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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한 Jul 08. 2024

유지애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캐릭터 - 210 


유지애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유지애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여지애

제목: 서른 살 새내기


서른 살의 신입이라고 하면, 오히려 빨리 취직을 했네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애는 서른 살의 신입이 아니라 그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특색을 가진 ‘서른 살의 새내기였다’, 25학번으로 대학 입시에 붙은 지애였다.


제대로 수능을 나이대로 계속 봤으면 십수라고 할 수 있었던 수능, 그러나 지애에게는 두 번째였다. 처음에 고등학교 때 수능을 보긴 했었지만 대학에는 입학하지 않았다. 


그때 국내를 강타했던 유명했던 수능 만점 4명 중 한 명이 바로 지애였다. 10년만에 본 수능은 그때처럼 수능만 준비하던 게 아니라 6문제를 틀렸다. 


“만점은 아니네, 급히 준비한 거니까”


10년의 회사 생활은 참 많은 경험을 하게 만들었다. 인턴부터 사원, 주임, 대리, 그리고 과장에 이어 사장까지 된 지애였다. 그렇게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를 갖게 되었지만 자신의 열정적인 꿈은 아직 포기하지 못했다.


처음 대학에 가고 싶었던 꿈은 바로, 법조계에서 일하는 것이었다. 자신이 버는 수입도 충분한 삶을 만들어 주지만, 일만 하고 살다가 다른 건 아무것도 못했다. 그래서 여행도 못 가고 죽어라 일만해서 쌓인 돈, 처음에는 빚을 갚으려고 일만 했지만 이제는 빚을 넘어 빛이 나고 있는 지애였다. 한국대로 진학한 지애는 이제 로스쿨을 목표로 했다. 앞으로 꽤나 긴 시간이었다. 


“사법 고시 안 없어졌으면 바로 봤어도 됐을 텐데”


덕분에 자신이 세운 회사는 우선은 이사진에게 일임했다. 지분을 아예 정리하고 나오려 했지만 지애가 필요하다는 직원들의 간청으로 인해 우선은 대표이사의 자리에서 공동대표 체제로 상임이사로 활동하기로 했다.


그래도 지애는 자신의 그런 과거를 뒤로하고 스무 살의 마음으로 자신이 정말로 스무 살 때 대학에 들어왔던 것처럼 사려고 했다. 항상, 거의 10년이나 동경하던 삶이었다. 자신이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동경을 지애는 품고 있었다. 이제 그 꿈을 실현하는 것이었다. 


학교에 최종으로 입학하기 전까지 최대한 회사 시스템을 자신이 없어도 돌아갈 수 있게 갖춰 놓는 지애였다. 지애가 물고 온 몇 백억 사업부터 지애가 떠난 다니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었다. 당장 여기 투자를 받지 않아도 회사는 굴러갔다. 당장 지애는 부동산에도 투자를 했는데 그 부동산에서 나오는 추가 수입이 꽤나 되어서 지애 스스로가 이제는 투자를 받으러 돌아다니지 않고 투자를 하는 사람이 되어도 될 정도였다. 실제로 지애는 여러 주식에서도 성공했다. 성공에 대한 악착으로 인해 많은 성공을 이룬 지애였다. 


지애를 부르는 다른 말은 ‘행운’의 여신이었다. 지애가 건드는 것 마다 마이더스의 손처럼 족족 성공만 하니까 그런 별명이 붙을 수 밖에 없었다.


“사장님, 무슨 미래를 미리 보고 오시는 거 아니죠?”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요, 100번 시도해서 얻은 한 번의 성공이예요. 이 성공 하나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실패를 했는 줄 여러분은 모를거예요”


처음부터 함께했던 직원들은 지애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실패할 때마다 떠났던 사람들은 물론, 성공하기 시작한 부분에서만 지애를 알아왔던 사람들은 그저 지애가 겸손하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회사에서는 당연히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의 데이터 분석과 회의를 통해서 일을 시작하지만, 지애는 집에서도 밤낮의 구분 없이 미친듯이 일했다. 다른 사람들이 잠을 잘 시간에도 지애는 미국이나 유럽의 사이트를 돌며 데이터베이스를 쌓았고, 자신만의 정보를 구축하며 IT와 인공지능 분야의 스타트업에서는 엄청난 성과를 이루었다. 


특히 지애가 성공을 이룬 분야는 ESG 산업 중에서 먹거리와 관련되어 있었는데, 계단층으로 만들어낸 인공 팜, 그리고 이를 열기구와 같은 형태로 열풍으로 공중으로 부양해 만든 공중 팜과 또 바다와 강을 이용한 팜이 대성공을 이루었고, 몇 백억을 넘어 수조원의 미래가치를 창조했다. 


그렇게 주식투자 제안까지 받게 되었고 아직 도장을 찍지 않아서 마무리된 건 아니지만 그때부터 지애는 이루지 못한 것들이 떠올랐다. 


