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 9 - 29
황정민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황정민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황준악
제목: 황제와 태자 사이
일인지하 만인지상.
준악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면서 가장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준악의 위로 황제가 있는 건 맞으나, 그렇다고 태자를 준악의 밑으로 둘 수는 없었으니까.
“태자가 이대로 쓰러지면”
손을 올려 말을 멈추게 하는 준악이었다.
“태자께서 쓰러지면 쓰나? 잘 돼서, 하늘도 감동을 해서 비가 내려야지”
황제의 역할은 하늘과의 소통이었다.
그런 황제를 대신해 황태자가 대신 기우제를 올리고 있었다.
벌써 100일이 넘는 가뭄이었다.
강은 이미 천이라고도 불릴 수 없을 정도로 말랐다.
모두가 준악의 눈치를 살폈다.
“하늘도 나도, 감동을 해야제”
준악을 따르는 이들은 항상 준악의 마음을 추측해야 했다.
원하는 바를 절대로 직접 입으로 꺼내 주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와
성공했을 때의 상벌은 확실했다.
그런 이유로 준악의 곁에 모여 있는 가지각색의 이들이었다.
보통은 준악을 적으로 만났던 이들이 많았다.
준악이 능력을 알아보고 자신의 수하로 거느린 자들이었다.
하나로 뭉쳐지지 않을 것 같은 야수들이었다.
비가 내리길 원하는 걸까, 비가 내리지 않기를 원하는 걸까.
비가 내리면 태자는 신망을 얻는다. 황제와 그리고 신민들의.
비가 내리지 않으면 태자는 신망을 잃는다. 동시에 황제 마저도.
빈 잔을 채우는 준악.
자신이 좋아하는 술을 따른다.
채워지는 준악의 빈 잔처럼 원하는 바가 채워지기 바라는 준악이었다.
그리고 지금, 준악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추측하는 수하들이었다.
모두가 물러난 자리,
준악은 스스로 자신의 바람을 생각한다.
마치 황좌처럼 꾸며 놓은 자리였다.
“황제께서 언제 움직이실 까”
깊은 밤이 짙어지고 있었지만 메마른 땅을 적실 이슬은 생기지 않았다.
새벽이 와도 마찬가지 일 것이었다.
마치 내일이면 세상이 멸망할 것처럼 갈라진 땅이었다.
황실의 사이는 늘 이 갈라진 땅과 같았다.
서 있으나, 걸을 수 없는 길.
나라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갈라지는 가족들.
그런 사이에도 지금의 황제와 황제의 동생인 황준악은 남다른 사이였다.
“준악아, 나는 이 니라를 이끌 황제가 되고 싶지 않다”
“형님..”
황제가 되고 싶지 않다던 황제의 운명을 타고난 황태자.
그런 황태자는 결국 황제가 되었다.
그리고 황제가 되고 싶은 황태자를 낳았다.
그런 황태자는 자신이 누려야 할 권력을 누리고 있는 작은 아버지를 견제했다.
“준왕께서는 어째서 황궁에 머물려 계십니까”
준악에게 영지를 내어주고, 왕으로 임명한 황제였다.
자신의 영지를 돌보는 게 군주의 도리.
준악은 자신의 영지가 아닌, 황궁에서 자신의 영지를 돌봤다.
어린 황태자는 그런 점이 매우 큰 불만이었다.
역사를 아는이라면, 당연하는 일일 수도 있었다.
여태 많은 황태자를 황제의 형제들이 몰아낸 경우가 많았다.
준악은 그런 어린 황태자를 달래기 위해서 노력했다.
어린 황태자가 좋아하는 음식을 구해주고, 선물을 주기도 했다.
심지어는 자신의 아끼는 호위를 붙여 주기도 했는데
태자는 이를 감시로 여겼다.
그리고 훗날을 위해 잠시 움츠리는 것이라 생각했다.
준악의 공로가 한 나라를 세운 ‘태조’급인 건 맞았다.
안으로는 백성들을 편안하게 하고, 밖으로는 영토를 확장했다.
실제로 황궁 안에서는 준악의 뜻과는 상관없이 준악을 황제로 옹립하려는 세력들이 있었다. 그런 이들이 준악에게 접촉해오면 준악은 그들을 처형했다.
본보기로 삼으려 했으나, 황태자 황겁은 이를 함정으로 여겼다.
한마디로 모두 쇼로 보았고 그럴수록 치밀한 준악을 보며 경계했다.
