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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한 May 23. 2024

신해철을 떠올리며 상상하여 만들어 보는 캐릭터

캐릭터 - 163


신해철을 떠올리며 상상하여 만들어 보는 캐릭터







신해철을 떠올리며 상상하여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신현무

제목: 그냥, 그냥. 


“그냥, 그냥 조금..”


현무는 가난을 이기지 못하고 학업을 포기하던 친구를 보며 할 말이 없었다. 위로를 해야 할지 아니면 왜 이정도도 이기지 못하냐고 타박을 해서라도 어떻게 든 부딪쳐 보라고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아니 알았다고 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세상이라는 큰 벽에 자신도 겨우 버티고 있었으니까. 


“현무야, 넌 꼭 이겨라, 너는 잘 해낼 꺼야”

“니가 없는데, 내가 어떻게 하냐.”


말없이 마주친 시선사이에 지금까지 서로 꺼내 놓지 않음 감정이 오고 갔다. 폼은 없으니까 눈물은 꺼내지 말자고 다짐하고 있는 두 사람의 울먹거림이 끝내 홍수를 막아내지 못한 댐처럼, 봇물이 되고 말았을 때. 흐느적 흐느적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울렁거리는 친구의 어깨를 현무는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어 끌어당겼다. 


“미안해..”

“니가 뭐가 미안하냐. 너는 오히려 이렇게까지 해줬는데. 이기지 못한 건 나지.”


가난한 건 죄가 아닌데, 학비가 없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쫓겨나는 친구를 보고 있으니 현무의 마음이 착잡했다. 할 수만 있다면 자신이 그런 친구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자신도 친구도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채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굴레 속에서 버티기 바빴다. 


그렇게 한 두 명씩 떠나기도 했던 학교, 그러나 현무는 대학으로 진학하는 걸 포기한다. 고졸이 뭐 하냐라는 말을 들어도 상관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대학가요제라는 게 눈에 들어와 가짜로 대학을 만들어 신청한다. 


대학가요제에 참여한 현무는 세상을 비판하는 음악을 냈고, 엄청난 신드롬을 일으킨다. 그러나 곧 재판에 넘겨진 현무였다. 세상에 없는 가짜 대학교를 지어낸 현무였으니까 공문서 위조에 해당했다. 


먼저 확인을 안 해 본 주최측을 탓할 수도 있었지만, 현무는 그러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자신을 무대로 올라 인기상을 타게 만들어준 은혜가 있으니까 탓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서 현무에게 다가온 주최측의 실무자가 있었다.


“현무씨, 노래 잘 들었습니다. 그리고 미안해요..”

“네..?”


그는 현무의 학교가 가짜라는 걸 이미 알았지만, 현무의 노래를 듣고, 그리고 지원신청서를 보고 꼭 무대에 올리고 싶었다. 사람들이 마음 속에 품었던 환상이 어린 시절 꿈에서만 들었던 이야기가 눈 앞에 펼쳐진 것만 같다고 했다. 


“제 친구들은 어렸을 때 무지개소년을 듣고 바보 같다고 놀렸는데, 저는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무지개 소년..”


국어책에 실린 무지개 소년이라면, 무지개를 찾아 모든 걸 버리고 떠나는 소년소녀들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소설은 일제감정기에 나온 독립운둥가를 비유한 독립소설로 알고 있는 현무였다. 


“당신의 음악은 제게 그런 음악이었습니다. 끊임 없이 반복되는 무한의 궤도 안에서 파괴가 곧 새로운 세상을 연다라는 퍼포먼스, 원의 끝이 곧 시작이라는 말, 뫼비우스의 띠는 우리의 두려움이 만들어난 환상의 공포라는 가사요..”

“아.. 뭐 그냥 생각난 대로 쓴 건데”

“그 생각이 위대한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돼서 정말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현무는 약간은 부끄러웠다. 이 노래의 가사는 오래전 자신이 지켜주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전하는 응원의 메시지였으니까. 그때 했던 말을 되풀이한 것뿐이고 실제로 그들에게 현실적인 지원은 해주지 못했으니까. 