돌이킬 수 없는 첫사랑도 그렇지만, 합격했지만 결국 등록하지 못한 대학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대학을 가야겠다고 생각한 지애였다. 이제 그의 최종 졸업은 고등학교가 아니라 곧, 아니 몇 년 후 대학교로 바뀔 예정이었다. 


“인력 낭비인데, 더 대단한 사람이 대학 때문에 일을 못하는 건 대한민국에서도 그렇고 지금 보면 세계적으로 인력 낭비예요, 대학이 중요한 가”


지애를 존중하는 지애 퍼포먼스의 회사 이사는 지애보다 20년은 선배다. 그렇지만 지애의 능력을 인정하고 그를 리더로 하여 지애보다는 못한, 그러나 회사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엄청난 활약을 한 물이었다. 그녀의 딸도 이제 스무 살이 되어 지애가 가게 될 학교의 신입생이 될 예정이었다. 


“이사님, 이사님 따님 분이 내년에 한국대 간다고 했죠?”

“그죠, 한국대.. 가죠. 대표님처럼”

“제 학교 동기가 되겠네요?”

“아 그래요? 영광이네요. 우리 딸”

“하지만 이건 극비인 거 알죠? 저 가명으로 활동할 거예요. 학교랑도 얘기 됐고..”

“네? 수능 보고 정시로 가는 거 아니었어요?”

“그렇긴 한데, 정보 유출은 국가에서 안하는 거고, 우리 학교 입학생이 이런 사람이다 학교에서 홍보할 수도 있잖아요?”

“아 그죠? 내가 학교 총장이어도 홍보할 요소지, 졸업생도 홍보하는데 신입생이나 재학생이면 당연히 홍보해야죠. 광고하고 마케팅 하고, 우리학교가 이런 학교다! 이런 사람도 들어오고 싶어하는 그런 학교다 막! 이렇게!”

“일 밖에 모르시네요”

“대표님 보다 더하겠어요? 저는 그래도 잠은 잘 잡니다.”

“아무튼 그런 얘기를 비서실에서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하고, 학교에는 회사차원에서 100원의 장학금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비밀을 지키는 대가이고, 이를 어길 시 전액 배상하는 걸로“

“오, 학교에서 그런 협상도 통하는 거예요? 아니 학교에 그런 협상을 하는 대표님을 칭찬해야하는건가”

“아무튼 저는 학교로 갑니다. 이사님을 포함해서 우리 임원진이 고생해줬지만,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저는 여러분 믿어서 지분 정리를 하고 떠나려고 했는데”

“에이, 저도 솔직히 우리회사를 위해서 피땀 눈물 흘려가며 열심히 했거든요? 그건 사실인데, 대표님 보단 못하죠. 우리 이사진 모두가 그렇고, 대표님이 없으면 안 돼요. 저기 오성그룹도, 대표님 없으면 투자 안하겠다잖아요.”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려요, 저는 내년부터 이제 대표가 아니라 대학생으로 살 거예요”

“대학생은 일시적일 뿐이잖아요. 그리고 대표일도 아주 놓는 것도 아니고, 저는 회사가 무너지지 않게 잘 관리하면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에이, 더 키워 놓으실 거잖아요.”

“허참, 그러면 지분 말고, 특허권 좀 나누주시던가요”

“에이!! 그건 선 넘었다. 아시죠? 지분만 해도 감지덕지 인 거 잘 아시는 분이!”

“가지말란 심한 말이죠. 이거, 그러고보니 우리 딸이랑 동기라고요? 내가 중요한 얘기를 그냥 넘겼네, 우리 딸, 박정아라고 잘 부탁드려요”

“박정아요? 한 번 찾아봐야겠네, 이사님 따님이니까 공부도 잘하고 그러겠죠?”

“공부를 잘했으니까 한국대를 가긴 했을텐데, 우리 집에, 비글이예요 비글, 말썽을 안 피우는 날이 없어요. 하아. 오늘은 또 어떤 말썽을 피울지, 그러니까 짱구 아세요? 짱구가 내 배에서, 아니 내 배는 아닌가, 우리 아내 배에서 태어났다니까요”


이사 박혁권의 한 숨을 보니 딸이 얼마나 말괄량이인지 짐작이 가는 지애였다. 딸을 실제로 대학에 들어가서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정말로 만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회사의 일들을 이사들에게 나눠주고, 최종적으로 자신이 거의 손을 떼도 되게 만들어 놓았다. 원래는 모든 걸 훌훌 털어 넘기려고 했지만 이사들이 애걸복걸하면서 잡는 바람에 붙잡히게 된 지애였다.


아무리 그래도 대학의 꿈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우선 대학으로, 나중에는 대학원으로 갈 수도 있고, 정말로 법조계로 갈 수도 있지만, 우선은 회사의 일을 손에서 아주 놓는 건 아닌 걸로 하기로 했다. 


