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일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캐릭터 - 313

by 라한
정성일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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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민정우

제목: 재학


“아름다운 것을 담을 수 있는 것.”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의 답변이었다.


“아름다운 것.”

“아름다운 것을 담는 것.”


정우의 대답에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정우였다. 전국의 ‘예술’ 좀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민정우 학생은, 아름다운 것을 담을 수 있는 게 예술이라고 생각하군요?”


교수님의 말이 질문일지 생각해보는 정우였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의 말에 한가지를 더 덧붙이고 싶었다.


“네, 그런데 교수님 말씀을 듣고 생각난 게 하나 더 있습니다.”


교수님은 정우를 바라보다가 강좌를 듣고 있는 학생들을 들러 보았다.


“좋아요. 뭔데요?”

“음. 그러니까.”


정우도 교수님을 따라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어림잡아 백 명. 그보다 더 하거나 덜한 학생들이 한 강의실에서 자신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질문. 질문입니다.”

“질문이요?”

“아름다운 것을 담았지만, 이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왜 당신에게 아름다움으로 닿아 해석되었는지, 왜 작품, 화자, 소리가 아름다운지를 질문하는 게,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들도 있었고, 무시하고 턱을 괜 채 바라보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러나 교수는 살짝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있는 백 명이 무시해도, 교수의 의견이 긍정적이면 성공적이 아닌가? 정우는 자신이 한 말에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정말 예술은, 반대가 아닐까? 교수가 반대해도 학생들이 좋아해 주는 게 예술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쳤다.


이 순간이 만약 아름답다면, 그렇다면 질문이면서 아름다움이라면 지금 이 시간은 예술이었다.


‘예술…;


정우는 그렇게 수업이 끝나고도 예술이란 무엇일까? 나는 왜 대한예술대학교, 대예대를 오게 된 걸까 생각했다.


교수가 학생들에게 발표를 시키기 전 했던 말 때문이었다.


“여러분은 왜 이곳에 왔습니까?”


당연히 배우러 왔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다 한 명이 예술을 하러 왔습니다. 라고 얘기했고, 그럼 예술이 뭡니까? 라는 질문이 있었다. 그렇게 잠시의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교수는 한 명씩 앞으로 나오게 해서 자신이 생각하는 예술에 대해서 말하게 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들어간 사람도 있었다.


발표 시간은 마치 교수가 일부로 준비한 듯 모래시계를 넘기지 않았다.


정우는 자신은 어떻게 대답을 해야할까 고민하면서 자신 앞에 했던 친구들의 이야기는 잘 듣지 못했다.


속 시원하게 자신의 발표가 끝나고 나서는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을 수 있었다.


다들 생각하는 예술이 너무나 달랐다. 똑같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다른 대답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예술이란 게 참.”


그때 예술의 맛이 참 느끼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정우였다. 흔히 말하는 두 가지의 분류 독립예술과, 상업예술이 크게 나뉘었다.


“독립 예술이 멋은 있는데 먹고 살려면, 잘 살려면, 부러움을 받는 예술인이 되려면 역시 상업예술이지.”


수업에 같이 들어갔던 친구가 말했다. 끄덕이면서도 고개를 휘젓고 싶은 정우였다. 상업을 해야 돈을 벌지만, 독립예술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다음날 해당 수업에 들어 갔을 때, 불이 꺼져 있었다. 그리고 천장에는 레이저로 쏘아 올려진 별들이 있었다.


“하늘에는 별들이, 이 땅에는, 여러분이 있네요.”


별과 같은 동격이라, 스스로 빛나는 존재들이 별들이었고, 교수는 우리도 그런 존재라 말해주고 있었다.


“별..”


스타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별로 그런 마음이 없다는 사람은 열에 아홉도 안 될 것이었다. 당장에 정우도 마찬가지였다. 정우에게 “스타가 되고 싶나?” 라고 물으면 0.01초의 고민도 없이 “오버콜스”라고 대답할 것이었다.


왜 스타가 되고 싶냐고 물으면 약간의 정적 이후 그런 이유들을 들을 수 있을 것이었다.


정우는 그렇게 예술을 생각하지만, 예술이 목표나 목적이 아닌 무언가의 도구로 생각됐다


나이가 들면서 어느새 예술이 목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건 이제, 스타가 되고 나서의 일이었다.


어느새 강당에 선 정우는 이제는 학생이 아닌 교수가 돼있었다. 아직까지는 조교수지만, 내년이면 정교수가 될 예정이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강당에 설 때마다 지난 시절을 떠올리는 정우였다. 자신에게 수많은 질문을 했던 선배 교수들처럼, 자신도 그런 모습이 되기를 꿈꿨다.


