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안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캐릭터 - 438

by 라한
하츠투하츠 이안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03.39616585.1.jpg?type=w773


Hearts2Hearts 이안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유세안

제목: 사도애찬


“후보조차 못 찾으시면 안 됩니다.”


세안이 스승을 처음 만났을 때의 일이었다. 스승은 자신을 이어 사도가 될 제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도는 신의 힘을 부여받고 비밀 임무를 수여하는 것이었는데, 그것은 인간세계를 보호하는 일보다는 인간세계에서 인간으로 살아가는 엄벌을 받은 죄수들을 감시하는 일에 가까웠다.


“그러다 다음 사도를 찾지 못하는 거 아닙니까?”


보통의 사도들은 평균 20년 동안의 임무를 수행하고 다음 자에게 사도의 일을 물러주었다. 왜냐면 사도의 길이 매우 험하고 매일 같이 목숨을 위협받는 일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죽을 때까지 사도를 못 찾아도, 어차피 그러면 신이 직접 찾을 거 아닌가.”


아무에게나 신의 힘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 힘은 말 그대로 인간이 신의 힘을 사용하는 것과 같아서 매우 큰 부담과 그리고 책임이 뒤 따르는 길이었다.


“벌써 사도 생활 50년입니다. 남들 보다 2배는 더 길게 하셨는데 지겹지 않으십니까?”

“지겹다라. 일을 하다 보니까 벌써 세월이 이렇게 흘렀네.”


그나마 장점은 이들은 늙지 않았다. 세안을 사도의 후보로 알아보고 사도 생활을 50년째 이어오는 연서도 분명 사람의 나이로 60살이 넘었으나 앳된 스무 살의 외모를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사도의 자리를 넘겨준다고 힘이 온전히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승천하여 천인이 될 수도 있고, 사도의 임무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게 되는데 그렇게 꼭 쥐고 있을 필요도 없잖아요?”


옆에서 주절주절 떠들고 있는 현서는 원래는 연서가 자신의 후계로 삼으려 했었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다른 사도가 더 먼저 일을 그만두게 되면서 그 자의 자리를 잇게 되어 지금은 같은 사도로 활동중이었다. 그 시간만 벌써 15년이었다.


“저도 이제 슬슬 후계자를 찾을 참인데, 아직도 후계가 없으면 어떡하십니까? 이거 옛 스승이니까 스승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아니면 똑 같은 계급의 사도니까. 사도라고 해야하나.”


겉모습만 보면 연서가 더 어려보였지만, 실제로는 연서의 제자가 될 뻔한 사도 ‘가린’이 더 어렸다. 두 사람의 나이차는 대략 30살 정도 됐다.


“니가 가버리니까. 내가 너 만한 후계를 못 찾잖아.”

“그러게 빨리 주셨어야죠. 십년을 따라다녔잖아요. 보통 후계를 찾으면 빠르면 만나자 마자도 계승을 하는데, 10년이나 따라다니게 했잖아요!”

“그건 니가 아직 부족하니까 그렇지.”

“그 부족한 제자가 지금은 사도 제일이 되었습니다!”

“흥이다. 그건 전부 나한테 잘 배웠기 때문이야.”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아무리 겉으로 나이가 안 먹어도 고된 일입니다. 옛 스승님. 얼른 훌륭한 제자를 찾으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렇게 사도의 일을 지속하고 있던 연서는 마침내 자신의 후계를 찾게 되었다. 그 아이의 이름은 ‘세안’이었다. 평범하고 중학교를 다니고 있는 꼬마아이였다.


“저 아이인가.”


연서가 세안을 처음 본 건 꿈이었다. 사도의 꿈은 어쩌면 신의 계시일 수도 있어서 함부로 판단하지 않았다.


연서는 혹시 모르니까, 세안의 얼굴을 또렷이 기억하기 위해서 사도의 능력으로 사진처럼 만들어 보관해 두었다. 꿈을 꾼지 60일 째쯤, 우연히 죄인이 난동을 피우는 걸 제압하고 돌아가는 길에 마주쳤다.


떡볶이를 먹으며 길을 걷고 있던 세안과 마주친 것이었다.


