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 453
아이브 리즈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리즈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원서연
제목: 리즈시절
“카운터! 그래 카운터를 날려야 했어. 괜히 참았네.”
서연은 자신의 경기 영상을 보며, 흥분하고 있었다. 그 옆에 앉아 딸이 맞을 때 마다 대신 아파하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라이브 경기 때도 그랬는데, 다시보기라고 해도, 아이고.”
괜히 딸을 안아주는 엄마의 모습에 서연은 같이 팔을 올리며 두드렸다.
“엄마는, 엄마도 어렸을 때 저렇게 맞았을 거 아니야.”
“내가 맞을 때랑 딸이 맞을 때가 같나.”
“그래서 그렇게 반대를 했어?’
“그런데 기어코 또 나갔어?”
선수로 경기를 뛰는 게 얼마나 힘든 지 아니까, 반대를 했던 엄마. 그러나 그 엄마의 그 딸이라고 엄마의 반대를 무릅쓰고, 몰래 이름까지 바꿔가며 나갔다.
‘리즈’라는 이름, 엄마가 썼던 경기명이었다.
“그리고 하필 또, 리즈라는 이름으로?”
“왜~ 헤헤, 우리 엄마 이름인데 자랑스럽게 딸이 이어야지.”
스포츠에서는 영구번호라는 게 있다. 해당 클럽/팀에서 매우 잘한 선수를 기리며 그 번호를 다른 선수들이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지금 리즈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격투 스포츠에는 번호도 있었지만, 경기명이 있었다. 그 경기명으로 전설을 만들었던 서연의 엄마가 있었고, 본인이 그 이름을 이어 받아 경기로 나간 것이었다.
“아주 우리 딸, 엄마를 골탕 먹이려고. 왕년 챔피언에게 한 번 맞아야 정신차리지?”
“아니, 맞으면 정신 차릴 게 아니라 잃은 거 같은데요?”
장화신은 고양이의 얼굴처럼 불쌍한 표정을 짓는 딸을 보며, 엄마는 화를 너그럽게 풀어보았다. 그렇게 강아지처럼 잡고 있던 얼굴을 풀어줬다.
경기에서 맞아서 생긴 멍은 이제 얼추 지워지는 것 같았다.
“그래, 경기 나가 보니까 어때?”
“어. 너무 무서운데, 또 너무 신나.”
자신과 다르게 경기에 대한 재능이 보이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첫 경기도 패배했다. 엄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가 지금 전설이 된 건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었다.
“갔으면 이겼어야지. 엄마 이름에 먹칠을 하고?”
리즈란 이름의 패배. 그것이 진짜 리즈가 아니었지만, 그녀의 피가 섞인 딸의 패배는 상당히 뉴스거리가 됐다.
“아니, 난 그냥 리즈만 썼는데, 어떻게 엄마랑 딸인 걸 다 알 더라고.”
모를 수가 없었다. 너무나 닮은 두 사람었기에 엄마인 ‘리즈’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리즈가 무대를 떠난 지 20년 후에 그녀가 더 어려져서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합리적인 추론을 했고, 리즈가 경기 때 데려왔던 그 쬐끔 했던 딸이 저 이름의 ‘리즈’를 이어받은 거 아니냐는 추측도 수많은 가설 중에 하나였다.
근데 그게 정답이었던 것이었다.
“사람들이 무슨, 다 코난이야.”
딸을 째려보는 엄마의 모습에, 서연은 리즈의 핵주먹을 피하기 위해 엄마의 쇼파에 닿아 있는 손을 바라보았다.
“어이구. 그래. 졌는데도 또 하고 싶고?”
“응.”
“이길 때까지?”
“아니. 이겨도..”
조심스럽게 말을 여는 딸의 모습에, 엄마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게? 왜?”
“그냥, 나도 엄마처럼 챔피언이 되고싶어서.”
서연의 엄마는 굳이, 그 많은 스포츠중에 하필이면 이 격투 스포츠인가 생각했다. 하기사 자신도 서연의 할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도전했고, 자신의 재능 때문에 결국은 엄마가 졌다는 걸 알았다.
서연의 엄마는 그렇게 자신의 미래를 직감했다. 비록 자신의 딸이 자신처럼 재능이 있어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하고 싶다는데 어떡할까? 스스로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고싶어.”
“응.”
