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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한 Aug 18. 2023

게임 속 던전 현실세계

웹소설 1-3화 

1화.     

하나의 게임이 세계를 지배했다. 2073년의 일이었다. 

“미아, 뭐해?”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를 쳐다보았다. 이 아카데미의 나의 몇 남지 않은 동료였다. 

“우리도 곧 졸업이니까”

나는 기어에 일기장의 문장을 마무리하고 나를 부른 소닉에게 다가갔다. 

“내일이면 우리도 게이머가 되는거야. 설레지?”

소닉의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여기까지 전부 들리는 거처럼 들렸다.

나는 조용히 왼쪽 가슴 쪽에 손을 됐다. 나도 떨리는 걸까? 떨린다. 떨고 있었다. 심장은 여전히 두근거리고 있었다.

소닉은 나의 그런 행동이 재밌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AWG<Another World Gear>가 이 세상을 뒤바꿔 놓은 지 어느덧 여러 해가 흘렀다. 처음 그 게임이 나온 건 2055년의 일이었다. 

아직까지도 믿기지 않는 일들. 고작 18년만에 게임은 이 세상을 바꿔놓았다.

“신의 강림..”

소닉의 말처럼, AWG는 신의 강림으로 불렸다. 

게임 속의 아이템이 처음으로 이 세상에 등장한 것은 2058년의 일이었다.

처음 현실에 등장한 게임의 아이템은 돌멩이였다고 한다. 지금은 갓스톤이라는 이름으로 게임교의 신성물이 되어 있다고 들었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돌멩이어 이어 온갖 보석들, 그리고 여러 신비한 능력을 가진 물건들. 거기까지였으면 세상이 이렇게 혼돈에 빠지지는 않았을텐데. 

"아직도 그날을 기억해“

나는 그때 어렸기 때문에 정확히 기억하는 건 없다. 다만 온 세상이 붉게 타오르던 광경. 그 모습을 기억할 뿐이었다. 

"게임 속에 있어야할 몬스터들이. 실제로 등장했던 날..“

소닉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모습이 보였다. 소닉은 그날 가족들을 잃었다고 했다. 

"소닉..“

나는 소닉의 어깨에 조용히 손을 올렸다. 나만의 위로 방법이었다. 소닉은 자신의 어깨에 올라간 내 손을 붙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복수해야지“

게임 아이템에 이어서 등장한 몬스터들, 그리고 여러 가지것들. 

세상에는 큰 혼돈이 찾아왔지만, 그 혼돈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존재들이 있었다.

나와 소닉은 아카데미 제3기 졸업생이란 타이틀을 위해 여기까지 왔다.

이미 1기, 2기들이 세상에 나서 한 줄기의 빛이 되어가고 있었다. 

"가자. 소닉.“

소닉이 나를 보고 끄덕였고, 우리는 그렇게 마지막 관례를 위해 나아갔다. 오늘 밤을 잘 보낼 수 있을까. 

생각보다 잠은 잘 잤다. 마침애 노을이 왔다. '게이머' 라는 자격을 얻기 위해 버틴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내 팔목을 감싸던 기어가 꿈틀거린다. 

현실 세계로 나온 게임 속의 여러 가지였지만 무조건적으로 존재하지는 못했다. 게임 속의 법칙과 현실의 물리법칙은 달랐기 때문이었다. 

예를 든다면 게임에서는 바다 지형에 존재하는 물 속성 몬스터를 지상에 소환해도 상관없겠지만, 현실에서는 물속에 있지 않는 한 그 몬스터는 곧장 죽어갔다. 

게임과 현실이 조금은 달랐다. 그래서 이를 연구하는 단체가 생기기도 했다. 지금은 그래도 20년 가까이 되는 현상이기에 많은 연구자료가 세상에 공표되고 있다. 

소닉과 나, 그리고 우리와 팀을 이룰 세 명이 온다. 다섯명으로 치러지는 '라스트 그라운드' 시험이었다.

"제군들. 준비됐나?‘

나는 다시 한 번 심장에 손을 가져갔다. 두근두근. 심장이 요동친다. 떨린다. 잘 해내갈거리고 생각했다.      

"이번 시험은 너희도 알다시피 서바이벌이다.“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긴장감을 덜기 위해서였다. 

"다섯명이 한 팀“

이미 알고 있는 이번 미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매번 시험을 통해 낙제생과 합격생을 나눈다. 지금까지는 모두 절반의 합격만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마지막 시험은 절대평가였다.

"이 시험 조차 어렵다면, 게이머가 되는 건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라“

진짜 집으로 가라는 말은 아니었다. 이곳에 이미 집을 잃은 사람들이 많으니까. 실제로 실패하더라도 진짜로 집에 돌아갈 사람들은 없다.

그리고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모든 게이머의 시험이 그렇다. 목숨을 걸어야 한다. 