‘어디선가 본 적 있는 거 같은데, 그게 어디서였더라.’


연서가 기억을 더듬어 보니 지난 꿈속에서 였다. 서둘러 만들어 놓았던 사진을 펼쳐보니 세안의 얼굴이 그대로 박힌 사진이 있었다.


실제로 한 번도 만나지 못한, 꿈으로만 봤던 그녀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 사진이었다.


“저 아이구나.”


신이 정말로 후계를 점지해준 것인지, 아니면 저 아이와 자신이 얽힌 새로운 이야기가 있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모르겠으면 확인해봐야지.”


연서는 그렇게 세안의 뒷조사를 시작했지만 평범한 아이였다. 어떤 이유에서 자신의 꿈에 나온 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런 연서를 어느순간부터 느끼기 시작한 건 세안이었다.


“음.”


세안은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삶 속에 나타난 연서를 발견했지만 신경쓰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이 가는 어느 곳이든 꼭 연서가 나타났다.


버스를 타려고 했을 때 분명히 버스 정류장에서 조금 먼 곳에서 있었고, 버스가 왔을 때도 달려오지 않았고 자신의 앞과 뒤에도 분명히 없었는데, 버스를 탑승하고 나면 연서가 어느 자리에 타고 앉아 있었다.


“음.”


세안은 처음에는 자신의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엔 헛것이 보이나 싶어서 엄마가 사줬지만, 쓰다는 이유로 먹지 않았던 한약까지 쭉쭉 짜서 먹어보기까지 했다.


‘설마 귀신은 아니겠지?”


세안은 살짝 두려움이 느껴져서 연서를 다른 사람도 볼 수 있나 싶어 확인해보려고 했다. 그러나 세안이 연서를 발견하고 친구를 통해 연서를 확인하려고 하면, 꼭 연서는 사라졌다.


“아. 도대체 뭐야!”


정말로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다시 한 번 연서가 나타나자. 이제는 대놓고 달려들었다. 자신의 책가방을 빼서 냅다 휘둘렀다. 그러자 연서가 놀라서 피했다.


넘어진 연서에게 달려들자 연서가 책가방을 막기 위해 팔을 머리 위로 올렸다.


“귀신아 물러가라!! 물러가!”

“아아! 아프잖아! 무슨 책가방에 돌덩이라도 넣었어?”


연서가 가방을 확 잡고 비틀었다. 사실 평소라면, 보통의 아이라면 정말 위험한 행위였다. 세안이 연서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날아가 벽에 부딪칠 수도 있는 위험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힘을 버티지 못한 건 연서도, 세안도 아닌 책가방이었다. 가방이 쭉 찢어져 안에 있는 책들이 쏟아져 내렸다.


“어?!”


연서도 세안도 둘 다 놀란 표정이었다.


“내 힘을 버텼어?”

“내 가방!!!”


세안은 찢어진 가방속에 흩어지는 책들을 주으려고 분주하게 뛰어다니게 됐다. 그런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연서는 어이가 없었다.


“내 힘을 버텼다.”


원래 보통의 사람에게 힘을 쓰는 것 자체가 잘못됐지만, 그런 힘을 또 버틴 세안이 있었다. 확실히 평범한 인물은 아니었다. 그럴 수 없었다.


“너. 정체가 뭐지?”


연서는 뜬금없이 분주하게 움지이던 세안의 붙잡고 물었다. 그러자 세안은 잡고 있던 책을 다시 놓치고 말았다. 책이 아래로 후르르 떨어졌다.


“뭐, 뭐예요 갑자기? 무슨 일로 이러시는거죠? 예전부터 저를 스토킹하지 않나.”

“스토킹?”


연서는 가방이 끊어질 정도로 힘을 버틴 것도 놀라온데 이제는 자신이 그동안 세안을 미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이미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너, 정말 뭐야?”


연서는 자신이 사도가 됐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가 어떻게 됐던가, 하도 오래된 기억이라서 가물가물거렸다.


“계속 이러면 신고할 거예요!”

“신고?”


