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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한 Jul 01. 2024

김영민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캐릭터 - 202


김영민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김영민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김영준

제목: 옥균


“쓰레기는 치워야 돼”


더러워진 길가, 단 한 사람이 지나는 자리만 깨끗해진다면 그건 영준이 그 길을 걸었다는 증거가 됐다. 쓰레기를 주워 손이 더러워진다고 해도, 보통의 사람들과 다르게 나 하나 정도 야를 나 하나라도 생각하여 쓰레기를 줍는 게 바로 영준이었다. 


학창 시절에 누가 시켜야 억지로 하던 봉사활동을 영준은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오히려 그 시간에 공부 좀 해라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 


그런 중에 누가 쓰레기를 이렇게 버리나 싶었는데, 또래 보다는 어른들이 더 많은 쓰레기를 버리는 걸 목격하고 당당히 사람 대 사람으로 그들에게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고 얘기를 하는데, 니까짓게 뭔 데 지랄이야? 어린 놈이 공부나 해 라는 소리를 들었다. 


“쓰레기를 줍는 사람 버리는 사람 따로 있습니까? 버리는 사람이 주워야죠”

“알았어, 안 버릴 께 가라 꼬마야”


그렇게 쓰레기를 버리지 않겠다는 말을 듣고 돌아서는 길에 영준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담배꽁초, 그 게 등뒤의 옷으로 들어갔는데, 영준은 꿈쩍하지 않고 돌아보았다. 어른들이 더 놀란 표정으로 영준을 바라보았다. 불길이 불어 옷이 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 너!!”


자기들이 저지른 일이지만 놀라 대처를 하지 못하는 어른들에게 다가간 영준은 그들에게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고 말을 했다. 


영준을 때리려고 한 건 아니고 불길을 끄려고 어른들이 영준의 등을 마구 때렸고, 영준은 그럼에도 무릎 하나 굽히지 않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그런 영준의 당당한 모습을 보고 어른들은 영준이 하는 말을 귀담아 듣게 됐다. 


“너 안 아팠냐?”


여름 철, 무더위를 피할 겸 청소도 할 겸 근처 바닷가 해변에 플로킹을 하러 온 무리, 그 무리의 중심은 영준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영준의 등 뒤, 담뱃불 사건으로 화상 자국이 선명한 모습이었다. 그 당시 당사자들은 자신 보다 한참은 어린 영준이었지만 그 날 이후로 영준을 형님 모시듯 하고 있었다. 실제로 영준은 영민해서 영준이라는 이름보다 영민하다고 해 ‘김영민’ 이라는 이름으로도 자주 불렸다. 


“안 아픈 상처가 어딨겠어요, 아팠지만 참았고 참아서 기록된 거죠”

“그냥 스친 것도 아니야. 그 구멍 난 교복 아직도 갖고 있냐”

“안 버렸죠, 버리면 쓰레기만 돼요. 누구 때매 구멍나서 이제 입지도 못해서 재활용도 안 되는데”

“그래, 미안하다.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깨끗이 청소하잖아”

“당연한 걸 자랑처럼 말씀하시는 게 아직 반성이 덜 되신거네요”

“허허 이놈 봐라”


그렇게 영준은 어린 나이에도 타인의 모범이 되었다. 그러나 영준은 반장이라던지 이런 리더의 역할에 어울릴 것 같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 리더의 옆에서 방향을 함께 기획하는 기획자가 되기는 했는데, 그와 함께 간 게 바로 훗날 국회의원이 된 ‘오수환’이었다. 


수환은 친구인 영준과 비슷하지만 조금 더 호쾌한 성격에 가까웠다. 영준과는 죽마고우로 지냈는데, 둘은 어렸을 때부터 이 나라에 앞날을 논하며 공감대를 샀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동네잔치가 끝난 직후였는데,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공무원들만이 남아서 청소를 하는 시간이었다. 그때 뒷정리를 하면서 두 사람은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이 기특하다며 고기를 사준 공무원이 있어서 두 사람은 서로 이름을 교환하고 알고 지낼 수 있었다. 


“너희 같은 애들이 많아야 이 나라의 미래가 밝은데”


나라의 미래에 대해서 걱정할 나이가 아닌데, 공무원의 말에 호기심을 느낀 수환은 이 나라의 미래가 걱정되는 정도냐는 질문을 했다. 


“요즘 애들 봐라, 끈기도 없어, 노력도 안 해, 그러면서 콩국물은 떨어지길 바랴, 씨를 뿌려야 싹이 트고, 바람이 좋아야 새가 날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했잖아요. 우리 같은 애들만 탓하는 게 아니라 어른들이 잘못한 건 없을까요?”


