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선영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캐릭터 - 312

by 라한
곽선영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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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선영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윤선희

제목: 서바이벌 플래닝


말은 쉬웠다.


“못 보면 죽겠고 너무너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게!”


부장의 말을 한 귀로 듣고 그대로 다시 다른 귀로 흘리고 있는 선희였다.


‘무슨 수로.’


말이면 다 되는 세상이라면 무슨 말을 해도 괜찮았다. 아니 부장이니까 실무보단 기획과 평가와 책임에 더 가까운 사람이니까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래 저 자리에선 그렇게 말할 수 있지.’


책임 있는 쾌락. 일이 잘못되면 본인도 책임을 지는 자리였다. 그런 책임에서는 그래도 도망친 적은 없는 부장이니까. 하지만 자신이 책임질만한 일을 가지고 오라는 저 말은 듣는 당사자였던 선희에겐 힘든 말이었다.


최고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기획하라는 부장의 엄명이었다. 10명 가까이 되는 기획 3팀은 그런 부장의 명령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다.


어나 이번 PPT에서도 대차게 까이고 말았다.


“이건 저기 쇼머냐 거기꺼고. 이건 흑백이, 이건 솔로연애, 이건 짝꿍. 다 어디서 본 거 박에 없잖아? 뭐 신나는 그런 거 없어?”


‘서바이벌’이라는 주제 하나로 재밌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오라고 했다. 오징어게임처럼 전세계를 휘어잡을 그런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했다.


“할 수 있으면 해보던지.”


모두의 시선이 선희에게로 향했다. 어머 하고 입술을 막는 선희였다. 엄청난 스트레스 때문에 본심이 절로 입밖으로 튀어나왔다.


“라고 하는 느낌의 서바이벌 어떨까요?”


빠르게 뒷말을 이었지만, 이미 정적이 된 분위기를 바꿀 스위치가 될 수는 없었다.


“험험.”


헛기침을 하는 부장이었다. 눈치가 보였다. 선희는 붙잡지 못한 마음을 후회했다. 너무 피곤해서 본심을 억누를 힘이 부족했다.


“그래, 그런 느낌을 어떻게 살리지? 무슨 서바이벌인데?”


부장이 다행히 무너진 분위기를 억지로 끄집어 올리려고 하는 모양이었다. 선희의 무지성 답변을 받아주었다.


“어, 그러니까.”


제발 머리야 돌아가라!!! 이렇게 멈추면 안 돼! 어떻게든 이 상황을 탈피할 아이디어! 말이 떠올라야 했다.


소실된 태어나기 전,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지금까지의 기억을 모두 떠올려 보는 선희엿다. 자신이 본 서바이벌을 무엇이었을까? 인생 최고의 서바이벌은 누가 뭐라고 해도 수능이었다.


“대입… 시험.”

“네?”


선희의 말에 부장과 여러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마땅히 이해가 되는 분위기였다. 선희도 만약에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수능을 꺼내면 저 틈에 끼어 수능을 꺼낸 사람을 쳐다볼 게 뻔했다.


“제 인생 최고의 서바이벌은 대입 시험이었습니다.”


그만 끝내야 하는 말을 뇌절을 통해 기필코 꺼내 버리는 선희였다. 이판사판이었다. 어차피 주목된 시선이 그냥 거둬지지는 않았다.


또 굳이 소개하지 않아도 얼마나 기획 3팀이 피폐해져 가고 있는 진 모두가 알았다. 이상한 지시를 내린 부장 빼고!


“그치, 나도 힘들었다. 고3 시절 안 힘든 사람이 어딨냐. 그래서 뭐? 그걸 서바이벌에 어떻게 적용시킬 건데?”


‘그러니까요, 부장님. 저도 그게 궁금합니다.’ 부장의 질문에 수능과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어떻게 적용시킬지 고민해봤다.


살면서 이렇게 뇌가 빠르게 돌아간 적이 없었던 선희였다. 정작 수능때도 이렇게 머리를 굴리지는 못했다. 이렇게 빠르게 머리를 굴릴 수 있었단 걸 더 빨리 알았다면 고3 때 알았다면 공부를 더 해볼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윤차장?”


선희를 찾는 부장의 말이 고요를 깨고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처음에는 호기심에 어려 있다가 점차 긴장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뭐라도 말해 윤차장! 어서 뭐라도 말해!’


만약 윤선희가 아무 말도 못하게 되면 처음 내뱉았고 되담으로 했던 ‘해볼 수 있으면 해보던지’ 라는 말이 작은 불씨였다가 산불이 되어 포화하는 것이었다.


