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 461
예은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엘즈업 예은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은설화
제목: 기록의 기억.
“기록하여서 기억되는 것들이 있다.”
설화는 기록을 찾기 위해 한밤중에 길을 나서야 했다. 모두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것들이었다. 자신의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의 아버지부터. 어머니와 어머니의 어머니 때부터 이어오던 정신이었다.
“설화야. 괜찮아?”
아직 길을 나서기엔 어린 설화에게 신경이 쓰인 부모님이었다. 설화를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내 걱정은 하지마.”
두 부모님은 이처럼 위험한 일을 하다가 눈이 맞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볼 때는 도굴의 일이었지만, 민족의 얼을 해방하는 일이 감히 도굴이란 단어로 설명되는 건 아니었다.
혁명을 위한 길이었다. 그 혁명을 위한 길에 대한 과거의 기록을 찾아나섰다. 사람들을 계몽하기 위해서였다.
설화의 엄마와 아빠는 계몽군 중 하나였다. 계몽군이란 잊혀진 과거의 역사를 통해, 다시 민족의 얼을 되찾고, 독립해 광복하는 것이었다.
대일제국의 이름 아래. 동아시아는 하나로 묶여 있었지만, 오래전 이 세계는 티베트부터 몽고, 만주, 조선 등 여러 나라로 나눠 있었다.
그중 몽고 일족으로 뿌리를 둔, 여진, 만주, 거란, 말갈 등과 한민족의 고유한 영역을 수천년 동안 지켜온 나라가 있었다.
그 나라의 마지막 나라의 이름은 대한제국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역사는 대한제국이 스스로 원해 대청제국과 더불어 현재의 대일제국에게 모두 무릎을 꿇었다고 되어 있었다.
그러나 설화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진짜 역사를 대물림 해주는 무리에 속해 있었고, 그런 고유한 영역을 이제는 설화가 함께 하고자 했다.
“설화한테는 광복을 물려주고 싶었는데, 우리의 오랜 과업을 물려주게 됐구나.”
설화는 안타까워하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얼굴을 보며, 오히려 자신도 이렇게 참여하게 되어서 영광이란 말을 꺼냈다.
아직은 이 일이 얼마나 거룩하고 큰 위험이 따르는지 체감이 되지 않았다. 그저 짐작만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우리는 만약을 대비해, 서로의 이름부터 모든 걸 모른 채로 산다.”
그저 정해진 것들에 대해서 아무 의견도 없이 따른다. 지도부가 누군지 파악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누구보다 신뢰가 중요했다.
“그런데, 도대체 그런 곳에서 어떻게 두 분은 만난거예요?”
이제 막 스물을 넘긴 설화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자신을 낳아주신 두 부모님이 어떻게 만났는지 궁금했다.
“우리가 서로를 알고 만난 건 아니야.”
“네? 그러면요?”
서로를 만났고, 연애를 하면서도 서로가 이 비밀을 공유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게까지? 그러면 어떻게 알게 된거예요?”
“널 가지면서 알았지.”
“저요?”
설화가 손가락을 자신을 가리켰다. 지금은 한 밤중이었고, 작전을 위해 이동중이었다. 특정한 장소에서 밀명을 받는 게 행동요원들이 해야 하는 임무였다.
아버지와 어머니 둘 다 행동요원이었다.
“그래. 너를 임신하고 작전을 중단해야했고.”
“그때 하필, 나는 다른 요원의 작전까지 내가 맡게 됐으니까.”
아버지가 그날을 떠올렸다. 어머니도 마찬가지처럼 보였다. 두 사람 사이엔 설화가 감히 해아리지 못할 정도의 기억이 떠오르고 있었다.
“나는, 동료가 죽은 건 줄 알았지.”
보통은 작전이 인계되는 건 그 작전을 행하던 인물이 세상에서 사라졌을 때였다. 대일제국의 순사들에게 붙잡혀서 갑자기 행방불명됐거나, 아니면 작전 도중 사망했을 때의 일이었다.
“아버지가 그럼 어머니의 임무를?”
“그래. 그때 나는 평소엔 묵묵히 지시에 따르겠지만, 당시엔 많은 동료들이 죽어갈 때였기 때문에.”
아버지는 그날을 떠올렸다. 보통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임무가 전해지지 않았지만, 워낙 급박한 일이라 아버지 앞에 직접 임무를 전달하는 상부였다.
