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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한 Mar 25. 2024

경수진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캐릭터 - 104


경수진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경수진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경수화

제목: 사랑 물림 


언어장애인인 벙어리 부모님 사이에 태어난 수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수화를 잘 배웠다. 


그리고 그림을 잘 그렸다. 

부모님과 소통하는 게 주로 그림이었기 때문이었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 속 썩이지 않고 잘 자란 수화였다.

적당한 대학을 졸업하고, 적당한 곳에 취업해서 


이제는 부모님을 모시며 살아가던 수화였다.

그런 수화에게 부모님은 우리는 수화의 도움이 필요 없으니까.


하고싶은 일 하면서 살라고 수화를 독립시킨다.

자기는 부모님이랑 계속 살거라고 말하는데

부모님에 의해서 오히려 강제로 독립된 수화였다. 


우리가 다른 부모와는 다르게 언어장애를 가졌지만

수화 너는 남 부끄럽지 않게, 부럽지 않게 키우려고 애썼다고

이제 우리한테도 휴식이 필요하다며 수화를 강제로 독립시켰다.


심지어 부모님이 언어장애인인 걸 빼면 화목한 가정이었던 수화는

남들은 살고 싶어도 못사는 서울에 자가를 부모님이 구해주며 


-이제 니가 하고싶은 거 하고 살아

라면서 수화의 독립은 응원했줬다.


-아니, 엄마, 아빠 이게 뭐예요. 돈이 어디 있어서

-수화 너를 위해서 우리가 준비한 선물이야.

-그래도 명절날은 놀러 오고, 자주는 못 봐도 주기적으로 보자!

-아니야, 자주 올게요. 나 그냥 여기 살고 싶은데

-우리도 우리의 삶을 이제 살고, 너도 이제 너의 삶을 살고!


그렇게 수화는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독립을 했다. 

갑작스러운 독립에 당황한 수화는 뭘 해야 할지 몰랐다. 


꽤나 괜찮은 집. 혼자 살기엔 너무 넓었다.


“하숙을 구할까? 아니야, 처음으로 혼자 살아보는 건데, 며칠은 즐겨보자!”


막상 독립은 했지만 생활패턴이 특별히 바뀌는 건 아니었다.

엄마랑 아빠 가게 일 도와주면서 살았는데.


“음…”


수진은 천천히 무엇을 할지 생각해보았다.

엄마와 아빠가 처음 만난 곳은 비언어 치료였다고 한다. 


자신도 한 때 그런 직업을 꿈꾼적이 있어서 복지와 관련된 학과를 나왔던 수화.


“나 복지사 자격증이 있었긴한데”


사회복지사 쪽으로 일자리가 없나 알아보았다.

엄마와 아빠가 수화를 위해 부단히도 노력해서

금수저는 아니더라도 은수저까지는 된 수화였지만

두 부모님을 닮아, 그냥 놀지는 않으려고 했다. 


“은근히 자리는 많네? 근데 왜 다 힘들어 보이냐”


사회복지사의 자리는 취업난은 아닌 듯 보였다.

오히려 구인난처럼 보여지는 모습에 바로 일을 하려던 수화도 

언제든 취업이 가능한 것처럼 보이니 잠깐 발을 뒤로 뺐다. 


“다른 일 경험 좀 해보고, 해도 안 늦지 않을까?


그렇게 수화는 여러 경험을 할 수 있는 취업센터에 자신을 등록했다.

그러면서 어떤 걸 배워볼까 하다가 자신이 그림을 잘 그리니까. 이건 패쓰 하고

요즘 뜨는 웹툰이나 웹소설에 대한 부분도 있었다.


“음, 나는 웹이랑은 안 맞는 것 같아”


수화는 그렇게, 취업에 도움이 되진 않을 거 같지만

왠지 재밌어 보이는 글쓰기반을 등록했다. 스토리텔링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집에서는 항상 수화를 해주는 TV프로그램을 보던 수화였는데,

이곳에서 전혀 다른 매체를 만나니 우물 안 개구리가 바깥 세상에 나온 것처럼

세상이 신기해 보였다. 


