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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한 Jul 09. 2024

베이비소울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캐릭터 - 211


베이비소울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베이비소울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이수정

제목: 어쨌든, 프로! 


연예인들이 나와서 즐기는 프로그램들을 보며 ‘나도 하고싶다’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프로예능리그가 생겨났다. 단순히 시청률만으로 순위를 정하는 게 아니라 연예인들의 전유물이었던 승부내기를 하는 선수들이 생기고, 이를 응원하는 팬들이 생긴 문화 스포츠였다. 


“요새는 이런 놀이를 하는구나”

“단순한 놀이가 아니야, 문화라고! 문화 스포츠!”

“그래, 문화 스포츠, 재밌긴 하겠네. 그런데 아무나 그냥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사실 스포츠들도 그렇지 아무나 다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잘하는 사람들이 다르잖아”


수정은 그런 친구의 말을 들으면서 문화스포츠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우선 그녀가 보기에는 분명이 아무나 가능한 수준이고 이런 게 과연 진짜 스포츠 선수들처럼 아마추어나 프로급이 실력차이가 많이 날까 싶었다.


“종목도 매번 똑같지 않고 바뀌고, 그러다 보니 규칙도 달라지고, 그냥 운빨 좋은거지, 실력차이는 아닌 거 아니야?”

“수정아 너가 아직 몰라서 그래, 얼마나 흥미진진하고 그런데”

“운으로 하는 것도 흥미는 진진해, 도박 봐봐, 그것도 얼마나 흥미진진해, 그런데 그게”

“실력도 있는 거 알지? 괜히 프로 포커 선수가 있고, 홀덤 선수가 있는 거 아닌 거 알지? 너 설마 그거 몰라? 바보야?”


두 사람의 말이 점점 감정적으로 격해지고 있을 때, 수정은 이대로 가다가는 또 친구와 싸우고 말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번 싸웠을 땐 2개월 동안 말을 안 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풀려서 서로 풀 기회를 엿보다가 장정 3개월에 화해를 했다. 이번에 싸우면 점점 길어지는 싸움의 화해 텀을 생각해보면 최소 3개월이었다. 


“그래, 미주 니 말이 맞아. 내가 잘못생각했어”

“맞지? 그래, 내 말이 맞다니까. 수정이 니가 말로서 그렇지, 아 진짜. 너무 했다. 정말. 좀 믿어? 사람들이 얼마나 즐기는데. 안되겠어. 니가 직접 해봐야지. 자 와봐”


그렇게 수정은 미주의 손에 이끌려 문화스포츠 체험장으로 끌려갔다. 많은 예능이 있었다. 무한도전, 1박2일, X맨, 패밀리가 떴다, 놀면뭐하니, 런닝맨 등 그런 예능 속에 등장하는 게임들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출발 드림팀이나, 골 때리는 그녀들처럼 보는 이로 하여금 나도 하고 싶다. 내가 더 잘할 텐데 싶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스포츠화, 그리고 리그화가 돼서 예능스포츠, 문화스포츠가 된 것이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야구도 스포츠인데, 이게 어때서! 클라이밍도 스포츠고, 골프도 스포츠다 이런 말들이 있었고, 문화스포츠는 매우 광범위한 범위로 앞서 말한 모든 종목을 포함하고 있기도 했다.


그래서 종목을 잘 고르는 것 마저도 실력이었다. E-스포츠에서 밴을 잘하고 픽을 잘해야하는 것처럼 문화스포츠에서는 어떤 게임이 나올지 예측하고 이를 대비한 선수풀을 구성하는 게 중요했다.


미주가 수정을 데리고 간 곳은 프로스포츠 경기장이었다. 경기장은 거대한 브루마블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이건, 그냥 브루마블이나 우리의 마블 아니야?”

“맞지, 오늘 대회는 저 마블로 결정되나 본데?”


거대한 주사위가 있는데, 이 주사위를 낚시대처럼 매달고 있는 기계가 있었다. 그 기계는 양 팀의 펀치를 날리는 선수들의 합계 높이로 올라갔다. 


“아니 1점당. 1mm 올라간다고? 너무 짠거아니야?”

“선수들이 많이 치니까. 7명이 치네”

“그 중에 3명은 여자네. 점수가 그러면 낮겠지.”


모든 스포츠가 팀 조직도를 중요하게 여기겠지만, 문화스포츠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런 전략이 매우 중요했다. 


