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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캐릭터 - 419

by 라한
디에잇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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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쉰라오

제목: 오늘의 명나라


“한국에서 배우는 중국역사는 신기하네.”


라오는 한국으로 유학을 온 직후 시민권을 따내기 위해 노력했다. 중국에 대한 사랑도 어마했지만, 라오의 첫사랑이 한국인 ‘수인’이었기 때문이었다.


“너 중국인이잖아.”

“그래서 안 되는 거야”


라오에게 있어서 중국인이라서 싫다는 말이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중국은 라오에게 있어서 영원한 조국이며 사랑이었다. 그런데 수인은 그런 조국 중국보다 더 좋았다.


“나 큰 할아버지가 외국인이랑 결혼해서 고모가 외국인인데. 별로 인 거 같아. 그래서 절대로 국제 결혼은 안 할 거야. 차라리 종교인이랑 하고 말지.”


평소 수인은 종교를 믿는 친구들 이랑 잘 놀다가 예배를 드리러 가야 한다며 떠나는 모습에 정말로 종교를 싫어하는 건 아니겠지만, 난 종교인이랑 절대 안 사귈거야! 라고 호언장담하고 그랬다.


“그렇게 싫다고?”

“어. 외국인은 싫어.”


그때 라오는 정말 어이없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외국인이 아니라 같은 국적이 된다면? 수인이 중국인이 되는 건 아마도 0%에 수렴하는 거 같아서, 자신이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중국 국적에서 대한민국 국적을 따내는 일이었다.


“그럼 만약 내가 한국인이 된다면?”


사실 라오는 여타 중국인이 그렇듯, 사실 일본인까지 합해서, 동아시아 사람들은 완벽하게 같은 건 아니더라도 우긴다면 적당히 속일 수 있었다. 사실 일본은 한국인 선조가 많고, 또 한국은 중국에서 온 선조가 많았으니, 굳이 속이는 일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지난 수백 년 전 선조가 한 일을 지금의 중국인이 하는 거라고 보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렇게 라오는 한국공부를 열심히 했다. 특히 한국 국적 시험에 중점인 국어와 역사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그러다 보니 좁은 시각이 넓어졌다. 비판적 사고와 비교사적 시각을 가지는 것뿐만 아니라 다각적 접근까지도 하게 됐다.


“마치 역사의 비밀을 풀어가는 기분이야.”


재밌는 건 조선은 사대를 중요시 여겼는데, 이게 신기했다. 고려 때는 어쩔 수 없이 원나라에 굴복하는 느낌이라면, 조선에서 명나라에 대하는 사대는, 정말 오히려 중국 자신들 보다 진심처럼 느껴졌다. 청나라는 적대하긴 했어도, 명나라에서만큼은 본토보다 진심인 느낌이었다.


그러다 보니, 라오는 ‘사대(事大)’라는 말의 뉘앙스를 다시금 곱씹게 되었다. 조선이 명나라를 향해 보여준 태도가 어찌 보면 정말 ‘본토보다 더 진심’으로 보였다는 생각이, 어느새 그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분명 명나라도 황제를 중심으로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를 구축했는데, 오히려 조선은 ‘새 황제가 즉위하면 그 소식을 들으며 기뻐하고 제사를 올린다’고 하잖아. 이건 단순한 복종 이상의 뭔가가 있어…”


라오는 한국어 자료를 뒤적이면서, 명나라 때의 황제들이 각각 어떤 업적과 문제점을 지녔는지 정리해둔 텍스트를 유심히 살폈다. 자신도 중국인이지만, 정작 그동안은 ‘중국역사는 길어!’라는 두루뭉술한 인상만 가지고 깊숙이 공부하지는 않았던 터였다. 그런데 한국어 교재 속의 명나라 분석은 생각보다 훨씬 조직적이고, 때론 비판적이기까지 했다.


“홍무제… 주원장. 농민반란을 이끌어 명을 건국했는데, 재상 제도를 없애고 숙청을 자주 하면서 공포정치도 같이 했구나. 그런데도 조선은 홍무제 칭송이 대단했을 거 아냐?”


라오는 머리를 긁적였다. 물론 홍무제의 업적, 예컨대 몽골 세력을 북으로 몰아내고 안정된 기틀을 세운 일은 충분히 평가받을 만했다. 그런데 조선 기록을 보면, ‘황제께서 하사하신 대명률’ 같은 표현으로 늘 찬양이 가득했다. 그것을 대하고 나니, ‘중국 본토에서는 주원장을 폭군이라 부를 수도 있는데, 조선 쪽에서는 거의 반신화 취급을 했구나’ 싶어 약간 놀라웠다.


