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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한 Mar 19. 2024

보라 이후에 - 일부 대본

대본 5씬 


#1.  명동 거리 / 밤     


  (몽타주/시간 경과) 


  눈보라 이후 지난 3년간. 사람들은 눈 깜작할 사이에 벌어진 재난에 피하지 못하고 얼음화가 된 상태로 멈춰 있다. 주변을 정리하고 있는 미화원들이 가끔 지나가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바뀌는 시간에 따라 주변의 지형에서 풀이 자라기도 하지만 정리되고 가끔 꽃을 들고 찾아오는 얼음화된 사람들의 지인들. 서로 안아주고 위로 해주기도 하는 모습들이 지나간다. 얼음화된 사람의 얼굴을 만지기도 하고, 안아보고 가는 사람들 흡사 공동묘지에서 묘지석이 얼음화된 인간처럼 느껴지는 모습들이 이어지는 와중에     


사람1  (흐느껴 울며) 미영아

사람2  괜찮을 거야.      


  사람들이 사라진 거리, 수많은 얼음화 중 한 얼굴에 클로즈업. 보면 일화의 얼굴인데 일화의 얼굴에서 얼음이 쪼개어진다. 점점 쪼개어져가면서 화면이 멀어지면 일화가 얼음 속에서 깨어난다.      


일화  (비명)마마아아아아아악!!     


  매우 큰 소리로 비명을 외치는 일화 앞으로 달려 나가다 넘어지고, 앞에는 얼음화 된 인간이 있다. 얼음화에 부딪힌 일화. 머리를 부여잡으며 일어놔 주변을 바라보며 겁에 질린 표정.           




#2.  명동 거리 / 밤.      


  한밤 중, 거리의 불꽃이 모두 꺼진 암흑의 밤, 주변에 보이는 얼음화들이 달빛을 받아 밝다. 어딘가 마치 수중에서 열을 내는 해피리 같아서 아름다우면서도 무서운 느낌이 든다. 오묘한 기분을 느끼며 걷는 일화, 그때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눈이 일화의 머리 위로 떨어진다.     


일화  눈이..(화이트 크리스마스인가)아! 석현이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는데 꺼져있고) 

  (주변에) 석현아! (불러보는데)     

  얼음화들이 자신을 지켜보는 느낌을 받고 멈춘다.     


일화  어떻게 된 거지, 아무도 없나? 이것들은 뭐지? 인형인가. 이벤트..(일리는 없는데)      


  조심조심 걸어가는 일화, 

  석현과 만나기로 했던 장소에서 한 동안 멍하니 서 있는데, (#3으로 이어)     




#3.  명동 거리 / 밤     


  (#n에 이어-과거)기억을 떠올리는 일화, 갑자기 거대한 바람과 하늘에서 소나기처럼 내리는 눈 다발 눈보라를 떠올리는 보라. 눈다발에 놀라는 사람들이 도망치자 사름달 사이에 희말려 도망가다거 넘어져서 일어나려고 할 때 얼음화가 된 일화.     


일화  (자신의 손을 보며, 분명이 안 움직여지는 느낌을 받았었기에, 쥐었다 폈다 해본즌) 잘 움직이는데? 갑자기 안 움직여졌던 거 같은데     


  그 상태로 주변을 보다가 문득 오금이 저려 다시 주변을 둘러본다. 움직이지 않는 여러 형태의 얼음화들.     


일화  설마. 이 사람들 전부 다 사람이야? (지금까지 꾸며진, 잘만들어진, 영화 세트장과 같은 인형이라고 자신을 세뇌했지만 풀리고) 말도 안돼. 그럼 나는?      


  얼음화에 희미하게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일화   (갑자기 떠오른)엄마. 엄마는!      


  주변의 공중전화라도 찾아보는데 없다. 명동거리를 활보하게 되는 일화. 그러디 입을 틀어막고 놀라는.      


일화  서.. 석현아.      


  (#4로 이어지는)          




#4.  명동거리 / 새벽      


  얼음화가 된 석현을 발견한 일화는 석현에게 천천히 다가간다. 두 손을 잡아도 보고, 이마를 쓸어 담아 보다가 입을 맞추기도 하면서 (#1처럼 다녀간 사람들이 했던 걸 비슷하게 하는 일화) 석현을 떠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는 일화      


일화  석현아. 너도 이렇게 됐구나(주변을 둘러보며),      


  석현과의 과거를 떠올리는 일화, 밝게 웃는 모습을 떠올리는데 눈앞에는 비명을 지르며 겁에 질린 석현의 모습으로 오버랩 되고. 자기 잘못은 없지만 미안해진다.      


일화  (석현을 끌어안으며)석현아. 석현아..     


  날이 밝아 오르고, 떨어지는 눈발 사이에 햇빛이 비추는데 석현이 소중히 지고 있는 선물이 보인다.      


일화  이거 주려고. 늦었구나.     


  석현이 선물을 고르는 모습을 상상하니 눈물이 난다. 눈을 닦아내고     


일화  뭐든 좋았을텐데, 너랑 있는 시간이 소중한건데.     


  울컥해 하늘을 보며 햇빛과 함께 내리는 눈발을 보며 눈물을 닦아내며 더 흐르려는 울음을 참아낸 일화. 그러고 잠시보니, 석현이 자신에게 선물을 내민 것 같아 보이는 모습. 선물 부분에 얼음화가 지워진 모습이다.      


일화  원래.. 이랬나     


  선물을 받아드는 일화. 선물 속 상자에는 일화가 좋아하는 불꽃모양의 브로치가 있다. 살며시 어루어만지며 떨리는 손으로 드는데, 브로치가 햇빛을 모두 흡수하는 느낌으로 모여들고 .     


일화  (감격하지만 눈물이 쏟아져 말이 제대로 안나오고)예쁘다 석현아. 너무 예쁘다.      




#5.  명동거리 / 낮.     


  얼음화 된 석현에 기댄 채 잠이 든 일화의 모습. 


  눈발이 내리며 천천히 쌓이고 있었다. 성냥팔이 소녀처럼 곧히 잠든 모습이지만 햇빛이 비추며 유독 일화의 주변으로만 눈이 쌓이지 않는다.      


일화  (잠꼬대로)석현아.. (석현의 얼음화를 끌어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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