연서는 문득 세안의 보통의 사람들에 대한 생각 때문에 피식 웃고 말았다. 그 미소를 보고 세안은 더한 공포를 느끼는 듯 보였다.


“으악!!”


자신의 책들을 포기하고 도망치는 세안이었지만, 어느새 연서는 세안의 앞에 있었다. 다시 방향을 바꿔 도망치려는 세안이었지만 역시나 자신의 앞에 있는 연서였다. 어디로 가든, 어떻게 가든 연서가 있었다.


“뭐야. 귀신이예요? 정말?”


하지만 귀신이라기엔 연서는 분명히 달빛을 받고, 바닥 위에 그림자를 틔우고 있었다. 그날이 연서와 세안의 첫만남이었다.


"네가 내 후계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세안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연서의 말을 들었다. 그들은 한적한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연서는 세안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팔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무슨 후계자요? 그런 거 됐어요. 저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요."


연서는 한숨을 쉬었다.


"세상에는 평범함이라는 게 허락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 너도 그중 하나야. 내 힘을 버틴 걸 보면... 네 안에 뭔가가 있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저는 그냥 평범한 중학생이라고요!"


세안은 연서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쳤다. 하지만 연서의 손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너한테 사도가 되는 법을 가르쳐 줄게. 사도가 되면 신의 힘을 부여받고, 인간 세계에서 벌을 받고 있는 천계의 죄수들을 감시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돼."

"그런 거 안 할래요! 제발 저 좀 내버려두세요!"


연서는 힘없이 웃었다.


"사도의 후계자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그건 운명이야. 네가 오늘 나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도, 내 힘을 버틸 수 있었던 것도 다 이유가 있어."

"싫어요! 그냥 저 좀 놔주세요!"


세안은 연서의 손을 물었다. 하지만 연서는 아픈 기색도 없이 그대로 있었다.


"됐어. 네가 지금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건 알아. 하지만 곧 네 운명을 받아들일 거야."


연서는 세안의 손을 놓아주었다. 세안은 곧바로 일어나 뛰기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내내 뒤를 돌아보며 연서가 따라오는지 확인했지만, 연서는 보이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세안은 학교에 갔다. 평소처럼 교실에 들어섰을 때, 낯선 얼굴이 교단에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부터 여러분의 담임을 맡게 된 연서라고 합니다."


세안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어제의 그 사람이 지금 자신의 담임 선생님으로 서 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세안은 중얼거렸다. 수업이 끝나고 연서는 세안을 따로 불렀다.


"어때? 놀랐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거예요? 어제까지만 해도 이 학교에 선생님이 아니었잖아요!"


연서는 미소를 지었다.


"사도의 능력 중 하나야. 서류를 조금 조작하고, 몇몇 사람들의 기억을 바꿔놓았어. 간단해."

"그런 짓을 하다니! 불법이잖아요!"

"법? 사도는 법 위에 있어. 우리는 신의 법을 따르지, 인간의 법을 따르지 않아."


세안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절대로 사도 같은 거 안 될 거예요."

"그럴까? 우리 한번 보자. 넌 이제 매일 나를 보게 될 테니까."


그날부터 연서는 세안의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학교에서는 담임 선생님으로, 하교 후에는 '우연히' 마주치는 이웃으로, 심지어 주말에는 세안의 엄마가 고용한 과외 선생님으로 변신했다.


"선생님이 우리 세안을 특별히 봐주신대. 이렇게 유명한 선생님이 직접 과외를 해주시다니, 정말 감사해요!"


세안의 엄마는 연서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세안은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신음했다.


"엄마, 저 과외 안 받고 싶어요."

"무슨 소리야! 선생님이 특별히 시간을 내주셨는데!"


세안은 방으로 들어가 문을 쾅 닫았다. 잠시 후 연서가 노크를 하고 들어왔다.


"나가요."

"사도의 첫 번째 덕목은 인내야."


연서가 말했다.


"네가 아무리 도망쳐도 운명에서는 벗어날 수 없어."

"그냥 다른 사람 찾아요. 저 말고 다른 사람도 많잖아요."


연서는 고개를 저었다.


"내 꿈에 나타난 건 너였어. 그리고 네가 내 힘을 버틴 것도 우연이 아니야."

