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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한 Apr 06. 2024

남규리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캐릭터 - 116


남규리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남규리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이나영

제목: 우리 이모 Ah 나영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나영은 자신이 좋아하는 책의 문구를 자신이 사랑하는 조카 ‘연수’에게 읽어주었다.

언니가 세상을 떠난 후 자신을 엄마처럼 따르는 조카였다. 


나영에게 다가온 남자들은 많았는데, 

나영은 그럴 때 마다 연수 때문에 가까워지지 않았다.

요즘 만나고 있는 지성은 연수를 딸처럼 여기며 

두 사람의 데이트에도 데려가며 잘지내주고 있었는데 

사실 모든 남자들이 초반에는 지성처럼 대했지만, 

결국 진짜 딸도 아니지 않냐고? 차마 피도 

안섞였다는 말은 못한 게 피는 섞였으니까, 

그냥 친딸이 아니잖아 라고 말을 했다. 


나영은 그럴 때 마다 자신의 호적이 연수를 올릴까 고민했다. 

하지만 그러면 엄마는 이미 죽은 딸에 대한 애정이 식은 건 아니지만

살아 있는 딸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결사반대했다고, 연수를 자기가 키우겠다고 했다.

한번은 나영이 몰래 서류를 준비해 연수를 자신의 호적으로 올리려 했는데

가족들이 결사 반대하며 연수를 데려가 버렸다. 


결국 나영은 가족들과 합의한 후, 연수를 키우기만 하지 

딸로 호적에 올리지는 않겠다는 약속까지 받았다. 


친구들한텐 가끔, 니가 아직 친딸이 없어서 그래,

또 친딸 낳으면 생각이 달라질 걸이라는 말을 듣고는 했다.


그럴 때마다 나영은 정말로 그렇게 될 거라면

차라리 결혼도 안하고 딸도 낳지 말까 하는 생각이었다. 


연수의 엄마와 아빠는 교통사고로 인해 세상을 떠났다. 

다행히도 사고 현장에서 연수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연수는 그날 5명이었던 가족 중에서 4명을 잃었다. 


피아노리스트인 나영의 공연을 보러 오면서였다.

그날 나타나지 않은 언니네 가족을 보고 약간 실망했을 뿐인데

차라리 실망이 나았다는 생각을 하는 나영이었다. 


장례식장,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고 

아직 어려 사지 분간은 안되겠지만 

가족의 장례식장도 지키지 못한 연수였다. 


이제 11살이 된 연수는 나영을 무척이나 잘 따랐다. 


“이모, 나 저거 사줘”


특히, 자신에게 맛있는 음식과 재미난 장난감을 사주기 전후로, 


“연수야, 맛있어?”

“응, 맛있어 이모! 이모가 만들어 주는 건 이제 그만하고 사줬으면 좋겠어!”


연수는 말을 또박또박 잘해서, 

나영은 가끔 연수가 미웠지만, 그래도 사랑스러웠다. 


나영은 나름 연수에게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

여러 요리를 시도했지만, 그럴 때마다 연수는 이건 건강만한 맛이야 이모라고

팩트 만을 꽂을 뿐이었다. 옆에서 같이 먹고 있던 지성은, 


“너무 맛있다, 더 없어?”


라며, 연수가 남긴 음식을 마치 시골에서 키우는 개처럼 처리해주었다. 

지성은 그런 연수도 귀여워했고, 나영도 늘 사랑스럽게 쳐다보았다. 


나영은 어느새 지성도 다른 남자들처럼 자신을 떠날거란 생각이 멈춘 건,

연수가 막 중학생이 되어 중학교 입학식 때였다. 


바쁜 일정 중에도 연수의 입학식에 참여한 지성이었다. 


“바쁠텐데 왔어요?”

“약속했잖아, 연수랑!”


오죽하면 다른 남자들과는 다르게, 

연수를 대하는 태도를 보며 나영이 질투가 날 정도였다. 

정말로 연수를 자신 때문에 위장한 게 아니라 

많이 예뻐한다는 게 정말 잘 느껴지는 상황이었다. 


“이모부 왔어요?”


그리고 어느 순간, 연수도 지성을 이모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모부? 연수야, 사람들이 오해해!”


나영은 두 사람의 사이가 너무 보기 좋았고,

어쩌면 지성에게는 정말로 마음을 열어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지성과, 연수와 함께 사진을 찍는 나영은

이 세 사람이 가족이 되는 모습을 꿈꾼다. 


