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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희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캐릭터 - 426

by 라한
율희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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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희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윤서윤

제목: 게임여신


“우와, 진짜 잘한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서윤은 닉네임 ‘겜려신’이라는 이름으로 활약하는 유튜버였다. 항상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게임을 하고 있어서 정체를 완벽히 드러내진 않았지만, 팬들 사이에는 겜려신이 이름처럼 예쁠 거라는 기대를 잔뜩하고 있었다.


다만 서윤은 화장하는 것도 싫어하고 꾸미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얼굴을 일부로 공개 안 한 게 아니라 할 수 없었다.


처음에 게임 방송을 시작했을 때, 얼굴도 보고싶다는 팬이 있었다. 당시에 딱 하나 뿐인 팬이라 그냥 얼굴을 공개했는데, 와 예쁘다 라는 말을 들었다.


“오 정말요?”


서윤도 여자기이에 예쁘다는 말이 좋았는데, 여기까지였으면 모자를 쓰거나, 마스크를 쓰는 일은 없었을 테지만, 이어지는 말로 인해 지금의 형태가 되었다.


-그런데, 화장을 하면 더 예쁠 거 같은데, 지금도 너무 예쁜데. 옷도 너무 생활복 말고 방송복으로 따로 하면 어떨까?


서윤은 그 말에 처음에 옷을 구하러 가보고 화장을 하러 갔는데, 엉망진창이었다. 평소에 화장을 배웠으면 모를까, 팬의 말 한마디에 거의 사상 처음으로 화장을 하려고 하니까 이게 말이 쉽지 마치 귀신역의 분장을 하는 느낌이 강했다.


“이건 아니야.”


그렇게 서윤은 화장 대신, 마스크와 모자를 선택했다. 나름 마스크녀, 모자녀 이런식으로 인기가 끌어지긴 했다. 본인을 일부러 감추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서 이제는 마스크와 모자를 쓴 채 게임 방송을 하게 됐다.


-목소리도 좋다.

-얼굴도 너무 예쁠 거 같이 생겼어.


서윤은 방송의 댓글들을 보며, 오늘 게임은 무엇이며 어떻게 할지를 말했다. 신기하게도 게임을 시작하기 전엔 어쩔 수 없는 사회적 풍토와 현상인지, 외모에 대한 품평처럼 늘 외모에 대한 이야기는 있었다.


그러나 여기는 게임 방송. 게임이 시작되면 게임에 대한 얘기 밖에 없었다. 한쪽 측면에 틀어진 서윤의 캠이 너무 커서 게임이 안보인다고 좀 줄여달라는 요청마저 있을 정도였다.


만약 서윤의 실력이 그저 그랬으면 게임 방송보다는 서윤의 모습을 사람들이 더 궁금해하고 보고싶어 했을 텐데, 서윤은 정말로 게임을 잘했다.


그리고 겜속의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 현상에서, 그때 서윤이 어떻게 반응하는 지 보고 싶어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너무 잘했거나 아깝게 죽었을 때의 반응들 때문에 캠이 필요한 거지, 서윤의 외모를 보이기 위한 캠은 아니었다.


너무 잘했거나 아깝게 죽었을 때의 반응들 때문에 캠이 필요한 거지, 서윤의 외모를 보이기 위한 캠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서윤은 자신이 여성 스트리머라는 사실을 늘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는 ‘겜려신’이라는 별명처럼 실력을 인정받고, 팬들도 플레이 자체에 열광하는 분위기가 즐거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여캠’이라고 일컫는 부정적 이미지가 신경 쓰였다. 얼굴을 전면 공개하지 않아도, 채팅창에는 언제나 외모에 관한 농담이나 여성성에 대한 편견이 섞인 말들이 줄지어 올라왔기 때문이다. 특히 처음 보는 시청자가 가끔 여자니까 당연히 못하겠지라는 식으로 은근히 견제하거나, 꾸밈에 관심 없는 모습을 두고 여자 맞냐는 식의 태도를 보일 때면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졌다.


'흥 맞거든'


그럴 때마다, 자신이 여자라서 보러온 사람들에 대한 것보다 길력을 보러 온 사람들을 더 찾게 됐다. 그래서 이런 반응 속에서도 서윤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이미 수많은 여성 게임 방송인들이 겪어온 문제였고, 게임 실력으로 편견을 깨고자 노력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알기에, 자신 역시 그 흐름에 동참할 수 있다고 믿었다. 과도한 비난이나 선정적 호기심을 초반부터 철저히 관리하기 위해, 서윤은 채팅 운영자를 따로 두고 방송 규칙을 분명히 제시했다. 채팅으로 성희롱적 발언이나 노골적인 외모 평가가 올라오면 곧바로 삭제하거나 강제 퇴장시키는 식이었다.


