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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한 Aug 18. 2023

동방의 전생자

웹소설 1~3화 

1화.      

“신이라도 된 줄 알았더냐.”

다른 세계에서 소환된 그들은 ‘전생자’라고 불렸다. 이들은 이 세계의 신과 같았다. 

“내가 너를 살려두는 이유는 모든 걸 되돌려 놓기 위함이다.” 

죽음이 눈앞에 있었지만, 그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자신의 목을 부여잡고 있는 전생자 중 가장 강한 자가 그의 검은 두 눈동자에 온전히 담겼다. 

“어째서 나를 배신했지?”

“네놈이 먼저 우릴 배신했으니”

“나는 배신하지 않았다.”

목을 쥐고 있는 손목에 핏줄기가 드러나 거세졌다. ‘커.컥,’ 하며 숨쉬기가 더 힘들어진 자. 그는 고대 신의 이름이 자연 그 자체였듯 이 세계의 신으로 군림하고 있는 전생자 중 하나다. 

손에 쥐고 있던 그는 시간의 힘을 쓰는 전생자를 자신의 힘으로 포박했다.

시간의 힘을 쓰는 전생자를 포박하지 않은 다른 한 손으로 힘을 끌어 올리니 곧 시간의 전생자가 포박된다. 

구의 형태에서 빛방울들이 몰려가 시간의 힘을 쓰는 전생자를 포박한다. 

“구현자..”

시간의 전생자를 바라보는 자. 두 세력으로 나눠진 세계에서 동방의 편에 선 전생자였다. 

“내 이름은, 이원”

“어리석은 놈. 너는 그들과 차원이 다른 존재. 네 놈이 사랑에 눈이 멀어.”

“그래, 나는 사랑에 눈이 멀었다. 그러면 너는 무엇에 눈이 멀었지?”

“...”

대답이 없는 시간의 전생자였다.

“탐욕보단, 사랑에 눈이 먼 것이 백 번을 양보하고, 천 번을 용서하고, 만 번을 사무쳐도 보다 낫지 않나?”

시간의 전생자가 완벽히 포박된 걸 확인한 후 구현의 전생자 이원이 돌아선다. 

이원, 그의 진짜 이름은 아니었다. 다만 이 세계로 와서, 죽은 황태자를 닮았다는 누군가에 의해서 지어진 이름이었다.

백 번 양보하게 되고, 천 번 용서하게 되고, 만 번을 사무치게 만드는 마음. 

사랑하는 이가 지어준 이름이었다.

그리고 지금, 서방의 전생자들로 인해 그 이름을 두 번 다시는 부를 수 없게 되어버렸다. 

이에 복수에 나서고 있는 구현의 전생자였다.

이 세계는 크게 두 세력으로 나뉘어 전쟁을 치루고 있었다. 

동방의 세력에 밀리던 서방세력은 마침내 이 세계의 힘을 온전함을 넘어 한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전생자들을 소환했다.

그래서 모든 전생자는 서방세력이 소환한 자들이었다.

이들은 이 세계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힘을 한계 없이끌어 올리며 사용했다.

자연 중 하나인 불, 물, 대지, 바람, 번개 등이 있었고, 때로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여러 가지 형태의 능력들이 있었다.

이런 전생자들은 처음엔 서방세력에 협력했지만 곧 반란을 일으켰다.

자신들보다 약한 이들에게 충성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들 중 하나인 구현의 전생자는, 과연 최강의 능력을 뽐내고 있었다.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구현하는 능력. 이는 한계가 없는 전생자들 중에서도 최강이었다.

동방의 황족에게만 전해지는 능력이었기에, 서방의 전생자들은 익힐 수 없는 능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능력을 익혀 다른 전생자들을 제압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구현의 전생자.”

시간의 전생자를 제압하고 몇발 걸어 나갔을 뿐인데 곧 적이 등장했다.

이미 만신창이가 된 모습의 화염의 전생자였다. 

“내가 만든 네 분신은 무찌른 모양이군”

“내가 나를 상대하다보니, 꽤나 고생했지. 역시 나는 세더군”

온몸에 불꽃을 일으키는 화염의 전생자였다.

이미 격전지가 되어버린 장소에는 수많은 사체가 나뒹굴고 있었다. 서방과 동방의 군대와 더불어 전생자들의 시체였다. 

“네놈을 죽이고, 내가 최고가 되겠다.”

구현의 전생자는 전생자들 중에서도 최고로 불렸다. 

화염의 전생자가 불꽃의 에너지를 모으기 시작했다. 몸안의 내공을 끌어들여 이를 불꽃으로 전환하는 힘이었다. 

서방의 세력은 과학력으로 무장한 채 동방의 세력과 셀 수 없는 전쟁의 역사를 써내려갔다. 

서로의 진영의 힘의 균형은 맞지 않는 편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과학기술이 있어도 동방의 무공을 넘을 수 없었던 서방세력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동방을 무찌르기 위해 소환된 전생자들. 

