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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캐릭터 - 454

by 라한
이서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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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현주이

제목: 국서의 혈족


“싫어! 싫다고!! 절대 안돼!”


주이는 너무나 억울했다. 자신의 인생 중 가장 큰 라이벌이 자신의 오빠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주이야. 네가 그러면 안 돼지.”


오빠가 이 나라의 공주와 결혼해 ‘국서’가 될 예정이었다. 공주는 차기 임금의 자리를 물려 받을 게 뻔했다. 그러나 주이는 그런 오빠의 결혼을 반대했다. 왜냐면 주이가 노리는 게 바로 황후였기 때문이었다.


주이의 오빠인 강이는 주이를 통해 공주를 알게 됐다. 주이가 공주의 동생인 왕자를 먼저 알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절대 반대야!”


보통의 가정이라면, 겹사돈을 맺을 수 있으니까 그럴 수 있다고 치지만, 왕가라면 달랐다. 왕가에는 권력의 집중화와 더불어 세가의 폐해를 맞기 위해서 겹사돈을 법으로 금지했다.


겹사돈 금지법을 몰랐을 때만해도 더블 데이트도 하고, 행복했지만, 어느새 두 커플 중 하나는 헤어져야 하는 상황이 나타났다.


그때 나이가 더 많은 강이와 공주가 먼저 혼례를 치르기를 부모님에게 보고했다.


“너 이대로 당할꺼야?”


주이는 그러자 자신의 남자친구인 왕자에게 따지고 들었다. 황후가 되기 위해서 왕자를 만난 건 아니지만, 이제는 자신의 꿈이 되어버렸는데, 이렇게 눈 앞에서 엎어질 수는 없었다.


“주이야. 그런데, 누님이 먼저.”


주이와 강이는 나이차가 9살. 거이 오냐오냐 하면서 강이가 주이를 길렀다. 그런데 공주와 왕자는 무려 띠동갑이었다. 왕자는 자신을 엄마처럼 길러준 누나를 거부할 수 없었다.


“안 돼!”


주이는 거의 포기한 왕자를 보고 열 받을 수밖에 없었다.


“너 나랑 헤어지고 싶어?!”

“아니! 무슨 소리야. 절대로 아니지. 내가 왜 너랑 헤어지고 싶겠어.”


먼저 다가왔던 건 왕자였다.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로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형태로 먼저 주이를 꼬셨다.


그러다가 주이는 왕자에게 연애를 거절하는 이유를 이성적으로 차근차근 설명했다.


“내가 너랑 못 사귀는 이유를 말할 게, 우린 친구밖에 될 수 없어. 왜냐면 나는 미래에 황후가 될 거거든, 우리나라의 왕이랑 결혼할꺼야.”

“임금이랑 하겠다고?”


왕자의 입장에선 다소 이상한 소리일 수 있었다. 임금이라 하면 자신의 아버지였기 때문이기도 하고, 차기 왕위는 여자인 자신의 누나인 공주가 이어 받을 게 뻔했는데, 무슨 소리인지 몰랐다.


“우선, 대학교를 졸업해서. 왕가의 사람을 만나서 왕으로 만들거야. 물론 그 사람과 결혼할꺼고.”

“그러면, 만약에. 말이야.”

“만약에?”

“내가 왕이 된다면 나랑 결혼할꺼야?”


주이는 왕자의 말을 듣고 처음엔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다가 자신을 얼마나 좋아하면 이런 말을 할까 싶었다.


그래서 가엽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고개를 끄덕이며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아쉽지만. 그러겠지. 네가 왕자였다면, 그래서 네가 차기 임금이 될 수 있었다면 나는 너랑 사귀고 결혼하고, 뽀뽀하고, 손잡고, 다했을 텐데. 아쉽게도 네가 왕자도 차기 임금도 될 수 없으니까.”

“주이야. 나 사실.”


그렇게 왕자는 주이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그곳은 왕궁이었다. 어떻게 왕궁에 들어오게 됐는지 몰랐을 때 자신이 주이가 다니고 있는 왕립대학교의 이사장이라고 말했다.


“이사장이라고. 그러면 너가.”

“맞아. 내가 왕자야.”


이 나라의 왕자. 황왕석. 그가 바로 왕자라는 사실을 몰랐다. 왕족은 임금을 제외하고 매스컴을 잘 타지 않았다. 그나마 차기 태자가 되어야 매스컴을 탔는데, 아직 임명되지 않았다.