이처럼 단호하게 대응하는 방식은 시간이 지나며 서윤의 커뮤니티에 긍정적 문화를 자리잡게 했다. 악성 유저는 빠르게 걸러지고, 남은 시청자들은 게임 자체를 즐기거나 서윤의 플레이와 리액션을 보며 응원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가끔은 새로 들어온 시청자가 왜 여자 스트리머들은 다 화장하고 예쁜 옷 입는데, 여기서는 안 그러냐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몇몇 핵심 팬들이 나서서 이 방송은 실력이 주인공이라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이끌었다.


물론 시청자들에게 외모 칭찬을 아예 듣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서윤이 마스크를 내려서 물을 마시는 순간 눈가나 턱선이 살짝 비칠 때면, 채팅창에는 역시 예쁘다라는 반응이 연달아 올라왔다. 그렇지만 그 관심이 과도하게 흘러가거나, 서윤을 성적 대상화하려는 느낌이 포착되면 곧바로 제지를 당했다. 서윤은 보기 좋네요 정도의 가벼운 칭찬까지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되, 본질은 어디까지나 게임과 방송의 재미라는 기조를 유지했다.


한편, 서윤이 방송을 주로 진행하는 플랫폼은 유튜브 라이브였다. 다른 스트리밍 사이트와 달리 유튜브는 폭넓은 이용자층을 보유하고 있어, 게임 마니아가 아니어도 가볍게 들어와 시청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었다. 라이브 도중에는 실시간 채팅 참여가 트위치만큼 폭발적이진 않아도, 방송이 끝난 뒤에도 하이라이트 영상이나 다시보기가 추천 알고리즘을 타면서 더 많은 잠재 시청자를 만날 기회가 열렸다. 서윤 또한 방송 녹화본을 적절히 편집해 업로드함으로써, 실시간 시청자 수보다 훨씬 많은 조회수를 꾸준히 쌓았다.


또한 유튜브의 슈퍼챗 기능을 통해 시청자들이 후원할 수 있도록 열어두었는데, 서윤의 팬들은 간혹 ‘실력 보느라 정신 팔려서 후원 타이밍 놓쳤다’며 방송 이후에 슈퍼챗을 몰아서 보내주기도 했다. 서윤이 워낙 빠른 템포로 게임을 진행하다 보니, 시청자 입장에서도 채팅을 치기보다 플레이에 집중하기가 일쑤였던 것이다. 서윤은 이런 스타일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후원이나 외모 칭찬보다는 어떻게 저 장면에서 저런 컨트롤이 가능했지?라는 반응을 더 반기며, 게임 전략 관련 질문에 성의껏 답해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윤의 방송에 갑자기 새로운 국면이 열렸다. 해외 시청자가 라이브 채팅에 영어로 메시지를 남긴 것이다. 유튜브는 글로벌 플랫폼이므로 이런 일이 드물진 않았지만, 이번에는 규모가 꽤 컸다. 함께 들어온 이들은 특정 해외 게임 커뮤니티에서 서윤의 영상을 보고 찾아왔다는 이야기와 함께, 실력이 대단하다는 칭찬을 늘어놓았다. 물론 영어가 능숙하지 않은 시청자들은 무슨 말인지 몰라 당황하기도 했지만, 서윤은 간단한 영어 멘트를 준비해 두었던 터라 최대한 알기 쉬운 표현으로 소통을 시도했다.


"정말 반가워요, 나이스 미츄~"


이후로도 해외 팬들의 방문은 점차 늘었다. 디스코드 서버를 통해 팬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서윤이 영문 자막을 실험 삼아 영상에 붙인 뒤부터는 팬아트나 응원 메시지를 영어로 보내주는 사람들이 생겼다. 서윤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동시에 신선한 자극이기도 했다. 이전에는 국내 시청자들의 관심사가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해외 시청자에게도 자신을 어필해야 했으므로, 더 꼼꼼하게 콘텐츠를 준비하고 게임 실력을 가다듬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해외 팬들 사이에서는 서윤의 ‘마스크+모자’ 스타일을 마치 ‘버추얼 스트리머’처럼 흥미롭게 바라보는 시각이 있었다. 직접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도 매력적이라는 반응이 이어지자, 몇몇 이들은 버튜버(VTuber)처럼 2D 아바타를 도입해보면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 서윤은 한동안 고민했지만,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마스크와 모자를 굳이 바꿀 생각은 없었다. 이미 특정 스타일로 자리 잡은 정체성을 굳이 가상 캐릭터로 전환하지 않아도, 충분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다만 서윤은 앞으로의 활동 반경을 넓힐 수 있는 가능성에 관심이 있었다. 예를 들어 VR 게임이나 아바타를 활용한 가상현실 방송에 도전해보는 것도 꽤 흥미롭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VR챗을 사용하는 스트리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고,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시청자와 좀 더 몰입감 있게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물론 자신이 잘하는 ‘액션 슈팅’이나 ‘배틀로열’ 장르와는 결이 다르지만, 새로운 콘텐츠를 시도하면 시청자들에게도 참신함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역시, 이미 트레이드 마크가 됐잖아? 후원도 들어오고."