그런 전생자들은 처음에는 서방세력에게 협력했다.

이 세계에서 익힐 수 있는 힘을 익히기 전까지였다. 하지만 강해진 이후에 그들 위에 군림했다.

서방에 소환된 전생자들은 자신들을 소환한 공화국들의 정점에 섰다. 

이후 연합하여 이들이 목표했던 동방을 노렸다. 서방에서 익힌 능력보다 더 비범한 힘들이 동방에 포진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동방에 처음 잠입하던 전생자 중 한 명이 구현의 전생자였다. 

구현의 전생자는, 자신의 힘 ‘구현(具現)’을 동방의 나라 중 으뜸인 제국 ‘환’으로부터 익혔다. 

그리고 동방연합국의 수장 환의 공주를 사랑하게 되었다.

서방으로 돌아온 그는 자신의 힘으로 서방의 전생자들을 무릎꿇게했다.

자신이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였다. 

이미 동방으로 진격을 시작했던 군대를 혼자서 다 쳐 부순 전례없는 일이었다.

이후 전생자들은 구현의 전생자에게 충성하는 게 아닌, 연합하여 없애려고 했다.

그렇게 준비된 격돌이 바로 지금이었다.

조금전까지도 수많은 목숨이 구현의 전생자의 손에 의해서 끊어졌다. 

구현의 전생자는 멈추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받아라.“

화염의 전생자는 자신의 타오르는 불꽃으로 거대한 용의 형상을 만들어 공격했다. 

"이름 없는 공격 따위는, 내게 통하지 않는다.“

용의 형상을 한 불꽃이 이글이글 타오르며 구현의 전생자에게 날아들다가 곧 구현의 전생자의 주변을 돌게 된다. 

조금전까지 그저 타오르기만 했던 불꽃에 생체기가 생기며, 용의 비늘이 형상화된다.

그저 화염의 전생자의 공격 중 하나였을 뿐이었고, 그 공격이 용의 현상을 한 것 뿐이었을 뿐이었다. 조금 전까지는. 

그 형상이 정말로 용으로 구현되어 구현의 전생자의 위로 타오르고 있었다. 

'구현의 화룡'이 되어 구현의 전생자를 위해 화염의 전생자에게 불꽃을 내뿜는다.

"...“

화염의 전생자는 이 모습에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왜 다른 전생자들이 이 자식에게 하나같이 당하고 쓰러졌는지 알 거 같았다.

그런 놈 하나 쓰러트리지 못하는 다른 전생자들이 자신보다 약하기 때문에, 자신만은 구현의 전생자를 쓰러트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기야’

자신의 고향에서 하던 게임, 그리고 미치게 혐오하던 존재. 마치 핵 사용자를 만나는 것만 같았다.

자신이 소환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만든 불꽃으로 구현되어진 화룡이 내뿜는 불길에 온몸이 타오르는 불꽃의 전생자였다.

화염을 일으키는 공격을 하는 화염의 전생자였지만, 그 자체가 불꽃은 아니었다.

치명적인 내상을 입은 채 한쪽 무릎을 꿇는다.

구현의 전생자가 자신의 앞으로 다가오는 모습을 본다. 

그 뒤로는 시간의 전생자가 자신의 포박을 어느 정도 풀어내는 모습이 보여진다. 

"실력은 없이, 치트키만 써서 게임을 끝내는 놈들을 증오했다.“

이 세계에는 없는, 불꽃과, 시간과, 구현. 그리고 이 전장터에서 쓰러진 전생자들의 고향. 다른 세계에서 쓰는 말이었다. 

"이제와서 그게 다 무슨 소용이지?“

터벅. 터벅. 점점 화염의 전생자에게 다가가는 구현의 전생자였다. 시간의 전생자를 제외하고 모든 전생자의 목을 베어 냈던 구현의 전생자였다. 

"한쪽을 마저 꿇는다고 해도, 살려둘 생각은 없다.“

자신의 힘이 매우 강하다고 해도, 귀찮은 일을 되풀이 하고싶지은 않았다.

아니, 그가 자신의 뜻대로 따라주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구현의 전생자가 도움을 구하기 위해 찾아갔던 다른 전생자. 그는 부활의 전생자였다. 

아무리 이 세계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부활이었다고 해도, 자신의 부활은 이끌어내지 못했던 모양이었는지 이미 싸늘한 주검이 된 채로 였다.

그리고 곧 전생자 연합은 부활의 전생자를 찾아온 구현의 전생자를 공격했고, 추풍낙엽처럼 쓰러져갔다. 

이미 죽어 있는 부활의 전생자와 같이 따뜻했던 체기는 어느새 달밤의 보름처럼 차가워져 갔다. 

"네놈들.“

분노로 치를 떨고 있는 구현의 전생자. 그는 자신을 공격해오고, 자신이 사랑한 여인을 죽인 전생자들의 연합체를 쳐부숴갔다.