‘그 생각이 위대한 겁니다’ 그러나 그 한마디는 현무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위대한 생각이라, 현무는 자신이 위대한 일을 했다고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랐다. 


만약 죽음이 자신에게 어떻게 살 거냐고 물어온다면, 그냥 지금 데려가 라고 말할 심산이었던 현무였으니까. 어렸을 때 현무라는 이름 때문에 북방의 신 현무라는 별명이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사방신의 리더는 강력한 백호도 아니고, 청룡, 주작도 아닌 현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지혜로움을 상징과 실제로 가장 센 현무가 반전되어 자랑스러웠던 기억이 문득, 떠오른 현무였다. 


그때와 지금이 똑 같은 기분이 느껴졌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할까”


그냥 살아간다고 생각했다. 죽기는 싫고, 사는 건 어렵지만 죽는 것 보단 쉬웠으니까. 


그러던 때, 자신과 친구들이 따랐던 선배를 찾아갔다. 그 선배는 용케도 선생님이 되어 있었다. 선생이 된 선배를 찾아간 현무를 알아보는 선배였다. 


“현무, 넌 좀 위대해져 있을 줄 알았는데, 요즘은 전국이 네 이야기이지?”

“위대해진 건 모르겠고, 유명해진 건 맞네요”

“그래도 법이 아직 살아있어, 구속은 기각 됐잖아?”

“제가 도망치면 어떻게 도망치겠어요. 집도 서울에서 제일 높은 달 동네 고”

“달동네라,, 이름 참 예쁘지 않냐, 어둠 속 모두가 기대어 사는 달, 그런 이름이잖아”

“달 동네가 진짜 달과 관련되어 있어서 달동네는 아니잖아”

“맞아, 달이 가장 잘 보여서 달동네”

“진짜, 선배는 옛날부터 그랬죠. 이상한 말 지어와서 진짜인 것처럼 저는 바보라서 그게 다 진짜인 줄만 알았었잖아요”

“진짜 맞아”

“네? 아 진짜, 저 이제 다 컸어요”

“우리 현무, 다 컸구나. 그런데 진짜 맞는데. 네가, 내가, 우리가 진짜라고 생각하면 그게 진짜지”

“.. 선배한테 말로 이기는 건 이미 포기했으니까..”

“그래 현무야. 너 우리 학생들 보고 갈래? 다 너희처럼 귀엽다”

“다 바보라는 말씀이군요”

“뭐라고? 너네 바보 아니었어. 가난했을 뿐이지, 근데 지금은 그 가난이 죄가 되는 세상은 아니게 됐잖아. 그때는 그게 진짜가 아니었는데, 지금은 그런 세상이 진짜가 됐어 현무야.”

“……”


현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먹다 버린 씨앗이 어느새 싹을 틔운 모습을 본 것만 같았다. 흘러가는 개구리 알들을 나뭇가지에 걸어 놓았더니 다음에 가보니 올챙이들로 변했을 때 느꼈던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느낌일 뿐이었다. 


모두가 믿으면 진짜가 된다는 말, 그 말이 참 진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으로 썼던 노래, 그리고 그 노래를 좋아해주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 비록 자신은 그 노래로 인해 법정에 서게 됐지만, 노래의 문제가 아니라 공문서 위조의 문제였다. 


그러나 대한민국 최고의 인권변호사라는 사람이 찾아와 변호를 맡아주었다. 그리고 몇 년 후 그는 대선 후보가 되었다.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빨간 저금통에 노란색칠을 하고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서 100억이 넘는 자금을 만들었다. 


현무도 홍보대사가 되어서 그를 도왔다. 그가 자신을 도왔던 것처럼, 어느새 현무도 세상에 도전하는 입장이기보다 그런 도전자들을 받아들이는 어른이 되어 있었다. 


“세상이 변했네요.”


자신이 존경하는 선생님은 이제 늙어서 교정에서 은퇴한다. 교장선생님이라며 따르는 학생들을 보니, 마음이 참 신비로움을 느낀다. 


