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 445
홍화연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홍화연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연수화
제목: 전복
“처음엔 원망했었어”
수화의 고백에 지용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천천히 수화의 눈치를 살펴보는 지용의 모습을 보고 수화는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이젠 괜찮아. 다 이해하거든.”
수화는 지난 날들을 떠올려 봤다. 그러나 과거에 머무르지 않기로 결정한 후 지난 기억에서 안 좋은 것들을 모조리 잊어버리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괜찮습니까?”
“안 괜찮으면, 힘들기만 할 뿐이니까. 이제 괜찮기로 했어. 그나저나, 너는 언제 나한테 반말할래? 우리 동갑이라며.”
“제가 어찌. 장군님의 따님에게 그렇게 하겠어요.”
“그렇게 이상한 말투 쓰면 다 들킨다?”
“…”
지용은 어쩔 수 없이 수화의 말을 들을 수박에 없었다. 어설픈 반말로 수화와 대화를 하는 지용의 모습은 아무것도 모르는 채 보면 그저 평범한 남녀의 대화로 보였다.
그러나 진실을 아는 사람들이 본다면 어색함을 발견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지용은 수화를 안전하게 빼 내오기 위해 파견된 요원이었다. 수화는 저항군의 주측인 연석진의 딸이었다.
“장군님께서는 아가씨의 무사를 기원하고 계십니다.”
“언제부터.”
다만 수화는 그런 아빠를 믿지 않았다. 가족을 내팽개 쳤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
아버지의 사랑 대신 어머니가 나머지 반도 채워줬기 때문에 크게 부모의 사랑에 대한 불만은 없었다.
그러나 아버지에 대한 원망은 힘들어 하는 어머니를 보며 조금씩 자라날 수밖에 없었다.
그냥 차라리 안보이면 그만인데, 저항군의 가족들을 감시하는 정부측 사람들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정부측의 요원 중 하나인 권오와 관계를 맺고 있는 게 수화였다. 그래서 이 땅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는 여기서, 내 삶을 내 스스로 개척하고 있다고 전해줘.”
“아가씨..”
수화는 이제서야 자신을 부르는 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 차라리 어렸을 적 어머니와 가족들을 다 같이 불렀다면 어땠을까? 그러면 여섯 가족이 한 곳에 모여서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지용은 수화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반드시 수화를 데리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화에게 말해줄 수 없는 비밀이 있었다.
곧 저항군이 대대적인 침투 및 암살 작전을 벌일 예정이었다. 수화의 연인인 권오도 그 암살 대상 중 하나였다.
“여사님께서도, 그리고 다른 아가씨와 도련님도 떠나신다고 했습니다. 아가씨만 여기 혼자 남겨두고 갈 수는 없습니다.”
“왜? 아버지가 스스로 저항을 선택하신 것처럼, 나는 이곳에 남는 것을 선택했으니까.”
“…”
지용은 이 상황이 그저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아직 수화를 완벽하게 신뢰할 수는 없었기에 작전을 말할 수는 없었다.
수화의 가족들 중에서도 이 사실을 아는 건 없었다. 그저 가장인 연석진이 부르니 모두가 그에 응한 것일 뿐이었다.
“아가씨..”
“나를 설득하시려고 해도 출발시간만 늦춰질 뿐이니까. 가족들이 다 떠나도 난 이곳에 남을 거니까. 그만 포기해.”
지용은 수화가 아버지인 석진을 닮았다면 자신이 설득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안타까움에 계속해서 한 마디라도 더 걸게 됐다.
작전 개시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조만간 이 서울은 쑥대밭이 될 것이었다.
“가셔야합니다.”
“가래도!”
수화는 지용을 뿌리치고 자신의 연인이 일하고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지용이 수화를 붙잡으려 했지만, 너무나 완강한 저항을 하는 바람에 그럴 수 없었다.
“안 놓으면! 소리 칠 거야. 그러면 경찰이 올 거고, 불리한 건 너일 텐데?”
그렇게 수화를 보낸 지용은 어쩔 수 없이 홀로 왔다.
그가 수화네 집에 도착했을 때는 가족들이 모두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수화의 어머니가 지용을 발견하고 곧장 수화에 대해서 물었다. 지용은 할말이 없었다.