너무나 반대해서, 한 번도 알려주지 않은 것들을 그래도 딸이니까 응원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알려줘야 하나 싶었다.
“엄마가. 알려줄 게.”
“어?”
서연이 전혀 뜻밖의 횡재를 만났다는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봤다. 그리고 엄마에게 달려가 안겼다.
“엄마~ 내가 사랑한다고 말했었나?”
“매일 했잖아. 어제도, 오늘은 안한 거 같은데?”
“그럼 오늘은 두 배로 할 게~”
서연은 몰랐다. 엄마의 훈련이 지금까지 자신이 받았던 모든 훈련을 다 합쳐도 쩁도 안될 거라는 사실을 몰랐다.
그동안 엄마의 미친 재능이 왜 자신에게 없을까 원망스러웠던 적도 있었는데, 사실은 훈련의 방법조차 달랐던 것이었다.
“엄마. 살려줘.”
“딸?! 이거 밖에 안돼?”
며칠 후 상황은 완전히 역전됐다. 딸은 이제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장난스럽게 매일 해 됐다. 엄마는 그러면 바로 그만두라고 했지만, 딸은 오기로 그러지 않았다.
“엄마, 정말. 너무해.”
“너무하긴. 딸은 약해도 돼. 내가 지키면 되니까. 하지만 선수 리즈는 강해야해. 리즈잖아.”
허구헛날 들었던 리즈시절. 그게 이렇게 악동 한 훈련을 버틴 결과였다는 걸 몰랐다. 엄마로서 누구보다 자상하고 사랑스러웠지만, 코치 때의 모습은 그저 악마에 불과했다.
그렇게 다음 경기가 잡혔다. 프로로 데뷔하자 1패의 성적은 너무나 슬펐다. 이 경기는 팀 경기로 1:1 경기가 시작된 후 승리한 선수들이 나머지 단체전을 참가하는 격투 스포츠였다.
그래서 이름도 플레이블 라운드였다.
“플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여러분, 전설 리즈의 환생으로 여겨지는 리틀 리즈, 또는 리즈 주니어가 두 번째 경기를 가집니다. 첫 경기에서는 옛 전설의 무궁한 영광을 깨트리며 패배를 해버리고 말았는데요. 리즈라는 이름의 첫 패배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였는데요. 역시 리즈의 리즈시절을 기억하는 팬들이 그 딸이 얼마나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확실하게 확인하고 싶은 욕심인거겠죠?”
그렇게 해설이 시작되고, 리즈가 경기장으로 입장했다. 자신의 타이탄드론을 엄마 때 거를 약간 리믹스해서 자신의 스타일로 바꿨다.
그러자 팬들이 엄청난 환호를 보냈다. 첫 경기는 그냥 이름만 리즈로 하고 굳이 안밝혀야지 했는데, 이미 사람들이 아는 이상 숨길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뒤로 이전에 전설을 쓴 진짜 리즈가 함께나왔다. 그러자 사람들이 엄청나 게 큰 화호와 더불어 아예 기립박수를 쳤다.
“우리 딸 힘내.”
엄마의 특수훈련을 마친 서연, 아니 경기 위에서의 리즈는 고개를 끄덕이며, 상대를 맞이했다. 상대는 이름있는 존재였다.
엄마의 훈련 덕분인지 눈이 좋아져서 상대의 움직임이 다 보였다.
“와. 이게 보이네.”
리즈는 그대로 상대가 들어오는 주먹들을 이리저리 피했다.
“와, 이 모습은 전성기 리즈를 떠올리는 모습인데요.”
“맞아요. 리즈는 이렇게 상대에게 공격을 내주지 않고, 갑작스럽게 스피어를 걸어 바닥으로 눕힌 후 때리는 경기를 많이 했어요.”
해설이 그 말을 마치자 마자 리틀리즈도 똑같이 스피어를 걸었다. 상대가 당황해 리즈를 올려다 보았다.
“에이!”
서연은 인정사정없이 상대의 얼굴을 때렸다. 상대가 팔을 올려 가드를 올린 채로 막았다. 그대로 일어나 발로 상대를 밟은 시늉마저 흉내내는데 성공한다면 전성기 시절의 리즈의 콤보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었다.
리즈는 그렇게 상대를 완벽하게 제압하는 콤보들을 보여줬는데, 서연은 그 기술을 시전하려고 했지만 상대가 갑작스럽게 날리는 반격을 먼저 막아내야했다.
