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캐릭터 - 317

by 라한
ITZY 리아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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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지 리아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최이설

제목: 벌은 꽃을 좋아하고


“중요한 게 진실일까?”


이설과 함께 자란 영학은 항상 철학스러운 질문을 많이 했다. 그럴 때마다 이설은 ‘얘 또 시작이네’ 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그럼 뭐가 중요한데?”


답하기 싫어서 무시하고 있으면 똑 같은 질문을 돌려서 여러 차례 말하는 관심 종자였던 영학이었다. 그래서 그냥 관심 없으면서도 대답해주는 버릇이 생긴 이설이었다.


이런 버릇으로 인해 반응이 좋다. 대꾸를 잘해준다고 친구들에게 인기가 쌓인 이설이었다. 그런 점들은 영학에게 고마워하기도 하는 부분이었다.


흔히 말하는 불알친구인 두 사람이었다. 소꿉놀이를 시작할 때부터 교복을 졸업하기까지 함께 지낸 두 사람이었다.


두 사람이 같이 지내게 된 건 직장이 같은 부모님을 두고 있어서 였다.


“최이설이라고 합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땐 아직 유치원도 들어가기 전이었다. 직장에 있는 유치원에 등록하기 위해서 두 아이를 데려온 부모였다.


“이설이? 여기는 안영학이라고 해, 영학이는 올해 4살인데, 이설이는 몇살이예요?”

“이설이는 지금 37개월이긴 한데, 4살이네요. 그럼!”

“오 그럼, 두 사람 친구네!”


그렇게 영학과 이설은 부모님 직장의 유치원에서 처음 만났다.


“이설이?”


아직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영학이었다. 이설이가 말은 영학이보다 훨씬 빨랐지만 생각의 속도는 영학이 빨랐다.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에 마치 소크라테스를 스승으로 만난 플라톤처럼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플라톤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처럼 굴었고, 마침내는 스승의 배움을 세상에 전파하려고 했던 알렉산더 대왕처럼 행동했다. 도서관을 세웠던 알렉산더 대왕처럼 도서관을 세우는 건 아니지만 찾아다니며 좋아했다.


어떤 도서관에는 있는 책이 어떤 도서관에는 없다는 걸 아는 정도였다. 걸어 다니는 책벌레로 유명한 영학이었다.


“내가 평생 읽을 책보다, 니가 이미 읽은 책이 더 많을 거 같아.”


그런 영학을 보며 혀를 내두르는 이설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사람이 책을 많이 읽지? 만약에 사도세자가 영학이의 반의 반의 반의 반의 반만 닮았어도 아버지에게 미움받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이설이었다.


“책 속에는 뭐든지 다 있어. 얼마나 재밌는데.”

“그건 그냥 글일 뿐이지. 책도 결국 현실을 빗대어 만들어진 거 뿐이야!”


책을 좋아했던 영학과 다르게 이설은 바깥 세상이 더 좋았다.

영학이 때문에 도서관에 끌려 다니던 이설과 이설 때문에 바깥으로 끌려 다니던 영학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원하지 않게 은근히 균형을 맞추며 살아오고 있었다.


“꽃 예쁘다.”


꽃을 예뻐하는 이설을 보며 영학은 꽃에 대한 책이 떠올랐다. 그리고 백과사전과 같은 꽃이 담겨 있는 책을 이설에게 선물했다. 그러나 이설은 그냥 받는 둥 마는 둥 했다.


“많네. 꽃이.”


책에는 많은 꽃이 담겨 있었지만 이설이 원하는 건 사진 속 꽃이 아니었다. 자신이 모르는 꽃을 알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다. 이설은 그냥 예쁜 꽃을 보고 싶었다. 자신도 꽃처럼 예쁘게 피어나고 싶었다.


주는 거니까 잘 받겠지만, 딱히 펴 볼 거 같진 않았다. 영학은 자신이 노력해서 찾은 구하기 힘든 백과사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이설의 반응을 보고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이 세상에 둘은 없는 단 하나밖에 없는 책이었다.


자신이 직접 책들을 보고, 분류하고 만든 책이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그 책을 좋아해준 건 이설과 영학의 부모님이었다.


“영학아 이건 뭐야? 니가 직접 만든거야?”


이설을 위해 판본을 준비하면서 먼저 실험삼아 뽑아본 테스트버전을 부모님이 발견했다.


“네. 그냥 한 번 만들어 봤어요.”


이유는 말하지 않았다. 부모님은 엄청나게 좋아하며 이거 회사에서 써도 되는지 물었다. 회사에서 직접 영학에게 저작권을 주고 책을 만들려고 했다.


이설과, 영학의 부모님이 다니는 회사는 꽃에 관련된 회사였다. 꽃과 벌을 연구하며 꿀을 만들고 있는 회사였다.