수환의 말에 귀를 경청하는 영준이었다. 영준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은 삼봉 정도전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훗날 만날 이성계를 위해서 모든 걸 준비 해놓기로 했다. 그런 인물이 바로 수환이었던 것이었다. 


“의원님, 이번에 검찰에서 이런 걸..”


그렇게 영준은 수환의 밑에서 비서를 했다. 수환은 국회의원이 되어서 가장 젊은 대선 후보라는 입지까지 다져놓기 시작했다. 


“박성환이 나를 배신한 거네..”

“제가 그때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믿을만한 사람은 못 된다고..”

“그랬지, 그래도 어떻게 바로 버려. 실제로 내 뒤에 칼 꽂은 건 아니잖아”

“앞에서 대놓고 들이밀고 있죠”


수환은 평소에 피지 않던 담배를 집무실에서 꺼냈다. 영준은 담배에 손을 올리며 고개를 저었지만, 수환은 담배를 뒤로 빼 결국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한 개피 정도는 괜찮잖아”

“단 한 개 피로도 이 방을 다 채울 냄새가 납니다”

“영준아, 너는 너무 곧아, 곧고 뻣뻣한 나뭇가지가 제일 먼저 부러진다”

“나뭇가지가 아니라 모든 걸 베는 강철이 되면 되지 않습니까”

“나는, 이미 꺾인 것 같아”


벌써 삼선 째이지만 변화는 미미했다. 수환과 영준이 바꾼 세상은 정말로 컸지만, 과연 더 바꿀 수 있을까? 이런 속도로는 100년도, 1000년도 모자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기까지다. 내 지역구는 니가 가져가라”

“.. 의원님. 아직 안 끝났습니다”

“2천년 전, 복숭아 밭 맹세도 결국 못 이뤘잖아. 20년전 우리 맹세도 여기까진거지”

“제가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네가 방법을 찾아보겠다면 정말로 찾아오는 거 알아, 하지만 영준아, 내길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 영민하니까. 알잖아”

“의원님. 아직 승부가 난 게 아닙니다. 좋아하시는 스포츠에서도 언제나 역전승이 있어왔지 않습니까”

“역전이라, 그 역전에 역전의 역전을 거듭하다 보니까. 역전이 맞나. 함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아. 지금 포기하면 지킬 수 있는 게 있고, 더 가면 다 잃는 거 잖아. 나 잃는 게 두려워서 이러는 게 아니다 영준아? 내가 못할 거 넌 할 수 있으니까. 이제 진짜가, 가야지”

“의워님..”

“의원님 말고, 오랜만에 내 이름 좀 불러줘라. 오랜 벗으로”

“…”

“영준?”

“수환아. 아직 안 끝났어. 내가 방법을 찾아올 게, 담배 피고 있어”


그렇게 의원실을 나가는 영준이었다. 그리고 다른 비서가 배꼼이 얼굴을 들이밀다가 담배 여러 보루를 손에 들고 온다. 


“김영준, 이 자식.. 나 폐암으로 말라 죽일 생각인가 보네”


하지만 영준보다 검찰이 먼저 수환을 찾아왔고 수환은 검찰에 연행되어 3일동안 진술서를 써야만 했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로 검찰청 앞에서 나오는 수환을 많은 기자들이 플래쉬 세례를 쏟아낸다. 


서둘러 기자들을 막고 앞으로 나서는 영준이었다. 그는 영준이 나타나자 주머니에서 꼬깃하게 꺼낸 담배를 문다. 


“아직 피고 있다. 영준아”

“수(영준 스스로도 모르게 나왔다), 의원님 고생하셨습니다.”


수환을 집으로 바래다주려고 할 때, 우리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주민센터로 가자고 하는 수환이었다. 수환은 그곳에서 여전히 담배를 물고 있었다. 


“영준아, 고마웠다.”

“의원님.. 아니 수환아. 아직 포기하지 말자. 놈들의 덫은 내가 곧 막을 수 있어”

“… 그럴까. 놈들이 노리는 게 나라서 다행이더라, 너를 숨길 수 있으니까. 니가 다음엔 이겨줘라”

“.. 수환아 계속 나약한 소리 하지 말고, 이것 봐, 너 대선지지도가 15%야, 40대 대선 후보가 어딨냐, 너 하나야 인마”

“그래서 저 놈들이 나를 그렇게 못 죽여서 안달인가보다..”


너무 지친 수환의 모습에 영준은 그저 묵묵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혼자 집에 가겠다는 수환을 말릴 수 없어 쓸쓸히 걸어가는 수환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영준이었다. 


그러나 수환을 위해 배신자 박성환을 찾아냈다. 거짓으로 진술한 물증을 확보하고 박성환 뿐만 아니라 관련된 다른 인물들의 수환을 잡기 위해 ‘거짓’으로 마련된 가짜 죄가 아니라, 진짜 죄들을 열거하는 영준이었다.


