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 460
휘서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하이키 휘서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휘연정
제목: 사랑의 조건
“연정. 연정 인거지.”
연정은 자신의 이름이 불리운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연정이라는 단어에 고개가 절로 돌아갔다.
그곳에는 모두가 이상으로 잡아도 부족하지 않은 남자가 서 있었다. 그 옆에는 역시 처음 연정의 시선이 여자들의 이상을 그려놓았다면, 그 앞에 있는 여자는 남자들의 이상을 모아 놓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남녀 두 이성의 이상을 그려놓은 두 사람이 ‘연정’이란 단어를 섞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연정..”
연정은 두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자신의 것만 있는 게 아님을 느꼈다. 이곳 50명 정도의 남녀가 섞여 있는 이곳의 대다수가 그 둘에게 시선을 가져가고 있었다.
“…”
연정은 그 남자를 바라봤다. 자신은 아니었지만, 많은 여자들이 그를 노리는 게 보였다. 연정이 그에게 관심이 없는 건, 그는 그녀의 동생이었기 때문이었다. 연남. 그의 이름은 연남이었다.
“연정…? 저 놈이.”
감히 자신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동생에게 또 불의 맛을 보여줘나 싶었다. 그러나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그의 앞에 있는 그녀의 이름도 연정이었다. 그래서 그는 당황했지만, 연정의 이름을 불렀다고 했다.
“연정이라고?”
“맞아.”
누나의 올라간 손을 막으려 하는 연남. 그는 자신에게 다가온, 누나와 이름이 같은 연정과 대화를 했다.
이곳은 참 재미 있는 곳이었다. 처음 이곳에 참여하자고 한 건, 연남도 아닌, 연정도 아닌 두 남매의 쌍둥이 형, 오빠, 누나, 언니였다.
연남이 막내고, 그리고 셋째로 연정이 있었고 바로 위로 서로 자신이 첫째다. 아니 넌 둘째다 싸우는 쌍둥이가 있었다.
이 두 사람은 정말로 누가 첫째인지 태어날 때부터 승부를 가렸다. 처음 이 두사람의 모습을 본 의사 선생님은 매우 당황했다고 했다.
두 사람이 동시에 얼굴을 들이밀었기 때문에, 엄마는 죽음 이상의 고통을 참고, 비명을 질렀다. 그때 선생님과 간호사 후기로 여태까지 자신이 의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큰 비명이었다고 했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그렇게 태어날 때부터 첫째 다툼이 있었던 쌍둥이 연일과 연이였다. 이후 연정과 연남은 거의 고통이 없는 수준이었다는 엄마의 후일담이 이어졌다.
“쌍둥이 낳다가 죽을 뻔해서, 너네는 나온지도 모르겠더라.”
연정은 그럴 때마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좋게 넘어갔다. 연남이 여성들의 이상을 모아놓은 것처럼. 연정 또한 마찬가지였고, 이는 두 사람의 오빠이기도 하고, 형이기도 하고, 언니이기도하고, 누나이기도한 연일과 연이또한 마찬가지였다.
연일과 연이의 이름에 불만을 쏟는 두사람이었다. 사실은 연일은 불만이 없었다. 자신이 첫째라는 증거라고 생각했고, 연이가 불만이 많았다. 그렇다고 여자가 연이가 아닌 연일이라는 이름을 쓰는 건 또 싫기도 했지만 연일이 맏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는 연이였다.
그런 연이와 열일은 언제나 쌍둥이 인 것에 비해서 의견을 통합하지 못했다. 그 두 사람이 유일하게 합일을 본 게 이 연애프로그램의 참여였다. 동생들까지 함께 참여하는 연애프로그램이었다.
무려 1000명의 참여자가 있는 연애프로그램이었고, 지금은 누군가 한 명 이상의 호감도가 찍힌 사람들만 들어오는 단계였다. 중복 참여자가 많아 정확히 51명이 이 호감파티장에 참여했다.
당연하게도 연일, 연이, 그리고 연정과 열남이 모두 들었다. 서로가 남매라는 건 비밀이었지만, 조금만 네 사람을 집중해 보면 남매라는 게 티가 날 수 있었다.
아름다운 것도 닮았고, 그래도 한 유전자에서 나온 네 사람이었다. 특히 연일과 연이는 사실상 같은 존재였다. 그저 남성과 여자로 나뉜, 머리 길이를 같게 하면 거의 같은 얼굴을 가진 두 사람이었다.
“저 놈이.”
연정은 연남의 뒤통수를 후려 갈기며, 감히 연정이라고 불러? 라고 한마디 하고 싶었다. 연일과 연이에게 맏이인정 때문에 호되게 당했던 연정은 자연스럽게 연남에게 내리갈굼을 했다.
그래서 감히 연정이란 이름을 부르지 못했지만, 이곳에서는 그랬다.
“두 사람의 연정이라.”
이 이야기를 재밌게 들은 연일이었다. 네 사람은 그래도 남매다 보니까 남들 몰래 한 곳에 있었다. 그러나 이 광경을 본 다른 이성들은 오해를 했다. 선남선녀인 네 사람이 서로 짝을 맞춰서 더블 데이트를 하는 게 아닌 가 싶어서 질투를 폭발시키고 있었다.