“영락제는 또 어때? 조카 건문제를 몰아내고 찬탈했는데도, 정말 명나라를 최전성기로 만들었지. 정화의 대항해가 대표적이고… 자금성 건설도 그렇고.”


조선에서는 특히 영락제를 향한 호칭과 예우가 남달랐다고 한다. 그가 황위에 오르는 과정에서 피를 얼마나 많이 흘렸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한편으로 국력 증강과 대외 팽창 정책에서 거둔 성공은 조선이 느끼기에 대국다운 위엄 그 자체였을 터였다.


그러다 라오는 가정제(嘉靖帝) 대목에서 눈길이 멈췄다. 묘하게 이 황제 부분에, ‘조선이 명나라를 극진히 숭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 시기에 양국 사이에 갈등이 많았고, 명 조정 내부가 문란해지는 조짐도 보였다’는 식의 서술이 있었다.


“가정제… 폭군 중의 폭군이라는데, 45년이나 재위했으면서 도교 숭배에 빠져 궁녀들을 희생시키고, 정사를 무시했다니. 조선에선 ‘승정원 일기’를 보면, 대명 황제께서 도교 의식을 벌여 국정을 돌보지 않는다며 한탄한 기록이 있었다고도 하더라.”


라오는 이걸 보며 묘한 아이러니를 느꼈다. 조선이 그렇게 명나라를 높이 모셨는데, 그 명 황제 본인은 정작 저 먼 서궁(西宮)에서 연단 술법 같은 데 심취해 있었다니. 그리고 가정제의 폭정을 지적하는 사대부들이 조선이 아니라 오히려 명나라 안에서 쫓겨났다는 기록을 보니, 참으로 역사라는 게 우습게 느껴졌다.


“결국 조선도, 명나라도 한 ‘유교 권역’ 안에서 계속 같은 경전으로 시험을 보고 관리를 등용했는데… 왜 명나라는 말기에 교육이나 과거제에서 그리 문제가 생겼을까?”


라오는 이번에는 명나라의 교육 제도 이야기에 집중했다. 자신도 한국 국적 시험을 준비하면서 ‘고등교육’이니 ‘공무원 시험’이니 하는 단어가 익숙해졌지만, 옛날 명나라 과거제도를 보면 그 규모나 경쟁률이 정말 상상 이상이었다. 팔고문이니, 전시(殿試)니 하는 게 엄청나게 체계화되어 있었고, 중앙에는 국자감(國子監), 지방에는 부학·주학·현학이 깔려 있었다. 그런데도 실제로 통치 후기가 되면 대규모 부패, 암기식 교육, 시험지옥이 벌어져 관료 기강이 무너졌다는 것은 오늘날에도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컸다.


“글쎄… 한국에서도 과거제도가 있었는데, 명나라만큼 과열됐으려나? 조선은 영토나 인구가 적으니 조금은 덜했겠지. 그래도 장원급제가 워낙 어렵다고 하던데.”


설마 했는데, 라오는 자료를 뒤져보니 조선이든 명나라든 시험은 극소수만 합격시키고 나머지를 탈락시키는 구조였다는 걸 재확인했다. 당대 사람들에게 과거시험은 인생을 걸 수밖에 없는 중대 이벤트였다.


“한국에 와서 매일 보는 ‘수능’도 일종의 ‘근대화된 과거시험’이란 얘기가 있잖아. 한 나라의 교육 풍토가 몇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시험’에 매달리는 건 비슷한가…?”


라오는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수인 생각이 났다. 자신이 이렇게 열심히 ‘한국 국적용 시험’을 준비하는 것 역시, 어찌 보면 일종의 ‘과거시험’과 다름없지 않나? 그리고 그 배후에는 아주 간절한 ‘동기’가 있다. 바로 수인을 향한 마음이다.


“수인아, 나중에 나 국적 따면 나랑 결혼해 줄래?”

“이상한 소리 하지 마. 우선 시민권부터 따고, 그다음에 생각해볼 문제겠지.”


수인은 늘 차갑지만, 라오는 포기하지 않는다. 이제 국적시험은 코앞이라, 역사 부분에서 명나라가 나오면 잔뜩 자신감 있게 답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오히려 ‘조선시대가 명을 어떻게 받들었는지’ 같은 질문이 나오면, 라오가 서술형 문항으로 책 한 권 분량을 쓰고도 남을 기세였다.


물론 시민권 시험 문제는 그렇게까지 깊은 서술을 요구하지 않을 터였다. 보통은 ‘태종 이방원이 개혁을 위해 참수한 인물은 누구냐’ 같은 선택지 문제거나, ‘조선 후기 실학자들 중…?’ 식의 문제가 나오니까. 하지만 라오는 스스로 만족했다. 한국사를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명나라 이야기도 접하게 되고, 자신의 뿌리와 조선의 역사가 맞닿아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날 밤, 라오는 자료를 정리하며, 본국에 있는 부모님께 화상 통화를 걸었다.