“그럼, 전임자는.. 죽은 겁니까.”
중요한 작전이기에 폐쇄가 아니라 아버지에게 이임 된 작전이었다. 전임자가 발각돼 죽었거나 하는 건 이번 임무에 다른 일보다 훨씬 신중을 가하여야 하는 것이었다.
“아. 그건 아니고. 그게. 이 보게 더 가까이 와보게.”
원래는 발설된 위험이 있기 때문에 비밀이었지만, 상부의 책임자가 아버지에게 비밀 하나를 알려주었다.
원래 설화의 아버지는 그 질문을 해서도 안되고, 또 한다고 해서 답을 들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임신을 해서. 임무를 중단하고 자네가 맡기로 했네.”
“네? 임신이요?”
전임자가 여자였다는 사실을 아버지도 그때 알았다. 대일제국의 한 총독부 시설에 잠입하는 임무였다.
“그래. 그래서 자네가 맡게 되었네. 때 마침 자네도 같은 건물에 출퇴근을 하고 있으니.”
“어. 아. 네.”
아버지는 자연스럽게 최근에 자신이 출퇴근하는 곳에서 임신한 여인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누가 뭐래도, 그리고 수십년간 몰랐던 그러나 의지하였던 동지였으니까.
그런데 그 동지의 후보가 총 4명이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자신의 집에 있는 안 사람이었다.
“설마.”
설마했지만, 직접 물을 순 없었다. 그건 금단이었다. 서로 정체를 알게 되면 위험해진다고 생각했다.
백년이 넘도록 대일제국이 뿌리 뽑지 못한 만성극통과 같았던 혁명군, 독립군, 저항군들이었다. 그래서 이 문제에 있어서 대일제국은 매우 신속하게 움직였다.
만약에 아내가, 지금의 설화의 어머니가, 자신의 동지가 아니고, 대일제국의 충신이라면 자신의 목숨이 위험해지는 것이었다.
당시 아내가 설화의 아버지가 대일제국이 숨기려는 기록을 찾아내는 역사저항군이라는 걸 알게 되면, 그러면 자신의 뱃속에 있는 아이도 위험했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아버지를 발고해야만 하는 위기였던 것이었다.
그렇게 아버지는 의심과 믿음으로 아내를 살폈고, 아내는 사랑으로 아버지를 대했지만, 못내 아쉬움이 남았다.
서로가, 마음 속으로는 이 사람이 나의 ‘동지’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상상과 더불어 의심을 하면서 살았다. 사랑과 의심을 동시에 할 수 있다니, 설화를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어머니가 먼저 아버지의 실수를 눈감아 주는 일이 있었다. 아버지가 먼저 의심했지만, 먼저 서로가 동지인 걸 알게 된 건 어머니였다.
그래서 설화가 태어나는 날, 이름을 설화로 하자고 했다. 어머니가 먼저 수행하고, 아버지가 수행하는 작전명의 일부였다.
“설화.”
그렇게 설화는, 설화가 되었다. 대일제국이 숨기고, 없애 버린 한국 설화를 되찾는 일이었다.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으니, 한반도에 수천년간 이어져온 민족의 얼이 담긴 고대로부터 이어진 수많은 이야기들이었다.
그렇게 부모님이 밝혀낸 이야기들은 전국으로 전송되었다. 이제 다른 저항군들이 이야기를 계승하여 멀리 전파할 것이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라는 전승된 말처럼, 그렇게 원래 마땅히 사람들이 알아야하는 이야기들을 제자리로 돌려 놓으려고 하는 인들이었다.
단순히 움직이며 숨을 쉬며 살아가는 동물이나, 그 자리에서 자신의 고유의 영토에 뿌리를 내려 가지를 뻗는 식물만이 아닌, 그런 동식물들의 조화와 함께 인간이 빗어낸 이야기들이 뿌리를 찾고, 숨을 쉬어가며 얼이 되어 혼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언젠가 찾아올, 반드시 만들어낼 ‘광복’을 만들어내려는 사람들이었다.
설화는 이런 두 사람이 자신의 부모님이라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머니와, 아버지는 어떻게 광복군이 되셨나요.”