그리고 이제는 연수가 어릴 때 처럼 다른 가족에게 납치당할 일은 없으니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 보는데. 


“연수야, 이모랑 엄마 딸 할래?”

“이모, 우린 피를 나눈 가족이지만, 이모가 날 낳은 건 아니잖아. 거기다 지성 이모부한테 그럼 내가 아빠라고 불러야 하는데, 지성 이모부는 나랑, 음 원래 이모부는 피가 안 섞였긴 하지만”


연수를 끌어안는 나영이었다. 


“이모가 더 사랑해주려고 그러는 거야”

“이모, 지금도 충분해. 나는 엄마아빠 말고 다른 엄마아빠 생기는 거 싫어”


2살 때 일어난 교통사고,

그 기억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 차마 묻지 못했다.


가족에 대한 기억이 얼마나 있는지, 

엄마와 아빠와, 언니와, 오빠와의 기억이 있는지도 잘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저 그런 기억들이 없이도 잘 살 수 있게 최선을 다해 조카를 사랑한 나영이었다. 


“엄마, 아빠?”

“응. 나는 이모는 그냥 이모 할래, 그러니까 이모도 이모부 속 그만 썩이고 나 진짜 이모부나 만들어줘”

“얘가, 조끄만게”

“나 이제 다 컸어, 원래 여자는 2차 성장이 빨리와서 지금 나 거의 다 큰거야. 이제 더 안클꺼니까. 쪼그만하다고 하지마, 내가 이모보다 더 클걸?”


이마에 손을 가져간 연수는 이모에게 키재기를 시도한다. 

정말로 연수가 조금 더 컸다. 


“이모가 나 싫다는 데도 계속 건강한 음식 사 먹인 보람이 있네, 고마워 이모, 덕분에 내가 더 컸다!”

“내가 요리한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너! 진짜 혼나야돼”

“그럼 혼을 내지, 왜 여르고 달랬어~ 덕분에 내가 성격이 이렇게 된 거잖아”

“어떻게 혼내, 이렇게 예쁜 딸 같은 조카를”

“그러니까 이렇게 된거지~ 인과응보야 이모, 이모가 안 혼내서 이렇게 똑 부러지게 커버렸는 걸~”

“똑 부러져? 고집불통이겠지”

“그건 이모 입장이고, 내 입장에선 똑부러진거야, 그나저나 나 이모부 언제 생기는거야? 응? 이모?”

“그건 이모 일이니까 관심 꺼, 연수가 내 딸이 된다면 같이 논의할 수 있을텐데”

“음. 아니야 그럼 이모 마음대로 잘해 봐! 이모 인생이니까!”

“이게! 쪼끄만 게!”

“그러니까 이모, 같은 말 반복하게 하지 말자!”


누가 보면 분명히 딸과 엄마였지만, 

두 사람은 딸과 엄마처럼 사이가 좋은 이모와 조카 사이였다. 


나영은 훗날 저승세계로 갔을 때, 

연수가 이렇게 잘 컸다고 자랑스럽게 언니한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뿌듯했다. 


연수가 크고 이제는 이모와 노는 것보다 친구들과 노는 걸 더 좋아할 때였다.

지성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들어왔는데


어쩐지 위에 올려져 있는 케이크, 

나영은 놀라 봤는데, 자기가 연수의 생일을 놓친 건가 싶었는데

놓친 건 자신의 생일이었다. 


지성이 오늘 따라 12시에 땡 하고 헤어지고 싶어했지만

내일 연수가 수학여행 가는 날이라서 안된다고 

챙겨줘야 한다면서 그렇게 집으로 들어왔던 나영이었다.


지성은 그러면 내일은 꼭 만나는 거라고 약속한 후였다.

연속으로 만날 때 도 많앗지만 이렇게 꼭 보기로 약속한 적은 없었는데 

오늘 유독 그랬더니, 곧 있으면 자신의 생일이었다. 


“아,,”


그때 방에서 나온 연수와, 그리고 집으로 들어오는 지성. 

축하 포를 쏴준다. 


“뭐야! 이럴 거면 왜 같이 있으려 했어?”

“나는 먼저 축하해주고 싶었는데, 그래서 12시에 헤어지고 싶었지. 제일 먼저 축하해주고 싶었으니까, 근데 우리 조카딸이 연락이 오더라고, 같이 축하해주자고”

“조카 딸? 둘이 진짜 벌써 이모부고, 벌써 조카딸이야?”

“그치.”


그때 연수가 케이크 위에 올려둔 편지를 발견하는 나영은 편지를 들어올린다.