“수화는?”
“아가씨께서는, 저희를 따라가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 아버지에 대한 원망도 있지만, 이제 이곳에 뿌리를 내리려고 하는 애였으니까. 그러면.”
다른 가족들이 수화가 걱정됐지만, 수화네 가족을 챙기러 온 저항군의 인원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더욱 지체할 수는 없었다.
“지금은 정부군 쪽 사람들이 아직 눈치를 채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 어서 빠져나가 야합니다.”
각 인원들이 다른 방향으로 빠져나간 후, 다시 만나기로 했다.
2대째 세습이 이어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정부.
변일광이 처음 군사 쿠데타를 성공시키고, 이후 변이빛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세습을 이어받았다.
원래 이빛과 동지였던 연석진은 세습을 반대하면서 군사반란을 일으켰고, 지금은 저항군의 주측이 되어 활약하고 있었다.
“우리 수화를 이곳에 남겨둬도 괜찮겠죠?”
“아가씨를 잘 아시지 않습니까. 괜찮으실 겁니다.”
사실 이 대답은 거짓말이었다. 수화의 안부를 장담할 수 없었다. 조만간 이곳은 쑥대밭이 될 게 뻔했다.
이빛이 먼저 저항군을 뿌리 뽑기 위해서 외국의 군대를 이끌고 대대적으로 공격을 감행했다.
그곳에서 살아남은 저항군들이 반격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괜찮을 겁니다.”
수화네 다른 가족들이 각자의 티켓을 들고 서울 밖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각각 저항군이 가족들을 담당하고 같이 움직였다.
그렇게 먼저 다른 가족을 보내고 지용은 같이 온 가족을 데리러 온 저항군에게 가족을 맡기고 다시 수화가 있는 곳으로 찾아갔다.
“내 임무는 장군님의 가족을 무사히 대피시키는 것. 완수를 위해선 수화 아가씨도 데려가야만 한다.”
“할 수 있는 최선은 이미 다 했잖아. 스스로 선택하신 일이다. 네가 더 이상할 수 있는 건 없어!”
“알아도,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우리의 신념이 아닌가?”
“…”
지용을 말리려던 동료는 어쩔 수 없이 지용을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작전시간까지 채 24시간도 남지 않았다.
조만간 서울을 포격하는 미사일이 수천개가 날아올 것이었다. 그동안 저항군이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모아온 모든 미사일을 서울에 쏟아 붙기로 결정했다.
이미 변이빛의 공습작전으로 저항군은 사실상 괴멸 직전의 상황이었다. 최후의 변이었던 것이었다.
“천국이든, 지옥이든, 현세든 또 보세”
“그러지, 동지.”
지용은 동료와 이별하고 수화가 있는 곳으로 갔다. 수화는 자신의 연인이 일하고 있는 곳, 서울의 궁전과 같은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갑자기 찾아온 수화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는 권오가 보였다.
“무슨 일이야. 갑자기 연락도 없이 이렇게.”
“그냥 보고 싶어서.”
권오는 근무중이었지만, 아름다운 수화를 보기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기로 결정했다. 그 결정에 많은 직원들이 불만을 가졌다.
하지만 권오는 중요한 인물이었기에 그 선택에 불만을 가져도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은 적었다.
“그래? 나도 마침 보고 싶었는데.”
“…”
수화는 이런 사람을 어떻게 두고 떠날 수가 있을 까 싶었다. 힘들게 버티며 살아온 자신에게는 유일한 쉼터였다.
“오늘 바빠?”
“아니, 그래서 오늘은 여기서 퇴근하려고.”
“뭐? 그래도 돼?”
“그러면 안 되지만. 널 위해선 가능하지.”
권오는 수화가 저항군 간부인 연석진의 딸인 걸 알았다. 그러나 수화에게서 아직 그 사실을 듣지는 못했다.
그러나 권오가 수화에게 접근한 건 그것 때문은 아니었다. 다만 변권오의 할아버지 변일광이 권오와 사귀는 사이가 누군지 조사를 했고, 반대했다.
“그 여자. 그 새끼의 딸이야. 알았어?”
“몰랐습니다.”