임금의 호칭을 쓰는 나라에선, 세자와 세녀라는 칭호가 나뉘지만, 스스로 황제임을 칭하는 이 나라에서는 태자는 여자 남자 가리지 않고 받는 차기 군주였다.


“왕석이 너가..”


지금까지 주이는 왕석의 이름이 성이 왕이고 이름이 석인줄알았다. 그런데 황제에게는 성이 없었던 오랜 전통과 지금은 성을 황씨로 쓰는 새로운 규칙으로 인해 성을 교수님들이 따로 부르지 않는 것이었다.


“맞아 주이야. 내가 황왕석. 이 나라의 황자 중 하나야.”


주이는 자신의 꿈을 만났다. 그리고 눈물이 났다. 처음 왕석이 자신에게 고백하는 동안 꽤나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왕석을 내쳤기 때문이었다.


주이는 왕석을 덥석 안았다.


“이 자식. 그러면 말을 하지. 그래 좋아. 너는 오늘부터 내 남자친구야. 대신. 약속을 해야해.”

“약속?”

“이 나라의 임금이 되는거야.”


주이를 덥석 끌어안은 왕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널 가질 수만 있다면, 난 뭐든 될꺼야. 될 수 있어!”


그렇게 주이는 왕석을 남자친구로 받아들였고, 왕석은 왕이 되기 위해서 그동안 하지 않았던 수많은 노력을 했다.


그런데, 오빠가 방해를 하는 것이었다. 이대로라면 왕석이 왕이 된다고 해도 그 부인으로 주인이 될 수 없었다.


심지어 공주는 왕석을 왕으로 밀어주는 든든한 아군이었다. 오빠가 왕석의 누나인 공주와 사귄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그저 같이 노는 사이로 생각했는데, 오빠도 주이의 꿈을 알기에 든든한 지원군인줄 알았는데,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는 도끼일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었던 주이였다.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사랑이 죄는 아니잖아!”


그 자상했던 오빠가 사랑에 눈이 멀어서, 이제는 주이를 버리고 사랑을 택하려고했다.


“절대 안돼! 절대로 내 눈에 흙이 들어와도!”

“흙 넣어줄 게.”


화분에서 정말로 흙은 꺼내는 오빠의 모습에 주이는 가족들 뒤로 숨었다. 사랑에 눈이 멀은 오빠의 모습이 한 마리의 야수와 다를 봐 없었다.


가족들이 두 남매의 싸움을 말렸다. 가장 난처 한 건 3자라고는 할 수 없는, 그렇지만 당사자는 아닌 가족들이었다.


“주이야. 강이야. 서로 잘 이야기를 해서.”

“안돼요. 절대로!”


공주의 남편이 될 강이, 옛 시절의 부마라고 하는 자리였다. 부마는 권력도 뭐도 없는 자리였다.


그리고 자신의 노력으로 왕석이 태자가 될 확률이 높았는데, 이럴 거면 그동안 자신이 뭘 했는지, 모두 물거품이 되는 것이었다.


“오빠가 뭘 알아!”

“니가 사랑을 알아?”


사랑이라는 게 그렇게 대단한거야? 난 권력을 위해서 사랑을 포기했어! 이렇게 외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주이도 사랑이라는 말에, 자신이 왕석을 대하는 게 단순한 권력일까 사랑일까 생각했다.


“오빠만 사랑하는 줄 알아? 나는? 내가 더 그리고 먼저 했어!”


강이의 입장에서 들어봐도 주이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도 자신의 사랑을 포기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강이는 동생인 주이도 만약 어떤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자신의 목숨을 다 받쳐 지켜낼 정도로 사랑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사랑한 게 공주였다.


“주이야.”

“오빠가. 오빠가 뭔데 내가! 내가 그렇게 힘들도록.”


주이만 이렇게 사랑과의 싸움을 하는 건 아니었다. 이는 왕석네 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주이처럼 대놓고 오빠에게 대드는 모습처럼 누나에게 대들지는 못하는 왕석이었다.


“누님.”

“왕석아. 미안해. 그런데. 나 강이를 너무 사랑해.”

“…”


공주는 그리고 왕석이 다져놓은 왕의 자리에 대해서 말했다.