압도적인 구현의 전생자의 힘 앞에 쓸려내려간 서방군. 그리고 그들의 신이 된 전생자들이었다.

"어떻게. 저런 힘이“

전생자들은 알지 못했지만, 전생자들을 따라 나선 부하들 중에서는 몇몇 구현의 전생자가 쓰는 힘에 대한 전설을 들은적이있었다. 

예전 환국의 탄생에도 있었던 힘. 허나 그것은 허였고, 실은 아니었다.

환영, 환상, 환술이라는 힘으로 존재했던 힘. 

그런데 지금 구현의 전생자가 쓰는 힘은 그 한계를 넘어 환영을 현실로, 환상을 진실로, 환술을 현생시키고 있었다. 

보통의 사람은 어떤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지 않다.

물론 이 세계의 특별한 힘으로 '심력(心力)'이 강한 자들은 타인의 마음의 소리가 들을 수 있는 소문은 있었다.

전생자 중에도 그런 힘을 가진 자가 있다고 했지만 사실 바깥으로 들어나는 힘이 없어서 약자와 다를 봐 없었다.

권모술수가 판이 치는 세계였지만, 결국은 '무력(武力) 앞에 아무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전생자들의 힘은 그러했다. 어떠한 계책을 내도, 진법을 써도, 진형을 짜도 도저히 감내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힘이었다. 

그런 전생자들의 연합이 단 하나의 전생자를 당해내지 못하고 쓰러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모든 걸 되돌려야겠다.“

부활의 방법이 막혔으니, 이제는 단 하나의 방법 밖에 없었다.

구현의 전생자가 막 화염의 전생자의 심장을 불꽃으로 튀겨버렸다.

불길에 휘말려 타오르는 심장이 두근, 두근 뛰다 곧 이내 멈춘다.

그모습을 두려움에 떤 채 바라보고 있는 시간의 전생자. 

모든 전생자를 제압한 구현의 전생자였지만, 오로지 시간의 전생자만큼은 그러지 않았다.

그가 다가오자 발걸음을 살며시 뒤로 빼며 뒷걸음질 치려는 시간의 전생자였다.

그러나 뒤는 벽이었다. 낭떠러지 라면 혹시나 싶은 마음으로 몸을 날려볼 수도 있었을텐데 그럴 가능성도 없었다.

"무엇을.. 원하는 거냐!“

주눅들어버린 말투에는 오로지 공포만이 가득했다. 전생자로 포효했던 지난 기억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채 였다. 

"되돌리려한다.“

심연의 어둠보다 깊은, 검은 눈동자로 시간의 전생자라를 바라보는 구현의 전생자였다. 

"무엇을..“

더 이상 달아날 곳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뒷걸음질 치는 시간의 전생자였다.

전생자의 힘에 의해 벽이 부서지진 않았지만 뒬걸음치는 발자국이 조금씩 새겨지고 있었다. 

"시간을 되돌리려하니, 너는 내 힘을 써라“

"무슨 미친 소리를!“

구현의 전생자가 자신의 내공을 끌어올려 구현을 가동한다.

시간의 전생자도 이제는 어쩔 수 없음을 느끼고 흐느낀다. 

"가능할 성 싶으냐“

"해보지 않고, 무엇을 알 수 있지?“

이 세상에 와, 살아갈 이유를 잃어버린 지금이었다.

시간의 전생자는 힘을 가동하며, 억지로 자신의 힘마저 가동시키는 구현의 전생자를 바라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2화.     

처음 이곳에서 눈을 떴을 때. 그가 처음 보았던 게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비틀려진 세상 속에서 온 것으로 제대로 자리를 잡았을 때. 자신이 지금까지 살던 세계와는 다른 곳임을 충분히 알 수 있는 여러 가지것들이 있었다. 

되돌려진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목을 부여잡고 있는 구현의 전생자. 주변의 사체들은 사라지고, 다시 새로운 죽음들이 나타났다. 

"실패인건가..“

눈을 감았다 뜬 느낌이었다. 자신은 한 번도 눈을 감은적이 없었다. 

자신 앞에서 흐르던 핏물들이 말라가고있었다.

눈앞의 시야가 흐려지고, 급속으로 늙어가던 시간의 전생자도 사라졌다. 

붙잡으려 손을 내밀어 보는데 닿지 않는다. 점점 작아지는 손과 팔. 그리고 자신.

이제는 어느새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울부 짖을 뿐이었다.      

전쟁터 한복판, 사람들의 비명사이로 들리는 울음소리에 환국의 여전사 블루가 귀를 쫑긋 세운다. 

소리가 들리던 곳으로 천천히 온 몸의 신경을 곤두세운 채 다가간 블루. 

그런 블루를 보고 병사들이 따른다. 

화살이 쏟아지자 병사들이 쓰러지고 블루는 서둘러 엎드린다.

화살에 맞고 쓰러지는 병사들 사이로, 비명이 아닌 소리의 정체가 보여진다.

