를 해 

중전을 가까이서 호위할 수 있었던 일해였다. 


이제는 중전의 벗은 몸까지 보게 된 일해.

일해는 얼른 달려가 중전에게 옷가지를 지어준다. 


“도망가셔야합니다”

“아닙니다. 나는 이 나라의 국모, 나라를 지켜야지요”


왕이 도망쳤는데도 불구하고 

왕족으로 궁을 지키려는 중전이었다. 


“살아 남으셔야 합니다!”

“나는, 조선의 국모입니다”

“마마께서 사셔야 조선도 있는 겁니다!”


처음이었다.

중전에게 이렇게 큰 소리를 친 것이.

항상 중전의 목소리보다 낮고 작게 조심스럽게 말했던 일해였다.

그러나 지금의 일은 중전의 목숨이 걸린 일이었다.


살려야했다. 

중전이어서 살리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여자를 살리는 일이었다. 


품어서는 안 되는 걸 품었으니까

그 대가가 치러지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끝까지 국모로 궁을 지키겠다는 중전은

편전으로 가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따른다. 


임금이 자신에게 하사한 옷으로 왕으로서 

중전을 지키겠다고 말하는 일해였다. 


“역모입니다!”

“임금께서 제게 내린 어명입니다”

“… 도망가세요. 운검”

“중전마마께서 가지 않으시면 어디든 가지 않겠습니까”


그제야 중전은 깨달았다.

용포를 입고 왕으로 죽으란 어명을 지키겠다는 게 아니라

중전을 지키라는 어명을 지키겠다는 일해의 마음을. 


“저는…”


어쩔 수 없이 왕이 도망쳤다는 방향을 향해 달아나려던 때

적들이 몰려들었다.


용포를 입고 있는 왕의 호위대 별운검 소속의 일해는

그들을 막아선다. 그 실력이 매우 뛰어났다. 


조선제일검을 다투는 검의 실력이었다. 

용포를 입고 있기에 그가 죽지 않게 잡으려던 적들이었다. 


많은 적들을 베고 길을 뚫어 내버리는 일해였다.

사랑 앞에 불가능이 어딨겠는 가. 


그렇게 놓친 후에야 

용포를 버리고 달아나는 무사를 본 후에야

일해는 왕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적장은 분노한다. 


“그냥 죽여버려라”

“저 여자는 중전이 맞습니다”

“중전은 사로잡아라”


그렇게 겨우 달아난 중전과 일해, 

도망치고 도망치다, 


눈앞에서 왕을 만난다.

적들이 쫓아오고 있었다. 


왕은 중전에게 자신 대신 미끼의 역할을 해줄 것을 요구한다.

중전은 못내 받아들이고 

일해는 분노하여 왕을 벤다. 


왕이 쓰러지고 중전이 놀란다. 

적들이 쫓아오는데

중전을 지키기 위해 싸우지만 중전은 끝내 왕을 떠나지 않는다. 


일해는 그런 중전을 데리고 도망치는데,

겨우 그렇게 다시 도망가는데


중전은 전보다 죽은 사람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전을 살리기 위해 달아나는 일해였다. 


“마마, 사셔야합니다”

“역모였습니다”

“그런 놈은 왕의 자격이 없습니다”

“나 때문에 운검이 대역죄인이 된겁니다”

“제 사랑을 지킨 것 뿐입니다”

“지금… 뭐라고..”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일해,

중전은 고개를 젓는다.


“나 떄문에.. 왜”

“중전이시니까..”


중전은 일해와 도망쳐 몰래 숨어 살았다.

산기슭에 자리를 마련하는데


나라는 항복하고, 

왕의 목이 효시 되었다. 

그럼에도 각지에서 의병들이 나라를 되찾겠다고 일어섰다. 


중전은 아이를 낳았는데

그 아이에게 먹을 걸 찾다가 


그만, 왕의 죽음을 목격한 

여인에게 발각되어 붙잡혀 갔다. 


“이 자는 왕을 죽인 자, 전 중전입니다.”

“역적입니다!”


일해는 자신을 따르는 무리를 모아

아이를 피난시키고


다시 한번 중전, 아니 이제는 자신의 아내를 찾으러 간다. 


누군가에게는 혁명군이었고 

누군가에는 반란군이었다. 


누군가에는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 독립군이었고 

누군가에는 그저 역적일 뿐이었다. 


그런 거 다 소용없이

일해에게는 그저 


자신의 사랑을 위해 

모든 생을 다 걸고서 

또 걸어 나아가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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