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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연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캐릭터 - 427

by 라한
소연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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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연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연지선

제목: 갯


“좀 더 왼쪽! 아니 오른쪽 좀만 더! 아니 왜 이렇게 많이가? 왼쪽으로 다시! 그래!”

“아. 좀 조용히 좀 해봐!”


결국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하라는 말을 무시하려 했다. 그러나 타이밍을 놓쳤는지 자신이 생각한 위치에 다다르지 못한 채 집게가 내려갔다.


“으아! 조용히 좀 하라고!! 정말!”


지선은 그렇게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 돈(코인)을 넣은 건 자신인데 왜 이러쿵저러쿵 말해서 자신의 기회를 박탈시키는 지 화딱지가 났다. 하지만 그런 지선의 생각과 다르게 생각하는 천주는 지선의 등딱지를 때리며 말했다.


“아니, 거봐. 내가 시키는 대로 하라니까!”


천주가 때린 등을 만지면서 지선은 화풀이를 해보지만, 어렸을 때부터 지선의 말은 콧드으로 안 듣는, 그러나 지선은 자신의 말을 들어야 했던 같은 엄마의 밑에서 한 두 해의 차이로 태어난 두 자매였다.


“거봐. 타이밍이 중요한데. 니가 너무 내 말을 안들으니까.”

“아, 먼소리야. 나는 갯벌에서 언니 말 듣고 고립된 이후 언니 말은 다 틀렸다는 걸 알아.”


어린 시절 갯벌에 갇혔던 두 사람이었다. 목숨을 걸고 전력으로 바다로 들어온 아버지가 있었다. 아버지도 두 딸도 모두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었다. 여섯의 가족이 반으로 줄 뻔 한 위기였다.


사실 위험한 곳에 있는 게 두 자매와 아버지였다. 어머니와 막내 동생과 오빠. 그리고 둘 째이자 자매 중 가장 큰 언니도 천주와 지선을 살리기 위해서 달려오고는 있었다.


막내는 달려오면서 울었지만. 그 당시 어떤 위험이 있는 줄도 몰랐고, 그냥 사람들이 전부 기겁하여 행동하자 자신도 울었다는 기억을 하는 동생이었다.


“야. 그건!”


이러면 천주는 늘 반발을 했지만, 언니가 하자는 대로 했던 지선은 그날로부터 언니의 말을 안 듣는 편이 됐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언니의 말에 정답이 많아 열에 아홉은 따르게 되지만 예전처럼 무조건 생각없이 따르지 않았다.


요즘 유행하는 딥서치처럼 한 번 더 생각해보고 맞으면, 그런데 짜증이 나게도 하필이면 정말로 대부분 맞는 말만 해서 따를 뿐이었다.


“그땐, 에이. 미안.”


천주는 이렇게 인정해야하는 건 인정하는 편이었다. 지선은 그러면 흥. 하고 이미 용서한 이야기를 다시 한번 용서했다.


보통은 그런 트라우마를 겪으면 갯벌에는 근처도 안갈텐데, 지선은 또 반대로 갯벌에 푹 빠져서 갯벌의 매력을 다른 사람에게도 널리 알리고 싶어했다.


통은 그런 트라우마를 겪으면 갯벌에는 근처도 안 갈 텐데, 지선은 오히려 갯벌에 푹 빠져서 그 매력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리고 싶어했다. 천주는 그런 지선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어쩔 수 없이 동생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결국 도와주게 되는 편이었다. 사실 갯벌에서 위험했던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천주도 괜히 가슴이 두근거리곤 했지만, 그날 어른들이 보여준 헌신과 마을 사람들의 협동심을 떠올리면 미운 정 고운 정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듯한 기분이었다.


