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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한 Jul 21. 2024

신지연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캐릭터 - 223


신지연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신지연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정지은

제목: 싸움의 흔적


“살려고 저러는 거 잖아, 이제 그만 하면 안 돼?”


지은은 아빠가 하는 일을 몹시 싫어했다. 그러나 아빠의 일을 돕는 아이였다. 아빠의 일이 잘 되기를 빌어서가 아니라 아빠가 하는 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동물들을 보며 안타까워서였다.


아빠는 투전에서 상처입은 동물들을 그대로 버렸으나 지은은 그런 동물들을 아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상처를 치료해주었다. 


“걔는 곧 죽는다. 그만 와라”


이번에도 상처를 입은 채 숨을 헐떡이고 있는 재규어가 보였다. 지은은 재규어라는 동물 자체가 쉽게 보기 어려운 동물이었는데 이렇게 소비 되고 있는 게 안타까웠다. 


“아빠, 언제까지 이런 일 할꺼야?”


지은이 아빠가 이런 일을 해서 돈을 번다는 걸 안지는 꽤 오래 되었다. 처음에는 이게 나쁜 일인지 몰랐으나,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어렸을 때 몰래 숨어 아빠 차를 타고 도착한 투견장. 그곳에서는 불법적으로 동물들을 투전을 벌이며 도박을 벌이고 있는 장소가 있었다. 


꼭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도 싸우는데, 동물이냐고 대수인가, 그런 장소에 지은은 처음에는 멋 모르고 오게 됐고 지금은 투견장의 일을 한다기 보단 다친 동물들을 치료해주었다. 그렇게 의학적인 지식을 실전으로 터득한 지은이었다. 


“그만 하라니까, 약값이 얼만 대”


이곳은 세계 곳곳의 강력한 동물들을 데려와 투견을 벌이는 장소였다. 불법적인 장소였으나 아무도 이 장소에 대해서 탄압하지 않았다. 암묵적인 룰이었다. 


특히 동물들을 유전자를 조합해 괴상한 키메라를 만드는 것도 시도했다. 라이거처럼 사자와 호랑이를 조합하여 강력한 투기견(투수)를 만들려는 노력을 계속했다. 이런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면서 지은을 보살피는 아버지였다. 지은은 처음에는 그런 돈을 거부했으나, 엄마가 아프면서 이런 일을 시작하게 된 아버지를 이해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렇게 엄마와 다친 동물들을 치료하기 위해 치료사의 길로 접어든 지은이었다. 아무래도 엄마를 더 치료해야 했기에 수의사의 길 보다는 의사의 길로 접어들었지만 수의사의 지식도 계속해서 공부했다. 이미 실전에서 능력을 뽐내고 있어서 웬만한 연차의 수의사보다 실력은 좋았다. 


“사람이랑 동물일아 몸 달라서 동물들 몸에 익숙해지면 안 좋잖아, 그만 해”


아빠는 그런 지은을 늘 못마땅해 했지만, 이미 죽을 목숨을 몇 분이나 몇 초 정도 길어봐야 며칠을 더 살려서 뭐하냐 면서 불만을 토해냈어도 지은을 강제로 말린 적은 없었다. 


“그렇게라도 살고 싶어하잖아. 그러니까 살려줘야지”


지은은 투견장에서 실려 나온 동물들을 보면서 수술 전에 동물들의 눈을 가려줬다. 그 눈빛은 지은을 향해 마치 살려달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지은도 알았다. 가망은 없다는 걸. 투견장에서 적당히 하면 되는데, 이들은 싸우기 싫어하는 동물들에게 강제로 싸움을 붙이기 위해서 약물을 투여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악습을 시도했다. 


지은은 이런 짓을 막기 위해서 과거 어렸을 때 경찰에 신고까지 했다. 그러나 경찰들은 순찰을 오면서 이곳에 있던 높은 인사에게 인사만 하고 돌아갈 뿐이었다. 그때 지은은 결국 이 동물들을 지켜줄 수 없구나를 느끼게 되었다. 할 수 있는 거라도 해야지 하는 생각만으로 치료를 해주는 게 다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알게 모르게 지은의 방해로 인해 더 이상 생체실험은 적어도 이곳에서 펼쳐지지는 않았다. 생체 실험 약물을 물로 바꿔놓는다던지 이 시설의 운영자의 딸이라는 신분은 그럴 때 도움이 되었다. 