“어, 잠깐만! 그거 지금 보려고?”

“그럼, 생일이니까, 지금 봐야지”


얼굴을 화들짝 붉어지는 연수,

아직 사춘기 소녀의 감성을 가진 그녀의 실력이 한 껏 드러난 편지였기에

갑자기 이렇게 되니 부끄러워진 모양이었다. 


“편지는 나중에 읽어봐!”

“뭘 나중이야 나중은”


편지를 뜯어보는 나영, 

그렇게 편지를 읽어본다. 


그러자 조용해지는 두 사람 서로를 바라본다. 


“아, 나도 편지 쓸 걸”


지성은 조카한테 진 자신의 센스에 내년엔 써야지 했다.

작년까진 썼었는데 이번엔 깜박했다. 


연수와 함께 준비한 이벤트 때문이었다. 

나영은 편지를 읽어보는데, 그동안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근데, 편지 내용이 뭔가 이상한데..”


편지에는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라는 말끝에

그동안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도 자신을 사랑해주고 헌신해준 걸 고맙다고 말하는 연수.


“왜 마지막인 것처럼 말하는 거야 연수야”

“마지막은 아닌데,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

“음. 그건 나영아, 나 때문인데”


머리를 긁으며 다가서는 지성이었다.


“나랑 결혼해줄래?”


그때 두 사람이 준비한 케이크가 불에 타더니 모습을 바꾸었다.

‘결혼하자 나영아’ 라고 적힌 문구,

그 밑으로 ‘결혼 축하해요, 이모, 이모부!’ 라고 적힌 문구까지


“두 사람, 뭐야.”


나영은 자신의 생일날 가장 사랑하는 두 사람으로부터의 축복에

갑자기 놀란 마음이 들었다. 


“이모, 이제 철권도 내가 다 이기는데, 더 늦출 이유도 없잖아”


언젠가 이모는 언제 이모부랑 결혼할 꺼야 물었던 연수였다.

그때 나영은 뜬금 없는 질문에 당황해서 어린 연수에게 

연수가 이모한테 철권 이기는 날이 오면? 이라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 


“너, 그걸..”


연수의 기억에 놀란 나영은 한껏 부풀었던 감정이 다행히 평정을 되찾는 것 같았다.

그때 옆에 있던 지성이 씩, 웃으면서 얘기했다.


“나영아, 나는 철권 연습할 게. 이제 연수랑만 하지 말고 나랑도 자주하자”

“자주? 자주는 안돼요 이모부, 매일 해야돼요..거의 매일”

“매일? 할 수 있지. 나랑 매일 철권할래?”


나영은 절로 나오는 미소를 감출 수가 없었다.

고개를 끄덕이자, 연수가 날뛰며 좋아했다.


“그러다, 아래층에서 올라온다.”

“아, 죄송합니다”


아래에 들리진 않겠지만, 아래로부터 사과를 인사하고, 


“이모, 원래 이럴 때 내가 자리를 비켜주는 게 맞는데, 내가 아직 미성년자야.. 어디 갈 때가 없어. 그러니가 이모랑 이모부가 나가줄래?”

“어? 어…?”

“그럼 프로포즈를 받은 날, 이대로 헤어질 꺼야? 같이 있어야지..”

“아니..어..”

“어…?”


나영뿐만 아니라 지성마저 당황한 연수의 말에,

두 사람의 손을 잡고 갑자기 집에서 쫓아내는 연수였다.


어떻게 하다보니 자신의 집에서 자신이 쫓겨난 나영,

그리고 그런 나영을 사랑하기 때문에 같이 쫓겨난 지성. 


“하하, 우리 조카, 잘 컸네”


지성이 웃으면서 한 말에 나영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러네, 잘 컸네”


옆에 있던 나영의 어깨에 팔을 올리고 

천천히 자신에게 끌어와 안는 지성. 


“사랑해 나영아, 앞으로 영원히 함께하자”


나영도 지성에게 기대었다. 


앞으로 조카 딸 연수와, 그리고 사랑하는 지성과 지낼 삶이 궁금해졌다.

이제는 그 세상으로 용기 내어 나가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사춘기가 오기 시작하는 조카와

그리고 지성과의 신혼생활은 지금껏보다 더 힘들 수도 있었지만


한 번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봤던 경험이 메워 질만큼,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두 번 다시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들이

마침내 보상을 받는 기분이었다.


이런 나영과의 생각하고는 다르게 연수는 독립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이제 한 지붕 세 사람의 동상삼몽이 펼쳐질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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