수많은 말들이 있었다. 역사광복군, 역사저항군, 저항군, 혁명군 등, 그러나 이들은 지금은 그저 빛이 사라져 보이지 않는 거라며, 옛 민족의 얼이 돌아온 날을 광복의 날로 여겨, 그 광복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 이를 위해 행하는 모든 이들을 광복군이라고 불렀다.
대일제국이 좀체 뿌리 뽑으려 해도 뽑히지 않는 임시정부의 정식 군대 명칭도 ‘광복’군이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으니까.”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광복에 대해서 아예 알지도 못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평범한 안위를 해방놓는 다고, 싫어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몇십년 전 아버지와 어머니를 그러지 않았다. 그런 부모님 밑에서 자란 설화도 지금 두 부모님과 같은 길을 걸으려 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부모님이 너는 광복군의 자식이니 광복군이 되어야 한다고 알려주지 않았다. 처음 광복에 대해서 설화가 알게 된 건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대일제국이 철저하게 유린한 역사를 배워가던 설화였다.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 우선은 아무 것도 가르치지 않았던 두 광복군의 핵심 인재가 된 아버지와 어머니, 설화의 부모님이었다.
“설화야, 저것 봐.”
대일제국군의 치안병에게 처참한 몰꼴로 끌려가고 있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사람이 말에 목이 닷줄로 묶여 끌려가고 있었다.
“으악.”
아이들이 놀랐고, 부모가 같이 있는 어른들은 자식들의 눈을 가렸다. 그때 어머니도, 아버지도 함께 있지 않았던 설화는 두 눈으로 그 광경을 똑똑히 봤다.
친구는 너무 놀라 바지에 오줌을 지렸다.
“저게, 저게 뭐야.”
어른 하나를 집단으로 괴롭히는 이지메와 같은 느낌이었다. 학교에서는 이지메 짓을 하지 말라고 가르치고 있었는데, 바깥의 어른들은 아예 그 행위를 공개적으로 하고 있었다.
“어떻게.”
설화는 그런 짓이 왜 일어나는 지 궁금했다. 그래서 도서관에 찾아갔지만 아무것도 알 수 없었따. 부모님에게 물었지만, 두 부모님은 서로를 쳐다보며, 이를 어떻게 해야할까 머뭇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설화야. 그건 아직 우리가 알려줄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아. 너가 더 크고. 자란 다음에 알려줄 게.”
당시 초등학생이던 설화였다. 지금으로부터 10년도 전의 일이었다. 설화는 그런 부모님에게 매우 실망했다.
혼자서 목에 목줄이 걸린 채 끌려가던 피범벅의 모습의 어른. 그 어른을 지켜주지는 못할 망정 같이 돌을 던지는 모습과 같았다.
“그. 그건 아니잖아요. 그렇게 하면 안되잖아요.”
두 부모는 그때, 두려우면서도, 설화가 당당하게 컸구나 싶었다. 하지만 대일제국의 아래에서 진실에 다가가려는 행위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고, 당시의 설화는 그러기엔 너무 어렸다.
그렇게 설화는 그날을 잊지 못하고 진실을 찾아다녔지만, 찾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또래의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자가, 시험 전날 도서관에 이상한 호외신문을 뿌렸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지키려던 한국의 설화들이었다. 주몽이라던지, 온조, 관순에 대한 이야기는 태어나 처음 듣던 이야기였다.
대일제국에 반대하던, 한민족의 어린 아이. 당시 유관순 열사에 대해서 설화는 처음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그 인식은 곧 역사의 한 뿌리로 설화를 안내했고, 그곳에 접근하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며칠 뒤, 결국 호외를 뿌리던 또래도 몇 년 전의 그 어른처럼 처참한 몰골로 길거리에서 목줄에 붙잡혀 끌려가고 있었다.
모르던 일, 또는 알아도 모른 척하는 일이 되어야 하는 일 때문이었다.
“…”
설화는 그렇게 스스로 진짜 역사를 탐구하다가, 결국 부모님에게 인정을 받게 되고, 광복군이 되기 위한 길에 오르기 시작했다.
“절대, 쉽지 않아. 한 번 시작하면 이제 네 마음대로 끝낼 수도 없다.”
역사의 숙명을 짊어지는 일은 그저 목숨만 걸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자신의 모든 것, 모든 걸 잃을 각오로 정말로 모든 걸 걸어야만 하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