"어떻게-“

이 전장터에서 절대 볼 수 없는 광경. 아니 어떤 전쟁터에서도 보지 못할 광경이었다.

여기는 들판, 들집들을 습격하거나 하여진 곳도 아닌 곳. 버려진 아기가 있을 이유가 없었는데, 아기 하나가 울부짖고 있었다.

아기가 어른이 된다면 입을 옷들을 입고서.

그런데 그 옷들의 무늬들은 황제 조차도 쉽게 다루지 못하는 모양. 

대환제국의 고우마 신을 기리는 신의 무늬였다.

"어째서“

블루는 황가의 적들을 멸하는 존재, 대환제국 황가의 친위대였다. 

옷들사이로 팔과 다리를 아장아장하게 휘젓고 있는 아기가 있었다. 그리고 먼발치서 힘겹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할아버지가 보였다.

이런 전장터는 대부분의 젊은이다. 자신과 같은 여성이든, 남성이든은 상관없이 너무 늙은 자나, 너무 어린 자들은 찾아볼 수 없는 혈투의 격전지였다. 

"늙은자와 어린자가 한 번에..“

오랜 전설에 그런 말이 있었다. 시작과 끝이 모두 오른 날에 대한 예언이었다. 

그런 예언을 먼저 실현한 건 서방의 군대라고 한다. 

동방의 군대는 서방의 군대와의 격전에서는 언제나 연전연승을 거듭해가고 있었다.

서방 연합군과 동방 연맹군들의 대결은 가끔 동방이 서로를 불신해 이기지 못할 때는 있었으나 웬만하면 승리하고는 했다.

예전 타르무르가 이끌던 '으뜸제국'이 서방을 거의 정벌할뻔했었던 건 전설로 내려오는 이야기이기도 하면서도 서방과 동방의 전력 차이를 실감하게 하는 이야기였다. 

지금은 그때보다 벌어지면 벌어졌지 결코 줄어들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동방의 오랜 무의, 무공, 무술들은 시간을 지내오면서 더욱 격해지고, 다양해지고, 강해졌다.

서방에서는 과학이란 새로운 기술을 도입했지만 얼마 전에 패배한 역사를 가졌다.

그 역사의 기록이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다시 한번 전쟁을 일으킨 서방이었다.

이번에는 블루와 같이 무예를 익힌 자들이 함께였다.

그러나 오랜 역사의 무예가 쉽게 꺽이지는 않았다.

연맹국의 하나로 전선에 참여하고 있는 환. 그 무사인 블루는 전장터에서 쉽게 보지 못할. 아니 어쩌면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장면을 목격하고 있었다.

"아이와 할아버지라.“

블루는 화살 세례가 끝나고, 그 화살을 퍼부은 궁수들을 향해 진격하는 군사들을 뒤로 한 채 아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이는 아무것도 모른 다듯이. 피로 범벅진 대지는 모른다는 표정으로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울부짖고 있었다.

그런 아기를 바라보며 엎드려 있던 할아버지가 겨우 몸을 부축하며 섰다.

얼굴을 잔뜩 찌푸린 표정이었다. 의도하지 않은 일이 일어나 불안하기도 하고, 불편한 표정이 많아 보였다.

블루는 저런 표정을 많이 보았다. 자신이 옆에서 모시는 황가의 대부분이 저런 표정을 하루가 멀다 하고 짓다 뭉개고 숨긴다. 

"결국, 이렇게 된 것인가..“

그 할아범이 하는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알리 없는 블루였다.

"괜찮으십니까?‘

다가가 물었다. 할아범은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며 힙겹게 지었다 폈다가 해보았다.

손을 쥐는 힘 마저도 애쓰는 모습이었다. 

그러다 자신에게 다가온 블루를 보고 아기를 가리켰다.

"저 자는..“

아기 보고 저 자라 하는 할아버지의 말에 블루의 시선이 아기에게로 향했다.

마치 무언가, 거대한 무언가라도 되는 것마냥 말하는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넋이 나갔다. 

할아버지의 말에 블루는 아기에게로 다가갔다.

울부짖던 아기가 블루의 얼굴을 보더니 울음을 그쳤다.

방긋 울어보였다. 

마치 기다리던 엄마라도 보듯이, 아니 엄마보다 더 애틋했던 누군가를 만났다는 듯이. 

 블루는 아기를 조용히 들어올렸다. 전쟁이 끝난 게 아니기에 아직 여기저기서 비명이 질러졌다.

화살이 쏟아지며, 피가 튀고 있었던 전장이었다. 

블루는 최면이라도 걸린 거처럼 아기를 안고 할아버지 앞으로 갔다.

할아버지가 앉은 자세로 아기를 바라보았다. 

"구현의 전생자..“

그는 아기를 바라보며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전생자요..?“

할아버지의 검은 두 눈동자에 아이를 안은 블루의 모습이 비쳤다. 