“안녕하세요 민교수님!”


학생들을 볼 때면 부러웠다. 교수인 자신도 같이 배우는 사람인데 학생들은 배움이 직업이 되는데, 자신은 연구가 직업이 되는 게 서러웠다.


다른 대학교수들과 다르게 예술을 연구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긴 했다. 대학교를 지나 대학원이 있듯, 대학원 위에 교수들도 배울 수 있는 교학원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정우였다.


알면 알수록 어려워졌다. 대학생 때는 뭐든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지금의 정우는 이제 막 전국에서 이름 난 정도였다. 세계로 발 돋음 하기엔 아직 더 정진하고 노력해야만 했다.


“여러분은 왜 이 학교에 오게 됐나요?”


대한민국 최고의 예술대학교. 이제는 세계의 예술과 문화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이었다. 그런 곳 중에서 최고의 예술의 경지에 도전장을 내민 학생들이었다.


20년도 전의 자신처럼, 그런 엄청난 포부를 가진 학생들, 후배들이 있을 지 궁금했다. 그때의 교수님도 이런 생각을 가지고 질문을 했던 걸까?


20년이 지나도 변하는 건 없다. 정우의 질문에 먼저 손 들고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100명 가까이 되는 학생들이었는데도 말이었다.


그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인구수가 줄어든 영향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영향인지 스무 살로 가득한 학교 학생들이 비율이 이제는 신입생들의 나이가 좀 높아졌다. 물론 스무 살이 아직까지 50%이상 있긴 했다.


더 먼 미래에는, 이 50%보다 태어난 인구가 적다고 하니까, 그때가 되면 아마 소수의 대학교를 남겨 놓고 모두 폐교가 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정우였다.


그러면 자기 밥그릇 하나가 사라지니까. 지금이야 더 큰 파이인 예술이 있고, 사실 내일도 그러겠지만, 배움의 기쁨을 예술의 기쁨과 일치시키고 있는 정우로선 안타까운 일이었다.


“먼저 나서서 이야기해볼 학생 없나요?”


정우는 그렇게 학생들의 얼굴을 일일이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정우와 가장 가까운, 정우의 피를 일부 갖고 있는 오혜의 눈 쌀이 찌푸려졌다.


결국 눈을 마주치고 마는 오혜와 정우였다. 다른 학생들과 다르게 다음 학생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고 오혜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에게 고개를 끄덕이는 삼촌을 보며 어이가 없는 오혜였다. 시켜 먹을 게 없어서 발표까지 시켜 먹는 삼촌인가?


지금까지 용돈은 두둑 히 받았 왔지만 이런 시선과 질문은 받고 싶지 않은 오혜였다.


‘저 삼촌이!’


인간이 아무리 발전을 거듭해도 타인의 마음을 읽는 영역까지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만약 그런 기술이 현재에도 도입이 되었다면 정우는 오혜의 마음에 크나큰 상처를 받았을 것이었다.


‘오혜, 니가 멋지게 해봐. 이 스무 살의 삼촌때처럼!’


삼촌의 시선을 피하고 싶었는데, 삼촌의 오해 가득한 눈빛을 보며 오혜는 어쩔 수 없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오혜는 앞으로 걸어 나가면서 자신이 왜 이 학교에 들어왔는지 생각했다. 거짓말을 해야 하나 진실을 전해야 하나 고민이 됐다.


“솔직하게 말하면 될까요?”


질문을 시켰더니 질문이 날아왔다. 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부끄러운 이유는 없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말하면 됩니다.”


삼촌의 존댓말이 어색한 오혜였다. 강의 장이고, 교수라서 그런 건가? 보통 교수는 학생들에게 반말하지 않나? 첫날이라서 그런 가 여러 생각을 하다가 삼촌의 말대로 있는 그대로 말하기로 결정한 오혜였다.


“삼촌 때문예요.”


오혜의 말을 오해한 정우는 감동을 받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모습을 보고 조카가 꿈을 결정하고 대학을 결정 했다니, 가문의 영광이 아닌가? 아, 가문까지는 아닌가 조카를 사랑하는 삼촌으로의 영광이 아닌가 싶었다.


“삼촌이요?”


오혜는 웃으면서 말했다. 학생들은 깔깔 웃었다. 아직 오혜의 삼촌이 바로 자신들의 눈앞에 있는 정우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몇 명은 그저 지나가는 생각으로 저 두 사람 좀 닮았네, 하고 생각할 뿐이었다.


“빈둥거리면서도 돈은 많이 버는 삼촌의 모습을 보고, 저도 꼭 예술을 해야지 생각했습니다.”


?!


