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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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용진혁
제목: 예문
“예술과 문화.”
예문시의 탄생은 많은 사람들의 귀추를 사는 일이었다. 정부는 특별히 예술을 장려하여 문화를 만들도록 예술인과 문화인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였다.
그렇게 예문특례시가 탄생했고 많은 예술인들이 예문에 모여 살게 되었다. 건축에 대한 설계부터 여러가지를 기존의 법이 아닌 예술인들이 주도하여 진행된 대형 프로젝트였다.
대형 프로젝트를 두고 한국인 뿐만 아니라 세계의 여러 예술인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인 중에서도 가장 큰 예술가 집안이라고 불리는 용 가문에서는 이를 탐탁치 여기지 않았다.
“할아버지. 우리도 참여를 해야 한 다니까요?”
이미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차기 가주로 주목받으며 많은 업적을 쌓아 올렸던 진혁은 예문시로 거주지를 옮기고 싶어했다.
“문화의 중심은 누가 뭐라고 해도 서울이다. 아무리 예문시가 발전한다고 해도 이길 수 없다. 우리 가문은 이곳 서울에 남는다. 오래전부터 이어온 전통을 잇는다.”
가문의 어르신인 할아버지를 꺾을 수 없다는 걸 안 진혁은 혼자라도 예문으로 가야겠다 고 생각했다.
우선 자신이 다닐 수 있는 예문 고등학교부터 알아봤다. 당장 건설이 되고 있었지만, 바로 입학은 불가능했다.
“나도 1학년부터 다니고 싶은데.”
이제 중학교 3학년인 진혁은 내년부터 예문시로 가고 싶었지만, 아직은 한참 건설중인 부분이 컸다. 예문시가 발표되자마자 바로 지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어렸을 때는 몰랐던 진혁이었다.
반면 용 가문과 다르게 예문에 자신의 이권을 챙기려는 여러 가문들, 그리고 재벌들이 득실했다.
용가문은 예전부터 예술적인 부분에서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장인’들을 배출했다. 그래서 진혁도 자신은 어느 분야의 장인이 될 것인지만을 생각해왔다.
“내가 조금 더 일찍 태어났으면.”
진혁이 가장 처음 장인을 꿈꾼 건 설계자였다. 건축 설계자로 지금 예문시의 도시 설계가 이루어지고 실제로 건설이 되고 있는 지금이 건축 설계자가 가장 꽃피우는 시절이라는 걸 알았다.
나중에 건축 설계자가 되더라도, 지금 정도의 규모로 이름을 빛낼 자리가 없다는 것도 알았다.
“건축은 지금으로선 늦는 거 같아. 다른 게 없을까.”
어떤 것을 할까 살펴보았다. 용 가문의 자제의 장점은 어떤 특기 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가문의 사람들도 최고의 지원을 받으면서 이 나라의 예술을 이끌어왔다. 그렇게 이 나라를 이끄는 12대 가문 중 하나가 된 용씨세가라고 불리는 용씨 가문이었다.
“하고 싶은 게 많은데. 뭘 해야 할지는 정확히 모르겠네.”
예문시가 지어지기 전까지도 있었던 고민이었다. 그러나 그런 고민들을 이제는 더욱 더 빨리 끝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진혁이었다.
그래야 어서 아직 아무것도 피어나지 않은 에문으로 건너가, 예문의 봄처럼 활동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진혁이었다.
진혁은 우선 예문시에 지어지고 있는 단지들부터, 학교, 그리고 시설들을 살펴보았다. 그곳에는 정말로 다양한 시설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어. 테마파크?”
그중에 테마파크 부지가 엄청나게 넓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냥 한 지점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마치 길다란 기차처럼 길쭉이 이어지고 있는 부분도 보였다.
“이건, 테마파크가 아니라, 거의 공원 아니야?”
숲길공원처럼 형성되어 잇는 테마파크 지도를 보고 진혁은 이 테마파크는 자신이 생각하는 그런 테마파크가 아닌 모양인가 궁금해졌다.
“한 번 가봐야겠어.”
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는 게 아닌, 설계도, 지도 만으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게 너무 답답한 진혁이었다.
가문을 도와주는 집사 형에게 찾아가는 진혁이었다.
“생각보다 늦었네.”
“내가 올 걸 알고 있었어?”
진혁의 행동을 이미 예상한 부모님이 있었다. 비록 할아버지로 인해 저지당해 진혁이 당장 예문으로 가지 못하지만, 진혁이라면 어떻게 든 가려고 노력할 걸 알았다.
“그래도, 우리 도련님이 나를 믿어줘서 다행 인걸?”