지은은 아빠의 눈을 피해서 가장 이 시설이 돌아가지 않게 방해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다가 이 시설에 몰래 침투해 자료를 수집하고 있는 진수를 만나게 된다. 지은은 진수를 알고 있었다. 진수와 지은은 대학에서 1학년 때 만난 적이 있다. 의예과 신입생으로 서로 썸을 타기도 했던 두 사람이었다.


다만 진수는 수의사 쪽으로 진로를 정했고 지은은 의사의 길로 나가서 둘의 길이 달라졌다. 그리고 진수가 군대를 가게 되면서 두 사람의 연락은 뜸하게 되었다. 


그런 진수를 약간은 부끄러운 장소에서 만나게 된 지은은 깜짝 놀랐다. 놀란 건 진수 또한 마찬가지였다. 진수는 현재 동물연대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지은은 이 시설을 세상에 폭로하기 위해 진수가 이곳에 왔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진수..”

“지은이 너, 너가 왜 여기에 있어?”


지은이를 발견한 진수는 동료들을 놓치고 말았다. 그때 경비가 두 사람을 발견한다. 지은은 진수를 친구로 소개하는데 입구에서부터 같이 들어온 게 확인되지 않는다고, 진수에게 어떻게 들어왔냐고, 출입번호를 묻는데 몰래 침투한 진수였기에 대답하지 못했다. 


그때 지은은 아버지한테 이른다고, 자기 친구한테 무슨 짓이냐고, 내 친구라서 내가 그냥 통과시켰다. 이런 식으로 몰아 부치자 경비가 다시 물러서지만 곧 경비는 진수가 어떻게 들어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리고 진수에게 신분증을 요구했다. 이대로 달아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지은의 아빠가 나타났다. 


“아빠, 내 남자친구야. 몰래 소개시켜주려고 이렇게 데려왔는데, 경비 아저씨가 눈치 없게,”


출입구에서 등록을 하면 당연히 아빠한테 보고될 게 뻔해서 그냥 안으로 데려왔다는 지은의 주장에 딸에게 이길 수 없는 아빠는 그 말을 믿어 주었다. 그리고 다른 부하들에게 진수를 잘 감시하라고 시켰다. 


그렇게 지은은 진수와 함께 시설을 돌 수 있게 되었다.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장소, 산과 산 사이에 만들어진 거대 요새 안에서 펼쳐지는 무한대전, 콜로세움의 기지의 모습을 보고 진수를 혀를 내둘었다. 


지은이 처음 이곳에 올 때만 해도 그냥 하우스 느낌의 정도로 컨테이너 박스 몇 개를 이어 붙여 만든 느낌이었지만 점차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세계에서 보기 힘든 그런 동물들이 투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거대한 보아 뱀과 독수리의 싸움은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다. 자신의 덩치를 몇배나 해 보이는 뱀을 사냥하는 독수리는 관람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그때 오간 돈만 수십억이 넘었다는 얘기만 대충 들은 지은이었다. 


이 투전장은 정부의 비공식 지원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검거되지 않았다는 소식이 있었다. 


“지은아, 너는 이런 걸 그냥 둬..? 넌 동물들을 사랑하는 애였는데”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었던 상태에서 길을 걸었던 어느 날이었다. 대학생이었던 두 사람 사이에 간극이 미세할 때 손등이 번개보다 많이 스쳤을 때였다. 서로가 상대의 손을 움켜지고 싶었으나 또 확신할 수 없는 마음으로 인해 막상 잡지 못하고 있었을 때였다. 


길가에 홀로 쭈그려 앉아 울고 있는 아이가 있었다. 지은의 무릎까지의 높이 밖에 안되어 보이는 아이라기 보단 아기에 가까운 존재의 눈물을 보자 두 사람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는 쓰러져서 움직임이 없는 햄스터를 바라보며 울고 있는 아이를 보고, 혹시나 싶어서 햄스터의 호흡을 확인하는 지은이었다. 그렇게 당시에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햄스터를 다시 살려낸 지은이었다. 


그 모습에 진수는 이미 그러고 있었지만 더욱더 지은에게 반하고 말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 한 쪽에서 고백을 했고, 그런 고백이 받아들여 연인이 되었다. 그렇게 행복한 연애 생활을 시작한 두 사람이었다. 


그런 기억이 아직은 두 사람 모두에게 남아 있었는데, 그래도 과거 시절 속의 시간이라 이제는 전 연인이 된 두 사람이었기에 왜 이렇게 변했냐는 말은 어쩌면 연애를 시작하고, 끝날 때를 떠올리게 만들어 괜한 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스치고 있었다. 


“사랑하니까 이러는 거야..”