정우는 뭐시라? 다시 한번 말해봐라? 하는 표정으로 오혜를 쳐다보았다. 맛있게 우유를 핥고 있는 고양이의 밥그릇을 뺏아간 표정이었다.


삼촌의 그런 표정을 보고 아뿔싸, 하긴 했지만, 있는 그대로 말하라는 건 삼촌이었으니까 상관없었다.


“제가 그런 삼촌의 피를 좀 이어받은 것 같아서, 저도 빈둥대면서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왔습니다.”


이 학교에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대예대의 학생증이 있다는 것 자체가 예술에서 어느 정도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증명이었다.


그래서 스무 살이 아닌, 서른 살도 신입생으로 들어오는 학교였다.


“아, 삼촌이 되게 예술을 잘 했나봐요?”


어떻게 든 수습해보려고 하는 정우였다. 그런데 그런 부분에서는 또 반박을 하지 않는 오혜였다.


“네, 심촌이 정말 잘하시기는 해요.”


그때 학생이 손을 번쩍 들었다. 정우는 후회할 줄 모르고 그 학생에게 왜 손을 들었는지 물었다. 질문이 하고 싶다고 했다. 오혜에게였다.


“해보세요.”


학생은 고개를 끄덕이고 오혜를 봤다. 마이크가 없으니까 큰소리로 했다.


“그 삼촌이 그럼 저희도 아는 사람인가요?”

“아, 네,”

“오 누군데요?”


갑자기 여기저기서 오혜의 삼촌의 이름을 묻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정우는 눈을 질끈 감았다. 분명 자신의 스무 살의 첫 강의 OT에서는 멋진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지금까지 자신이 교수로 활동하면서도 웬만한 첫 강연은, 아니 거의 매년 첫 강의는 항상 자신의 스무 살의 기억 때처럼 멋있는 편이었다.


그런데 올해, 오늘은 그러지 않을 것 같단 예감이 들었다. 오혜를 굳이 지목한 게 실패의 수가 될 줄 몰랐다.


오혜에게는 묘수였을까?


원래 바둑도 그렇다. 타인의 실수는, 자신에게 호구였다. 호랑이가 입을 걸린 것처럼 상대방이 그 안에 돌을 두면 반드시 먹히게 되는 형세를 뜻하는 바로 쓰였다.


즉 정우의 실수가, 오혜에게는 호구가 된 생각이었다.


“말. 해도 될까요?”


조심스럽게 사슴이 물을 마시다가 맹수를 쳐다보는 눈빛으로 정우를 쳐다보는 오혜였다.


“말해줘! 말해줘!”


이미 학생들이 오혜에게 삼촌의 존재를 밝히라고 말하고 있었다.

어차피 굳이 숨기는 사실은 아니라 저절로 알게 될 사실이기도 했다.


삼촌의 동의도 떨어지지 않았지만 작은 부모와 같은 삼촌이었기에 항상 이겨왔던 오혜는 삼촌의 동의 없이 학생들에게 삼촌의 이름을 알렸다.


“아, 네, 저희 삼촌의 성함은 민 가의 정 자, 우 자 되십니다.”


민정우라는 이름에 학생들이 환호를 하다가 정우의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다가 그 민정우가 지금 오혜의 옆에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도 불현듯 일치 시킬 수 있었다.


“어?”

“민정우…?”

“교수님?”


정우는 그렇게 오혜의 눈빛을 그냥 칠 수 있었던 기회를 떠올렸다.

가끔 예술을 보면 그냥 지나칠 뻔한 순간이 아주 크게 다가오는 순간이 있었다.


좀처럼 벗겨지지 않는 찰나들이었다. 방금 자신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학생들이 일어나서 기립박수를 쳤다. 오혜와 정우의 만남.

무언가 역사적인 순간을 목격한 것 같았다.


정우는 한숨을 쉬며, 앞으로 이 대학에서 있을 이번 신입생들, 특히 조카인 오혜와의 학창시절이 상상되었다.


“윤오혜, 학생, 삼촌에게 많이 배우도록 하세요.”

“아? 아. 네.”


정우는 입술을 깨물며 오혜를 쳐다봤다.

앞으로 기대하라 맹수의 포효였다.


오혜는 정우가 좋아하던 그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 자리로 얼른 깡총거리며 뛰어갔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아름다운 것이라 던 자신의 대답.

질문하는 것이라고 말했던 스무 살의 자신을 떠올렸다.


그와 조금, 어쩌면 많이 달라진 요즘의, 오혜의 예술이었다.


“아 네, 이 학교에 오게 된 이유는 그렇고. 다들. 예술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죠?”


순서가 뒤죽박죽됐지만, 원래 하려던, 매해해오던 걸 이어가려는 정우였다.

그때의 자신처럼 누군가의 예술이 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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