그냥 산화되게 놔둬야 했는데 괜히 들추어 바람을 불어준 꼴이 되어버리게 되었다.


처음엔 윤선희 차장 한 명만 혼나면 되는 상황에서 이제 기획부 전체가 폭발할 수 있는 위험이 되었다.


“그러니까, 그게.”


선희가 머리를 굴리고 또 굴렸다. 도저히 좋은 아이디어는 나오지 않았다. 이판사판이었으니까. 무라도 베려고 바람의 검이라도 만들어 낼 기세로 입을 여는 선희였다.


“고딩들이 투표는 하는 겁니다.”

“고딩들이?”

“네. 그런데 고딩들만 하는 게 아니라. 고딩컨셉으로 전국민이 투표를 하는 거예요.”

“고딩 컨셉?”

“네. 사람들이 룻데월드를 가서 왜 굳이 교복을 입겠습니까?”

“왜 입는데?”

“특별함이 있는 겁니다. 교복만의 특별함. 추억의 응축. 그걸 다시 표현하면서 그때의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가는 거죠.”

“그래서. 자네가 말하는 서바이벌이 뭔가 윤차장?”

“추억 서바이벌입니다.”

“음.”


모두의 시선에서 저게 무슨 괴변인가 싶었다. 그런데 그중에 2팀장이 위아래, 좌우로 눈알이 돌아가고 있었다.


‘괜찮은데?’


2팀장의 생각에는 윤 차장의 얘기가 괜찮은 느낌이 들었다.

그 앞에 턱을 괴고 앉아 있는 3팀장이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음. 좀더 디벨롭해봐.”


거대한 폭발 직전, 기침이 나오기 전 가려운 목이 큰 소동 없이 끝났다. 모두의 긴장이 한순간에 풀렸는지 갑자기 기획부 회의실에는 한기가 찰나로 스쳐갔다.


“그리고, 다른 팀들도 서바이벌 더 생각해보고. 윤차장. 이거 디벨롭 하랬다고 이것만 매달리지 말고, 더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생각해보고. 회의 하느라 고생했네. 내일 아침에 마저 듣지.”

“네!”


팀장들이 대답했다. 그렇게 부장이 나가고 기획부 사람들이 줄줄이 나가는데 3팀장이 윤차장을 불렀다.


“생각 있는 거야?”


3팀장의 눈에, 아니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선희가 순식간에 머리를 굴려 이 이야기를 만들어 낸 건지, 아니면 아직은 꺼내기에 민망해서 못 꺼낸 건지 헷갈릴 내용이었다.


‘컨셉 서바이벌’에 대한 핵심은 서바이벌 참가자가 아니라 서바이벌의 투표자, 심사위원이었다.


여러 명의 심사위원이 있는 서바이벌이라니?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던 서바이벌이었다. 그래서 머릿속에 제대로 이를 그린 사람은 없었다.


그건 이야기를 꺼낸 선희도 마찬가지처럼 보였다.


자리로 돌아온 선희는 아침에 사왔던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옥상으로 도망치듯 나왔다.


옥상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자신의 머리를 꽉 집었다가 놨다. 휘저어버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아. 이제 어떡하지?”


눈앞이 깜깜했다. 곧 다가올 밤만 까만 게 아니라 자신의 미래도 깜깜한 느낌이었다.


말은 내뱉었는데 그게 넘어 간 게 신기할 정도였다. 사실 그만큼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특별한 걸 꺼내 보라는 부장이었다.


그런데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역사 중에 과연 한 번도 안 했던 게 있을까? 그래서 너무 큰 무리수를 꺼낸 걸 체감하는 선희였다.


“컨셉 서바이벌.”


그래도 신간을 벌었다. 사실 그런 말만 안 꺼냈어도. 다들 침묵 속에 다들 이거 밖에 못해? 라는 말을 통해 매스 데미지를 받고 회의가 끝날 수 있었다.


그런데 선희가 본심을 밖으로 꺼내 버린 바람에 모두가 다같이 1/n의 탱커를 혼자 담당하여 디펜스모드로 돌입하게 된 것이었다.


다음 회의 시작 때 바로 타깃이 될 게 자신이었다.


“아. 왜 그랬 어! 유선희!”


결국 조금 전 참았던 머리를 한바탕 휘저었다.

어쩔 수 없지 라는 마음으로 다시 안정이 되었다. 머리를 괜히 어지럽혔다.


당장에 드라이기도 없는데.