서윤의 수익 중 이제는 작은 부분이 됐지만 초반에는 마스크와 모자의 후원이 꽤나 큰 영역이었다. 그때 자신을 밀어준 사람들, 회사를 배신할 생각은 없었다. 또 자신 덕분에 피시방에서 예전보다 더 게임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여성 팬들의 반응도 있었다.


또 하나 염두에 두고 있는 변화는 AI 기술의 적용이었다. 자동 번역 자막이나 음성 합성 등을 도입해, 글로벌 팬들에게 좀 더 접근하기 쉽게 방송 환경을 개선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정도를 자동으로 자막 처리해줄 수 있다면, 해외 시청자들도 언어 장벽 없이 방송을 즐길 수 있을 것이고, 이는 곧 채널 확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물론 아직은 기술적 제약이 있지만, 여러 스트리머들이 실험 중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직접 테스트해보기로 계획했다.


한편으로 서윤은 나름의 성장 전략을 구체적으로 세우며, 플랫폼 밖에서의 홍보나 이벤트 역시 놓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유튜브 채널을 최우선으로 운영하되,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도 간단한 게임 플레이 캡처나 짧은 클립을 정기적으로 올렸다. 이 클립들이 알고리즘을 타고 확산되면 구독자가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겜려신이라는 닉네임은 많이 들어봤는데, 이렇게 잘하는 사람이었네?”


좋은 반응으로 이어져 신규 시청자 유입 효과를 톡톡히 봤다. 또 다른 성장 발판으로는 이벤트를 활용했다. 특정 구독자 수를 달성했을 때, 기념으로 인기 게임 스킨을 선물한다든가, 추첨을 통해 개인 굿즈를 제공하는 식이었다. 사실 서윤은 굿즈 제작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팬들이 모자나 마스크를 형상화한 굿즈를 원한다는 요청을 종종 해왔기에 소량이라도 만들어볼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아직은 시제품 단계였지만, 반응을 봐서 점차 규모를 키울 수도 있을 듯했다.


물론 이렇게 활동 범위를 넓히다 보면, 부정적 반응이나 논란과도 마주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예전에 겪었던 작은 비하 발언이나 악성 유저들이 다시금 생길 수도 있고, 커뮤니티가 커질수록 각종 오해나 갈등이 불거질 여지도 있었다. 그러나 서윤은 이런 상황에 대해서도 대비가 필요하다고 여겼다. 방송 운영자는 물론 법률 자문을 받을 수 있는 루트를 마련해 두었고, 동시에 시청자들에게도 이 방송의 분위기는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라는 원칙을 꾸준히 알려왔다.


"여러분이 저와 함께 해줘서 오늘도 어려운 게임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플레이 할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서윤 스스로가 방송 활동에 ‘장기적인 비전’을 갖게 된 점이 변화였다. 단순히 취미나 용돈벌이로 시작했던 게임 방송이었지만, 이제는 엄연한 커리어로 자리 잡았다. 게임 실력만으로 주목받는 것을 넘어서, 사람들과 즐거움을 나누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팬덤을 유지하는 전략을 고민하는 시점에 이른 것이다. 그리고 여성이라는 점에서 기대와 편견이 혼재되는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펼칠 수 있겠다는 목표도 생겼다.


“저 사람은 여자라서 인기 많은 게 아니라, 실력도 있고 콘텐츠 구성이 훌륭하기 때문에 주목받는다”


시청자들의 평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힘이 되었다. 서윤은 늘 스스로에게 외모나 섹시함이 아닌, 진정한 재미와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다짐했다. 동시에 방송을 보러 오는 이들에게도 게임이라는 공간에서는 누구나 동등하게 즐길 권리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노력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서윤은 마스크와 모자를 챙겨 쓰고 라이브를 켤 준비를 한다. 게임이 시작되면, 여느 때처럼 수많은 시청자들이 오늘은 어떤 하이라이트가 나올까?라는 기대를 품고 접속할 것이었다.


서윤은 오늘 플레이할 게임의 전략과 방송 진행 방식을 꼼꼼히 점검하며,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손가락을 풀고 화면 세팅을 마쳤다. 그리고 채팅창에 날아드는 메시지 중 일부가 내심 외모 말고, 이번에는 또 얼마나 대단한 플레이를 보여줄지 궁금하다는 반응이기를 바라며, 느긋하게 마우스를 움직였다.


그때 서윤에게 메시지가 도착했다. 여러 방송인들, 특히 게임 방송인들을 모은 프로그램이 열리는데, 그곳에 대한 초대장이었다.


플랫폼이 이전 흑백요리사와 같은 느낌이 될 거라는 말이 있었다.


"어?"


원래는 혼자 봐야하지만 시청자가 있는 곳에서 보고 있었다. 시청자들은 서윤이 무슨 메시지를 받은지 궁금했다.


"어..?"


서윤의 반응에 시청자들의 반응은 목이 빠졌다. 항상 이런 패턴이었을 때, 정말로 재밌는 게임을 서윤이 발견해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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