“원래 많은 건 알았는데, 이렇게 많았다니. 엄마도, 아빠도 이거 보면 좋은데”


아무래도 모든 영화, 드라마, 이야기들을 전부 수화로 번역해주지 않는다. 

자막이 있어서 오히려 외국 드라마가 더 재밌다던 아빠가 생각난다. 


“그래도 요즘 OTT는 자막을 깔아줘서 좋았지”


수화는 분명히 독립했는데도 불구하고, 엄마 아빠가 계속생각 났다.

다시 집으로 돌아갈까 싶었지만 자신이 강제로 ‘독립’당했다는 걸 깨닫는다. 


“같이 살자니까 왜!!”


자신은 한 번도 부모님을 짐덩이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부모님이 자신을 키운다고 고생했다고 독립시켜달라니!


“후, 그래 내가 혼자 잘 살고 본다!”


수화는 서울의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블로그를 탐색하기도 하고 여러 모임을 탐방해보았다. 


그러면서 전시회장을 가보기도 한다.

많은 작품들을 보면서 어느새 엄마도 아빠도 같이 오면 좋았을 텐데

그런 생각들이 나는 수화였다. 


영화관도 오랜만에 가보는데,

부모님 손잡고 영화를 봤던 모습이 떠오른다.


“엄마랑 아빠는 들리지도 않았으면서..”


두 귀에 이어폰을 꼽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게 영화를 보려 해보는 수화.

그렇지만 쉽게 되지는 않는다. 


“떨어져 있으니까 왜 더 보고싶냐”


원래 떨어져 있을수록 더 보고싶어 진다는 말이 생각났다.

수화는 자신의 모습과 부모님을 그림으로 그린다. 


그런 모습을 요즘 핫 한 별스타에 아기자기하게 그려서 올려보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다. 


얼마간 연재를 하자 

출판사 한 곳에서 한 권의 책으로 내볼 생각 없냐는 제안을 해왔다.

수화는 고민해보겠다는 대답을 하고 대형 서점에 들린다. 


“음 사람들이 아직 많네”


독서량 부족이라며 연일 때려대더니 아직 많은 사람들이 책을 찾고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수화를 책에 대한 이야기를 여럿을 듣는다.


그러면서 이야기를 몰래 훔쳐 듣다가 

좋았다고 말했던 책들을 한 번 살펴본다. 


그때 자신을 수줍게 바라보는 어떤 이상한 남자가 있다.

속으로 ‘뭐야 저 남자, 왜 저래’이런 생각을 하면서 책을 보는데

자신을 보면서 부끄러워진 표정을 짓는 그 남자를 보고 어이없는 수화였다.

그러다 삐죽 나온 책날개에 그 남자의 얼굴이 박혀 있는 걸 본다.


“어!”


남자가 갑자기 헛기침을 하는데, 

수화는 남자가 왜 자신을 봤던 건지 대충 이해를 하게 된다. 


그런데 또, 남자의 책 내용이 장애인의 아들이었다.

자신은 장애인의 딸이기도 했고, 


“작가님이세요?”

“아 네 맞아요.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그는 자신의 책이 매대에 걸렸다는 이야기에 확인하는 김에 

사진도 찍으려고 이곳에 왔는데

딱 수화가 자신의 책을 들어올렸다고 한다.


“책은 어떠셨어요?”

“아, 그게 아직 다 못 읽어 봐서 모르겠어요”


웬만하면 그냥 좋았다는 말도 해도 되는데

정말로 작가가 자신을 본다는 게 신경이 쓰여서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던 수화였다.


그래서 좋았다는 말이, 정말 너무 별로면 

장애인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인데, 자신도 그런 처지인데

함부로 말할 수가 없었다. 


“아, 그러시군요. 괜찮으시면 계쏙 읽어보세요. 저는 여기 사진만 찍고 가겠습니다.”

