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 431
하츠투하츠 지우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Hearts2Hearts 지우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진다혜
제목: 뽑을래
“또 가?”
다혜는 자기와 놀아주는 것보다 낚시를 좋아하는 가족을 이해할 수 없었다. 막내 딸인 다혜만을 제외하고 모두가 낚시를 좋아했다.
“다혜도 갈래?”
“아니, 나는 안가.”
어렸을 땐 자신을 돌 볼 사람이 없어서 억지로 데려간 적이 많았다. 가끔 엄마나, 오빠, 그리고 희망을 품었던 언니마저 물고기를 낚아 올렸을 때 그걸 꼭 자신에게 자랑하는 걸 못마땅하게 여겼다.
“아빠!! 아아아! 치워!”
어린 다혜만한 물고기와 눈이 마주치자 기겁을 하면서 도망쳤다. 눈에는 눈물이 돌았고, 다혜는 가족들의 낚시 여행을 극구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소수의견은 늘 다수를 이길 수 없었다.
5:1. 6명의 가족원 중에서 자신만 낚시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모나 할머니집에 맡겨지기 부지기수였다.
“어떻게 그래?”
버린 건 아니었지만, 버림 받은 기분이었다. 덕분에 다혜는 5일을 가족과, 이틀을 조금 더 큰 범위의 가족과 지내는 것에 익숙해졌다.
“다혜도 낚시를 좋아하면 좋을텐데.”
“아니! 그런 일은 없을꺼야.”
다혜는 아직도 물고기와 눈을 마주쳤던 그 순간을 악몽으로 꾸고는 했다. 거기다 조개의 눈을 마주쳤을 때, 남들은 맛있겠다 생각했을 지 몰라도 다혜는 그 모습이 징그럽다고 생각했다.
거기다 가리비는 눈이 여러 개인 모습을 몰랐을 때는 괜찮았는데, 알고 나니까 껍질 사이로 번개모양으로 있는 표시마다 눈이 달린 걸 꼭 찾게 됐다.
징그러우면 안 보면 되는데 이상하게 또 그걸 먼저 눈으로 다시 확인하게 되는 이상한 버릇이 있었다.
“아아아악!”
그렇게 다혜는 낚시를 싫어했다. 처음엔 물고기를 먹는 것도 완강히 거부했지만, 맛이 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낚시를 좋아하는 가족 덕분에 해산물을 원 없이 먹을 수 있는 딱 하나가 좋을 뿐이었다.
“아, 진짜 낚시 좀 안 하면 안 되나.”
“왜 낚시 재밌는데?”
다혜는 하교 길 자신의 동네 친구마저 낚시를 좋아하는 이 상황이 정말 피할 수 없는 운명인 건가 싶었다. 자신도 억지로라도 낚시에 애정을 줘야 하나 싶었다.
“어, 인형뽑기 가게가 새로 생겼네?”
“인형뽑기는 귀엽기라도 하지.”
“그럼 해볼래?”
예전 같으면 누구나 현금을 지니고 다녔겠으나 세상이 조금은 변해서, 이제는 모두 온라인으로 결제를 하는 시대였다.
그래서 카드는 있는데 현금은 딱 500원 밖에 없는 두 사람이었다. 인형 뽑기는 한 번에 500원 수준이었지만, 천원의 현금 지폐를 넣어야 2번을 시도할 수 있는 구조였다.
“어. 나 500원 밖에 없네.”
“나돈데.”
다혜와 다혜의 친구 희연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서로의 오백원을 기계에 차례로 넣었다. 처음 오백원을 먼저 넣은 게 희연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희연이가 먼저 인형뽑기 기계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어! 조금 만 더!”
희연은 그렇게 아쉽게 실패했다. 이어 다혜는 손을 털어가며 조작기를 잡고, 좌로, 다시 우로 그렇게 미세한 조정을 한 후, 낙하 버튼을 눌렀다.
“어!!!”
희연이 큰소리로 다혜의 인형뽑기 성공을 축하했다.
“어? 이게 되네?”
가족들의 낚시를 이해하지 못했던 다혜는 이 순간 만큼은 누구보다 인형을 낚은 것에 대한 엄청난 만족감을 느꼈다.
이.. 이건가? 이런 마음인 건가? 싶었다.