거대한 돔을 만들어 그 안에 여러 벌과 그리고 꽃을 두었다. 꽃에 따라 꿀의 향과 맛이 달라졌다.


“이렇게 우리 아들이 만들어준 꽃사전으로 연구를 하다니, 엄마는 너무 뿌듯한데?”


영학과 이설의 부모님은 영학을 자랑스러워했다. 기뻤으나 어딘지 씁쓸한 영학이었다. 그렇게 영학은 자신이 이설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밖에 없었다.


‘그냥 친구라서.’


친구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려고 했는데, 자신이 원하던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주던 부모님을 보고 깨 달았다.


그냥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게 아니라, 나로 인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집착일 수도 있었다.


그런 마음을 없애기 위해서 어려운 책을 찾았다. 그렇게 철학에 빠져들게 된 영학이었다.


이설을 멀리하려다 철학에 빠진 영학이었다. ‘악법도 법’이라던 소크라테스와 다르게, ‘사랑보다 깊은 고민’이 바로 영학에게는 철학이었던 것이었다.


영학의 그런 마음을 모른 채 이설은 꽃을 좋아했다. 한 번도 펴보지 않은 영학의 선물은 라면 그릇 받침대로 쓰일 뻔 한 걸 이설의 부모님이 구해냈다.


“이게 뭐야?”


하면서 펼쳐본 이설의 부모님은 영학의 노력에 감탄했다.


“이설아, 영학이 너랑 동갑이지 않니?”

“그럼요. 아니면 왜 같은 반이겠어요.”

“와, 엄청난 천재였네.”

“걔가요? 뭐 이상한 말은 자주 하던 걸요.”

“잘 배워나, 그리고 잘해주고, 혹시 모르잖아.”

“뭘 몰라요? 천재라서 성공?”

“그것도 그렇지만, 두 사람이 잘 될 수도? 어렸을 때부터 붙어다녔잖아?”


하던 일을 멈추고 엄마를 노려보는 이설이었다. 그리고 헛구역질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난이라도 그런 말 하지 마요. 안 그래도 노이로제 걸리겠으니까.”


어렸을 땐 몰랐으니까 괜찮았는데 요즘은 만나는 친구들마다 붙어 다니는 두 사람을 보며, 둘은 언제부터 사귀었냐, 아직 이라고? 그럼 언제 사귀냐? 사귀지도 않을 거면 왜 붙어다니냐는 질문이 많았다.


영학은 그런 질문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 몰라도 이설은 짜증이 났고 싫었다. 여자와 남자가 사귈 수 있는지 아닌지의 여부는 뽀뽀를 하는 상상을 할 수 있는 가에 있다고 했다.


이설은 자신의 혀를 깨물고 말지 절대로 영학과 뽀뽀할 수 없었다. 어렸을 때 잡았던 손은 지금도 잡을 수 있었다. 전혀 이성적으로 마음이 없기 때문이었다.


“왜? 영학이 정도면 잘 생겼지. 키도 크지.”

“재미없잖아. 난 재밌고 귀여운사람이 좋아.”

“음. 그래.”


너무나 영학과 다른 방향성을 가진 이상형 제시에 이설의 부모님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영학이 재밌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로 정신과나 아니면 다른 과목의 병원이라도 가서 당장 상담을 받아봐야 할 정도였던 건 사실이었다.


“그래도, 꼭 사는 게 재미로.”

“재미가 최고지! 걔는. 진짜 친구로서 좋은데. 남자친구로는 절대 아니야.”

“그래. 누가 뭐래니.”

“뭐라고 했으니까 제가 이러죠. 아니면 절친을 제가 그냥 깠어요?”


서당 개 삼 년이면 개도 풍월을 읊는다고 했다. 이설도 아무래도 영학의 친구이다 보니까 영학에 비해 새발의 피일 수도 있으나 약간의 논리와 논조로 대하는 가능했다.


이런 부분이 이설이 영학을 절대로 ‘남자’로 보지 않는 이유였다.


그렇다고 이설이 남자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항상 붙어 있던 영학의 영향이 있어서였는지 자신에게 다가오는 남자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그냥 관심만 있었다. 그렇다고 본인이 먼저 나서서 이 남자 저 남자 찔러 볼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일 보단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걸 좋아했다.


중딩때만해도 영학을 데리고 나서는 이설이었다. 그러나 고등학교 때는 같은 여자애들과 더 많이 어울렸고 교복을 벗은 직후에는 영학과 어울리는 게 줄었다.


이설의 관심은 ‘디자인’이었다. 그래서 대학교도 디자인 학과를 갔다. 한국대 ‘철학과’를 간 영학과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됐다.


“약간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잘 됐지 뭐!”


이설은 한국대의 라이벌이라고 여겨지는 대한대로 진학을 했다. 대한대의 디자인학과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학과였기 때문이었다.