소닉과 나와 한팀이 될 세 사람이 왔다. 

"너희가 소닉과 미아?“

우리를 알아 본 그가 자기 소개를 이어갔다. 

"나는 네이머라고 해“

곧이어 네이머와 다른 두 사람도 다가왔다.

"나는 푸른별“

"나는 김광수“

네이머와 푸른별, 김광수. 세 사람은 처음 보는 건 아니었다. 나와 같은 기수는 아니지만 꽤나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이었다.

게이머에 대한 시험은 꼭 아카데미생만 치는 건 아니다. 

"반가워. 나는 소닉이야!“

소닉은 세 사람을 반갑게 맞이했다. 붙임성이 좋은 친구였다. 나는 친해져도 곧 잃어버리는 게 싫어서 그러지 못했다.

처음에는 나도 소닉처럼 누구에게나 친절했지만, 그 친절이 고통이 되어 찾아온 후부터는 그러지 못했다. 

"얘는 미아!“

내 대신 내 소개를 하는 소닉, 늘 고마운 친구였다.

"소문 들었어. 그 난리통에 살아남은 네 사람 중 둘을 보다니.“

"...“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카데미 습격 사건이었다.

그때 습격을 받은 장소에 있던 아카데미생은 딱 네 사람을 제외하고는 전멸당했다. 어떤 이유였는지 모른다. 

"놈들에게는 반드시 복수할꺼야!“

소닉이 주먹을 불끈 지어 보였다. 나도 같은 마음이다. 그 녀석들의 정체조차 알지 못하지만, 반드시 찾아내 복수할 것이다.

"대담해, 아카데미를 습격할 생각을 다하고“

아카데미는 엄청난 자원을 소비한다. 그래서 웬만한 국가는 설치조차 못 하고 게이머의 자질을 보이는 사람들을 유학 보내는 게 다다.

동아시아에서는 중국에 세 개. 한국과 일본에 한 개가 있다. 한국과 일본에 한 개가 있는 아카데미가 바로 내가 속한 '한울 아카데미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찾아내 복수할 거야“

나도 모르게 속마음을 꺼내고 말았다.

나의 말에 다소 놀란 소닉이 잠시 주춤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미아.“

나와 같은 고통을 가진 소닉이었다.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공감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비록 그 일 자체는 비극임에도 불구하고.

"네이머, 푸른별, 김광수. 미아, 소닉“

우리를 부르는 시험관의 모습이었다. 아카데미에서 우리를 가르쳤던 선생님이었지만, 여기서는 엄격한 시험관의 모습을 보이는 게이머였다.

시험관에게 걸어가면서 소닉이 광수에게 물었다.

"너는 광수가 본명이야? 이름 그대로를 쓰네?“

게이머 답게, 네이밍을 다시 하는 편이다.

"우리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이니까.“

나는 광수를 쳐다보았다.

"얘도 본명이야“

"미아..?“

광수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비록 너처럼 성은 붙이지 않지만.“

히죽 웃는 소닉이었다. 

"성이 먼데?“

"비밀이야“

굳이 말해주고 싶지 않았기에 얼버무렸다.

"뭐야..“

"나도 몰라“

소닉은 언제 봤다고 벌써 친해진 것처럼 얘기했다. 저런 모습 덕분에 마음이 놓일 때가 있지만, 지금은 긴장을 하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잡답은 그만하고, 장비는 준비됐나?“

우리는 각자 기어를 쳐다보았다.

"다들 기어는 잘 가지고 있군.“

게임 속의 아이템 중 하나인 기어. 정확히 말하면 게임의 아이템을 활용해 만들어진 물건이었다.

"이번 시험에서 떨어져도 좋으니, 목숨을 부지하는 쪽으로 해라“

보통의 경우는 반드시 붙어라, 힘내라 이런 식의 응원이었겠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부족하면 수련하면 돼.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

전혀 응원이 되지 않는 말이었다. 그런 식의 응원이라면 그냥 묵묵부답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들었다.

"선택받지 못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마. 십수 하는 친구도 있으니까.“

이 시험이 10년도 채 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십수나 할까 생각해보다가 1년에 한 번 열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에서 실패하면 중국쪽으로 안되면, 유럽, 미국에서 보면 돼죠!“

네이머의 말이었다. 그를 바라보다가 나는 무슨 소리인지 몰랐다.

"아카데미가 주관하는 게이머로의 마지막 관문. 어디서 보든 상관은 없지, 주관도. 다만 어차피 방식은 같다.“

아카데미가 주관하는 게이머의 마지막 관문. 그 주관자는 달라도 내용은 같은 시험. 곡 한국의 한울 아카데미가 아니라 다른 아카데미에서 볼 수도 있는 시험.

"아..“

이제야 네이머의 말이 이해가 됐다. 꼭 한군데서만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그래서 열 번이나..