다혜는 가족 모두가 낚시에 열광하는 환경에서 자라면서도, 정작 자신의 마음은 도무지 낚시에 끌리지 않았다. 물고기를 잡을 때 느끼는 짜릿함을 주변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다혜에게는 파닥거리는 생명체를 낚아 올리는 그 과정이 낯설고 부담스러웠다. 대신 그녀가 진정으로 빠져든 건 아이러니하게도 바늘도 떡밥도 없는 인형뽑기였다. 낡은 오락실이나 동네 가게 한편에 놓인 기계를 처음 발견했을 때부터, 투박한 집게발 너머로 보이는 인형들의 앙증맞은 외모가 유독 시선을 사로잡았다.
낚시로는 도무지 느끼지 못했던 ‘예쁨’과 ‘귀여움’에 대한 만족감이, 인형뽑기에서는 확실히 존재했다. 오히려 살아 움직이지 않는 인형이라 마음이 더 편했다. 다혜는 모서리에 찌그러져 있는 봉제토끼나, 머리 위에 작은 리본을 단 곰돌이를 보며 지갑 속 동전을 꺼내기 시작했고, 한두 번의 성공이 쌓이자 아예 뽑기 취미가 자리 잡았다.
처음에는 그저 귀여운 인형 하나 정도 얻으면 만족스러웠다. 집에 돌아오면 책상 한 구석에 장식해 두고, 가끔 시선을 둘 때마다 흐뭇해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점차 주말마다 매장에 들러 동전을 몇 개씩 넣게 됐고, 그러면서 방 안의 인형이 늘어났다. 예전에는 가족들이 낚시에서 건져 오는 커다란 광어나 우럭이 식탁 위를 장식해도 별 감흥이 없었지만, 이젠 자신이 직접 뽑아온 인형을 한 줄로 세워 두는 것으로 뿌듯함을 느꼈다. 그렇다고 낚시 취미를 둔 가족과 충돌이 생기는 건 아니었지만, 다혜 스스로도 가끔은 ‘저 사람들은 물고기가 예뻐서 낚시하나? 난 인형이 예뻐서 뽑는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이 끝난 어느 날, 친구들과 함께 근처 인형뽑기 가게에 들렀다. 새로 입고된 인형 시리즈를 구경하던 다혜는 푹 빠져서 몇 번이고 시도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방 안에는 토끼 인형 두 개가 추가로 들어갔다. 옆에서 구경하던 친구들은 다혜의 실력을 추켜세웠다.
“넌 이제 뽑기 장인 아니냐”
다혜 역시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괜히 어깨가 으쓱했고, 가족들에게도 나 이 정도로 인형 잘 뽑는다라며 자랑하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머릿속에 스친 게 학교 축제였다. 학급 부스나 동아리 활동을 알리는 자리에서, 직접 인형뽑기 기계를 빌려와 운영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축제 기획 회의가 열리던 날, 다혜는 인형뽑기 부스를 제안했다. 보통은 음식 판매나 간단한 게임 부스 정도가 많았지만, 인형뽑기 기계를 빌려놓으면 충분히 이목을 끌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축제 방문객으로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나 지역 주민도 오는 편이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인형뽑기가 괜찮은 선택이 될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선생님과 동급생들 역시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다혜는 곧바로 기계 대여업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축제 당일 아침, 다혜는 커다란 트럭에서 내려진 인형뽑기 기계를 바삐 설치했다. 기계 내부에는 각종 캐릭터 봉제인형이 가지런히 배치되어 있었다. 생각보다 비용이 좀 들긴 했지만, 크레인 게임 부스라는 이름표까지 예쁘게 붙여두니 은근히 멋이 났다. 다혜는 기계의 집게를 테스트하면서 동전을 넣었고, 성공적으로 인형 하나를 잡아 올린 뒤, “이거야!” 하고 활짝 웃었다. 일찍 부스를 찾은 몇몇 학생들도 곧이어 동전을 넣고 시도했고, 기계가 작동하는 모습에 호기심을 보였다.