"결국, 시간이 되돌려진 모양이군.. 여기는..“

이 전장터는 낯설지 않았다. 자신이 처음으로 참여한 전장터였기 때문이었다.

"이곳은 주토로군.“

주토는 서방의 동방이 서로 침범하지 않는 중립 지역. 중방의 중립 연맹이 있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두 세력이 부딪쳤고, 전생자들의 참여로 인해 동방의 연맹이 발을 뺀 전장이기도했다. 

"너는..“

이제야 블루의 모습을 제대로 인식한 할아버지가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정말로.. 이렇게 되었구나“

아무리 자신의 능력이었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될줄은 몰랐다.

만약 자신이 방해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자신의 힘을 빼앗아 사용하는 구현의 전생자로부터 온힘을 다해 막아내 이 정도로 마무리되었다. 

비록 지금은 모든 힘이 사라진 것마냥 아무것도 할 수 없을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회복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런데 자신이 그렇다면, 이 아기, 구현의 전생자부터 죽여 없애야했다. 

자신의 힘을 사용하는 틈을 노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끌어 구현의 전생자를 공격했다.

비록 화염의, 폭풍의, 지진의, 어둠의, 여러 강력한 전생자들보다는 못할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가장 확실한 방법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렇게 눈 앞에 있었다. 

시간은 되돌려졌다. 구현의 전생자 본인이 갖고 있는 시간마저도 그렇게 되어버린 것이었다.

지금은 아기라서 능력을 사용하지 못할지라도 자라난다면 어떤 대재앙이 될지도 모르는 아기였다.

시간의 전생자는 백발의, 자신의 몸을 가눌 힘조차도 없는, 시간의 힘을 쓸 수도 없는 상태에서 죽은 병사의 손에서 겨우 칼을 꺼내 들었다.

"재앙을 막아야해“

모든 전생자가 힘을 다해도, 결코 막을 수 없었던 존재. 겨우 찰나의 순간에 모든 힘을 끌어내 잡은 기회였다. 

"죽어야해“

자신의 손자를 죽이려는 걸까? 자신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갈 아이가 애달파서? 블루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기에 자신의 경험과 감각만으로 생각하고 생각해야했다.

그리고 판단해야만 했다. 지금 아기를 할아버지에게 내미는 건 죽이는 짓과 같았다. 

자신은 군인이다. 군인은 비록 적군의 군인을 죽이지만, 반대로 같은 편을 살리는 임무를 가진다.

이 아기가 어느 나라의 아기인지, 저 할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어디의 백성인지 지금을 알 수가 없다. 

그렇다고 이렇 아기를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멈추시오!“

아기를 내밀던 두 팔을 뒤로 빼며, 아기를 감싸안는 블루였다.

아기가 다시 울먹이다가 자신을 달래는 블루를 보자 다시 활짝웃는다.

"어떻게, 아기를.“

"지금, 제거해야만한다.“

할아범은 제 몸도 가누지 못하는 상태였다.

겨우 일어나려고하다 다시 자빠졌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섰다.

블루는 할아버지와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한손으로는 아기를 안고 있었고, 한 손으론 무기를 잡고 있었다.

"이 아기는 제가 키우겠습니다. 그러니, 편히 잠드시죠.“

아기를 보호하려는 블루를 보자 어이가 없어진 할아범이었다.

지난 전쟁에서도 자신을 어이없게 만든 전사. 환국의 친위대 블루. 

그 전장도 이곳이었다. 이 시간대, 이 장소. 비록 되풀이 되지 않는 무언가 바뀐 역사였지만, 어이가 없어서 웃는 시간의 전생자. 탕잉밍이었다. 

"처음 볼 때도. 무척 아름다운 미모에 날 홀리더니, 다시 만난 지금도 마찬가지인가“

이름처럼 바다의 빛깔을 빼달은 푸른 머리카락이었다. 

그런 블루를 보고 탕잉밍은 일어섰다.

"블루. 네가 들고 있는 그 아기가, 이 세상을 얼마나 헤칠지 모르고 하는 말이다“

아무리 아기라고 해도, 조금 전 신과 비견되는, 아니 신이 된 전생자들을 홀로 모두 무찌른 자였다.

그런 아기를 지키겠다고 나서다니. 비록 직업이 지키는 직업이라고 해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탕잉밍이었다. 

"너는 모르는 일들이 많다. 네가 겪은 일들이기도 하다“

할아범은 모든 힘을 다해 날아오르다 시피해서 아기를 향해 검을 내질렀지만, 블루는 가겹게 피하고 칼등으로 할아범을 내리쳤다.

"읔!!“

할아범은 고함을 내지르며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천하의 전생자가, 이런 꼴을 당하다니. 이게 모두, 저놈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열받았다.

시간이 될돌려지기 전엔 너무 강해서 아무것도 못했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못하는 아기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당하는 게 너무 억울했다.

"저 놈은 곧 재앙이 될 놈이라니까!“

바닥에 나뒹굴면서도 아기를 보호하는 블루에게 못마땅하다며 호령하는 할아버지였다.

