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 439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한덕수를 떠올리며 상상하여 만들어 보는 캐릭터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한덕수를 떠올리며 상상하여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정만배
제목: 새도우 프레지던트
"저는 그저 국가의 톱니바퀴일 뿐입니다."
만배는 국회인사청문회에서 위처럼 대답했다. 그는 누구보다 조용한 사람이었다. 국회 청문회에서, 대정부질문에서, 외국 사절 앞에서, 대통령 옆에서. 언제 어디서든 절제된 말, 완만한 호흡, 그리고 무엇보다 '정리된 사고'를 지녔다. 사람들은 그를 '제일 조용한 국가'라 불렀고,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이 사람은 다시 써야지라며 그를 곁에 두었다. 그렇게 정만배는 다섯 명의 대통령을 모셨고, 셋의 대통령 아래에서 국무총리를 지냈다. 관운이라 하기엔 지나치게 오래, 정치력이라 하기엔 너무도 무색한 공직의 생존이었다.
"나는 누구의 그림자도, 누구의 도구도 아니야."
만배는 대통령의 집무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오늘부터 그는 권한대행이었다. 탄핵. 익숙하면서도 낯선 단어였다. 대통령이 된다는 건, 언젠가부터 그가 꿈꿔왔던 일이 아니었다. 꿈이라 부르기엔 너무 현실적이고, 욕망이라 하기엔 지나치게 절제된 희망이었다.
"총리님, 긴급 안보회의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비서실장의 목소리에 만배는 창밖에서 시선을 돌렸다. 오래된 습관처럼, 그는 넥타이를 매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시작하지."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정만배는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1950년대 후반, 전쟁의 상흔이 채 아물지 않은 시절에 태어난 그는 가난한 시골 마을에서 유일하게 한국대학교에 진학한 수재였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 박사 학위를 받았을 때, 그의 나이 서른하나. 그리고 곧바로 경제기획원에 들어가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국가를 위해 움직이는 톱니가 되고자 합니다."
그는 이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는 야망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대통령보다 더 많은 대통령을 본 남자. 정만배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국가의 방향을 조율해왔다.
그의 경력은 승승장구했다. 한 정권에서 경제수석, 다음 정권에서 기획예산처 장관, 또 다른 정권에서 경제부총리. 그리고 마침내 국무총리까지. 그가 보수와 진보를 넘나들며 모든 색깔의 정권에서 중용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정만배는 이념이 없는 사람이야. 오직 실용주의자지."
정적들의 비난이었다. 하지만 만배는 이를 칭찬으로 받아들였다.
"국가는 이념이 아니라 실용으로 운영되어야 합니다."
만배의 신조였다. 그리고 그 신조는 그를 다섯 명의 대통령 곁에 머물게 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한해가 저물어가는 어느 겨울, 그가 모시는 마지막 대통령의 행보가 모든 걸 뒤바꿔 놓았다. 현직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국무총리님, 대통령께서 계엄을 선포하셨습니다."
만배는 충격에 휩싸였다. 계엄. 그것은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거의 금기시되는 단어였다. 더구나 그 계엄령은 매우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선포되었다.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비판이 즉각 쏟아졌다. 결국 국회는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했고, 만배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었다.
탄핵안이 가결되던 날, 그는 전자결재창을 닫으며 안경을 고쳐 썼다. 익숙하게 목덜미를 누르며 자리에서 일어난 만배는 곧바로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호출했다.
"국무회의 준비하시죠. 권한대행으로서 첫 결재를 해야겠군요."
불면의 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 밤, 그는 오랜 시간 들여다보지 않던 책장을 꺼냈다. 누렇게 바랜 헌법해설서에는 '권한대행'이라는 단어가 단 세 번 등장했다. 그 단어를 손끝으로 짚은 정만배는 미세하게 미소를 지었다. 다음 날 아침, 비서가 서류 한 뭉치를 가져왔다.
"총리님, 법무부에서 보낸 특검 관련 서류입니다."