가드를 갑자기 내린 상대가 곧 옆에서 왼쪽 주먹으로 비어있는 서연의 오른쪽 뺨을 가격하기 위해 올렸다.
그때 서연은 엄마가 자주 쓰진 않았지만, 이럴 때 써먹은 기술인 허리를 왼쪽으로 접히고 무릎을 위로 올려 상대의 팔꿈치를 그대로 가격하며 카운터를 날렸다.
“이렇게 하는 거야. 이렇게.”
기억 속 엄마가 자신에게 전수해준 기술들을 다시 떠올려봤다. 비록 완벽하게 들어가진 않았지만 얼추 성공했다.
그 모습을 본 관객들이 무척이나 놀란 표정이었다. 그 중에 제일 놀란 건 ‘리즈’라는 이름을 처음 달고 뛰었던 선수였다.
즉 서연의 어머니가 매우 놀란 표정을 했다.
“엄청난, 재능입니다.”
해설진이 리즈가 돌아왔다고, 정말로 돌아왔다고 환호했고, 서연의 엄마는 딸의 엄청난 재능에 놀랐다.
“일단 이런 기술이 있다는 것만 알아둬.”
그렇게 말하면서 기술 시전을 훈련시킨 게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기술이 있다는 것만 알고, 그리고 방송 영상이 아니라 실제로 어떻게 시전하는 지 알려주니까. 그대로 그걸 해내는 딸의 모습이었다.
“재능이 없는 게 아니었어.”
엄마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딸이 재능이 없었던 게 아니라, 그냥 어떻게 해야하는 지 몰랐던 것이었다.
“재능이 있어. 어쩌면 나 보다 더.”
첫 패배는 아무것도 몰라서 일어난 일이라고 볼 수 있었다. 딸 자체로만 보면 엄청나게 노력했을 수도 있었지만, 특별한 기술 같은 건 몰랐기 때문에 겪은 패배였다.
그러나 기술을 알고,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알고 난 후 서연은 엄청나게 성장한 것이었다.
기본기부터 잘하는 천재가 있는 가 하면, 기본은 엉망인데 이상하게 다른 것은 도저히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잘하는 사람이 있었다.
예를 들어 그냥 갔다 붙이기만 하면 되는 영상 및 사진 편집인 프리미어, 포토샵은 못하지만, 각종 이펙트를 만들고 구현해내야 하는 이펙트, 일러스트레이는 잘 다루는 사람이 있었다.
서연은 그런 과에 가까웠던 것이었다. 기본기가 부족해도, 화려한 다른 기술에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것이었다.
기본기부터 잘 했던 엄마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엄마는 오죽하면 기술을 쓸 때 임신을 해서 그런 걸까 싶었다.
“와아아아!”
팬들이 서연, 즉 몇십년만에 다시 돌아온 전설 ‘리즈’에 엄청나게 환호했다.
“얼굴만 닮은 게 아니예요. 데뷔전에서는 보여지지 않았던 기술까지도 닮았습니다. 리즈 그 자체입니다. 지금은 리즈시절입니다!”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리즈에 대한 환호는 엄청났다.
“헤헤. 봤죠?”
서연은 씩, 웃으면서 코치석에 있는 엄마를 바라봤다. 입을 다물지 못하고 놀라워 하는 모습이었다.
“내가 누구 딸인데!”
그 순간 자신에게 다시 한 번 달려오는 상대가 있었다. 5분이라는 경기 시간 동안 승부가 나지 않으면 두 사람 다 마지막 파이널 라운드에 참여하게 됐다.
이 경기는 다른 격투와 다르게 전광판에 데미지 판이 있었다. 그게 0점이 되면 패배하는 것이었다. 두 사람도 50% 이상의 점수가 깎여 있었다.
비록 엄청난 실력으로 특별한 기술을 보여주며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이제 겨우 두 번째 경기에서 완벽으로 거듭날 수는 없었다.
“잘하네 우리 딸. 엄마보다 더 대단해지겠어.”
원년 리즈는 이제 자신의 이름을 강제로 물려받은 리틀이라 불리는 리즈에게 기술을 완전하게 전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그 리즈가, 엄마가 알려주지 않은, 자신만의 기술을 선사하기 위해 상대에게 달려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