"아 아기의 가족은 아닌 걸로 보이고! 도대체 무슨 용모로 그런 저주를 퍼붓숩니까!“

"나는 저 놈과 같이 미래에서 왔다!“

"미래?“

"그래, 이 전쟁은 서방의 연합들이 승리할 것이다.“

누가 봐도 승기를 잡고 있는 동방 연맹이었다. 

이미 연합군 총사령관의 목은 몸과 분리되었고, 전면 후퇴를 준비하고 있는 연합군이었다.

그들이 준비했다는 신무기들도 동방의 무예 앞에서는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롭다가, 그 위세를 기록할만것도 없이 무너졌다. 

물론 동방연맹도 누구나 무예를 익힌 게 아니라, 무예가 부족한 군대는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보기도했다.

그렇다고 이 할아범의 말을 신뢰할 수는 없었다.

"이 전쟁에서, 우리 동방연맹이 패배한다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네년은 여기 있을 게 아니야, 곧, 네년이 지켜야하는 황태자의 목이 떨어질 것이니“

우수운 소리 중에 가장 우수운 소리였다.

동방연맹의 준 총사령관 대환제국의 황태자. 이황태. 그는 동방의 무예가들 중에서도 수준급의 실력이었다.

산으로 올라가 신선이 된 자들을 제외하고 중원이라 불리는 동방국들의 판에서는 그 위에 있다고 말하고 다는 무예가들은 거의 없었다.

만약 이황태의 무공을 넘는 자가 있다면, 동방연맹의 누구도 이 전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믿을만한 소리를 하십쇼“

그때였다. 바람 앞에 등불이 커다란 산불이 되어 번진 것은.

거대한 충격이 있었는 번쩍이는 빛과 함께 소리가 났다. 

블루가 격전지라 부르기도 민망한, 거의 승기를 잡은 전장을 바라보았다.

믿을 수 없는 광경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어떻게..“

찢겨진 병사들의 사체가 하늘을 장식하더니 유성우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허공에 떠 있는 병사들. 그리고 그곳에서는 황금빛으로 무장한 황태자의 모습이 보였다. 

"전생자들이다.“

3.     

"전생자들?“

블루는 마치 지금 벌어지는 일들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얘기하는 할아버지의 얼굴과 죽어가고 있는 동방연맹의 군사들을 바라보았다.

"황태자..“

황태자의 몸은 높게 떠올랐지만 다른 사체들처럼 푸드득 하고 떨어지지는 않았다.

입가에 피를 닦아내는 모습.

"이놈들..“

아직 살아 있었다.

"태자 전하!

블루가 황급히 다가갔다. 황태자는 환국의 비급. 환상을 걸어 자신을 공격한 자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어. 어. 이게 뭐지“

전생자들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훗날의 전생자들만큼은 위협적인 건 아니었다.

첫 전쟁에서는 동방의 무인들과 막상막하의 힘을 뽑냈다. 그들이 막 힘을 익혔을 때의 일이었다.

이는 이미 한계 이상까지 자신들의 힘을 끌어올렸던 동방의 무인들과 이제 막 힘을 개방하기 시작한 전생자들의 차이였다.

전생자들의 고향에서 이 표현을 빌려와야 한다면 마치 이제 막 데뷔한 신인인 어린 메시와 황혼기의 호나우도의 대결이 이와 같다고 볼 수 있었다. 

훗날 전생자들은 이 세계의 신으로까지 추앙받을 정도의 강함을 가지게 되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지금에서야 동방의 무인들과 겨룰 수 있을 정도의, 이 세계의 힘을 활용할 수 있는 전생자였을 뿐. 

"오..“

전생자들과 황태자의 대결을 말로만 들었던 탕잉밍은 황태자의 힘에 의해 공격을 멈춘 전생자들을 보았다. 

"저런 황태자를.. 어떻게 죽인거지.“

이야기만 들었을 때는, 동방의 무인들이 추풍낙엽처럽 쓰러지는 건줄 알았는데, 꽤나 잘 싸우고 있었다. 

아니, 처음의 습격은 위협적이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이미 우위를 점하고 있었던 동방연맹군이 여전히 압도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보이는 전생자는 여덟. 그중 여섯은 이미 황태자의 힘에 서로 싸우고 있었다.

"비급, 환술.“

황족에게만 보여지는 힘. 

"가만, 원래 전생자는 아홉일텐데..“

탕잉밍은 블루가 안고 있는 아기와 주변의 전생자들을 둘러보았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 답을 찾아내야했다.

"그러고보니.“

자신의 손과 팔, 그리고 다리를 둘러보며 늙어버린 모습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탕잉밍이었다. 

"충분히 날 죽일 수 있었을 터“

탕잉밍은 처음에는 구현의 전생자가 자신의 힘을 훔쳐 쓰기 위해 자신만을 해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하필, 이런 모습인가. 아니지 그럴 수 없다.

