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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현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캐릭터 - 447

by 라한
홍종현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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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현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현이정

제목: 맛의 종점


“너무 맛있다.”


이정이 만든 요리를 먹고 난 후 모두가 내뱉는 말이었다. 이정은 거의 대한민국, 아니 세계 제일의 요리사를 향해서 나아가고 있었다.


“이번 요리에는 그동안 안 써봤던 재료를 써봤는데 괜찮아요?”

“응. 이거 사람들이 너무 좋아하겠는데?”


자신을 믿고 주방장을 맡긴 친구 덕분에 요리 이외에는 아무 걱정도 하지 않고 전념할 수 있었다. 그래서 여러가지 새로운 요리를 선보였고, 이제 장인까지 등재됐고 더 이상 한국에서 이룰 게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


많은 방송국에서 섭외 요청까지 왔지만, 굳이 방송에 나갈 필요도 없어서 거절했지만, 자신에게 기회를 준 친구의 부탁으로 이번에 요리대회를 나가게 됐다.


“이정아, 너가 싫다면 꼭 안 나가도 되긴 해.”

“이제와서?”


이정이 요리대회에서 선보일 각종 요리들을 준비하고 있는 자리에서 처음엔 꼭 나가자고 설득하던 친구가 와서 얘기했다.


“나는, 우리 레스토랑을 더 크게 프렌차이즈로 키워볼 생각에 그렇게 해본 건데. 사실 지금만 해도 어디냐. 사람이 만족이라는 걸 알아야 하긴 하거든. 그래서 널 설득했지만, 이렇게 밤새도록 낮에는 손님을 받지, 밤에는 요리연구에 몰두하는 널 보니까. 정작 나는 하는 게 없는데, 아무리 곰이 재주를 부리고 주인이 다 먹는다지만, 내가 니 주인이라기 보단 그냥 니가 실력이 좋은 거고,”


이정은 친구의 말을 가만히 듣다가 후라이팬을 한 번 뒤집어 요리를 집어 올렸다. 불 맛의 요리를 오늘은 연구하고 있었다.


“다 했냐? 말이 앞뒤가 안 맞잖아. 나를 처음 설득한 건 너고, 이제와서 이렇게 말하면 무슨 소용이야.”

“그냥, 나는 너무 내 욕심만 앞섰던 거 같고. 그동안 네가 굳이 방송을 안나간 이유가 있을 텐데. 내가 그걸 싸 그리 무시한 거 같아서 고민도 되고.”

“그래. 알았으면 됐어. 여기까지만 하자. 나 이제 집중해야 하거든? 이 신성한 주방에 올거면 머리 묶고 손도 씻고.”


친구는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주방을 나갔다. 오늘 이 말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엄청난 고민을 했던 친구였다.


진심으로 이정이 원하는 쪽으로 선택하는 마음과 사실 이정이 요리대회에서 성공해서 자신의 레스토랑이 더 커지는 쪽, 두 개를 모두 갖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가 놓쳐서 하나도 못 잡는 경우를 워낙 많이 봤기도 하고 결국 이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오늘 이렇게 말을 하러 온 것이었다.


레스토랑에 대한 확장은 다른 쪽으로도 그리고, 꼭 방송을 나가서 급물살을 타지 않아도 천천히 충분히 나아갈 수 있으니까. 그래서 친구인 이정을 선택한 것이었다.


그런데 다행이도(?) 이정은 요리대회에 진심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덕분인데. 내가 이 정도는 해야지.”


두 사람이 서로의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같은 말을 했다. 갈 곳 없는 자신을 받아준 게 바로 친구였고, 이 레스토랑을 지금의 규모로 살린 게 이정이었으니까. 서로에게 서로가 꼭 필요한 존재였다.


이정은 자신이 새롭게 계발한 볶음밥을 한 숟가락 떠서 먹었는데 그렇게 큰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음. 뭐지.”


설탕이 부족한 걸 까. 단맛을 더 내기 위해서 설탕을 가져와 부으려고 하는데 뭔가 이상했다. 포장지가 조금 다른데? 싶었다.


“어. 이거 설탕이 아니네.”


소금을 누가 설탕과 헷갈려서 위치를 잘못 잡아 놨다. 누군지 몰라도 내일 엄청나게 혼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더 이상했다.


“아까도. 이걸 넣었는데.”