"출발.“

시험관의 말에 따라 우리 다섯은 곧장 기어를 작동시켰다. 우리가 선택할. 그리고 우리를 선택할 게임 속의 이야기가, 서로가 서로를 기다리고 있었다.      

게임 속의 일이 현실로 구현되었고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처음에는 돌멩이, 작은 생명체에 이어 몬스터, 그리고 마침내는 신까지. 

그걸 신이라 부르지 않을 수 있는 자가 어디있을까.

게임 속에 신으로 존재하는 신화가, 현실에 나타났다. 비록 게임 안에서 만큼이나 전지전능하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신의 강림이라 부를 수 있었다. 

아카데미의 마지막 관문은, 신을 알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선택받아 힘을 받는 것이었다. 

다섯 명이 한 팀이 되는 이유는 극악의 생존율 때문이었다.

신이라고 부르는 것도 사실은 프로그래밍으로 따지면 클라우드였다.

D 클라우드, G 클라우드, N 클라우드처럼 세상에는 서버가 존재했는데, 이 서버가 세계관이었다.

그 세계관의 게임 속 캐릭터들이 자신의 게임 속 기술을 게이머들에게 알려주기 때문에, 신의 선택. 즉 게이머로의 각성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클라우드의 선택을 받지 않고도 많은 기술을 시전이 가능하긴 했다.

다만 한계치가 분명했고, 클라우드의 선택을 받지 않는 건 많은 제약이 있었다.

그래서 '세계 게이머 협회'는 이 클라우드의 선택을 받은 사람들을 게이머로 인정했다.

이 게이머의 시스템은 처음 이 세상에 나타난 혼돈을 막아낸 사람들이 고안해냈다고 한다.

'제네시서'라고 불리는 자들이었다.

처음 몬스터가 소환되었을 때,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져 세상은 곧 멸망할 것만 같았다.

게임 속에 존재하던 괴물들, 드래곤이나 악마들. 그런 존재만으로 공포였지만, 게임속의 몬스터들은 더이상 프로그래밍된 형태가 아닌 세포 단위의 생명이 되어 있었고, 현실 속의 동식물과 규합해 게임에는 없는, 그리고 우리의 역사에도 없던 재앙들을 만들어냈다.

현실의 물리법칙과 게임의 상상이 만나니,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그러나 그 재앙을 막아낸 태초의 게이머라고 불리는 제네시서들이 있어 아직 세상은 멸망하지 않았다. 

"가자. 미아.“

"그래. 근데 너희는 어떤 클라우드를 생각하고 있어?“

한울 아카데미가 주관하는 게이머의 마지막 관문. 이곳에는 한울 아카데미가 초대한 각 세계관의 사도들이 게이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네이머의 말이 맞았다. 그들이 어떤 사람들을 원하는지 모르지만, 시련을 주어 그 시련을 통과한 사람들에게 증표를 주었다. 

"뭐. 그래도 선택할 수 있다면 좋잖아?‘

나는 나를 지켜보고 있을 세계의 사도들을 쳐다보았다. 내가 심연을 바라볼 때 심연도 나를 바라본다고 했다. 즉 내 시선이 그들에게 닿을 거로 생각했다. 

"꼭, 너희만 선택하는 게 아니야. 양방이라고.“

속으로만 하기엔 비겁하기에. 그렇다고 크게 꺼낼 용기도 없기에.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바로 옆에 있는 네 사람에게도 들리지 않을 정도의 목소리였다.

"그런가?“

그런데 마치, 내 질문에 대답하듯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대도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가“

2화.     

눈앞에서 벌어진 일은 15년 전의 일처럼 충격적이었다.

"누구냐!“

네이머가 발끈하여 공격태세를 취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본 존재. 우리와 같은 인간형이었다.

"나를 보고 있다고 하길래, 나타나주었다.“

내가 작게 뱉은 말을 들은건가? 녀석은 딱 봐도 고렙장비를 하고 있었다. 사람과 같은 모습. 이게 현실에 나타난 게임 속의 NPC의 모습인건가. 클라우드. 즉 세계의 사도.

눈앞에 나타난 사도로 추정되는 정체. 아카데미에서 만난 게이머들에게도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진다. 이게 게이머의 힘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런데 지금 우리들의 눈앞에 있는 저 존재에게는 그런 힘을 압도하고도 남을 무언가가 느껴졌다. 

"사도가 벌서 눈앞에 나타날일은 없어. 우리랑 같이 시험을 보는 자인가? 그럼 네 명이 더 있겠군“

광수가 자신의 추리를 우리에게 공유했다. 충분히 동의할 수 있는 말이다. 그가 내뿜는 느낌을 제외하면.

"게이머. 그래 나는 그 자격을 논하기 위해 이곳에 있지“

자격을 얻기 위해가 아니라 논하기 위해라고 말하고 있다.