오전 시간이 되자, 예상 밖의 인파가 몰렸다. 본래 강당 쪽에서 열리는 메인 공연 전에 시간이 비는 관람객들이 학교 운동장과 복도 쪽 부스를 둘러보곤 했는데, 다혜의 인형뽑기 부스에 줄이 길게 형성될 줄은 몰랐다. 아이들은 귀여운 인형을 뽑고 싶어 했고, 부모들도 가볍게 참여해보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준비해 둔 인형이 금세 바닥나기 시작한 것이다. 다혜가 아침에 채워둔 인형 수백 개가 오전도 채 지나지 않아 거의 떨어졌고, 도중에 한 번 더 재보충을 했는데도 사람들이 몰려들어 빠르게 소진됐다. 결국 기계 안은 듬성듬성 몇 개만 남았고, 어느새 다음 인형 언제 나오나요?라며 묻는 방문객이 늘었다.
"이렇게까지 인기가 많은 줄은 몰랐어."
다혜는 당황스러웠다. 여분의 인형이 남아 있긴 했지만, 오후까지 부스를 유지하려면 훨씬 더 많은 수량이 필요했다. 부스 기획 단계에서 고민했던 것보다 훨씬 큰 인기를 끈 셈이었다. 하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옆에서 도와주던 친구가 농담 삼아 말했으나, 다혜는 그렇게 즉흥적으로 해결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학교에 재고가 있는 학습용 인형이나 쿠션 같은 거라도 함께 넣으면 어떨까”
결국 오전에만 폭발적인 인원을 받고, 오후엔 부스를 일시 중단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예정과 달리 인형뽑기 부스를 오전에 조기 종료하자, 다혜는 허탈함과 동시에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여유분만 넉넉히 준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고, 생각보다 사람들이 인형뽑기에 끌린다는 사실도 재확인했다.
한편으로는 이 활동이 그저 게임을 넘어 뭔가 의미 있게 이어질 수 없을까 궁리하던 차에, 다른 친구가 흘리듯 한 말을 떠올렸다.
“인형이 남으면 기부할 수도 있잖아.”
그렇다면 많이 뽑아 간 인형들을 어떻게 활용하게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축제가 끝난 후, 다혜는 교내 봉사단체 활동을 하는 친구와 접촉해 인형을 통한 봉사라는 주제를 놓고 이야기했다.
"인형 뽑기를 봉사에 활용해 보자고?"
단순히 뽑아가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인형을 어디엔가 기증하거나, 혹은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는 모델을 마련하는 식의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5개 이상 인형을 뽑아 간 사람에게 일정 수량을 되돌려 봉사 동아리와 함께 장애인 복지관이나 아동 보호시설에 전달하도록 유도한다면 어떨까.
"그리고 버려지는 인형을 가지고 돌아와 새롭게 만들어 보는 것도 함께 하는거야."
"음. 나쁘진 않은 거 같긴 한데 음.."
인형을 좋아하는 어린이들이 있는 기관에 기증하면, 봉제인형은 훌륭한 선물이 될 수 있었다. 이미 다혜 역시 집에 인형이 많아지면서, 필요 이상으로 쌓이는 것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있었다. 그걸 해결하면서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면, 이왕이면 그렇게 활용하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게 만들지를 구체적으로 떠올리다 보니, 다혜는 자연스럽게 ‘인형뽑기의 다양화’라는 키워드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마냥 귀여운 봉제인형만 놓는 것이 아니라, 친환경 소재의 인형이나 수공예로 만든 독특한 캐릭터, 혹은 지역 특산품 홍보와 연계된 상품 등을 함께 배치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학교 축제에서의 폭발적 호응을 보니, 일반적인 봉제인형 외에도 좀 더 이색적인 물건이 들어가면 사람들의 눈길을 더 끌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다양해진 상품 라인업이 자연스럽게 봉사활동이나 기부와 연결된다면, 인형뽑기는 단순한 재미 이상의 프로젝트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혜는 이 아이디어를 좀 더 구체화하기 위해, 몇몇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았다. 요즘은 인형뽑기 매장이 무인으로 운영되고, 상품에도 변화를 주어 캡슐 형태나 피규어, 각종 캐릭터 굿즈 등을 섞는 사례가 있었다. 어떤 곳은 봉제인형 대신 초콜릿이나 과자 같은 소모품을 넣기도 했고, 일부 매장에서는 기계를 이벤트 형식으로 빌려주는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었다. 여기에 ‘기부와 봉사를 결합한 모델’을 더하면, 이전에 겪은 재고 문제나 수요 예측 실패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뽑기로도 충분히 재밌지만 거기에 의미를 더 해보면 더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
학교 축제 부스를 돌아본 선생님 중 한 명은 부스가 예상보다 일찍 문을 닫아 아쉬웠다며, 다음번엔 좀 더 체계적으로 준비해보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다혜 역시 이번 일을 계기로 느낀 점이 많았다. 갑작스럽게 인기가 몰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고, 전혀 예상치 못한 비용이나 수량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또 인형뽑기가 단순한 놀이처럼 보여도 수익 구조를 잘 설계하면 다양한 활동 자금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혜는 언젠가 이 분야를 조금 더 본격적으로 운영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가족이 낚시에 열정을 쏟는 것처럼, 자신은 인형의 매력을 통해서 무언가를 이루고 싶었다.