진혁을 어렸을 때 돌 봐줬던 집사는 거의 진혁의 친형과 다름없이 지내는 존재였다. 항상 어려움이 있을 때 마다 진혁은 집사 형을 찾았다.
이런 사실을 부모님도 알고 있었고, 진혁이 이번에도 반드시 집사를 찾아올 걸 예측했다.
할아버지와 다르게 부모님은 진혁과 같은 다음 세대의 인원들은 문예시에서 자리를 만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12가문이 힘을 가득 실고 있어도, 예문시가 만들어지는 것 자체가 이런 기득권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잔뜩 견제만 당하면 무너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순리였다. 그런 순리에서 벗어나 저항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모님이었다.
세대마다 살아가는 방법이 달랐다. 할아버지가 가주가 되어서 가문을 이끌고 있는 지금의 시대에는 예문시가 아니라 현재처럼 살아가는 게 가문의 기득권을 지키는 게 맞았다.
그러나 그 기득권을 해체하기 위해 다가오는 미래를 위해서는, 기득권을 언제든 내어줄 수 있는 자세가 되어야 기득권을 지킬 수 있었다.
이런 지혜가 적힌 게 과거 병법서라던지 여러 책들이었다. 그런 책들을 유독 많이 남긴 가문이 예술 분야에서 타고난 성적들을 남긴 용 가문이었다.
“알고 있었으면 준비도 해놓았겠네?”
드라마나 영화 속에는 유능한 집사들이 나왔다. 특히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제작한 용 가문에서 그런 부분이 두드러지는데, 이게 현실 반영이라는 걸 사람들은 잘 몰랐다.
용 가문의 유능한 집사는 바로 진혁을 한참 건설이 진행중이면서 벌써부터 자리 잡은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가주님께는 비밀이야.”
아무리 집사가 용 가문을 위해 일한다고 하지만, 그렇게 용 가문의 일원인 진혁을 위해 일하는 거라고 하지만, 어떤 일에 있어서는 가주의 눈 밖에 나는 일이 될 수도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진혁을 용문시로 데려가는 일이었다.
만약 진혁이 성인이고, 그래서 혼자 갔다 온 거라면 모든 덤탱이를 진혁이 혼자 뒤집어 쓰겠지만, 진혁은 아직까지 미성년자였고 지금의 일이 발각되면 모든 일을 뒤집어쓰는 건 다름 아닌 집사였다.
“당연하지, 내가 바보도 아니고. 얼른 가자.”
그렇게 집사는 처음에는 2륜 오토바이를 타고 집안을 빠져나갔다. 거대한 마당을 빠져나오는데, 그곳에 용 가문을 일으켰던 인물들의 동상들이 세워져 있었다.
저런 과거의 어른들을 보며, 진혁도 자신의 동상을 세우고 싶어하였었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이제는 그 꿈이 이런 용씨 가문만 보는 정원이 아니라, 예문시의 정중앙에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예문시청 앞에 세워야지 다짐하는 진혁이었다.
두 사람은 곧 바깥에 세워진 차로 갈아탔다. 꼬박 2시간을 달려 예문시에 도착한 진혁과 집사였다.
“서울에서 엄청 멀지도, 그렇다고 엄청 가깝지도 않네요.”
“아무래도 미래 교통을 고민하고 있었죠. 지금은 고속도로가 건축되고 있어서 나중에는 1시간 내외로 오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왕복 2시간 정도?”
확실히 예문시로 오면서 계속 볼 수 있었던 건 건설현장이었다. 그건 예문시 안으로 도착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마스크를 내어주는 집사. 그걸 받아 드는 진혁이었다. 집사가 하는 일에 의문을 갖지 말라는 말이 있었다.
그때 용씨 가문과 마찬가지로 12가문에 포함되어 있는 지씨 가문이 보였다. 지승례의 모습이 보였다.
현재 같은 학교 급우였는데, 쟤도 이곳에 와 있을 줄은 몰랐다.
“쟤는 학교는 안 가고 왜 여기에 와 있어.”
지씨 가문은 과학분야에서 이 나라를 이끌어 가고 있었다. 12가문은 각자 한 파트의 정점에 올라 있었다. 그렇다고 다른 분야를 아예 멀리 하거나 게을리하지는 않았다. 다만 기득권을 잡기 위한 명분처럼 어느 분야 에서만큼은 절대좌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 뿐이었다.
12가문 중 행정적인 부분과 정치적인 분으로 가장 사이가 안 좋은 권 원씨와, 권씨와 사씨였다.