지선은 갯벌 속에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고 믿었다. 어린 시절, 썰물 때 바닷물이 빠지고 난 뒤 드러나는 드넓은 펄밭을 보며 경이로워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 그때 지선의 아버지는 갯벌이 마을 사람들의 식탁을 책임지고, 어촌 문화를 이어가는 살아 있는 땅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무엇보다 지선이 가장 좋아했던 것은 갯벌 어로를 마치 놀이처럼 즐기는 마을 어른들의 모습이었다. 조개를 캐면서도 서로 도우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잡은 해산물을 한데 모아 풍성하게 나누는 모습이 어린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 후로도 시간이 흐르면서 간척사업과 매립 등으로 예전만큼 넓은 갯벌을 볼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은 지선에게 안타까운 일이었다. 텔레비전이나 신문을 통해 갯벌이 사라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그 어린 시절 추억이 하나둘 희미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어 마음 한구석이 텅 빈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지선은 대학에 진학하자마자 해양 생태학을 전공해갔고, 졸업 후에는 지역 주민들과 협력해 갯벌 생태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을 시작했다. 주말마다 찾아오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에게 갯벌 해설을 해주고, 아이들과 함께 조개나 게를 채집하면서 갯벌의 생태와 문화를 알려주는 것이 지선의 작은 행복이 되었다.


"사라진다고 그냥 가만히 사라져 가는 걸 지켜만 볼 수는 없으니까!"


천주는 처음엔 지선의 그런 활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갯벌에서 놀다 겪은 사고로 그토록 무섭고 힘들었던 추억이 있는데, 어떻게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 웃으며 살아갈 수 있냐는 의문이었다. 그러나 지선은 갯벌 안에 깃든 생태와 역사, 그리고 문화적 가치가 놀라울 정도로 풍부하다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왜 새들이 해마다 이 땅을 찾는지, 왜 마을에서 갯제를 올리고 어촌공동체가 갯벌을 함께 나누어 왔는지, 직접 체험한 경험을 바탕으로 열심히 설명하곤 했다. 천주는 동생이 말만 하면 빠져들 듯 열정을 불태우는 모습이 낯설면서도 왠지 듬직해 보였다.


"언니!"


어느 날, 지선은 천주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갯벌 자원을 단순히 체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좀 더 폭넓은 콘텐츠로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예컨대, 지역 특산물인 낙지나 바지락을 활용해 사람들이 직접 요리를 체험하거나, 갯벌에서 자란 염생식물을 소개하면서 건강식 식탁을 차려보는 코스를 만드는 식이다. 또는 갯벌에서 직접 진흙을 채취해 머드팩이나 소금 스크럽을 체험해보도록 하고,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도록 안내하는 프로그램을 구상해볼 수도 있었다. 지선은 이를 해양치유라는 개념과 연계해보자고 했다. 최근 정부나 지자체에서 갯벌의 탄소 흡수·저장 기능인 블루카본을 주목하고 있고, 해양치유 산업도 관심을 끌고 있는 만큼, 이런 트렌드를 잘 살려보면 좋은 기회가 될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해양치유?"


천주는 그 얘기를 들으며 문득 보령 머드축제나 전남 무안의 갯벌축제를 떠올렸다. 익히 알고 있는 축제들인데, 사실 직접 찾아가 본 적은 없었다. 흥청망청 노는 이미지가 강해서 자신과는 거리가 먼 축제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축제도 새롭게 바뀌고 있어. 단순히 진흙을 몸에 바르는 놀이에서 벗어나서, 갯벌 생태에 대해 배우고, 전통 어로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졌어”


지선이 덧붙였던 말이었다. 실제로 무안황토갯벌축제에서는 낙지 잡기나 갯벌 썰매 같은 체험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전통공예나 갯벌 생물 활용법을 알려주는 워크숍도 진행된다는 말에 천주는 흥미가 동했다.