귀엽던 조카가 귀찮아지기 시작한 건 그 때쯤 이었다.
“태자전하. 이대로 계속 절 의심하시면. 의심한대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조심했다. 자존심까지 버리면서 구부렸다.
그럴 때 마다 황태자는 기고만장 해져서 삼촌에게 치욕을 주었다.
이 나라의 차기 황제는 자신이라는 확신을 주었다.
그럴 때 마다 반비례하여 준악의 명성은 커져갔다.
그러나 사람들 사이에 능력 없는 황태자보단 훌륭한 업적을 이룬 준악이 황제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준악도 가끔은 자신이 이 나라를 이끄는 군주가 되는 걸 상상해보았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형과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황제에 대한 욕심은 없었던 황제.
“준악아. 네 조카를 귀여워 해다오.”
“귀엽습니다.”
“미안하구나...”
“아닙니다. 폐하.”
“둘이 있을 땐 형으로 불러라. 예전처럼”
황제에 대한 욕심은 없었지만, 자식에 대한 애정은 있었던 황제였다.
그리고 황제에 대한 충성심으로 준악은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까지 뺐겠다.
황제의 가문을 제외하고 가장 강력한 수씨 가문의 장녀.
그녀는 황후가 되었다.
어렸을 때 서로를 이미 알았던 준악과 황후 수씨.
둘은 훗날 결혼을 하자고 약조하였었지만 황실의 방해로 이루지 못했다.
황태자였던 형은 이 결혼에 대해서 반대했지만
준악도, 그리고 황태자도, 그리고 수씨도.
황제를 막을 수 없었고, 수가의 가주를 막을 수 없었다.
준악이 처음으로 느낀 권력의 힘이었다.
수씨와 황태자의 결혼을 지켜보지 못한 준악이었다.
황제의 명령으로 변방을 안정시키기 위해 떠나야만 했다.
그렇게 수년을 변방에서 지낸 황자가 된 준악이었다.
그때 준악을 따르는 많은 수하들을 거느리게 된다.
죽으라고 보낸 자리에서 죽지 않고 돌아와
기적이라 표현해도 부족한 업적들을 이뤄낸 준악이었다.
특히 백 년을 가까이 황국의 신민들을 괴롭히던 변방의 오랑캐들을 토벌했다.
그 오랑캐에서 가장 뛰어난 무장, 백 년에 한 번 태어난다던 무장과의 일기토는 전설이 되었다.
이를 기리기 위해 주민들이 직접 석상을 만들었다.
그때 처음으로 준악의 아버지는 황태자를 교체할 건에 대해서 생각했다.
준악을 황성으로 불려 들었다.
황성에 오랜만에 들어온 준악은 바로 아버지이자, 전 황제를 만났다.
“너는 황제가 되고 싶으냐. 네 형은 줘도 싫다고 하는데”
“아닙니다.”
준악이 황궁으로 향할 때 황태자비 수씨가 찾아왔다.
그리고 자신의 배를 만지면서, 아직도 자신을 사랑하면 이 자를 황제로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도 왜 황제가 준악을 황성으로 부른지 알았다.
“…”
전쟁터에서 유일하게 그리웠던 사람이 수씨였다.
형과의 우정도 좋았지만, 황성에서 먹을 수 있는 진수성찬도 화려했지만 그보다 그리운 것은 수씨의 수수한 미소였다.
“아이가 태어나겠군요. 형수.”
“네. 차차 황제가 될 아이입니다. 태어나서는 바로 황태손이 될 거구요”
“이름은 정하셨습니까.”
“그게 제가 정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나 태명은 정했습니다.”
“태명이요?”
“경월입니다.”
“경월..”
경월은 두 사람이 처음만난 곳이었다.
그런 이름을 태명으로 쓴다는 건, 황자 준악에게는 다소 참을 수 없는 노여움이었다.
겨우겨우 억누르고 있는 마음.
준악은 황제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수씨를 가지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수씨에게는 자신이 수씨 다음으로 가장 좋아하는 형의 아이를 품고 있었다.
잠시 망상 하여 보는 준악이었다.
저 아이가, 내 아이였다면
나는 저 아이를 위해 모든 걸 다할 텐데.
하늘의 별도 따서 줄 텐데,
아쉽게도 그럴 수 없었다.
잠시 감은 눈에, 황제를 만나기 전 만났던.
지금은 마음에 품고 있는 수씨를 떠올리는 준악이었다.
“아니라? 다들 되고 싶어하는데 넌 아니다? 다들 네가 되길 원하는데 정작 너는 아니다?”