일광은 분노로 가득찬 표정으로 자신의 사랑스러운 손자를 째려보았다.
“그럼 이제 알겠네.”
“…”
원하는 대답을 기다리는 일광이었지만, 권오는 그런 대답을 해줄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자신의 아버지는 후계자도 아니었고, 바보 멍청이란 소리를 들으며 자신을 위해 버티고 있는 게 다였다.
“니가 부정하고 싶어도, 변씨의 피가 흐르는 건 사실이야. 그 멍청이 놈 밑에서 너란 놈이 나온 게 신기할 정도긴 하지만.”
“할아버지는 제 아버지에게 뭐라고 할 자격이 없습니다.”
후계자 싸움을 유도한 게 바로 변일광이었다. 그렇게 변이빛은 후계에 관심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가족들을 제거하려고 했다.
그 여파로 권오의 아버지는 반병신이 돼서 살아남았다. 자식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예부터 강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자란 말이 있다.”
“결국 아버지도 살아남으셨으니. 강자죠.”
“그게 어디 산 거냐. 죽은 것보다 못하지.”
“아버지가 그렇게 된 건 순전히 저 때문인 걸 알잖아요.”
“그래. 그래서 기특하긴 해, 하마터면 우리 귀여운 손자를 내가 못 볼 번 했잖아.”
부들거리는 눈빛을 보이는 권오였다. 일광은 그런 손자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래, 그렇게 부들부들 떨고, 분노해. 그게 널 살아남게 만들 거다. 이 세상은 양육의 세계야. 약하면 먹이다. 오직 강자만이 질서야.”
“걱정 마세요. 저는 제가 질서가 될테니까요.”
그렇게 권오는 할아버지의 앞에서 살아남겠다고 다짐했고,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다.
처음 수화의 진실을 알았을 때는 권오도 고민이 많았다.
“연석진의 딸..”
연석진에 죽은 변씨 일가도 많았다. 그러니까 연석진은 자신의 가족의 원수였다.
“하지만, 수화 너는 아무 관련이 없잖아. 피가 섞인 거 말고.”
그렇게 권오는 수화를 품었다. 아니, 이미 품은 마음을 버릴 수 없었다. 수화만 보면 모든 걱정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권오에게 수화는 마치 밤을 삼킨 태양빛과 같은 존재였다.
지금도 눈앞에서 태양보다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수화를 보니까, 지끈거렸던 스트레스들이 모두 달아나는 것만 같았다.
“정말? 그래도 돼?”
수화가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항상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권오였기 때문이었다.
사실 지금은 권오에게도 무엇보다 중요한 시간이었다. 조금 전 밭은 보고를 보면 오늘은 절대로 수화에게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서는 안 됐다.
“보고 사항입니다.”
“뭐지?”
자신에게 보고를 하러 온 부하를 쳐다보지도 않고 무엇인지 물었다.
“반란군 놈들의 움직임이 수상합니다. 갑자기 모두 신변을 감췄습니다.”
“뭐, 하루이틀인가? 쥐 잡이를 하던 일이?”
“이렇게까지 대대적인 적은 없었습니다. 전국적으로 모두 사라졌습니다.”
“뭐, 한 번에 서울로 진격이라도 한다는 얘기인가?”
권오도, 그리고 세습하여 나라를 차지한 이빛도 몰랐다.
권오의 농담삼아 했던 말이 진짜라고는 아무도 몰랐다.
“분명, 뭔가 있습니다. 놈들이.”
“어차피 거의 괴멸 직전 아니었나? 이제 정신이라도 차린 모양이지.”
권오는 살아남기 위해서 이빛에게 무릎을 꿇어야했다. 자신을 사랑으로 대했던 할아버지와 다르게 큰아버지는 무자비했으니까, 그 악마 같은 모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게 권오였다.
“…”
부하는 그렇게 권오에게 보고를 하며 나갔고, 이어 들어온 다른 부하가 수화가 찾아왔다는 사실을 전했다.
그렇게 수화를 만나러 온 권오였다.
그리고, 수화와 권오, 그리고 지용이 있는 서울을 향해, 미사일 발사대가 조준 되고 있었다. 사상 유례없는 포격을 위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