어느 날 방과 후에 교실 한쪽에 모인 다혜와 친구들은 인형뽑기를 활용한 봉사 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인형을 많이 얻어 간 사람이 자발적으로 일부를 기부하도록 하려면, 기계를 통해 뽑은 직후에 현장에서 선택할 기회를 주는 것이 어떨까 하는 의견이 나왔다.
“인형을 집으로 가져갈 수도 있고, 여기다가 다시 넣어서 필요한 아이들에게 보내줄 수도 있어요. 그럼 기부하는 사람에게는 작은 보상을 주는 식으로…”
이런 방식으로 운영해 보면, 인형을 단순히 혼자 쌓아두는 대신 누군가에게 의미 있게 전달할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었다. 한편, 봉사단체 친구는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우리도 이런 식으로 물품이 모이면, 지역 복지관과 연결할 수 있어”
다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여러 대의 기계를 놓는 작은 팝업 행사나, 마을 축제와 연계해 인형뽑기 코너를 설치하는 것도 상상했다. 그 과정에서 지자체와 협업을 하거나, 로고가 새겨진 상품으로 지역 특색을 알리는 식의 협력도 가능해 보였다. 게다가 지난 축제에서 본 금방 동이 날 만큼의 인형 수요를 관리하기 위해선, 차별화된 상품 라인업과 넉넉한 재고가 필수적이었다.
그러려면 비용도 만만치 않을 테고, 자연스럽게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아직은 학생 신분에 불과했지만, 머릿속에서 여러 시나리오가 펼쳐지자 다혜는 기분이 묘하게 들뜨는 걸 느꼈다.
그 뒤로 다혜는 남은 방과 후 시간에 틈틈이 자료를 정리했다. 인형뽑기 기계 대여 업체 리스트, 다양한 봉제인형 제조 공장, 중고 인형들을 수거해 세척한 뒤 재활용하는 활동 사례 등등. 잔뜩 출력해둔 종이를 책상 위에 펼쳐놓고 보니, 꽤나 방대한 정보를 모으게 되었다.
“너 요즘 공부보다 이쪽 자료만 보는 거 아니냐”
“나중에 이걸로 정말 괜찮은 프로젝트 하나 만들면 좋을 것 같아”
주변 반응도 한결같이 흥미로워했고, 응원할 테니 나중에 꼭 실현해봐라며 격려를 보냈다. 주말이면 가족들이 낚시에 나갈 때, 다혜는 집에 남아 인형뽑기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다듬거나, 실제로 동네 인형뽑기 매장을 둘러보며 시장 조사를 했다.
투입 금액 대비 인형 원가율이 어떻게 되는지, 방문객의 연령대나 성향은 어떤지 관찰하며 메모를 했다. 간혹 매장 주인에게 말을 걸어 업체에서 인형은 어떤 식으로 공급받는지 등을 물어보기도 했다. 한두 곳은 친절하게 답해 주었고, 또 어떤 곳은 세부적인 사항은 영업 비밀이라며 살짝 꺼리기도 했지만, 다혜는 최대한 정보를 모았고 그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다.
인형뽑기를 활용한 봉사나 이벤트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다혜가 구상 중인 그림에는 다양한 확장 가능성이 존재했다. 처음엔 학교 축제용으로만 생각했던 게, 이제는 지역 사회와 연계한 프로젝트, 나아가 조금 더 사업적으로 발전시켜볼 수도 있겠다는 결론에 닿았다.