선희든 이제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수많은 서바이벌 프로그램. 요리도 있고, 가수도 있고, 그림도 있고, 또 뭐가 있었지.


뭔가 되게 많았는데 어떤 것들이 있을까.


고딩. 고딩 서바이벌.


고딩은 가능성이었다. 학생 때는 확실하게 정해진 게 없었다. 이런 점을 이용해 볼까? 서바이벌을 기획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국민이 보고 싶은 프로그램. 고딩처럼 기회와 젊음의 느낌이 되는 그런 서바이벌을 기획해볼까?


그럼 어떻게?


선희는 뭔가 자신이 꺼낸 고딩이라는 단어에 매몰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보고 싶어하는 서바이벌을 국민이 직접 기획해보게, 고딩이라는 컨셉으로, 꿈이라는 포장으로 만들어 보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뭔가 먹어보지 않은 맛이라 어떤 맛이 날지, 무슨 탈이 날지 아무것도 예상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끌렸다. 본능이라고 해야 할까? 직감이라고 느껴야 할까?


괜찮을 거 같은데?


그때 부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왜? 회의가 끝 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보고하라고?


“네 부장님, 윤선희 차장입니다.”

“어. 윤차장. 아까 고딩 말이야.”

“아, 네.”

“우리 회사랑 가까운 기시고알지?”


이 지역 최고의 명문고라고 불렸다. 지금은 평균화였나? 그게 돼서 예전만큼 명성은 아니었다.


“아, 이름은 들어봤죠. 차타고 오면서 표지판에 있기도하고.”

“오늘 축제라고 하더라고?”

“아 그래요?’


그게 자신과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는 선화였다.


“한 번 갔다 와 바. 아직 아이디어 정리 안된 거 같은데. 뭔가 필이 오거든?”


자신도 못 받은 느낌을 부장이 받은 것처럼 보였다.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예측이 되지 않는 선희였다.


“아, 오늘이 축제구나.”


갑자기 떨어진 출장 명령에 거부하고 싶어진 선희였지만 이성의 끈을 놓지 않은 상태에서 그럴 명분도 실제로 그렇게 할 생각도 없었던 선희였다.


“바로 퇴근하라고.”

“네. 알겟습니다.”

“팀장한테는 내가 말해놓을 게.”


이 말은 전화를 건 이유는 기획 3팀을 직접 찾아왔다가 자리에 선희가 없다는 걸 알고 이렇게 전화를 걸었단 말이었다.


선희는 알겠다고 하고, 자리에 가서 가방을 챙겨 고등학교로 향했다.


“학교에 있어 봤 자 뭐가 있겠어.”


전혀 아무런 기대 없이 고등학교를 갔는데, 이 고등학교 왜 이렇게 크냐? 자치 잘못하다가 길을 헤맬 수 있는 크기였다.


거의 대학교 수준, 아니 웬만한 대학교보다 컸다.


기시고등학교는 관기시라는 인물이 지은 고등학교였다. 기시대도 고등학교와 같이 있었다.


“아, 그럼 그렇지. 고등학교만 이렇게 크면 그건 반칙이지.”


고등학교에 들었던 기시감의 이유가 밝혀졌다. 대학교와 같이 있어서 이렇게 큰 거인줄알았는데, 고등학교가 그냥 큰 게 맞았다.


“기시대는, 다른데 있구나.”


기시대가 같이 있긴 했는데, 몇 개 작은 건물 몇 개 정도였고 모두 고등학교였다. 대학은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고 했다. 더 크게.


“관기시. 이분 독립운동가였구나.”


기시에 대한 정보를 습득한 선희는 여기서 뭐 볼게 있다고 해서 왔는데 웬만한 축제보다 큰 축제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냥 고등학교 축제 정도가 아니라 세계 페스티벌에 와 있는 줄 알았다.


월드컵이라도 펼쳐진 줄 알았다. 무슨 올림픽 개막식도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특히 고등학생들이 직접 모두가 참여하고 응원하고 함께하고 있었다.


어쩌면 선희가 생각한 서바이벌을 기획하는 서바이벌에 가까운 구조일수도 있었다.


“뭐지…”


이 오묘한 감정은 무엇일까?

뭔가 대단한 걸 목격한 느낌이면서도 시원한 느낌이기도 했다.


시원했다가, 따뜻했다가 하는 이상한 기시감이 들었다.


사람들은 이런 순간을 두 글자와 세 글자, 그리고 여러 글자로 표현했다.

두 글자는 운명, 세 글자는 타이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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