“어머니, 오늘 내가 명나라 황제들에 대해 공부했는데… 생각보다 우리 할아버지 때는 이런 이야기도 몰랐던 것 같아요.”

“그렇지. 우리 대륙 쪽도 가정제 같은 황제 이야기는 워낙 길고 구구절절해서, 잘 모르는 사람 많아. 너는 그래도 한국에서 공부하니까 좀 새롭게 보이는구나?”


어머니 목소리에는 약간의 기쁨과 서운함이 함께 섞여 있었다. 한국으로 유학 온 후 아들이 한국 역사가 재밌다며 들뜨는 모습이 기쁘면서도, 중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바꿔버리려는 건 아닌가 걱정스러울 수도 있었다.


“어머니, 나는 중국인이라는 걸 부정하진 않아요. 그래도 한국 삶이 좋고, 수인이도 좋고… 그래서 시민권을 따려는 거예요. 계속 중국이랑 교류하면서, 이중적 시각을 갖고 싶어요. 동아시아 역사는 결국 한 뿌리 아니겠어요?”


라오는 그 말을 하면서 스스로도 ‘이게 사대냐, 국제적인 시각이냐’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이미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다른 건 몰라도, 적어도 명나라와 조선 사이에 꽃핀 여러 인연이 그의 공부 흥미를 자극하는 건 사실이니까. 얼마 뒤, 학교 도서관에서 라오는 우연히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한국인 동급생, 혜진을 만났다. 혜진도 동아시아사 전공이라 중국어를 공부 중이었는데, 서로 대화를 하다 보니 금세 의기투합했다.


“오, 라오! 너는 가정제를 어떻게 생각해? 진짜 최악의 암군이라고 불리는데…”

“솔직히 나도 자료를 보니 그가 연단술에 빠지고 정사를 등한시했다는 부분이 엄청나더라. 환관을 방치하고, 궁녀 암살 미수 사건도 있었고… 조선 측 기록에도 ‘황제가 의식을 핑계 삼아 국사를 버렸다’는 식으로 한탄이 나올 정도였으니까.”

“근데도 조선이 명나라에 계속 사대를 한 건, 문화적·정치적 이유 때문이겠지? 오히려 명나라 말기에도 ‘반역은 못 해!’라는 정서가 강했잖아.”

“맞아. 조선이 자주 외교문서에서 ‘소중화’라고 자처했다는 얘기도 있고, 명이 망하고 난 뒤에까지도 ‘우리에게는 명 황제가 절대적’이라는 심리가 어느 정도 이어졌다더라.”


두 사람은 이런저런 역사 이야기를 하며, 한국과 중국의 인식 차이를 실감했다. 라오가 혜진에게 너는 왜 이 공부를 해? 라고 물으니, 혜진은 동아시아가 사실은 서로 교류도 많고 비슷한 문화권이라, 함께 이해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서라 답했다.


“그래서 난 조선의 교육제도와 명나라의 교육제도를 비교 연구 중이야. 국자감이나 성균관, 양쪽 사학(私學)인 서원이나 서원(書院) 말이야. 사실 조선 서원들이 붕당 정치랑 얽혀서 많이 왜곡됐다는 점이 재밌거든. 명나라도 서원이 있었지만, 대체로 학문 연구나 반성리학 운동(양명학) 같은 데서 활기를 띤 면이 있고.”


라오는 혜진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한국 서원은 그저 사당 비슷한 곳인 줄로만 알았는데, 사실은 지방 사림의 정치 세력화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최근에야 알았다. 명나라의 서원들은 관학이 경직되자 생겨난 대안이었고, 조선의 서원들은 성리학 이념에 기반해 신분 세습과 학파 결집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컸다.


“아, 나중에 기회 되면 혜진이랑도 더 자세히 이야기 나누고 싶다. 내가 요새는 한국 국적 시험 공부 때문에 바빠서…”

“파이팅! 시험 잘 보고, 나중에 한 번 더 만나서 수인 씨 얘기도 듣고 싶어. 진짜 둘이 잘됐으면 좋겠다.”


혜진이 떠난 뒤, 라오는 갑자기 마음 한구석이 아릿해졌다. 수인에게는 여전히 너는 중국인이잖아라는 말의 벽을 못 허물고 있으니, 과연 국적을 취득한다고 해서 바뀔까 하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한국을 이해하고 역사를 공부하며, 나는 너와 같은 시민이라는 걸 증명해 보이는 일뿐이었다.