"정말. 사도라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내 말을 들었다는 듯 입꼬리를 울렸다.

"사도, 그래. 그렇지 그런식으로 부른다고 했었어.“

붉은 망토를 두르고 있는 그가 치아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때 바람이 크게 불었다. 주변에 불꽃이 티고, 번개가 내려쳐 그 붉은 사도를 원의 형태로 나타났다.

"마법인건가“

게임속 마법, 기어에 저장된 마력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기어와 같은 장치가 없이 인간이 마법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처음부터 게임에 등장했던 몬스터나 NPC들이 아니라면 그랬다. 

우리 같이 게이머를 꿈꾸며 몸을 개량한 사람들이 아니라면 기어를 사용하는 거 자체가 무리가 있었다. 

우리는 게임 속의 특별한 아이템들을 섭취해 몸의 구성자체를 조금씩 바꿔가는 사람들이었다.

아카데미는 어떻게 보면 게임 속의 전쟁에 참여하는 군인을 양성하는 기관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마법을 부린다고. 저렇게 다양한..?“

하지만 과학자들이 밝혀낸 사실에 의하면 하나의 장르를 고른 이상 두 개 이상의 속성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물과 불이 양립할 수 없고 번개와 대지가 양립할 수 없는 그런 상관관계였다. 

그런데 저렇게 많은 마법들을 한번에 사용한다고?

그때 붉은 사도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마법이 끝난 자리에는 다른 존재들이 나타났다. 

요정, 난장이, 사람, 나무 등 여럿의 모습이었다.

"뭐가 어떻게 된거지?“

우리는 놀라 그 광경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안됐다.

그때 방금 우리를 배웅했던 나의 스승이었던 게이머 '레이닉'과 더불어 아카데미에서 볼 수 있는 많은 게이머들이 우리들의 뒤로 포진했다.

"어떻게 된거야“

레이닉이 우리들에게 물었지만, 우리 중 누구도 대답할 수 없었다.

"이렇게 사도들이 한 번에 모여있다니.“

"운이 좋다고해야할지, 최악이라고 해야할지“

게이머들끼리만 알 수 있는 말들을 내뱉었다. 주워 해석해보면 지금 우리 눈 앞에 붉은 사도를 원형으로 둘러싸고 있는 많은 이상한 모습을 한 것들이 모두 사도라는 얘기가 되었다.

"사도, 들이라고?“

나는 옆에 있는 소닉을 바라보았다. 소닉도 나를 바라보았고, 곧 팀이 된 우리는 서로를 응시했다.

곧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게이머의 자격을 위해 시험을 치르는 많은 이들이 몰려들었다.

"재밌게 되었군.“

붉은 사도가 두건으로 가리고 있던 모습을 들어냈다.

모두가 그의 얼굴을 보았다. 표정이 굳어지는 게이머들. 나는 이게 좋은 징조가 아님은 쉽게 느낄 수 있었다.

그 붉은 사도를 둘러싸고 있는 잎사귀처럼 생긴 사도가 말했다.

"초대 받지 않은 자가 여기는 무슨 일이지“

"왜? 내가 못올 곳은 아니잖아?“

손가락을 움직이며 불꽃을 가지고 노는 붉은 사도였다. 곧 저 잎사귀의 사도에게 불꽃들을 장난으로도 튀길 거처럼 굴었다.

그러자 덩치가 큰, 바위와 같은 느낌을 내는 자가 자신이 들고 있던 방패 같은 검을 바닥으로 내리치며 말했다.

"엘 라스터, 네놈은 우리 모두가 쫓고 있는 적!“

"그래. 그래서 재밌지“

"대놓고 이렇게 나타나다니“

모두가 공격모드로 전환하고 있을 때 그놈이 나한테 다가왔다. 

엘 라스터라고! 생각났다! 스스로 신이 되겠다고 선포한 자. 하나의 존재가 그 세계관처럼 존재하는 자. 그런 자가 왜.

나에게 다가오는 엘 라스터를 막아내는 레이닉이었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힘내세요 선생님!

"비켜라“

그러나 얼굴을 붙잡히고 곧 내동댕이 당하는 선생님이었다. 저렇게 약한 사람이 아닌데, 마치 코끼리 앞에 강아지 같은 모습이었다.

뒤이어 다른 세계의 사도들이 엘 라스터에게 달려 들었다. 엘라스터는 귀찮다는 듯, 자신에게 향해오는 공격들을 손쉽게 막아냈다. 

불꽃의 공격은 물의 방벽으로, 바람의 공격은 대지를 일으켜서, 물의 공격은 매우 거대한 불꽃을 일으켜 다 말라버리게 만들기도했다. 다른 공격들을 얼어 붙게 만들고. 

"속성은 하나 밖에 안된다면서“

다시 한 번 중얼거렸다. 저건 사기가 아니고 뭐야. 