미래를 읽는 능력인 미래안을 가진 것이 아니니까. 미래의 전생자는 따로 있었다.

그리고 능력을 훔쳐 쓰는 게 아니었다. 그 능력들을 구현하는 것일뿐.

어디까지가 의도이고, 어디까지가 실수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들었다.

자신의 기억속에 갇혀버린, 또는 잃어버린 무언가를 되찾으려 머리를 굴리는 탕잉밍이었다. 

아무리 늙어버린 모습이었지만, 한 때는 이 세계의 신으로 군림했던 전생자 중 하나였다. 

자신이 회심의 일격으로 준비한 시간의 공격이 통해 저렇게 아기의 모습이 된 구현의 전생자. 오로지 그 뿐이 떠오르지 않았다.

자신이 이 시간대로 돌린 게 아니었다. 

"도대체 뭘..“

그러다 문득, 저 아기를 안고 있는 블루가 외쳤던 한마디가 되새김질 되었다. 

"처음와 끝이 오니니..“

동방의 비밀. 동방의 비문. 그에 대해서, 전설에 대해서 알고 있는 그였다. 

많은 전생자들이 찾지 못한 힘. 구현의 힘. 그가 선택받았거나 특별해서 얻는 힘이 아니었다.

이 세계에는 곳곳에 사람이 익힐 수 있는 힘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 힘들은 이 세계의 사람들에게는 한계치가 있어서 극한을 넘어서지 못한다.

전생자들은 그런 한계가 없기에 무한하게 힘을 기를 수 있었다.

전생자들의 고향, 게임으로 치면, 이 세계의 능력의 한계. 즉 최고의 능력치는 99. 극한으로 100을 넘는 게 가능해도. 101, 102가 아예 있을 수 없는 건 아지만 그마저도 전설을 넘어 신화 속만 가능한 이야기였다.

이 세계인들에겐 그랬고, 전생자들은 이 능력치의 한계가 없이 100, 200, 300은 물론이고 1000, 10000도 가능했다.

특효약을 먹는다던지,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던지, 그러기 위해서 대부분이 자신을 찾아와 고개를 조아렸다.

탕잉밍의 능력은 시간의 조절자. 누군가에게는 1분의 시간을, 탕잉밍에게는 10년, 100년으로 체감할 수 있게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

아예 시간 자체를 뒤엎을 생각은 해본적이 없었기에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니, 이 되돌려진 시간이 자신이 벌인 것인지, 아니면 구현의 능력을 쓴 구현의 전생자가 한 일인지도 가늠이 되지 않았다.

"제길..“

탕잉밍은 아기로 변해버린 구현의 전생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어느날 갑자기 등장했다. 처음에는 아무런 능력도 발하지 못하는 그저 이 세계의 인물과 다를 봐 없는 인물.

가장 처음, 전생자들의 출현을 알리는 이 자리 이후 자취를 감추다, 어느덧 최강자가 되어 전생자들을 토벌한 자였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거냐..“

아기가 되어버린 채 블루에게 매달려 있는 구현의 전생자를 바라보는 탕잉밍이었다.

"이원.. 이라는 이름도 네 진짜 이름이 아닐터“

자신을 이원이라고 소개했지만, 그건 이 황태자의 아들, 황태손의 이름. 그 이름을..

"설마“

탕잉밍은 최대한 모든 가능성열 열어두고자 했다.

이미 벌어진 일들, 그 일들을 모두 되집을 수는 없다. 

취할 수 있는 일들만 취하기도 벅찼다. 

이 모든 일이 설마 저 아기로 변해버린, 구현의 전생자의 계략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까지 빗나간 것이고, 어디까지 예측한 것인지 알아야했다.

아기가 되었기에 소통이 불가능하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역시 죽여야하나?' 훗날 다른 전생자들을 압도하고도 남을 녀석이었다. 되돌아온 시간이 아닌데도 그런데, 이렇게 되돌아온다면 더할 나위가 없는 공포가 될 게 뻔했다.

"황태자 전하!“

블루의 외침을 들은 황태자가 소리쳤다. 

"블루.“

황태자가 블루를 쳐다보았다. 자신의 환술에 빠져 서로 치고박고 싸우고 있는 전생자들을 보고 있었다.

"서방에 저런 무인들이 있었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 이 없습니다.“

블루의 말에 동의하는 황태자였다. 

자신들이 보낸 밀정들도 이런 보고를 올린 적이 없었다. 그러고보니 최근에 밀정 소식들을 들은지가, 어느날부터 평범해진 밀정들의 보고서. 

"설마.“

밀정들이 모두 간파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저런 무술을 익힌 자들이라면, 밀정들의 행동들도 쉽게 눈치챌 수 있었을테니까. 

"최소, 수기지수 이상의 실력자. 저런 무예를 익히려면 족히 이십 년은 넘게 걸린다. 어떻게 저런 자들이 소리 소문도 없이 갑자기 등장할 수 있는 거지?“

심법을 익히고, 다시 심범에 맞는 무공을 익히고, 다시 장단에 맞추는 행위의 무술을 하며, 무예를 익히는 무도가가 되는 길은, 말은 쉬웠지만, 결단코 쉽지 않았다. 