"저는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친구들이랑 놀고, 학교 다니고, 나중에 대학도 가고..."

"그런 삶은 너에게 허락되지 않았어. 넌 태어날 때부터 사도의 운명을 지니고 있었어."


세안은 베개를 연서에게 던졌다.


"나가요! 제발!"


연서는 한숨을 쉬며 방을 나갔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다음 날 학교에서 연서는 세안의 반에 특별 수업을 진행했다.


"오늘은 운명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여러분은 운명이라는 것을 믿나요?"


학생들은 제각각 대답했다. 어떤 아이들은 운명을 믿는다고, 또 어떤 아이들은 자신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안 학생은학생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모든 시선이 세안에게 쏠렸다. 세안은 불편하게 자리에서 몸을 뒤틀었다.


"저는... 자신의 삶은 자신이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 그렇군요. 하지만 가끔은 우리가 선택한다고 생각하는 것들도 사실은 이미 정해진 길을 따르는 것일 수도 있죠. 마치... 누군가 이미 우리의 삶을 계획해놓은 것처럼요."


연서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세안을 바라보았다. 수업이 끝나고 세안은 연서에게 다가갔다.


"그만하세요. 이렇게 계속 저를 쫓아다니면서 압박하는 거요."

"난 그저 네가 네 운명을 받아들이길 바랄 뿐이야."

"제 운명은 제가 정해요!"


연서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 증명해봐. 내일 학교 옥상으로 와. 네가 정말 평범한 아이라면, 내가 네게 보여줄 것들을 이해하지 못할 거야. 하지만 네가 사도의 자질이 있다면..."

"좋아요. 증명할게요. 제가 그냥 평범한 아이라는 걸요."


다음 날, 세안은 방과 후 옥상으로 올라갔다. 연서는 이미 그곳에 있었다. 그의 손에는 작은 유리구슬 같은 것이 들려있었다.


"이게 뭐예요?"

"사도의 눈이야. 이것을 통해 우리는 인간 세계 속에 숨어 있는 죄수들을 볼 수 있어. 평범한 사람은 이걸 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연서는 유리구슬을 세안에게 건넸다. 세안은 망설이다가 그것을 받아들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 후, 유리구슬 속에서 빛이 번쩍였다.


"어... 이게 뭐예요?"


세안은 유리구슬 속에서 움직이는 형체들을 볼 수 있었다. 마치 다른 차원의 존재처럼 보이는 그림자 같은 형체들이었다.


연서의 눈이 빛났다.


"네가 보는 거야. 이건 네가 사도의 자질이 있다는 증거로."

"아니예요! 그냥 뭔가 착시 현상이겠죠."


세안은 유리구슬을 연서에게 돌려주려 했지만, 연서는 받지 않았다.


"네가 가지고 있어. 시간이 지나면 점점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그때가 되면, 네가 정말로 누구인지 깨닫게 될 거야."


세안은 유리구슬을 주머니에 넣었다. 거부하고 싶었지만, 어쩐지 그럴 수 없었다.


"저는 절대 사도가 되지 않을 거예요."

"시간이 말해줄 거야, 세안아."


그날 밤, 세안은 유리구슬을 들여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구슬 속에서 보이는 형체들은 점점 더 선명해졌다. 세안은 그것이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음 날 아침, 세안은 학교로 향하는 길에 평소와는 다른 것을 보기 시작했다. 버스에 탄 한 남자가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희미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학교에 도착했을 때는 교문 앞에 서 있는 경비 아저씨도 마찬가지였다.


"이게 뭐지..."


세안은 혼란스러웠다. 연서의 말대로라면, 이 사람들은 인간 세계에 숨어 있는 죄수들이란 말인가? 정말로 자신이 그들을 볼 수 있다는 건가?


수업 시간, 연서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세안을 바라보았다. 세안은 그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방과 후, 연서는 다시 세안을 불렀다.


"어때? 이제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지?"


세안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사도의 힘이야. 우리는 이 세상에 숨어 있는 천상의 죄수들을 볼 수 있어. 그들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신의 벌을 받고 인간 세계로 추방된 존재들이야."