“그리고, 내가 왕위에 오를꺼야.”

“?!”


왕석은 그동안 몰랐던 누나의 욕심에 깜짝 놀랐다.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되었을까?


원래 장녀로 태어나 누나가 차기 왕위에 오르는 건 당연했다. 그러나 공주는 왕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왕석도 딱히 관심이 깊은 건 아니었지만, 주이를 가지기 위해서 왕위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고 노력했다.


“누님..”


어차피 공주와 주이의 오빠가 결혼하면, 주이를 놓아주어야 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


“그리고, 왕이 돼서 법을 바꿀꺼야.”

“법..이요?”

“겹사돈 금지법. 그거 내가 폐지할 게. 너는. 주이와 혼인할 수 있을꺼야.”

“…”


생각지 못한 방법이었다. 겹사돈 금지법은 무려 수백 년 이상 이어져왔던 법안이었다. 민족의 잔혹한 역사에도 깊이 관여 되어 있던 법이라 모두가 아는 법이기도 했다.


“누님..”

“아버님께 태자가 되겠다고 말씀드릴거야. 왕자. 넌 내 앞에 설래. 내 옆에 설래?”


공주의 말에 황자 황왕석은 감히 아무 말 하지 못했다. 그리고 자신이 잘 모르던 누나의 모습에 황진을 두려워하며 쳐다보게 되었다.


그런 황실의 일은 모른 채 주이는 펑펑 울었다. 오빠도 한치의 양보해주지 않았다.


그때 왕석이 몰래 주이를 찾아왔다. 주이는 왕석과 밀담을 나누었다.


“내일부터 우리가 쉽게 만나지 못할 수도 있을 거 같아.”


주이가 완강하듯, 공주쪽도 완강한 것처럼 보였다.


“왕석아. 너가 임금이 되면. 그러면. 그러면 법을 바꿀 수 있지 않아?”


공주가 했던 말을 주이가 하니까, 뭔가 이상한 기분이 느껴지는 왕석이었다. 그러다 문득 주이는 자신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왕의 옆자리. 황후의 자리만을 노렸던 걸까 싶었다.


그렇게 하겠다며 주이를 꼬셨던 건 자신이었으니까. 따로 할말은 없었다.


“내가 임금이 되면, 그럴 수 있겠지. 그런데 그건 쉬운 게 아닌 거 알잖아.”

“그래도. 우리가 어떻게 만났는데. 이렇게 헤어진다고? 너는 이게 인정이 돼?”


왕석에게도 주이처럼 인정되지 않는 일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주이의 오빠인 강이와 자신의 누나인 진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인정 안돼지. 그러나저나. 많이 울었어? 우리 주이.”


주이를 꼭 자신의 폼으로 끌어안았다. 주이는 그런 왕석을 보며, 이제는 임금의 자리 같은 건 상관없지 않을 까 싶었다.


“왕석아. 우리 그냥 떠날까?”

“떠난다고?”

“그냥, 이 나라가 아닌 어디로든, 가면, 그래서 우리끼리 그냥 살면, 아무도 우리 말리지 못할 거고. 떼어놓지 못할 꺼야.”

“…”


왕석은 누나의 완고한 태도로 인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했다.


그래서 누나가 정말로 왕위를 이어받는 순간까지를 기다려야 하나싶었다. 그런데 그건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지금의 아버지가 정정하신데, 누나가 태자가 돼서 왕위에 오른다고 해도 수십년이 걸릴 수도 있었다.


태자의 자리에서 겹사돈금지법을 폐하자는 말을 하는 건 태자를 내놓겠다는 것과 같았다.


오랜 역사의 피비린내를 다시 진동시키자는 일이었으니까. 아니면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었다.


이 나라에서 역사를 처음 배울 때 가장 첫 부분이라고 할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주이야. 나는 널 정말로 사랑해.”

“나도, 왕석아. 이젠 네가 왕이 아니더라도. 너여야 돼. 그걸 이렇게 알아버렸네.”


왕석은 눈을 감았다. 그 앞에 주이가 있었긴 했지만, 온통 주위에 주이만 보였다.


“지킬 거야. 우리 두 사람을.”


왕석은 주이를 위해 이 싸움에 쉽게 물러나지 않기로 했다.


그건 왕석을 본 주이도. 그리고 주이의 오빠인 강이도, 왕석의 누나인 진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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