대학을 가 봤자 후회만 할 거라고 말하는 사라들도 있었지만 모두 지애가 회사에 필요한 사람이라서 하는 말이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수능 날마다 추웠던 전통이 이어지고, 떨어져 지어버린 낙엽들 위로 하얀 눈들이 쌓이고, 얼다가 녹다가 하다가 마침내 모두 녹아 버린 어느 봄이었다.


봄이 왔기에 새하얀 눈들이 녹은 건지, 녹이 녹아 봄이 찾아온 건지 모를 세월이었다. 꽃이 샘을 낸다는 추위가 오고, 그렇게 지애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대학교의 입학이 확정되고 오리엔테이션 날이 다가왔다. 


정말로 스무 살의 마음이 된 것처럼 떨리는 지애였다. 처음 투자유치를 위해 무대에 설 때도, 그리고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서 면접을 보러 왔을 때도 이렇게 떨리지는 않은 것 같은데, 지하철역에서 내려서 버스를 타고 다시 정문 앞까지 설 때까지 왜 이렇게 떨리는 건지, 정문으로 가는 길가의 주변의 모두가 한국대 학생인지 궁금했다.


딱 봐도 어려 보이는 친구부터 서른 살의 자신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중에는 어떤 학생이 딱 봐도 늙어 보이는 사람한테 90도로 꺾어 인사를 했다. 지애는 그 친구를 보면서 어려 보이다고 생각하고 신입생이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어, 저, 안녕하세요. 그런데, 저 아세요?”

“아.. 교수님 아니신기요?:

“네..? 저, 며칠전에 고등학교 졸업한, 이번에 신입생인 25학번인데요..”

“아.. 네? 아 저도, 신입생인데”


지애는 한국대를 살펴보다가 자유전공학부가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꼭 법조계가 아니더라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차피 로스쿨의 진학이 목표로 법 공부는 혼자 하면서 다른 걸 경험해봐도 좋지 않을 까 생각했기에 자유전공을 선택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그러면 그러면 어떻게 시간표를 짜야할 까 생각하는데, 저런 친구들이 있는 수업은 왠지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한국대 최고의 전공은 철학과라는 소문을 듣고 철학과 수업을 들어볼까도 고민했다. 


그러다 학부별, 그리고 전체 오티가 따로 진행되길래 인문대, 과기대, 사학대, 미대, 교대 모두 참여해보기로 결정한 지애였다. 그런데, 그런데, 자신은 지금 보이는 사람이 있는 전공은 절대로 선택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쟤는 왜 여기 있지? 스무 살 때 바로 대학을 갔으면 지금쯤 사회로 나가야 하는 거 아닌가. 자기처럼 사회에서 이제야 들어온 것도 아닐 텐데? 왜 여기 있는지 의문이었다. 


스무살이 되기 전 헤어진 이룰 수 없는 첫사랑, 고등학교 때 한 때는 자신의 전부이기도 했던 첫사랑이었던 한규가 왜 여기 있는지 도대체 의문이었다. 


“자유전공이라고..?”


나중에 알아보니 하필이면 또 왜 자유전공? 자유전공에 왜 조교가 필요한거야. 아 필요는 한 가 학생들이 있으니까..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교가 한 명은 아니겠지 생각하고 피해다녀야겠다 생각 할 때, 어디서 본 얼굴 같은데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이 보인다. 


“닮았는데..”


박혁권 이사를 닮은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박정아..! 정아를 발견하고 인사를 하려는데 정아가 크게 소리쳐 지애의 전 남자친구이자 첫사랑이었던 한규에게 큰 소리로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정아한테 손을 흔들고 있던 지애의 뒷모습이 그대로 한규의 시선에 보이게 되는 건 당연했다. 


“아..”


지애는 생각했다. 이래서 대학에 가지 말랬던 걸까? 하고, 이미 늦어버린 엎질러진 물이고 상황이었기에 해결할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자신은 몇백억자리, 아니 수천억짜리 투자를 받아낸, 당당히 코스피에 진출한 한 회사를 책임지는 대표잖아..! 


아니 그건 그거고, 수백억, 몇백억이 중요한 게 아니다. 전 남친/여친, 전 연인은 누구에게나 마치 똥 밟은 느낌일 수밖에 없지 않은 가, 수백억을 들여 찍는 드라마도 따지고 보면 그런 얘기들이 괜히 넘쳐나는 게 아니잖아!


하아 하고 한숨을 쉬는데, 뒷모습만 봐도 지애를 알아봤는지, 한규가, 어? 어?? 하는 게 느껴진다. 그냥 서로 모른 척하면 좋을텐데. 


“어?”


두 사람을 서로 모른 척할 수 없게 만드는 또 한 사람이 있었다. 스무 살의, 아무것도 모르는 아빠 말대로라면 놀았던 애, 그러나 본질은 순수한 정아가 두 사람 앞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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