서류를 받아든 만배의 얼굴이 굳어졌다. 특별검사 임명 건. 바로 전임 대통령의 비리 의혹과 계엄령 선포의 불법성을 수사할 특검이었다.
"이건..."
"국회에서 통과된 특검법에 따라 결재가 필요합니다. 즉시 지명을 해야합니다."
만배는 천천히 서류를 넘겨보았다. 그는 머릿속으로 계산을 시작했다. 권한대행으로서 그가 취할 수 있는 선택지들. 그리고 그 선택이 가져올 결과들을 그가 지나쳐온 기억들을 더듬어 정밀하게 상상해보았다.
'특검 임명을 거부한다면... 국회의 반발, 여론의 악화... 그리고 또 다른 정치적 위기가 온다. 그렇다고 특검을 임명한다면... 그렇게 오랫동안 봉사했던 대통령에 대한 배신... 하지만 개혁의 기회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기도 해.'
만배의 눈앞에 무수한 시나리오가 펼쳐졌다. 그리고 그 모든 길 끝에는 하나의 가능성이 있었다.
'대통령이 될 기회.'
그는 자신의 생각이 위험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깨닫지 못했다. 그저 생각이니까. 상상은 자유니까. 그렇게 아무도 모르는, 본인조차 모르는 야심이 조금씩 타오르고 있었다. 권한대행은 임시직이었다. 하지만 그는 평생 '임시'로 있었던 사람이었다. 영원한 이인자. 만인지상의 자리였다. 오로지 단 한 명의 일인지하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현재 권한대행은 그를 일인지하 만인지상이 아닌, 그저 만인지상의 자리로 만들어놓았다고 착각하게 만들었다.
"아니, 그건..."
만배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야망의 불씨는 이미 타오르고 있었다. 결국 만배는 결단을 내렸다. 그는 양곡관리법을 포함한 6개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했고, 내란 혐의에 대한 특검 임명을 거부했다. 또한 국회에서 추천한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도 보류했다.
"정만배 권한대행, 특검 임명 거부! 내란 수사 방해 의혹!"
언론은 그의 행동을 강하게 비난했다. 야당은 그를 '민주주의의 배신자'로 규정했고, 시민단체들은 거리로 나와 그의 사퇴를 요구했다.
"정만배는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의 내란 범죄를 감싸고 있습니다! 이는 권한대행의 권한을 넘어선 위헌적 행위입니다!"
국회에서 야당 대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결국, 그를 향한 탄핵 소추안이 발의되었다. 만배는 자신의 탄핵소추로 인해 헌법재판소에 불려갔다.
"피소추자 정만배는 답변해주시기 바랍니다."
만배는 천천히 일어났다. 그의 얼굴에는 더 이상 망설임이 없었다.
"존경하는 재판관님들, 제가 한 모든 결정은 국가의 안정과 국민의 안전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제가 특검 임명을 미룬 것은 정치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함이었으며,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는 여야가 합의에 이를 때까지 기다리기 위함이었습니다."
만배의 목소리는 흔들림 없이 또렷했다. 그는 권한대행의 법적 권한 범위와 국가 위기 상황에서의 판단 근거를 차분하게 설명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기각 5, 각하 2, 인용 1로 탄핵 소추가 기각된 것이다. 그들의 판단은 이러했다.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를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피소추자의 행위가 명백히 헌법을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만배는 승리했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양분되었다. 한쪽에서는 그를 '헌정질서의 수호자'로 찬양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내란세력의 방패'라며 비난했다.
"기각 됐을 것이었어."
만배는 곧장 국무총리실로 향했다. 그러나 이 결정은 만배에게 더 큰 대담함을 부여한 것 같았다. 탄핵 소추가 기각된 직후, 그는 더욱 과감한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국무총리가 기각된 것처럼 대통령 또한 기각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반대로 대통령의 탄핵은 인용되었다. 헌법재판소는 계엄령 선포가 헌정질서를 위협하는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제 만배는 차기 정부에 권력을 이양할 때까지 2개월간 권한대행을 맡게 되었다.