세계 최고라고 여겨지는 디자이너들의 노벨상, 오스카상, 그레미상이라고 할 수 있는 3개의 디자인 어워드라고 불리는 레드닷 지다인 어워드, IF 디자인 어워드, IDEA 디자인 어워드에서 모두 한 번씩 수상을 한 졸업생을 배출한 학교이기도 하였다.


최근 들어 이 세상 보다 더 권위가 상승하고 있는 ‘슈퍼 디자이너 어워드’에서는 아직 수상자가 없었는데, 이설은 이곳에서 자신이 최초로 수상하기를 원했다.


“우리나라 최초 슈퍼 디자이너 어워드 수상자는 바로 나! 최이설이다!”


그렇게 디자인 공부를 열심히 하는 이설이었다. 고민하고 노력했다.


집안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만나는 영학을 보면 가끔 영감을 받기도 했다. 살아있는 책벌레가 이제는 21세기 환생한 철학자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대단하네, 책을 읽다가 책 속에 들어갈 것 같더니, 책 안의 이야기를 바깥으로 가져 나와 사는 것 같아.”


오랜만에 만나 술 한잔하고 있는 두 사람이었다. 영학은 자신을 철학으로 빠져들게 만든 원인을 보았다. 철학에 대하 평하고 있는 이설을 보았다. 여전히 철학을 더 깊게 사색해야 겠다고 생각하는 영학이었다.


“철학이란 게 알면 알수록 어렵더라.”

“내 생각도 그래. 넌 알면 알수록 어려워.”

“질문만 던지는 게 철학이 아니니까. 그 질문을 통해 답을 얻어내려 하는 거니까.”

“그래. 열심히 해. 좋네 그런 모습.”

“넌 요즘 잘 되가? 한국 최초의 디자이너?”

“슈퍼 디자이너.”

“그래. 그거 된다고 했잖아.”

“나는 늘 열심히 하고 있지. 물론 너보다 더 열심히 라는 말은 못하겠지만.”


디자인에도 철학이 필요했다. 가끔 그럴 때 난데없이 영학에게 연락하는 이설이었다. 이설은 이런 관계가 계속되기 위해서 절대로 영학이 선을 넘지 않기를 원했다.


철학은 원래 그런 선을 넘기 위해서 하는 거라는 걸 몰랐다. 다행히 이설이 원하는 방향으로 영학이 노력하고 있을 뿐이었다.


“나 취업했어.”

“어?”


곧 졸업받이었던 이설과 영학이었다.


“잘됐다. 그럼 이건 니가 싸.”

“뭐? 그래 뭐 알았어. 취업기념으로 내가 사야지.”

“어디로?”

“우리 부모님. 그리고 너희 부모님의 후배가 됐다 내가.”

“어?”


뭐니뭐니해도 머니. 라는 가사가 있었다. 그런 이름이 떠오르게 만드는 회사가 있었다. 이설과 영학의 부모님이 다니는 회사의 이름이었다.


‘우리모닝허니’였다. 꿀을 판매하는 대기업이었다. 현재는 한국에 여러 돔을 만들어 꽃을 기르며 그 꽃을 통해 여러 꿀을 생산하고 있었다.


세계적으로도 여러 군데 꿀 공장(농장, 목장이라고 부를 수도 있었다.)을 운영중인 회사였다.


“꿀 회사?”

“응, 나 어렸을 때부터 꽃 좋아했잖아. 거기서 나오는 꿀. 그걸 이제 내가 디자인 하는 거야. 꿀 상품도 더 늘리려고 하는데 신입 MD도 한 번 뽑아서 키워보려고 하는데, 내가 딱 타이밍 맞게 졸업이랑 겹치기도 하고 지원했는데! 합격했지.”

“오, 축하해, 이모랑 삼촌도 좋아하겠다. 우리 엄마, 아빠도 좋아하겠는데?”


갑자기 손바닥을 쫙 펼친 걸 보여주는 이설이었다.


“그건 비밀이야. 내가 우리모닝허니에 취업한 건 비밀이야. 아직 말 안 했어.”

“정말?”


어느 정도 대기업이다 보니, 부모님에게 말을 하지 않아도 됐던 것이었다.


“정말 실력으로 붙었네.”

“니가 그때 준, 오래된 책이 도움됐다. 이렇게 오래 지나 도움이 될 줄 몰랐네. 세상일 모르는 거라고, 고맙다. 친구야.”


내민 손을 옆으로 접어 악수를 청하는 이설이었다.

영학은 그런 손을 잡으려고 손을 들어 올리는데, 이렇게 잡고 끝내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길을 걷고 있을 때도 잡고 싶었다. 그런 상상이 됐다.


아직 부족한 듯싶었다. 더 철학에 빠지기 위해서 노력해가겠다고 생각하는 영학이었다. 이설이 완전히 지워지고 원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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