인형이 예쁘고 귀엽다는 이유만으로 빠져든 게임이었지만, 되돌아보면 그 매력은 개인의 즐거움을 넘어 더 큰 무언가로 이어질 수 있었다. 언제까지나 낚시를 선호하는 가족 곁에서 소외감만 느끼기보다는, 이렇게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무언가를 추구하는 게 다혜에게 훨씬 즐거웠다.
최근에는 기계에 넣는 상품 종류를 확대해보려는 생각도 자주 했다. 봉제인형 말고도, 직접 만든 수공예품이나 지역 특산물을 작게 패키징해 놓으면 훨씬 재미있을 것 같았다. 예를 들어 여기서 뽑으면 충남 홍성의 특산물 키체인을 받을 수 있어요 같은 식으로 홍보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에 관심 있는 기업과 협업해 기계를 설치할 수도 있었다.
벌써부터 다혜의 머릿속에는 인형만 뽑는 게 아니라 지역도 알리고, 사회에 기여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구상이 구체적으로 그려졌다.
그렇게 몇 주가 흐른 뒤, 다혜는 봉사단체 친구들과 간단한 실행 방안을 만들기 시작했다. 교내나 동네 행사에서 먼저 소규모로 시도해본 다음, 반응이 좋으면 좀 더 확장하자는 전략이었다. 예를 들어 학교 내에서라도 인형을 기부받아 세탁·수선 후 기계에 넣고, 뽑힌 인형 중 절반 이상을 다시 기부하는 방식의 실험을 해 볼 계획이었다. 현금이 없어도 간단히 QR 결제를 할 수 있는 장치를 기계에 달 수 있을지, 열쇠 관리와 재고 관리 등은 어떻게 할지, 생각할 문제는 많았지만 열정이 앞섰다.
다혜는 관련 얘기를 하면서 점점 말이 많아졌고, 가족조차도 요즘 너 인형뽑기에 푹 빠졌구나라며 기특해하기 시작했다. 다만 낚시가 아니라 인형뽑기라는 점에서 조금은 아쉬운 듯 모양세였다. 비슷하면서 다른 두 행위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단순히 예쁜 봉제인형 하나를 방에 늘어놓고 감상하는 게 전부였는데, 이제는 누군가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 과정에서 다혜는 스스로도 성장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왜 낚시에 재미를 못 느꼈을까?”
물고기의 생생한 움직임보다, 인형의 부드러운 털과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훨씬 마음에 들었으니까. 결국 본인이 좋아하는 걸로 무언가를 시도해보는 게 맞다는 확신이 들었고, 그걸로 충분했다.
한밤중 방 안에 늘어선 인형들을 천천히 정리하던 다혜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다시 노트를 펼쳤다. 메모장에는 기계 대수, 인형 공급 라인, 예상 비용, 그리고 다음 번 행사 아이디어 등이 빼곡했다. 가끔 한 페이지 가득 그려 넣은 인형 스케치나 기계 배치도까지 섞여 있었다.
조용히 창문 너머 바람 소리를 들으며, 그녀는 그 페이지들을 몇 번이고 들춰봤다. 그리고 어느 순간 문득 자리에서 일어나, 컴퓨터로 무언가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기계 대여업체와 협력해 새로운 형태의 창업 모델을 구상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창밖에는 새벽 공기가 스며들었다.
다혜는 스스로 아직은 학생에 불과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뭔가 해볼 만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학교 축제 때 경험한 인형뽑기의 인기, 봉사 동아리와의 협업 가능성, 동네 매장을 돌며 얻은 정보,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형을 좋아하는 자신의 열정이 뒷받침되고 있었다.
조금씩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현실로 옮긴다면, 언젠가는 커다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도 있으리라. 가족들이 낚시로 커다란 고기를 낚아 올리듯, 다혜도 인형뽑기로만 이룰 수 있는 나름의 즐거움과 보람을 조금씩 낚아 채워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상상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채, 노트 속에서 폭넓은 가능성을 펼치고 있었다.
"인형뽑기의 여왕, 진다혜!"
조금은, 아직은 우수운 얘기였지만 곧 실현될 것만 같은 꿈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