그러나 만배는 이 짧은 기간 동안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 대선 기간 중 중립을 지켜야 할 권한대행으로서, 그는 보수 성향의 헌법재판관 2명을 무리하게 임명했고, 권한대행으로서 논란이 될 게 분명한 국정원장과 검찰총장 등 주요 인사도 자신의 측근으로 교체했다.
"정만배 권한대행, 권력 남용 논란! 두 번째 탄핵 소추 가능성!"
언론은 연일 만배의 행보를 비판했다. 야당은 즉각 두 번째 탄핵 소추안을 준비했다.
"대통령 탄핵 이후, 국정은 다음 정부로 평화롭게 이양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정만배는 불과 2개월 남은 과도기에 자신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불법적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결국, 국회는 또다시 만배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가결했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앞두고, 정치권은 긴장에 휩싸였다. 그러나 놀랍게도, 만배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지 않고 전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정만배 권한대행, 대선 출마 선언!"
뉴스 헤드라인이 전국을 뒤덮었다. 두 번째 탄핵 소추를 받은 상태에서, 만배는 마침내 그의 진정한 의도를 드러냈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는 법 해석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함을 선언합니다."
기자회견장은 카메라 플래시로 가득했다. 만배는 단상에 서서 자신의 꿈을 드러냈다.
"저는 항상 국가를 위해 봉사해왔습니다. 다섯 명의 대통령을 모시고, 세 번의 총리직을 수행하며 국가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헌신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우리나라가 어떤 리더십을 필요로 하는지 깊이 깨달았습니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르며 계속했다.
"저는 권한대행으로서 국가의 혼란스러운 시기에 어려운 결정들을 내려야 했습니다. 이제 저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더 강하고 확고한 리더십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만배의 선언은 정치권에 폭탄과 같은 충격을 주었다. 특히 그가 더 이상 중도실용을 주장하지 않고, 분명한 보수 성향을 드러낸 것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우리나라는 지금 혼란의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국가 정체성이 흔들리고, 전통적 가치가 도전받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국가를 바로 세우고자 합니다."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탄핵 소추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어떻게 대선에 출마할 수 있습니까?"
만배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헌법은 제가 출마하는 것을 막지 않습니다. 저는 국민들의 심판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제 권한대행이 아닌, 대통령으로서 국민 앞에 서고자 합니다."
"권한대행 시절 과도한 권력 행사에 대한 비판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당시 최선의 판단을 했습니다. 국가가 더 큰 혼란에 빠지는 것을 막고자 했을 뿐입니다. 그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다면 유감입니다만, 제 의도는 항상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만배는 한적한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의 캠프는 아직 작았지만, 그의 결심은 확고했다.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비서가 들어와 보고했다.
"지지율 20%입니다. 2위에 올랐습니다. 특히 50대 이상 보수층 지지가 압도적입니다."
만배는 미소를 지었다. 예상보다 좋은 출발이었다.
"우리는 헌법과 질서, 그리고 국가의 정체성을 지키는 캠페인을 펼쳐나갈 것 입니다."
만배의 얼굴에 결연한 표정이 떠올랐다.
"더 이상 누군가의 그림자가 아니라, 내가 믿는 가치를 위해 싸울 겁니다."
만배는 책상 서랍에서 오래된 일기장을 꺼냈다. 대학 시절 썼던 일기였다. 그 마지막 페이지에 이런 문장이 쓰여 있었다.
"아무의 그림자도 아닌, 나 자신의 이름으로 설거야."
그리고 그 아래, 지금의 필체로 작게 써 내려갔다.
"이젠 나의 나라다."
창밖으로 보이는 청와대의 모습이 석양에 물들어 있었다. 그곳은 이제 그의 것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더 이상 누군가를 모시는 그림자가 아닌, 자신의 신념을 위해 싸우는 지도자로서.
만배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의 인생 최대의 도전이 시작되었다. 다섯 명의 대통령을 모신 그가, 국정 운영을 위해 이제 여섯 번째 대통령이 되기 위한 여정에 나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