이 요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설탕이 아닌 소금이 들어간 것이었다. 그 정도 양이면 그래도 맛이 느껴져야 하는데 짠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정은 설탕, 아니 소금 채로 손에 꼭 찍어서 손에 가져갔다. 그런데도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


맛에 이상이 든 건가 싶었다. 그래서 이번엔 반대로 정말 설탕을 찾아서 넣었는데 맛이 없었다.


“…”


다른 음식을 모두 꺼내서 먹었는데, 어제까지도 느껴졌던 맛이 오늘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피곤해서인가.”


이정은 손발이 떨렸지만, 일단은 침착하게 행동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 최근 잠도 못 자고 요리 계발한다고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어.”


이정은 우선 정신의 안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우선은 정리를 대충 해놓고, 집으로 가기 위해 가게를 나왔다.


이제 저녁 9시를 넘기고, 10시가 되기 30분 전이었다. 그래서 한참 밤의 거리에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레스토랑은 요리대회 준비로 8시면 마감을 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계속 몰렸다. 오히려 장사를 적게 하니까 사람들이 더 오고 싶어서 난리인 분위기였다.


“하아.”


이정은 자신이 평소 좋아하던 맛들을 생각했다. 어렸을 때 짭조름한 맛이 좋아서 매그니토 햄버거 집이 생각나 찾아갔다.


감자침을 시켜서 먹었는데, 역시 짠맛이 느껴지지 않았고, 콜라에서 단맛도 마찬가지로 없었다.


무맛이라고 해야 할까. 혀에 뭐가 닿는 느낌은 드는데, 맛을 움켜쥐는 느낌이 없었다. 그냥 모래 잎처럼 흘러 보내는 느낌이었다.


이정은 휴대전화를 통해 지금 여는 병원들을 살폈다. 대형 24시 병원들이 응급실을 운영중이었고, 소형 병원들은 모두 문을 닫은 상태였다.


“어디로 가야하지.”


맛이 느껴지지 않을 때 찾아가는 병원이 어디인지 몰랐다. 평소에도 이럴 경우를 대비한 경우는 없었다.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음악을 연주 할 수 있었던 ‘베토벤’이 갑자기 생각난 이정은 설마 자신이 맛을 느끼지 못하는 요리사가 될까 생각했다.


군대에서 문득, 이렇게 많은 음식을 조리하는 급식요원을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칭찬을 했는데, 그때 요리 정말 잘하세요 라는 말을 했을 때였다.


본인이 생각해도 바보 같은 말이었긴 했다.


“요리요? 이건 조리죠.”


그 말이 맞아서 뻘쭘 했는데, 조리는 맛이 아닌 많은 양을 목표로 하는 음식 조리였다. 요리는 맛과 형태 모두를 갖춘 예술에 가까웠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맛이 느껴지지 않는 순간 왜 그때가 생각 났을까? 요리를 계속 할 수 있을까란 엄청난 걱정을 했을 때였다.


이정은 그렇게 훈련병 생활을 끝내고 조리사로 가게 됐다. 그때 요리와 조리는 확실히 다르다는 걸 완벽하게 체감했다.


그러나 이정의 실력을 높이 산 간부들이 가끔 이정에게 요리를 부탁했고, 이정은 그게 오히려 좋았다. 자신의 실력 테스트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때 여러가지 실험을 하면서 요리를 더 준비했던 경험이 친구의 레스토랑을 부활시키는 특별한 계기가 됐다.


“요리가, 너무 하고 싶은 때여서 생각이 났나보네.”


자신도 모르게 지금 위기를 의식하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요리. 할 수 있어.”


아직 무슨 증상만 있는 거지 확정을 받은 건 없었다. 아직 자신의 요리가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이 상황을 탈피 하기 위해서 가야하는 병원에 대해서 알아보니까. 이빈후과와 신경과 그리고 내과가 있었다.


“이빈후과.”


이빈후과를 보니까 이게 단순한 감기의 증상일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마음의 안정이 왔다.


집에 가는 길에 약국은 문들 닫아서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종합 감기약을 사 들고 집으로 갔다.


물과 함께 약을 먹고 잠에 청했다. 내일 아침이면 아무일 없던 일이 되길 바랐다. 그러나 이정의 바람은 그저 바람처럼 흘러갈 뿐이었다.


“…”


아침에 일부러 자극적인 맛을 내는 요리를 했다. 그러나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아무 맛도 없는 뭔가를 씹는 느낌만 가능했다.


어제보다 상황이 호전되기는커녕 더욱 악화된 느낌을 받았다.