"엘 라스터, 버그 같은 존재. 제네시서가 만들어 낸 안드로이드가 어떻게.“

광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 존재가 내 앞에 나타났다.

"심연이라, 재밌군. 내가 너를 지켜보겠다. 제네시서의 핏줄이여“

지금껏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이었는데, 이 놈은 어떻게 알았는 그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나는 너무 놀라 뒤로 나자빠지고 있었는데, 마치 세상에 슬로우라도 걸린 듯이 천천히 넘어지고 있었다.

내 시선은 내 앞에 다가온 엘 라스터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심연의 존재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었다.

"너를 나의 세계로 초대한다. 올 것인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왜 너 같은 악마와 손을 잡는다고 생각한거지. 당연히 거절이다.

"아-. 아니.“

나의 거절의 표시가 전달됐는지 그가 입술을 깨무는 모습을 보였다. 아쉽다는 표정을 짓는 것처럼 보였다. 

"좋아. 의사를 존중하지.“

그때 내 시선에 엘라스터를 공격하는 다른 사도들과 게이머들의 모습이 보였다. 

엘라스터는 곧장 엄청난 충격을 받은 채로 우리의 시선 넘어로 튕겨져 나갔다. 

천천히 가던 시간이 다시 원래의 속도를 되찾았다. 게임의 세계의 법칙은, 이 세계의 물리법칙을 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이건 무슨 일인 거지. 나는 곧장 뒤로 넘어지려고 했을 때, 네이머가 나의 손을 붙잡았다.

거의 바닥에 닿기 직전에 붙잡았다. 다행히 바닥으로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대로 일어서기도 힘들었다.

허리가 부러진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부러지지는 않아 다행이었다.

게이머가 되기 위해 먹었던 약물들 때문이었을까, 우리가 보통의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생체적인 강함을 가지고 있긴 하다. 

슈퍼히어로보다 더 강한 게 게이머들이니까. 

"괜찮아 미아?“

나를 일으켜 세운 동료들이 내 표정을 살폈다. 온몸에는 이미 식은땀이 가득했다. 

짧은 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파악할 수가 없었다.

"하.아. 하아.“

숨을 들이셨다. 펑.펑. 소리가 들렸다. 우리들의 시야에 잡히지 않는 곳에서 엄청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사도들도 다 사라졌어. 게이머들도.“

지금 이 장소에 남아 있는 건 우리 팀과 더불어 시험을 준비 중이었던 시험생들 밖에 없었다. 

"어떻게 해야하는 거야. 뭐야 이상황은“

지금 전투를 벌이고 있는 저 사도들 중 하나와 만나 그 세계관의 힘을 빌려 게이머로의 자격을 얻는 게 이 시험의 목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가 무언갈 해도 그걸 볼 수나 있을까 모르겠다. 저렇게 엄청난 힘들을 내보이면서 싸우고 있는 와중인데. 

"근데 아까 그 녀석도 사도인거지?“

엘 라스터에 대해 묻는 것처럼 보였다. 

"엘 라스터라고 했지..?“

푸른별이 다시 한 번 그의 이름을 상기시켰다. 이버에는 소닉이 나를 바라보았다.

"너한테 무언가를 속삭이던 거 같은데, 무슨 말이었어?“

소닉. 이름처럼 빠르게 일어난 일을 볼 수 있었나. 그 짧은 시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일일 봤나보다.

"어. 그게“

나는 내 기어를 내려다보았다. 기어가 꿈틀거렸기 때문이었다.

"나에게 표식을 남긴다고..“

나는 그 말의 뜻을 몰라 이어서 얘기할 수 있는 게 없었는데, 기어가 그 대답을 대신 해주고 있었다.

세계관으로부터 힘을 받는 것. 그건 게임속에선 어떻게 표현되는 지 몰라도, 이 현실에서는 기어와 같은 장치로 알 수 있었다.

클라우드가 전해주는 힘을 기어와 같은 장치로 사용할 수 있으니까.

지금 내 기어는 어떤 세계관의 힘도 없었다. 아니 그래야만했다. 그런데 세계관의 힘이 작동하고 있었다.

"...“

나는 멍한 표정으로 번쩍번쩍 빛나고 있기에 저기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걸 유추할 수 있는 먼 곳을 바라보았다.

"세계관의 선택을.. 받은 거라고..?“

기어는 안드로이드는 아니었기에 대답해주지 않았다. 이럴 땐 그런 기능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우리쪽으로 무언가 날아오고 있었다. 포탄이었다면 당장에 피해야했다. 다만 그건 포탄이 아니라 어떤 생명이었다. 토끼처럼 생겼다. 

우리는 자세를 낮췄고 곧 바닥으로 나뒹군 토끼. 아까 엘 라스터를 둘러 싸고 있던 사도 중 하나였다.