“잠시만요 작가님, 여기 싸인 좀 해주세요”

“네 싸인요? 아 네!”


작가는 주머니를 뒤졌지만 펜은 나오지 않았다.

수화도 마찬가지였고 수화와 작가는 곧 서점에서 펜과 책을 사서 카페로 갔다.


카페에서 수화에게 싸인을 해준 작가. 


“아, 이렇게 싸인 요청까지 해주시고 감사합니다”

“네, 저도 첫 싸인을 받아보네요”

“처음이요..?”


처음이라는 단어는 왠지 모를 설레임을 가져다 주는 단어다.

오죽하면 첫눈이라는 단어 속에 

내가 본 눈이 첫눈, 뉴스에서 나온 오피셜이 첫눈이라며 

처음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르기도 하다. 


“처음이라, 영광이네요. 그럼 잘 읽겠습니다.”

“아, 네 그럼 잘 읽으세요.”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작가,

수화는 문득 이대로 이렇게 작가를 보내는 게 갑자기 아쉬워진다.


“잠시만요 작가님”

“네?”


이 작가도 자신에게는 서울에서 사귄 첫 사람이었다.


“저도 사실은 처음이거든요”

“네?”

“싸인을 받아 본 것도, 서울에서 만난 인연도”

“아..”


그렇게 서로가 처음임을 고백했던 두 사람은,

어느새 서로를 첫사랑으로 인정하고 첫 연애를 시작한다. 


수화는 서점에서 작가를 만나 사귀게 될 줄 어떻게 알았냐며 

가벼운 농담처럼 이야기를 하면 작가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책의 처음 사는 모습을 본 첫 독자가 자신의 첫사랑이 될 줄 몰랐다며

이야기를 하는데, 그러면 수화는 책 속의 이야기로 작가에게 말을 한다. 


“나는 달빛이 예쁘다는 말이 고백이라는 말을 듣고, 도대체 나는 언제 이 말을 써먹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래서 달이 예쁠 때 마다 고백하고 싶은 상대가 나타나길 바랐다”

“그리고 마침내 만나고 말았지, 서점에서.. 이 부분도 이제 넣어줘야 하나”


이런 얘기를 하고 나면 두 사람은 처음으로 만났던 이후에 벌어진 많은 처음 중,

입술을 맞추던 처음을 떠올리며 다시 또, 그리고 반복하여 입술을 맞춘다. 


그렇게 사랑을 나누며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하기에 이른다. 

두 양가가 서로 장애인이라는 공통점은 두 사람을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지만


부모님들 사이에서는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이미 두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아이들이었고,


그런 아이들이 선택한 일을 깊게 신뢰하기도 하는 두 부모님은

걱정은 됐지만 반대는 하지 않았고 두 사람은 그렇게 결혼식을 올린다. 


그렇게 사랑을 하고, 결혼을 올리고 

수화는 복지사가 되고 여전히 작가의 삶을 사는 남편.


그런 사이에 수화는 평소 좋아하던 음식에서 역한 냄새를 느끼고,

화장실로 가서 헛구역질을 하는데, 그게 헛구역질이 아니라 임신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초음파 사진을 찍고 나오는데,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모르겠는 두 사람이었다.


비포어로 산부인과에 들어갔을 때는 마냥 행복했던 두 사람이었는데.

쌍둥이라는 사실이 두 사람을 생각을 많게 한 건 아니었다. 


쌍둥이 중 하나가 장애인으로 태어날 가능성 때문이었다.

하나는 낳고, 하나는 지워야 하는 걸까?


마냥 두 사람이 그냥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가족의 구성원이었다면

그랬을 지도 모를 것이다. 


그런데, 두 사람은 이미 장애인의 구성원으로 자라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던 경험을 가진, 예비 부모였다.


“여보, 나는 그대로 낳고 싶어”


고개를 끄덕이는 남편.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역시”


서로를 껴안는 두 사람이었다.


“우리, 우리가 받은 것 이상으로 사랑해주자”

“그래 여보, 사랑해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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