그날 저녁, 자취방에 돌아온 라오는 노트북을 켜고 다시 한 번 명나라 교육 제도를 정독했다. 국자감의 정원, 무학(武學)과 의학(醫學) 학교, 팔고문 과거제의 폐해 등등… 어느새 이 방대한 이야기들을 다 한국어로 슬슬 읽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스스로 대견하기도 했다.


문득, 소설처럼 상상해 보았다.


‘내가 명나라 말기의 황제로 회귀했다면 어땠을까? 가령 가정제 대신에 내가 즉위하여 진짜로 책임감 있게 나라를 다스렸다면? 환관 전횡을 막고, 민간 서원을 육성해 학문 발전에 힘쓰고, 조선과도 평등 외교를 펼쳐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말도 안 되는 공상이었지만, 라오는 새삼 ‘역사는 사람의 선택과 의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자신도, 뭔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 길 중 하나로, 국적 시험을 준비하며 수인에게 다가가는 걸 택했다.


“언젠가 수인과 손잡고, 베이징의 자금성도 같이 구경하고, 한국 경복궁도 놀러 다니고… 그렇게 양국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라오는 책을 덮고 창문을 열었다. 창밖으로는 한국의 밤하늘이 펼쳐져 있었고, 그 안에 옅은 달빛이 비쳐왔다. 마치 ‘옛날 명나라 황제가 이 달빛 아래서도 연단 술법을 고민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났다. ‘하지만 난 약초로 불로장생할 생각은 없고, 오직 오늘부터 살아갈 현실을 조금씩 바꿔볼 뿐이지…’


그렇게 라오는 자리에 누웠다.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명나라와 조선, 그리고 수인과의 미래가 한데 어지럽게 얽혀 있었다. 그런데 그 복잡함이 싫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안에 ‘역사를 배우는 재미’와 ‘인생을 설계하는 기대감’이 공존하고 있었고, 한국 국적 취득을 위한 준비 과정도 마냥 고통스럽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공부하러 한국에 왔지만, 이건 곧 내 인생이자, 또 다른 시작이겠지.”


속으로 그렇게 다짐한 라오는, 곧 학습 일정표를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1) 국적 시험 역사 파트 완벽 대비

2) 한국어 말하기 실력 향상

3) 수인과의 진지한 대화 시도… 그리고, 추가로

4) 혜진이에게 연락해 함께 명나라-조선 비교 과제를 해볼 수도 있겠다고.


'이렇게나 짜임새 있게 계획을 세우다니, 이 정도면 과거시험 준비하던 옛 선비들 못지않게 열정적이잖아?'


“좋아, 내일부터 더 열심히 해보자.”


라오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머릿속에는 가정제처럼 엉망진창으로 전락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통치를 하든, 시험을 치르든, 중요한 건 책임감과 꾸준함이니까.


그렇게, 라오는 결심했다. ‘오늘의 명나라’ 이야기를 배운 덕분에, 과거와 현재가 서로 겹쳐 보이는 이 기이한 체험을 계속 이어갈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 내일은 또 어떤 역사를 만날지, 그리고 수인과는 어떤 대화가 펼쳐질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길은 이제 막힌 길이 아니라, 가능성으로 가득한 길처럼 보였다.


그리고 라오는 천천히 눈을 감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쨌든, 우린 이미 같은 하늘 아래 있잖아. 수인도, 혜진도, 그리고 중국과 한국 모두… 역사가 갈라놓은 것 같아도, 사실은 한 덩어리야. 언젠간 꼭, 이 비밀을 풀어내고 말겠어.”


그날 밤, 그의 꿈 속에서는 조선 시대 예복을 입은 수인이 자금성 입구에서 미소 지으며 ‘어서 오라’ 손짓을 하는 모습이 아련하게 펼쳐졌다.


"황제폐하, 그만 일어나십쇼."


꿈지락 거리며 일어난 라오는 비워졌던 자금성이 가득 차 있는 모습이었다. 자신이 명나라 황제로 회귀 했다는 건 곧 알 수 있었다.


"회귀는, 죽음의 위기 때 되는 거 아니냐고!"


이제 한국국적을 취득해 수인과의 행복한 나날을 꾸던 라오는 망연자실했다. 그때, 혹시 수인도 함께 회귀하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망상과 같은 상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조선이다, 조선!"


라오는 황제가 된 채 황궁을 뛰어갔다. 그러자 수백의 궁인들이 따랐다.


"황제 폐하!!"


그들은 생각도 없는 라오였다.


"정말로 내가, 회귀를 했다고 해도, 수인이 있다면 나는! 조선으로 갈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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