"윽..“

토끼가 피를 토해냈다. 사도들은 분명히 게임 속의 NPC들일텐데. 가끔은 게이머가 세계관에서 일을 한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은 있었다. 그렇다고 사도의 일을 한다는 얘기는 들어본적이 없었다.

그러니 사람은 아닐 것이다. 일단 외형이 인영의 모습을 한 토끼가 분명했다.

사도 토끼와 그가 날아온 곳을 번갈아 보았다.

저렇게 많은 사도들을 상대로 이기고 있는 거라고?

만약 지고 있는 거라면 날라오는 건 토끼가 아니라 엘 라스터가 되어야 하지 않았을까?

시험생들이 토끼를 둘러쌓다. 토끼는 곧장 일어나 발돋은 하더니 크게 날아올라 곧장 다시 싸움터로 가더니 곧 방향을 돌려 내 앞으로 날아왔다.

"너.“

나는 화들짝 놀라 엉덩이를 바닥에 찍을 수밖에 없었다.

"네?. 저요?“

"제니시서와 관계가 있나?“

엘 라스터를 아냐, 뭐 그런 질문일 거로 생각했는데, 질문을 전혀 뜻밖이었다. 

"제네시서요..?“

나도 엘 라스터에게 처음 들은 말이었다. 내가 제네시서의 핏줄이라니. 우리 엄마. 우리 아빠. 아니 그러고보니 우리 엄마는, 아빠는 누구였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 성은. 뭐였지.

내가 아는 건 그냥 내 이름은 미아. 

근데 지금 이 기분은 마치 내가 미아가 된 것 같았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서 사도 토끼의 질문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제네시서...“

3화.     

제네시서. 그 의미는 대단한 것이었다. 프랑스인들에게는 잔다르크, 한국인들에겐 성웅 이순신, 베트남에겐 쩐흥다오와 같은 느낌이었다.

그것도 한 나라가 아닌 이 세계를 구한 영웅들이었으니까.

그러나 어느새, 마치 세상의 모든 비밀을 누군가 일부러 모아 지운것처럼 그들은 전설적인 신화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 대신 신화의 자리를 차지한 것이 현재의 세계관-클라우드들이었다. 

제니시서들이 사용했다는 신화적힌 힘으로 게이머들을 지원해주는 존재들. 

머리가 지근거리며 아팠다. 대답할 수 없는, 아니 답이 뻔한 질문 때문에 이렇게 아프다니.

"아니요.“

"없다고?“

사도토끼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지금 급한 건 내 내 대답이 아닐텐데.

그렇게 생각한 순간 사건이 일단락되었는지, 게이머들과 사도들이 일제히 돌아왔다. 

다들 상처가 있긴 했지만, 깊은 상처는 없었다. 나는 무슨 별들의 전쟁이라도 터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사상자라던지 그런 부분이 부족했다.

멀리서 봤을 때 불꽃놀이처럼 번쩍이더니, 막상.

내 이런 생각이 틀렸다는 게 바로 증명되었다. 

그나마 멀쩡한 게이머와 사도들이 먼저 눈에 보였던 것이었다.

"저 하나가, 이 전부를 상대한거야?“

엄청난 격전이었는데, 고작 하나가 이렇게 다수를 상대했다는 거 자체가 엄청난 일이었다.

말로는 1:17이라던지, 1:19 같은 게 쉬워보이고 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이었다. 

"그럼, 헤치운건가?“

소닉이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중얼거렸다.

"놓쳤다.“

푸른별이 말했다. 그러자 소닉이 푸른별을 향해 말했다.

"어떻게 알아? 보기라도 했던것처럼“

"나는 천리안을 가지고 있어.“

"천리안? 게이머도 아닌데 벌써 스킬 같은 걸 쓴다고?"

기어 속에 담아서 쓰는 힘. 그건 마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사실상 스킬이라는 이름이 가까웠다. 게임 속에 존재하던 기능을 현실에 구현하는 일. 

"완벽하진 않지만 저 정도 거리는 충분히 관측가능해“

"...“

더이상 반박하지 않는 소닉이었다. 자신도 완성된 스킬은 아니지만 순간적으로 몸을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현실과 게임속에 또 다른 점이라는 건. 게임은 무조건 하나의 완성된 1이 존재해야지만. 현실은 그게 쪼개진. 0.01. 0.001 등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재밌는 부분이었다. 

"사도들은 엄청난 녀석들이잖아“

광수가 믿기지 않는다며 덜덜 떨며 말했다. 우리를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일뿐이었다.

"그런데, 이런 사도와, 게이머들을 다수로 혼자 상대했다고? 무슨 신이야? 아무리 제네시서가 창조한 존재라고해도.“

나는 제네시서라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곧장 광수의 방향을 나로 향해 돌렸다.

그러자 광수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냐는 표정이었다. 