그러자 이들은 초초해졌는지, 더 거세게 수환에게 국회의원 사퇴를 종용하며 몰아세웠다. 영준의 거듭된 설득으로 조금씩 힘을 차린 수환은 과거 30년 전쯤 영준을 처음 만났던 때를 떠올렸다. 


며칠 전 영준과 함께 왔었던 처음 서로가 만난 장소에 혼자 도착한 수환은 이곳에서 주먹을 꽉 지며 여기서 물러서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 그동안 너무 맞다보니 맞는데 익숙해졌었다. 


그렇게 맞고, 몸에 불이나 아직까지 지워지지 않는 흉터가 생긴 영준은 아직도 저렇게 열심히 싸우는데, 자신이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영준의 이성계이니까. 영준은 정도전이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자신을 겁박 하는 검찰과 재벌계에 선전포고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영준은 불의의 사고를 당해 황천길을 건너게 된다. 


“수환아!!”


피범벅이 된 수환의 차가워진 손을 잡는 영준이었다. 자신의 이성계가 이렇게 가버릴 줄은 몰랐다. 정도전의 이상처럼 옳은 길로 세상을 바꾸는 건 정말로 불가능한 일이었을까.


얼마전 수환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는 영준이었다. 


“기억나냐, 나의 삼봉이 되겠다고 했던 너”

“기억나지, 아직도 나는 너의 삼봉 정도전이다”

“그런데 영준아,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들더라, 세상은 정도전이 바꾸는 게 아니라 이방원이 바꾸는 거라는”

“…”


폭력을 쓰지 않고, 편협한 방법이 아니라, 정도의 길만으로 세상을 옳게 바꾸는 건 정말로 불가능한 일인 걸까? 그렇다면 포기해야겠다.


영준은 그동안 자신이 걸었던 길을 포기하기로 마음먹고 다른 길을 걷기로 했다. 그동안 자신이 파악한 대한민국의 쓰레기라고 생각되는 모든 사람의 얼굴을 거대한 칠판 위에 붙여 놓은 영준, 그리고 자신과 뜻이 같은 사람들을 불렀다. 


“나를 버릴 수 있습니까?”

“버려야죠, 어쩌겠어요”


과거 나라를 잃은 독립 투사된 마음으로 한 몸을 불사지르겠다고 모인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하나 같이 이 나라가 바뀔 수 있다고 믿었던 사람들이었지만, 각자의 시련 앞에 무너져 내린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포기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었다. 


“앞으로 저를 옥균이라고 하십시오”


정도전의 이상을 버리고, 김옥균의 이상을 택한다. 다만 옥균처럼 3일 천하가 아니라, 3일 동안의 혁명이었다. 세상을 가지기 위해서가 아닌,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모인 사람들이니까. 


“네, 옥균, 따르겠습니다”


저마다 자신의 이상과 맞는 이름으로 스스로 개명한다. 옥균부터, 체 게바라처럼 자신들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이름이었다. 


“이렇게 하는 날이 오지 않길 바랐건만, 세상은 그대로 둬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런 세상은 한 번 무너지는 게 옳다”


비록 다시 세울 세상에 자신들은 없겠지만, 정의를 믿는 사람들이 또 일어나 줄 것을 믿는다. 그래서 그들이 자신을 잡을 수 있게 올가미까지 잘 던져놓았다. 


정도전처럼 조선 천년 대계를 설계했지만 그대로 갈 수 없었던 것처럼, 영준도 자신이 설계한 나라의 모습을 볼 수 없겠지만 그렇게 될 거라 믿는다. 이 나라에 아직 ‘정의’가 살아 있다면 분명히 그렇게 될 거라고 믿는다.


거대한 칠판에 제거 대상으로 놓인 사진과 이름, 그리고 자신들과 엮이지 않게 이 나라를 정의롭게 이끌어 갈 사람들에게는 약간의 삶의 지장이 없는 상처만을 주기 위해 움직인다. 


“가자!!”


조선시대 말, 삼일천하라고 불리며 개혁을 일으켰던 실패한 혁명을 일으킨 김옥균처럼, 영준은 옥균이란 이름으로 혁명을 일으킨다. 


이 나라를 좀먹고 있는 쓰레기를 퇴치하는 일이었다. 


“이 옥균, 나라를 위해 일어서니, 뜻 있는 자 모두 따르라!”

“따르라!”


그렇게 옥균의 ‘대청소’가 시작되었다. 옥균에 참여한 군중들이 엄청났다. 하나 같이 참다가 화가 나고, 병을 얻은 사람들이었고 아직 나라에 정의가 고루 설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의 대혁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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