“문화스포츠에서는 저렇게 한 번 자신의 역할을 맡은 사람은 다음 게임에 못나 와. 그리고 한 종목당 2명 이하만 감독이 선택할 수 있어. 나머지는 적 팀이 지정한다거나, 랜덤으로 뽑거나 둘 중 하나야, 그런데 또 미리 지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해당 종목이 나오면 지정할 수 있어서 수영을 대비해 선수를 뽑아도 그전에 다른 게임에 뽑혀서 수영 선수가 나가면, 결국 그 수영 선수는 수영 차례에 못나가”

“어..? 뭐 그런게 다 있어. 그게 스포츠가 맞아?”

“여기 바 봐”


1만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었다. 이 문화 스포츠를 관람하기 위해 여기까지 발걸음을 옮겨온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많네, 진짜 이런 게 된다고?”

“너는 도대체 뭐하고 지낸 거야? 이런 것도 모르고?”

“난 그냥 학교 열심히 다니고, 공부 열심히 하고, 학원 숙제 열심히 풀고 그랬지”

“그런 거 치고 성적이 좋은 것도 아니잖아?”

“뭐! 어쩔! 니가 내 공부 대신해준 것도 아니잖아! 그래도 내가 미주 너 보단 성적 훨씬~ 높은 걸로 아는데”

“나는 안 한 건데~ 너는 하는 건데 그 정도면 문제 있는 거 아니냐고~”

“너 정말?! 나 갈래,”

“아니. 알았어~ 미안해. 오늘은 특별한 종목이 있는 날이라고, 좀 앉아 봐 여기”

“특별한 종목?”

“응, 매달 한 번씩은 프로선수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선수들이랑도 같이 하는데, 경기장을 찾은 팬들 이랑도 갑자기 한 팀으로 움직이고는 해, 이 문화스포츠가 유지되는 가장 큰 이유라고도 할 수 있지! 자기가 응원하는 선수들과 함께 참여할 수 있다는 기회가 있는 거잖아. 얼마나 큰 기회야”

“그래? 근데 그게 뭐? 나랑은 별로 상관 없어 보이는데, 나는 갈 게”


어떻게든 경기장을 빠져나가려고 한 수정이었지만, 미주와 친구들에게 붙잡혀 결국 빠져나가지 못하고 말았다.

그렇게 문화스포츠의 4개의 종목에서 게임이 끝났다. 결과는 2대 2였다. 미주와 수정과 같이 온 친구들도 두 세력으로 나눠져 있어서 수정만 중립에 가까운 입장이었다. 


정확히 수정의 옆으로 홈팀, 그리고 오른쪽으로 원정팀을 열띠게 응원하고 있었다. 각 팀에 있는 잘생긴 오빠들을 응원하는 건지, 멋진 언니들을 응원하는 건지 그 내막은 알 수 없었다. 


그냥 보는 게 재밌긴 했지만, 특별히 관심이 생기진 않는 수정이었다. 자신이 직접 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열과 성을 다할 필요를 모르겠다. 수정은 월드컵 때 사람들이 떼 지어 거리응원을 하는 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한 때 마블 열풍이 불어서 영화가 개봉만 하면 우르르 영화관으로 달려가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다는 인증을 하는 것도 수정에게는 왜 저럴까 싶은 그런 모습처럼 보였을 뿐이었다. 


수정은 아직 사춘기가 끝나지 않는 것처럼, 우리는 왜 살아가는 걸까? 소크라테스는 죽기 직전엔 이데아가 무엇인지 알았을까?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한 도서관은 그의 제자 알렉산더 대왕으로 인해 현실이 됐지만, 그렇게 도서관의 뿌리가 되는 아크로폴리스는 결국 현재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는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런 생각을 했다. 


누구처럼 손가락 하나로 참새를 없앨 수 있는 권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피와 철로 세상을 뒤집어 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동서양의 역사상 전무후무한 업적으로 남겨진 땅문서를 불태울 배짱도 방법도 없었던 수정은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이라는 이름 앞에 저항하지 못한 삶, 학교에 나가고 공부를 하고 성적을 올리는 거 이외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공부를 위해서 목숨을 걸고 덤비는 그런 성격도 아니었다. 그냥 아직 ‘재미’를 못 찾았다. 수정이 처음으로 재미를 느낀 건 첫사랑과의 연애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곧 흥미를 잃어 먼저 이별을 고했다. 


그렇게 사귈 때의 감정보다는 처음 사귀고 싶어하는 마음이 더 설레고 좋았던 수정이었다. 그래서 썸은 좋아하지만 연애는 싫어했다. 몇번의 연애를 경험하고 나니, 썸일 때는 안 그랬던 남자들이 연애를 하기 시작하면 자신을 소유한 것처럼 행동하는 게 싫었다. 아무래도 그런 부분으로 인해서 연애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 거라고 스스로 이데아를 찾아 헤맸던 플라톤처럼, 자아성찰을 통해 추측한 수정이었다.