지은은 그동안 혼자서 이 시설을 망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떠올려 봤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동물들을 치료하는 삶이라도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초반에 시설이 피해를 보자 아빠가 괴로워했는데, 엄마가 병원에서 쫓겨났다. 엄청난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서 였다. 


그때 지은은 아빠가 왜 이렇게까지 해서 돈을 벌려는 지 이해했다. 아주 어린 마음이었으나, 아빠가 잘못됐다는 생각까지는 할 수 있었던 나이였다. 그럼에도 엄마를 위해서라면 충분히 이런 일까지는 해도 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엄마가 더 소중하니까. 


지은의 말을 들으면 진수는 그럼 지금은? 그때는 그렇다 치지만 지금은 안 그래도 되잖아? 라는 말을 할 것이었다. 그러나 지은은 알았다. 이렇게 시설에 깊게 관련된 사람이 시설에서 손을 놓으면 어떻게 되는 줄 안다. 


그래서 과거에는 엄마를 살리기 위해서 시설을 운영해야 했고, 지금은 아빠를 살리기 위해서 시설이 운영되어야 했다. 


그런 중에 지은이 할 수 있는 건 시설 속의 동물들이 조금이라도 덜 아프고 고통스럽기를 바라면서 치료해주는 것밖에 없었다. 


“너 어떻게 이렇게 됐어. 이렇지 않았는데”

“내가 뭐, 어쨌는데 원래 우리는 서로 안 맞아서 헤어진 거잖아. 이제 와서 어쩐지 저쩐 지 하는 거 바보 같은 말이고 그렇잖아, 너는 여기 이렇게 서 있는 거 엄청 위험한 일인 거 알아?”

“지은이 너 정말, 내가 알았던 그 과거의 지은이가 맞는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변했다.”


우리는 변해서 헤어졌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에 지은은 진수의 말이 아프지는 않았다. 신경은 쓰였지만,


“지은아, 아직 안 늦었어. 지금이라도 우리”

“우리는 말 그만하고, 너랑 나야. 이제 완전히 남남.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들어올 때 몰래 들어왔으니까. 나갈 때는, 알아서 나가..”


이미 지은의 남자친구가 되어 있는 진수, 진수는 지은이 자신을 남자친구라고 소개하던 조금 전의 모습을 떠올렸다. 


“나는, 지은이 네 남친일 때 세상에서 제일 행복했다.”

“….”


문득 돌아서려던 지은은 진수를 돌아보았다. 이제서야 그런 말을 지금에서야 그런 말을 하는 건 뭘까? 


“근데, 지금은 그 기억조차 흔들린다.”

“그런 말을 하는 이유도 모르겠고, 잘 가, 무사히 나가”


지은은 진수를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앞으로 걸어 나갔다. 때마침 큰 환호가 들리더니 투전에서 패배한 동물이 피를 흘리며 투전장에 쓰러져 있었다. 


이번에는 코끼리와 거대한 시베리아 호랑이의 싸움이었다. 호랑이의 배쪽이 구멍이 뚫려 있는 걸로 보아 상아에 뚫린 모양이었다. 


“빨리..!”


지은은 얼른 뛰어가 호랑이를 살폈다. 옆에는 코끼리가 마취총을 맞고 투전장에서 빼내어지고 있었다. 호랑이를 위해서 치료를 하며 살피고 있는 지은의 모습을 투전관람장에서 바라보고 있는 진수였다. 


“지은아..”


이 불법투전장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려 몰래 잠입한 진수였다. 그러다 과거의 연인을 만난 진수는 지은이 살리려는 호랑이를 보았다. 


처음부터 이런 투전장 따위에 끌려오지 않게 만들면 되는 거 아닌 가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자신이 아는 지은이라면 그래도 그렇게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겠지 하는 생각도 스쳤다. 


호랑이를 운반하는 과정 중에 호랑이를 살피는 지은의 반대편에 의사가운을 입은 익숙한 그림자가 나타난다. 진수였다. 


“사람은 니가 잘 살려도, 야수는 내가 더 잘 살릴 거 같지 않냐?”


진수를 올려다보며, 지은은 입술을 깨물었다. 


“살릴 수 있어?”

“이런 상태를 살릴 수 있는 건 아마 신이겠지..?”

“…”


지은은 마음이 착잡해졌다. 그때 진수는 씩 웃어 보이며 과거 사귀던 때처럼 지은의 이마를 두 번 톡 쳤다. 


“나는 오늘 의료의 신이 되기로 결정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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