"승기를 잡고, 서로 싸우고 있을 때 공격해야합니다.“

황태자가 손등을 보이며 이를 저지했다.

"지금 환술이 풀리면, 즉각 대처해야하는데, 저들의 무예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블루가 당혹한 표정으로 황태자와 전생자들을 바라보았다.

'황태자가 이렇게 말할 정도면, 정말로 대단한 자들이다. 황태자는 이 동방연맹에서도 수준급의 실력자.‘

"그런..“

"다들 최소 나 정도거나 그 이상이다.“

"네에? 어찌..“

무예에는 여러 가지 측면이 존재한다. 그중에서 서로의 무공만으로 서로의 급을 나누는 대결이 있다. 단 무공도 쌓은 내공의 방법이 달라 같은 무공이라고 해도 서로 성질이 다를 때가 많다. 

사람으로 따지자면 무공은 몸이고, 내공은 성격과 같은 것이라 모두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가 없었다. 

"무공이 느껴진다. 그들은 엄청난 내공을 쌓은 자들이야. 어찌..“

"그런 게 가능할 리가“

블루는 황태자의 말에 다시 한 번 전생자들을 바라보았다. 

무공을 쌓은 무예가들은 무공의 영향으로 인해 젊음을 유지할 때가 많다.

그러나 하늘이 내린 재능, 천재 중의 천재가 아니면, 아직은 앳돼 보이는 환국의 제후 중 하나인 사로에서 낭자놀이나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자들이, 그런 내공을 소유하고 있다고?

비록 그 사로의 낭자 중에서도 가끔 천재가 나온다. 그들은 낭자들을 이끄는 화랑이 되어 사로를 지키는 무인이 된다. 

사로와 마찬가지로 흰부여의 싸울, 높고을의 조의 같은 자들이 존재하긴 했지만, 그들은 천 명 중에 한 명 등장할가말한가한 천 재 중의 천재들이었다. 

이미 예부터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홍익의 뜻을 크게 펼치고 있는 대환제국, 그리고 동방연맹에서도 그런 수준급의 무예가는 쉽게 찾을 수 없는 고단한 수련을 걸쳐야했다. 

"쑥과 마늘만으로 환웅산맥의 동굴에서 수련이라도 했단 말입니까“

대환제국에서도 초절정의 무예가 되는 별도의 방법이 있었다. 이는 환국의 친위대만이 쓰는 방법이었는데, 

특별하게 기르는 쑥과 마늘만을 먹으며 환웅산맥에서 백일을 열 번, 그렇게 천 일을 버티는 일이었다. 한번의 횟수마다 지위와 명예가 상승하는 일이었다. 또다시 진행 할 때마다 더 깊은 곳으로 가 수련을 한다. 

그곳에서는 전설속에 전해져 내려오는 온갖 신출귀몰한 일들을 겪는다. 

블루 자신도 오직 손으로 셀 수 없는 시도 끝에 세 번의 단계까지 성공했고, 황태자도 여섯까지 밖에 하지 못한 수련이었다. 

"환웅산맥은 우리의 고토, 저들이 어찌 그걸 했겠느냐“

황태자는 자신의 환술에 빠져 있는 전생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로를 겨누며 싸우고 있는 자들, 

"저건..“

황태자가 앞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를 블루도 두 눈으로 보았다.

무공을 몸에 두르는 일 또한 쉽지 않다.

무공을 몸에 두름으로 강철보다 강한 피부를 얻게 된다.

그런데 그 몸에 두르는 무공을 아예 두르는 걸 넘어 꺼내는 행동은, 거의 신기에 가까운 기술이었다.

이미 신선이 되어 어느 깊숙한 곳으로 사라지지 않고 활동하는 자들중에서는 아마 동방연맹에서도 열 손 안에 들 것이다.

황태자 마저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황태자 전하보다..“

차마 말로는 꺼낼 수 없었다. 불경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황태자 마저도 감당할 수 없는 일. 그런 일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블루는 미처 느끼지 못하고 있는 공포, 그 공포를 공포로부터 자신들을 지켜오던 황태자가 느끼고 있는게 느껴지는 블루였다.

황태자의 온몸에는 어느새 식은땀으로 적셔져 있었다. 

"저들 중 하나인데.“

황태자가 하는 혼잣말에 귀를 기울이는 블루였다.

"무슨..“

"도저히. 감내할 수 없는 엄청난 무공이 이 전장에서 느껴지고 있다.“

황태자는 주변을 바라보았다. 블루가 전생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렇게 강한 자들이라면, 저들 중 하나겠지 생각했다.

그러던 황태자의 시선이 블루가 안고 있는 아기로부터 멈췄다.

"아, 이 아기는“

"이.. 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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