지선은 자신이 운영하는 갯벌 체험 프로그램을 토대로 좀 더 확장된 형태의 ‘갯벌 문화축제’를 구상 중이었다. 지역 특산물 판매는 물론이고, 갯벌에 대한 과학 전시나 해설 투어, 그리고 과거 마을에서 전해 내려온 갯제 의식을 재현하는 작은 퍼포먼스도 선보이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려면 가족 단위 관광객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이나 젊은 세대들도 관심을 가질 만한 요소가 필요했다. 예를 들어 AR이나 VR 같은 기술을 접목해 갯벌 생태계를 미리 가상 체험해보고, 실제 갯벌로 나가 실사를 비교하는 식의 프로그램을 마련해볼 수도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천주는 얼핏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준비 과정이 만만치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역 행사들을 기획해본 적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지만, 갯벌을 활용한 종합 콘텐츠 축제는 규모도 크고 다룰 분야도 다양했다. 생물자원 연구자나 마을 주민, 해설사나 문화예술 분야 전문가 등 여러 사람들과 협업해야 할 텐데, 그만큼 조직적인 기획이 필수적으로 보였다. 그래도 지선이 이미 마을 주민들과 친분이 있고, 생태학적 지식도 탄탄하니 믿을 만한 구심점이 되어줄 것 같았다.


“축제 기획 문서나 사업계획서 같은 것부터 먼저 준비해보자”


그 무렵부터 둘 자매는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지선은 갯벌 생태관광에 관심 있는 지역 청년들과 소규모 스터디 모임을 만들어, 해외 갯벌 활용 사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독일·네덜란드·덴마크에 걸친 와든해(Wadden Sea)의 성공적인 생태관광 모델이나, 프랑스 몽생미셸의 조수간만 차를 이용한 관광 프로그램 등을 분석하면서 배울 점을 정리했다. 또, 한국의 순천만이나 신안 등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갯벌 지역에서 어떤 방식으로 관광객을 맞이하고 관리하는지도 세세히 살펴보았다. 이렇게 모은 정보를 바탕으로, 지선은 이야기가 있는 갯벌 축제라는 초안을 마련했다.


"내가 준비한거야."

"이야기 있는 갯벌 축제라. 이름은 평범한데?"


지선은 축제를 단순히 관광객 유치와 경제적 이익에만 집중하기보다, 마을의 전통 문화와 자연환경을 함께 살리는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설계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축제의 주요 콘셉트 중 하나로 갯벌과 사람, 그리고 미래를 잡았다. 이 테마 아래에서, 전통 갯벌어로 시연이나 마을 어르신들이 들려주는 옛 이야기를 준비하고, 청년들이 중심이 되어 AR·VR 체험관을 운영한다. 또, 직접 잡은 조개나 게를 활용해 환경친화적 요리교실을 열고, 참가자들이 조리 과정에서 나온 조개껍데기 등을 활용해 간단한 예술 작품을 만들어보도록 유도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천주는 이 계획을 보고 한편으론 멋지다고 생각했고, 다른 한편으론 너무 이상적이진 않나 싶기도 했다. 스폰서나 예산 문제, 안전관리와 편의시설 부족 등 현실적인 문제들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특히 갯벌에 다수의 사람이 몰릴 경우 생태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사전 교육과 코스 설정, 안전장비 마련 등 세심한 준비가 필요했다. 하지만 지선은 이 모든 어려움이 축제를 제대로 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자극제가 될 거라며, 마을 주민들과 힘을 합쳐 지혜를 모으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로 지역 주민들 역시 갯벌을 잘 보전하면서도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전통 어로 기술을 시연하거나, 마을 공동으로 기른 염생식물과 함께 김 양식장 견학을 연계하는 등 기존에 해오던 것들을 조금씩 확장해 나가면 될 것 같았다. 게다가 지선은 생태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갯벌 복원이나 블루카본 조성 같은 개념을 주민들에게 쉽게 풀어 설명했고,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정부 지원 사업이나 탄소배출권 거래 같은 새로운 용어에 낯설어하면서도, 미래에는 꼭 필요한 부분이라는 점에는 동의했다.