그런 수정에게 이런 문화스포츠는 신기하긴 했지만 지속하여 관심을 둘만한 그런 이벤트도 아니었다. 그냥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축구, 농구, 야구, 배구 등처럼, 원래부터 있었던 그런 느낌이지 새롭다거나 흥미롭다거나 신선하다거나 그런 부분은 없었다. 


그렇게 친구들에게 억지로 붙잡혀, 언제 집에 가나. 이 시간에 못한 공부는 언제 해야하나 하나가 밀리면 다 뒤로 밀리는 구나 싶어서 도미노 현상을 떠올리니 머리가 지끈했다. 이 순간만큼이라도 즐기려면 이런 생각을 그만하면 되는데 또 이런 마인드 컨트롤이 제대로 되는 건 아니었다. 일단 경기장에 와서 그런지 사람들의 시끄러운 함성이 어떤 생각을 집중할 수 없게 흩으려 놓고 있었다. 


“엄청난 함성이네..”


그러고보니 최근에 예인이한테 왜 그렇게 축구를 좋아하냐고 물어봤다. 월드컵만 열리면 거리응원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말로 궁금해서 물어봤던 수정이었다. 그랬더니 ‘너 T냐고, 어떻게 그걸 모르냐고’ 말하면서 사람들의 함성을 들으러 간다고, 같은 마음의 응원을 하기 위해서 간다고 말하는 예인이를 떠올렸다.


지연이도 이에 동조하면서, 너도 스포츠 경기를 같이 보러 가자고 말했다. 지연이는 e-스포츠로 페이커 선수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다. 페이커의 클래식, 고전파, 불사대마왕이니 뭐라니, 이런 것들을 자신에게 설명해주는데, 이미 수십 번 들은 레파토리에 재미를 느끼기 보다는 오히려 지겨움을 느끼는 수정이었다. 


“후우”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의 함성 소리에 귀가 트이는 수정이었다. 어떤 응원을 하고 있나, 응원을 함께 하면서 서로를 바라보며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는 연인, 그리고 아기와 엄마, 아빠. 자기도 아기면서 동생을 돌보는 아이가 시선에 들어왔다. 


아기는 웃고 있었다. 아마 아무리 몰라도 수정이 저 아기보다는 이 순간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더 알 것이었다. 그런데 그 아기는 선택으로 여기 온 게 아닐텐데, 해맑게 웃었다. 그 미소가 전염병처럼 주변을 퍼지게 만드는 지 많은 사람들이 땀이 날 정도로 열띠게 응원을 하며 열정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런데 양쪽에서 갑자기 수정을 일으킨다. 수정이 놀라 양쪽을 바라본다. 화면에는 수정의 모습이 대문짝 하게 나오고 있었다.


야구장이 아니라 키스타임도 아니고, 축구장이 아니라 하프타임에 이벤트 선물 증정식도 아니었다. 문화스포츠 경기장에서 화면에 비친다는 건, 특히 한달에 한 번 있을 오늘 같은 날 그렇게 된다는 건 팬으로서 응원하는 프로 선수와 함께 경기를 뛰게 된다는 걸 의미했다. 


“오,,!! 수정아! 너다 너다!!”

“어? 나?”

“야, 원정팀 응원해!”

“홈팀으로 가야지!”


아무래도 원정과 홈팀 사이에 회색분자처럼 보여서 지목을 당했던 걸까? 수정은 얼떨결에 자신을 데리어 온 직원에게 이끌려 경기장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뭐야…”


그런데 그동안 제 3자로 바라봤던 함성들이 자신에게 쏟아지고 있는 게 느껴졌다. 이상하다, 이런 감정은 처음인데.


‘첫 연애를 시작 했을 때 좀 비슷했던 거 같기도하고,,’

‘아니야, 아니야.. 음 자전거를 처음 탔을 때 인가?’

‘아니야, 그것도 아니야, 뭐였지.’


“아빠!”


‘아빠..?”


“엄마!”


‘엄마…?’


언제였지..


수정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문화스포츠라는 경기에 선수로 뛰게 되면서, 


수정이 겪을 게임이 무작위 속에서 결정되는데, 수정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게임을 말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도 일어나는 건지, 행운의 여신이 수정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게 확실해 보였다. 


수정이 원했던 게임이 나왔다. 


친구들이 모두 입을 틀어막았다. 

수정이 좋아하는 머리를 쓰는 게임 ‘지니어스’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게임의 종목이 대형 전광판에 나오고 있었다. 


“지져스…”


지니어스, 수정의 문화스포츠의 데뷔 종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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