"그럼 제가 봤던 사람들은 모두 그런 존재들인가요?"

"그래. 그들을 감시하고, 인간 세계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 사도의 임무야."


세안은 혼란스러웠다. 자신이 지금까지 알고 있던 세계관이 무너지는 듯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일을 하고 싶지 않아요.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네가 태어난 이유가 바로 이거야, 세안아. 넌 사도가 되기 위해 이 세상에 온 거야."


세안은 고개를 저었다.


"싫어요. 저는 그냥 평범한 중학생으로 살고 싶어요."


연서는 한숨을 쉬었다.


"알았어. 하지만 네가 본 것들을 잊을 수는 없을 거야. 점점 더 많은 것들이, 더 선명하게 보일 거야. 그리고 언젠가는 네가 직접 나를 찾아올 날이 올 거라고 확신해."


세안은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밤, 그는 악몽을 꾸었다. 꿈속에서 세안은 빛나는 존재들에게 쫓기고 있었다. 그들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눈은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


"도와줘!"


세안은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났다. 손에는 어느새 유리구슬이 쥐어져 있었다. 구슬 속에서는 분명히 자신이 꿈에서 본 그 존재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다음 날, 세안은 학교에 가지 않았다. 몸이 아프다고 거짓말을 하고 집에 있었다. 하지만 오후에 예상치 못한 방문객이 찾아왔다.


"세안이 학교에 안 와서 걱정돼서 왔어요."


연서였다. 세안의 엄마는 연서를 반갑게 맞이했다.


"아이고, 선생님까지 찾아와 주시고. 우리 세안이가 아침부터 열이 좀 있어서요."


"제가 잠깐 볼 수 있을까요?"


세안의 엄마는 연서를 세안의 방으로 안내했다. 연서는 문을 닫고 세안에게 다가갔다.


"꿈을 꿨지?"

"어떻게 알았어요?"

"사도의 능력이 깨어나기 시작하면 그런 꿈을 꾸게 돼. 그들이 너를 인식하기 시작한 거야."

"누가요?"

"천상의 죄수들. 그들은 사도를 감지할 수 있어. 특히 아직 능력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는 초보 사도는 더 쉽게 감지돼."


세안은 겁에 질려 보였다.


"그럼 저한테 위험한 거예요?"

"그래. 그래서 내가 너를 가르쳐야 해. 네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세안은 침묵했다.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제가... 정말로 사도가 되어야 하나요?"


연서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건 네 운명이야, 세안아. 하지만 걱정하지 마. 내가 곁에서 모든 것을 가르쳐 줄 테니까."


세안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어요. 하지만... 제가 정말로 사도의 일을 할 수 있을까요?"

"당연하지. 네가 내 꿈에 나타난 이유가 있을 거야. 네 안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


그날부터 세안은 연서의 제자가 되어 사도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비록 원치 않던 운명이었지만, 이제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첫 번째 수업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법이야."


연서는 세안에게 말했다. 교실은 비어 있었고, 두 사람만이 남아 있었다.


"이미 보이기 시작했잖아요."

"아직 시작에 불과해. 진짜 사도의 눈은 훨씬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어."


연서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교실의 공기가 일렁이더니, 갑자기 몇몇 형체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반투명한 모습으로 교실 곳곳에 서 있었다.


"이... 이게 뭐예요?"

"우리 주변에는 항상 그들이 있어. 네가 아직 보지 못했을 뿐이지."


세안은 떨리는 손으로 유리구슬을 꺼냈다. 구슬을 통해 보니 그 형체들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


"사도가 되면, 구슬 없이도 그들을 볼 수 있게 될 거야."


세안은 두려움과 호기심이 뒤섞인 감정으로 그 형체들을 바라보았다. 이것이 자신의 새로운 현실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복잡했다.


"저... 정말로 이런 일을 해야 하나요?"


연서는 세안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세안아, 이건 네가 선택한 게 아니야. 하지만 네가 이 힘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네가 결정할 수 있어. 그게 바로 사도의 자유야."


세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원치 않게 시작된 여정이었지만, 이제는 그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연서와 함께, 사도로서의 첫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에이나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