이정은 곧장 짐을 챙기고 병원으로 향했다. 어제 응급실이라도 갈껄그랬나 하는 후회가 밀려 왔다. 원래 병은 초장에 빨리 잡아야 하는데 어제가 마지막 기회였으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러다보니 자신이 언제부터 맛을 느끼지 못한 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저녁부터가 맞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 갔지만, 특별한 증상을 찾지 못했다.


“우선, 맛을 느끼지 못하는 증상이 3가지로 분류되는데요. 이상미각이라고 해서 맛을 비정상적으로 느끼는 상태입니다. 선생님은 이건 아니구요. 그리고 저미각증이라고 해서 평소보다 맛을 느끼는 능력이 감소한 형태죠.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이것도 아닙니다.”


이정은 지금 자신의 앞에서 말하는 선생님이 꼭 악마 같았다. 자신에게 맛을 못 느끼게 한 장본인은 아니었는데, 그걸 설명해주는 거 자체가 공포와 절망 그 자체였다.


“지금 모든 맛을 느끼지 못하는 무감각 상태인데, 이게 미각소실입니다. 갑작스럽게 이 증상이 찾아오진 않는데. 어쨌든 선생님 지금 미각장애를 앓고 계신 거 같은데.”


이정은 좌절한 채, 자신이 ‘미각장애’가 된 것일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게됐다. 혹시나 해서 이빈후과가 아닌 신경과나 내과를 가봤지만, 비슷한 말 밖에 듣지 못했다.


“미각장애라고?”


이럴 수가 있나?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데, 이렇게 무너질 수는 없었다. 거기다 이주 뒤면 요리대회도 시작이었다.


그동안 수많은 방송국의 섭외 요청도 거절했다가, 드디어 나가게 됐는데 이제 와서 이렇게 미각장애가 온다고?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갑자기 소나기처럼 눈물이 쏟아졌다. 사라들이 안 보이는 구석으로 가 펑펑울었다. 눈물이 그칠 줄 몰랐다.


다 울고 나니 배가 고파졌다.


제일 맛있는 음식은 자신이 하는 요리였는데, 이제는 그 맛을 느낄 수 없게 된 건가 싶었다.


집으로 가려다가 레스토랑으로 갔다. 친구와 직원들이 이정을 걱정했다.


“연락도 안 되고, 걱정했잖아. 무슨 일 있어?”

“그냥, 늦잠 좀 잤어.”

“어? 그래, 뭐 그럴 수 있지.”


친구들은 평소의 성실한 이정을 알기에 더 이상 말을 묻지 않았다.


“손님들이 많네.”

“다 니 요리 기다린 거잖아.”


이정이 하지 않았지만, 이정에게 배운 요리사들이 이정 대신 요리를 하고 있었다. 이정은 저 후배들 중 하나에게 요리대회를 나가게 해야하나 싶었다.


“밥은?”

“먹어야지.”

“그래. 먹어야지. 오랜만에 니가 해준 볶음밥 먹고 싶다.”


친구의 묘한 말에 이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쉐프!”


이정을 걱정하던 직원들이 모두 하나 같이 이정의 상태를 살폈다. 고작 오전에 모습을 안 내비췄을 뿐인데. 이렇게 자신을 찾는 사람들을 보니 이정의 마음이 조금은 이상해졌다.


“다들, 잘 잤냐.”

“쉐프 어제도 밤 샌거 아니죠? 그러니까 무리하시지 말라니까.”

“아냐. 그나저나 배고프네. 밥들 먹었어?”

“아뇨. 이제 먹어야죠.”

“쉐프 걱정한다고 못먹었잖아요.”


이정은 조리에 가깝지만 직접 요리를 했다. 그래도 항상 하던 요리인데, 누구보다 잘할 수 있었다.


그렇게 볶음 밥을 요리하여 친구와 동료들에게 선보였다.

친구가 한 숟가락 하면서 엄지를 치켜세웠다.


“역시, 네가 한 요리가 최고라니까.”


이정은 혹시나 싶어 한 순가락 했지만, 역시나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동안 했던 것처럼 했고, 여전히 그 맛은 좋은 듯 보였다. 그저 말뿐이었으면 빈 그릇이 없을 텐데 모두가 마치 설거지라도 한 것처럼 이정이 만든 요리를 깨끗한 빈그릇으로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


이정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할 수 있어. 평소에 하던 대로만 하면 돼.’


이정은 다른 영역이었다고 해도, 수백 년 전 베토벤이 했다. 자신이 그 급이라 하는 건 어불성설일수도 있지만, 자신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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