그들은 3권 분립으로 나눠져 있는, 행정, 입법, 사법을 각각 차지하고 있었다. 3권 분립의 원칙에 따르는 건지 서로 사이가 좋지 못했다. 가끔 지들끼리 편 먹고 다른 쪽을 따돌리고 싶어하기도 했다.
그들이 그쪽 분야에서 원톱 인 거지 마치 독재처럼 모든 걸 장악한 건 아니었다. 용 씨 가문에도 정치를 하는 사람이 있고, 행정, 입법, 사법에 관련된 사람도 있었다.
반대로 다른 가문에서도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지금 예문시에 도착해 있는 지승례였다.
승례도 혼자 온 건 아니고. 지씨 가문의 집사와 같이왔다. 그 집사와 진혁을 데리고 온 집사는 친했다.
이 12가문에 집사를 파견되기 위해 집사학교마저 따로 있었다.
“용진혁. 니가 여기서 왜 나와?”
“그건 내가 할 말이거든?”
못 본 척 지나가려고 했으나, 결국 서로를 발견한 두 사람이었다. 처음 발견했을 땐 못 본 척 얼른 다른 장소로 이동했던 진혁이었다.
그러나 다음 장소에서 결국 만나고 만 두 사람이었다.
“여기로 입학하려고? 아직 지어지지도 않았다.”
진혁과 승례가 도착한 곳은 한참 지어지고 있는 예문고등학교였다. 예수시의 이름을 딴 고등학교. 예문시의 크기가 얼마나 만할지 앞으로 다른 고등학교들이, 또 중학교부터 초등학교, 대학교가 얼마나 지어질지 사실 지금으로서 예측할 수는 없었다.
다만 이미 지어지고 있는 것들은 볼 수 있었는데, 우선 예문의 이름을 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는 이미 지어지고 있었다.
예문시 자체가 예술인들을 위한 행정도시이니만큼 이 학교들도 예술에 특화된 학교가 될 게 틀림이 없었다.
지어지고 있는 형태도, 일반적인 학교의 모습과 달랐다.
“아직 건설이 다 안 됐는데도. 예쁘지?”
승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진혁이었다.
“이 예쁜걸 왜 하필 너랑 보냐.”
두 사람은 사실상 라이벌에 가까웠다. 예술의 집안에서 예술의 천재로 주목받는 진혁과 전혀 다른 분야인 과학 분야에서 예술의 천재성을 인정받는 승례였다.
그래서 진혁은 승례가 신기했다. 시점이 예술을 바라보는 시점 보다는 과학적인 해석이 더해진 작품이 더 많았기 때문이었다.
승례를 싫어하는 건 아니었던 진혁이었다. 다만 12가문에 속해 있고, 예술도 아닌 과학을 주로 다루는 지씨가문한테는 절대로 져서는 안 된다는 가문의 압박이 있었기 때문에 승레를 자연스럽게 친구보다는 꺾어야 하는 상대로 인식하는 측면이 강한 진혁이었다.
진혁은 자연스럽게 어렸을 때부터 보고자란 게 예술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예술을 하는 걸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승례를 달랐다. 예술을 하기 위해서 얼마나 큰 반대가 있을 지 상상만 했다.
그런 상상이 또 진혁을 자극시키긴 했다. 사실 진혁이나 승례나 집안의 반대는 없었다. 진혁은 예술 가문이니까 당연히 예술에 대한 반대가 없었다. 승례 같은 경우는 과학적 재능이 다른 가족들에 비해서 뛰어난 편은 아니라 승례가 과학의 길에서 벗어난 걸 아쉬워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자 갈 길 잘 찾아갔다고 좋아하면 좋아했지 싫어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다만 진혁도, 그리고 승례도 가문, 집안만 알지 서로를 알지 못하니까. 서로 분위기를 몰라 유추하고 상상할 뿐이었다. 그걸 또 자신들의 예술의 소재로 사용할 뿐이었다.
“지금 들어 갈 수 있어?”
진혁은 승례의 말을 듣고 예문고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들어가게 라는 말에 승례가 그 말을 장난으로 꺼낸 건 지도 모르고 진심으로 받아들였다.
승례의 말에 진혁과 함께 온 집사가 서둘러 자료를 찾아보는데, 당장 학교에서 수업은 못해도, 원격 수업으로 진행하는 신입생을 뽑는다는 소식을 찾아냈다.
그리고 곧 그 소식을 태블릿 PC에 담아서 진혁에게 전달했다. 진혁의 그런 모습을 보고 승례의 집사도 비슷하게 행동했고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에는 알게 모르게 얇은 선이 맺어졌고, 두 선이 만나는 자리에서는 이글거리는 불꽃이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