“사랑으로 바꿀 수 없는 건 없다. 현무야. 네가 포기하지만 않으면, 가려는 길을 가려는 건 그 사랑을 지키고 싶을 때, 지켜야 될 때 더 강해진다. 너는 사랑이란 그저 인간이 누리는 최고의 사치라 하겠지만, 그 사치야 말로, 인간이 강해지는 유일함 이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게 만들었던 그 선배였다. 한동안은 선생이 되어 자신을 속였던 것처럼 세상을 또 속여왔겠지, 


문득 찾아갈 때마다 왜 그렇게 했는지를 물었다. 정말로 해답을 못 찾아서 라기 보단 연례 행사와 같이, 그런데 또 속으로는 정말 궁금했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그냥, 그냥.”

“그냥이요..?”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그냥 심어줬다는 사람. 그리고 그런 사람을 닮은 여러 사람들이 있었다. 현무의 눈에는 그들이 모두 바보로 보였다. 문제는 다른 사람들에겐 현무도 바보로 보였을 테지만, 현무는 자신이 바보라고 생각했던 선배를 닮아갔다. 


현무는 스스로 감독이 되어 현장 뮤지컬을 여는 슈퍼스타가 되었다. 그는 ‘무대’에서 공연하지 않는다. 일상을 무대로 만들어 공연을 열었다. 


그러면 길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공연이라는 자각도 못한 채로 공연에 빠졌다. 플래시몹의 대가가 된 현무였다. 현무의 플래시몹을 보기 위해서 해외에서 한국으로 여행을 온 사람들도 많았다. 현무가 있는 곳이면 언제든 관광의 명지가 되어 전세계에서 현무를 모셔가려고 했다. 


현무는 그런 말들을 모두 무시하고 자신이 하고싶은 대로 했다.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서 유포를 막기 위해서 지금 준비하는 공연과 그리고 미래에 준비하는 공연, 과거의 공연 이야기를 한 꺼 번에 진행하기도 했다. 그래서 연예인 누구, 배우 누구, 가수 누구처럼 사람들을 만나는 것마다 뉴스를 타는 현무였지만, 도대체 무슨 공연인지는 짐작가지 못하게 했다. 


언론과의 줄다리기를 잘했던 현무였지만, 그가 유일하게 줄다리기를 하지 못한 건 존경했던 선생과 같은 사람이 돌아가신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담배 한 모금을 찾았다는 그를 위해 담배 하나를 장례식장에 국화꽃 대신 놓았다. 


왜 그랬는지 묻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곁에 있어주지 못했던 그 모습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아프기만 아프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운명이라는 게 있다면, 원망이 하고 싶었다. 


장례가 끝날 때까지 식장을 떠나지 않는 것이 현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 현무였다. 


자신의 이미 마련된 (플래시몹)공연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모두 죽음에 관하여 공연을 준비하게 된 현무였다. 


죽음 이후의 삶,


죽은 자는 말이 없었지만 전날까지도 죽은 자와 얘기했던 자는 죽은 자 처럼 말이 없어졌다. 현무는 그런 모습을 보고, 죽음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삶이란 도대체 뭘까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이 던진 질문에 자신의 대답을 공연으로 준비했다. 


“감독님, 이번 공연의 제목은 무엇인가요?”

“죽음의 죽음입니다.”

“네..? 죽음의 죽음이요?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네요”

“다음 공연은 오늘의 죽음입니다”

“네? 벌써 다음 공연까지 생각해놓으셨군요”

“그 다음 공연은 죽음으로 살다입니다”

“아 죽음 삼부작일까요?”

“그 다음은, 죽겠습니다”

“네.? 다음 제목이 죽겠습니다 라는 거죠?”


현무는 마이크를 손으로 밀며 기자들이 헤치며 나아갔다.

마치 홍해의 바다가 모세에게 길을 열어줬던 장면과 같아 보였다. 

노아를 찾아 떠나왔던 생명들처럼 사람들은 현무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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