"너 저 엘 라스터, 제네시서에 대해서 뭘 아는거야? 얼마만큼 알아?“

말이 정리가 안됐다. 내가 물을 건 엘 라스터에 대해서 아는지, 그리고 제네시서와 엘 라스터의 관계에 대해서였는데, 급하다보니 말이 꼬여버였다.

그런데 광수는 내 질문을 해석완료 했다는 듯, 자신의 안경을 바로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전부는 모르지만, 엘 라스터는 제네시서가 만든 안드로이드이야. 게임 속의 힘과, 현실속의 과학기술을 결합한 형태. 태초의 가디언 중 하나지.“

"태초의 가디언?“

"그 태초의 가디언끼리도 서로 싸우는 통에, 안드로이드 기능을 빼고, 힘의 전달자 역할만 하게 만든 게 바로, 지금의 세계관이라는 이름의 클라우드들이니까“

나는 주먹을 꽉 쥐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광수가 하는 말에 집중하기 위해서였지만, 놀라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태초의 가디언?“

수업에서는 없던 내용이었다.

"수업중에 자니까, 못들은 거겠지“

내 속마음을 듣기라도 하는지, 상처들에 대한 봉합을 끝낸 레이닉 선생님이었다. 

"괜찮아요?“

그의 상태가 안 괜찮아보였기에 진심으로 나온 말이었다.

"내가 물어 봐야할 내용인데, 이 제자놈아?“

그 사도와는 다르게, 엘 라스터가 내게 한 말을 사람들은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나는 순간 엘 라스터가 내게 다가왔던 일을 떠올렸다.

"아. 그러니까. 전 괜찮아요.“

"그럼 다행이고, 잠깐“

레이닉이 내 팔을 들어올렸다. 내 기어를 발견한 것이었다. 

레이닉은 내 기어와 다른 사람들의 기어를 들여다보았다. 오로지 내 기어만이 달라진 상태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레이닉이 놀라는 모습에 내가 놀랐다. 나한테 묻는 거라면 대답해 줄 수 없었다. 싫어서가 아니었다. 몰랐기 때문이었다.

"세계관의 힘을.. 받았다고?“

레이닉의 말에 의해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나를 쳐다보았다. 이런 시선 좀 곤란한데라고 느낄 타이밍이었다.

그때 다른 게이머가 나를 향해 걸어왔다. 우리 아카데미의 최고 계급. 아카데미교장. 순지였다. 

"합격입니다. 미아.“

"...“

합격이라고? 이렇게? 내가 뭘 했는데? 난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부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 사람. 

"세계최단 기록이군요.“

아마 시간 상의 문제를 얘기하려는 모양이었다.

지금까지 최단 기록은 104일 하고도 6시간 13분이었으니까. 이 시험이 한 해에 한 번 단위로 열리는 이유였다. 

그런데 나는, 하루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시험에 합격한 것이었다. 

"이걸. 승인해야하는 겁니까?“

레이닉이 순지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때 달빛의 호위를 받는 느낌을 가진 사도가 우리에게 걸어왔다. 늑대인간의 모습과 닮았지만, 푸른빛이 깃든 갑옷, 흰 갈기 털들이 휘날리고 있었다. 한마디로 멋있었다. 

"그럼, 세계의 선택을 달리 할 수 있는 가?“

순지가 할 말을 대신 해주는 느낌이 강했다. 순지는 인자한 표정으로 웃었고, 레이닉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내 제자가, 유일무이한 천재였다니. 못알아봤군“

저 말은 분명히 칭찬만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제자가 잘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며 불만을 가질 필요가 있는가 하는 불만이 생겼다. 

"논의해봐야하지 않겠습니까?“

"논의요??“

나는 이 상황을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세계의 힘, 선택. 뭐 어쨌든. 된거잖아요!“

잘 모르겠지만, 이대로 뒤로 물러서면 죽도 밥도 안될 거 같아서 우선 우긴다.

"아직 시험이 끝난 게 아니니, 시험이 끝나고 차차 얘기해봅시다.“

순지 교장은 레이닉의 의견에 동조라도 하는 모양인지 금새 태도를 바꾸었다.

"아니, 교장선생님! 아까는 합격이라면서요“

"불합격은 아닙니다“

"그게 무슨 말이예요?“

"세계의 선택을 받은 건 맞지만, 사용할 수 있습니까, 미아 학생. 아니 게이머?“

"아. 그게.“

나는 기어의 힘을 제어하려고 했다. 배운대로. 기어와 연결된 내 시신들에게 신호를 주었다.

기어가 빛나기는 했으나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세계의 선택을 받는 일은 단순한 간택의 문제는 아니었다.

기어의 힘을 끌어올려 사용할 수 있는 단계를 모두 통합하여 말했다.

그래서 사도들이 이를 지켜보고, 시련을 내린다. 세계의 힘을 사용할자를 간추려 선택하고, 그 힘의 사용을 돕는 일. 그게 바로 이 게미어의 마지막 관문이었다.