그렇게 준비를 거듭하던 어느 날, 지선과 천주는 다시 갯벌을 찾았다. 이번에는 어릴 적 사고를 당했던 장소와는 조금 떨어진 곳이었지만, 여전히 바닷바람 냄새와 질퍽이는 펄 밑의 감촉이 그대로였다. 천주는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여기서 한때 죽을 뻔했던 기억이 다시 떠올라 심장이 빠르게 뛰었지만, 지선은 차분한 표정으로 갯벌 위를 걸었다.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해조류와 갯벌 저서생물들이 어른거렸고,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평범해 보이는 펄 안에서도 작은 게들이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지선은 천주에게 물이 빠져나간 갯벌을 가리키며, “옛날에 아버지가 이 넓은 펄을 바다 논이라고 불렀잖아. 딱 봐도 생명의 숨결이 가득하네. 이 안에서 수많은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고, 또 여기는 철새들의 식탁이기도 하잖아”라고 말했다. 천주는 그 말을 들으며 뭉클해졌다. 예전에 자신들을 구하러 달려오던 아버지의 모습이 어렴풋이 떠오르고, 그때 함께 달려와주던 마을 사람들의 걱정스러운 표정도 생생해졌다.


천주는 눈길을 아래로 돌려 썰물로 드러난 펄 위를 바라보았다. 비록 예전만큼 넓진 않아도, 아직 충분히 아름답고 건강한 갯벌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거기서 삶을 이어가는 생명들이 있었다. 갯벌을 배경으로 펼쳐질 축제와 그 축제 속에서 마을 사람들이 부딪치고 꿈꾸게 될 풍경들을 천주는 상상해봤다. 그 모습은 무척 다채롭고 활기차 보였다. 무엇보다, 지선이 얘기하는 갯벌에서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그날 저녁, 자매는 마을로 돌아와 그동안 모아둔 아이디어들을 다시 꺼내놓았다. 축제의 세부 프로그램, 체험 코스별 안전대책, 지역 특산물 판매와 농수산 가공품 전시, 그리고 지역 청년들이 참여하는 공연과 창작 전시 같은 항목들이 빼곡히 적힌 노트였다. 지선이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천주는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점검할 부분과 기대 이상의 시너지가 날 것 같은 부분들이 분명히 눈에 들어왔다.


"하, 이 갯벌 냄새."

"짠 냄새..."


두 자매는 해가 기울어가는 마을 풍경을 바라보면서도 좀처럼 이야기의 끈을 놓지 않았다. 갯벌에 관한 한, 지선은 여전히 해줄 말이 너무 많았고, 천주도 이제는 그 말들을 진심으로 들어주고 싶었다. 과거의 트라우마는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있지만, 이제는 그것을 계기로 갯벌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그만큼 갯벌을 지키고 사랑하는 방법도 배워가고 있다는 사실이 왠지 모를 뭉클함을 안겼다.


지선은 막연하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갯벌을 찾아올 사람들에게 이곳의 이야기를 온전히 전해주자. 그냥 갯벌이 아니라, 이 마을 사람들의 삶과 애환이 담긴 터전이라는 거. 그리고 아직도 수많은 생물이 어우러져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자”


천주는 그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둘의 시선이 마주치자, 어린 시절 겁에 질린 채 서로를 부둥켜안았던 순간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제는 두려움 대신 서로를 격려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갈 준비가 된 듯했다.


그렇게 어두워져가는 하늘 아래에서, 자매는 갯벌을 위한 새로운 여정을 떠올렸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그만큼 기대도 컸다. 두 사람은 구체적인 계획을 하나씩 세워나가면서, 언젠가 열릴 갯벌 축제의 성공적인 모습을 상상했다. 그 날이 오면 사람들은 이 마을을 찾아 갯벌을 밟아보고, 살아 숨 쉬는 생태계에 경이로움을 느끼며, 마을이 간직해온 전통과 문화에 감동받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경험이 모여 다시 갯벌에 깃든 이야기를 한 층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리라, 지선과 천주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트라우마로 떠날 수도 있었지만, 이겨내고 찾아온 지선은 사라져 가는 갯벌마저도 다시 되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기억속에만 남겨 놓기엔 그것도 나쁜 기억으로 남겨놓기에는 갯벌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갯벌아. 기다려 지선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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