준악은 허리춤의 찬 칼을 꺼내 들어 무릎을 꿇고 황제께 받쳤다.
“저를 베십시오. 감히 황태자 전하의 앞 길을 위태롭게 한 죄, 목숨으로 갚겠습니다.”
“우스운 일이지. 이 자리를 놓고 싸우는 일은 그런 일이다. 하지만 아무도 웃을 수 없게 만드는 힘을 가진 자리다”
용상을 가리킨 황제였다.
그의 시선을 따라 준악의 시선도 용상으로 향했다가 다시 황제를 바라보았다.
“신은, 황태자의 형제로. 황태손의 삼촌으로 이 나라를 위하는 길만 생각할 뿐입니다.”
“네 뜻이 그렇다면 됐다. 형제가 우애가 좋아 아비로는 만족스럽지. 다만 황제로 볼 때 더 능력 있는 자를 나라를 이끌 차기 군주로 임명하는 건 어쩌면 백성을 위한 가장 큰 선물이었다”
문득 준악은 어린 시절 태자인 형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날에 대한 배움에 대한 이야기였다.
“오늘 군주의 자리는 모든 걸 혼자 할 수 없으니 능력 있는 자를 적합한 자리에 배치하는 능력에 대해서 논했다. 그런데 나는 다 너만 떠오르더구나.”
“그럼 전, 언제 놉니까”
“심지어 노는 것도 잘한다 말이야”
지난 기억을 한 숨과 함께 흘러 보내는 준악이었다.
조금 전 있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이대로 두면, 황태자 전하께서는 그냥 말라 죽으시겠군요”
아마 황후 수씨가 살아__있었다면
이미 준악을 찾아와 황태자를 살려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그렇게 살려준 적이 많았다.
형님이 아닌 수씨를 닮아 욕망 덩어리인 황태자였으니까.
문득 준악은 궁금했다.
형님을 전혀 닮지 않은 황태자의 진실을 황제도 알고 있는지.
이 나라가 황가의 손에서
정체도 모르는 가문에게 넘어가게 된다는 걸.
수씨의 가문으로 넘어가는 건 확실하겠군.
황가의 성만을 이어받은 포악한 황태자.
태명이 경월이란 우연 하나로 살아남은 쓰레기.
이미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을 신성한 기우제에 올린 사실 마저도.
“너를 생각해서 지키고 싶었다.”
준악은 황태자의 어미를 떠올린다.
자신의 모든 걸 다 버릴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웠던 소녀.
“나랑 함께가자”
혼인이 아닌, 도망을 말하는 준악을 바라보는 수씨,
그는 이제 며칠이 지나면 태자비가 된다.
“아니. 나는 황제의 여인이 될꺼야. 그래서 내 아이는 황제가 될꺼야”
“… 나보다 황제가 더 중요한거야?”
고개를 끄덕이는 수씨였다.
“네가 황제가 될 거라면, 날 네 옆에 둘 수 있어”
며칠전만해도 먼저 도망을 말했던 건 수씨가의 여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강력한 힘을 필요로 하는 것 같았다.
‘… 네 뜻이 그렇다면”
그렇게 수씨를 떠나 변방으로 향했던 지난 날의 과거.
그때 너를 혼자 두지 말아야했을까.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그리고 정말로 지금의 황태자는, 황제 폐하와 네 사이의 아이인걸까.
“이제 그만 지켜야겠다”
준악은 마침내 결정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긴 방을 걸어 복도로 나왔다. 곧이어 밖을 나오니
그의 사가 마당에 대기하고 있는 병사들이 있었다.
“무엇이냐..”
“내일이면 비강 올거란 예측입니다.”
오늘이 아니면 이제 황태자를 갈아치울 시기가 없어 진단 얘기기도 했다.
준악은 군대가 따르는 걸 신경 쓰지 않고 환구단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황태자가 기우제를 올리는 모습이 보였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자 대역을 세워놓았다.
“황태자 전하를 참칭한 죄. 목숨을 거둔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준악의 일당.
대역은 놀라 도망치려다 넘어졌다.
그의 목을 집어 들어올리는 준악이었다.
“황태자 전하는 어디계시지?”
“나.. 놔아. 아니 놔주세요. 전부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때 천둥번개가 황성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곧 비가 내려 사람들이 황자 준악이 환구단으로 가 기도를 올리자
마침내 비가 내렸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황성에 퍼지기 시작했다.
살짝 탄 독이 모든 호수의 물을 대체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