그런데 나는 분명히, 그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는데, 선택받았는데, 사용할 수가 없었다.

아니 사용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저 게이머들과 사도들이 아니었다면. 그들이 내게 이 힘에 대한 사용을 가르쳐줄 사도를, 엘 라스터를 쫓아냈다.

"잠깐만요! 다른 사도들은 시험생 중에 세계의 힘을 받을 자들을 선택하고 알려주잖아요! 그런데 나는!“

나는 뒷말을 해야 할까 말까 고민했다. 주변의 시선을 살폈다. 여전히 모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되어버린 김에 일이 잘못되더라도 억울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이 힘을 이끌어줄 사도를 쫓아냈...! 잖아요!“

해서는 안 되는 말일까를 말을 하는 도중에도 생각했다.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이렇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내 말을 들은 순지가 팔짱을 끼고 턱을 어루만졌다. 고민하는 모양이었다. 고민할 게 뭐 있어!!! 다소 억울했다. 물론 운이 좋은 것도 맞았다. 실력이라고 부르기도 뭐한 게 분명 있었다.

아니!! 운도 실력이지!

"일단은 시험이 끝난 건 아니니.“

그럼 최단시간이라던지 이런말은 자제하라고.

일단 한숨을 돌렸다. 탈락 같은 말이 나올까봐 조마조마했다.

"괜찮아, 미아?“

소닉이 나를 보고 있었다. 평소보다 많이 흥분한 나를 걱정해주고 있었다. 원래라면 나와 소닉의 위치가 바뀌어 있을텐데.

그때 우리들을 공격한 그놈들. 그때는 우리의 위치가 서로 반대였다. 나는 침착했고, 소닉은 흥분해있었다. 

"글세. 괜찮은 거겠지?“

솔직하게 말했다. 나도 지금 내가 괜찮은지 모르겠으니까.

"괜찮아. 다 잘될거야“

푸른별이었다. 곧이어 광수와 네이머도 한마디식 했다.

"우리 좀 도와줘, 이미 세계관 선택을 받았다고 해도, 아직 우리는 팀이잖아?“

당연한 소리였다. 나 미아. 내 동료를 버리지 않는다. 절대로! 그날 내 동기들이 죽어갈 때, 나는 맹세했다. 두 번 다시는 내 동료를 잃지 않겠다고. 내 친구를 지켜내겠다고.

"일단 다들 진정하고, 작은 소동이 있었지만 모두들 시험은 끝난 게 아니니 그대로 진행하시면 됩니다.“

작은 소동이라고? 순지의 말에 어이가 대략없었지만, 그래도 아직 시험이 끝나지 않았다는 말에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미 내 몸은 흥분감을 감추지 못하고 달아오르고 있었다. 날 선택한 세계. 사도이자 태초의 가디언이라고 부르는 엘 라스터. 그의 세계의 힘을 사용하게 되면, 나는 곧 게이머가 된다. 

"광수“

엘 라스터에 대해서 알고 있는 듯해 보이는 광수에게 그는 어떤 세계의 사도인지 묻기 위해 불렀다.

광수가 나를 쳐다봤다. 팀원 모두가 광수와 나를 번걸아 보았다. 

"엘 라스터의 세계는 어떤 세계지?“

세계관. 그 힘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사도의 선택을 받는다는 건, 나도 그 세계의 일원인 되다는 것이었다.

게임에 접속하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로 만든 게임, 도시 건설 전략시물레이션 게임, 롤플레잉게임, 그중에서도 그 세계관을 구성하는 이야기들. 디펜스 게임, 또는 신화적으로 북유럽  신화, 그리스-로마 신화, 이집트  신화, 단순 신화와 같은 어떤 게임을 구축하는 힘. AWG 게임 안에는 이 모든 요소가 있었다. 그중에 하나의 힘을 전송받아 사용하는 것과 같았다.

"AWG, 그 자체라고 할 수도 있겠지“

"??? 그게 무슨 말이야?“

"엘 라스터. 그 자체가 그 세계야“

"그 자체가 그 세계라고?“

"저 많은 사도들의 공격을 받고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건, 그 자체가 사도이면서, 그 자체가 신. 세계관..“

"알아 듣게 얘기 해봐.“

"말했잖아. 태초의 가디언들이 통제가 불가능 하자. 안드로이드 기능을 빼버린 게 지금의 세계관, 클라우드들이라고“

그건 마치 어떤 이야기 속에서, 유니버스 자체가 생명화가 된 이야기와 같았다. 

팀원들의 시선이 그러하듯 나도 내 기어를 바라보았다. 

"엘 라스터의 세계관이라고? 그럼 내 힘은 도대체 뭐라는 거야.“     

엘 라스터.

태초의 가디언이자. 그의 이름의 뜻은 마지막 신이라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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