만약 그런 이야기를 네 남매가 들으면 서로 토하고 욕하고 짜증을 냈겠지만, 그런 진실은 몰랐다.
“오해야 누나, 내가 연정 이름 부른 건, 그 분 이름이 연정이었다고.”
“근데, 그 분 정말 예쁘긴 하더라.”
연일이 연남의 앞에 있었던 인물의 얼굴을 떠올리며 군침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자, 연이가 토하는 시늉을 했다.
“역시, 바람둥이는 못 속이나. 어떡하냐. 이런 놈이 점 찍은. 아니 그러면 너 지금 동생 여자를 뺏는거야?”
“뺏다니. 언제부터 연정씨가 이놈 껀데?”
듣던 남매인 연정의 기분이 불편해졌다.
“연정씨? 아. 미쳐. 왜 하필 이름이 연정이야.”
세 사람의 시선이 연정에게로 향하고 피식 웃었다.
“우리 사랑스런 연정씨도 여기 있는데, 무도장의 연정씨도, 너무 사랑스럽기도하고.”
연일이 장난을 치자 연정의 눈빛이 분노로 변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연이가 키득 웃었다.
“연정아. 이 놈 죽일까? 이 언니가 도와줄 게. 맏이의 역할이지 그게.”
“이놈이라니. 어허. 오빠한테. 그리고 맏이라니. 맏이는 엄연히 나지.”
그때 연정이 불쾌한 시선을 숨기지 않은 채 일어섰다. 그러자 연남이 놀랐다. 자신을 때릴까봐였다. 막내의 설움이었다.
“내가 두 맏이 싸움에 안 끼여들여 했는데, 언니가 맏이가 맞네. 나는 언니편.”
그때 연남은 자동으로 연일의 편에 들었다.
“나는 형이 맏이가 맞다고 생각해.”
그게 왠지 자신이 사는 길 같아서였다. 그렇게 네 남매의, 서로 갈라님 남녀가 째려봤다. 멀리서 이 모습을 보던 연프 참여자들의 속이 타들어 갔다. 저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며 더블데이트를 하는 걸까? 그리고 왜 저렇게 친해져 있는 걸까? 자신들에게 기회는 있을까 싶었다.
“연남아. 이 참에 모태솔로 딱지 떼 보는 거야?”
“아니, 나 모태솔로 아니라고, 연애해봤다고. 이 미모를 가만히 두겠어?”
고개를 좌우로 흔들거리는 연일은 연남을 우습다는 듯 쳐다봤다.
“그건 연애가 아니야. 키스를 밥먹듯이 해야하는데 일주일만에 겨우 손이 스쳤다고 설레여서 죽을려고 하는 건 썸이지 연애는 아니야 연남아.”
연일의 말에 팔짱을 끼고 연정이 동의했다.
“맞아. 연남아 그건 연애가 아니야.”
“아 진짜. 연애 맞다고. 나는 불건전한 누나랑 형이랑 다르게, 그저 플라토닉적인 사랑을 했을 뿐이야.”
“플라토닉? 연남아. 그렇게 자위하면 안돼.”
그 모습을 키득거리며 지켜보는 연이는 문득 자신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여럿이라는 걸 알았다. 설마 자신들이 ‘연애’로 인해 모여 있는 거라고 오해하는 건가 싶다가 그들의 마음에 불길을 폭파시키기 위해 재밌는 생각을 했다.
연일에게 어깨동무를 하는 연이였다. 연일은 아무렇지 않게 웃으면서 연남을 놀리는데 그 모습을 멀리서 보던 이들의 마음에 분노가 일렀다.
연일을 품은 이들, 그리고 연이를 품은 이들이었는데 연이가 대담하게 연정에게 다가가 거의 입술이 닿을 거리로 얼굴을 가져갔다.
“뭐, 뭐야 키스한거야?”
연남 또한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뭐야 누나. 왜 이래.”
“연남아. 누나가 재밌는 거 알려줄까?”
이 모습을 본 연정도 놀랐다. 언니가 왜 이러지? 술 마셨나 싶어서 술냄새를 맡기 위해 코를 킁킁, 거렸다. 그런데 술 냄새가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다.
“그 연정이라는 애 갖고 싶어?”
그 수많은 시선 중 하나였던 연정이 있었다.
“어?”
“연정을 시작해봐야지.”
“뭐라는 거야.”
연이가 웃으면서 아직 사랑에 익숙하지 않은 풋사과 같은 연남과, 사실 연남과 거의 다를 바 없는 연정을 바라봤다.
“연정아. 너도 사랑하고싶잖아. 그래서 여기 참여했잖아?”
“나도. 사랑은 하고 싶지.”
이제 스무 살이 넘은 막내와 그 막내보다 두 살 많은 연정이었다. 이 두 사람이 연애를 못한 건 사실 쌍둥이의 영향도 컸다.
“그럼 연정이 너가 저기로 걸어가고, 연남이 넌 30초 뒤 연정이 뒤로 쫓아가는 거야.”
“뭐? 내가 얘 뒤를 왜 가.”
“그러면 너희 둘 에게 갑자기 말을 거는 애들이 엄청나질 걸?”
“뭐? 왜?”
연이가 두 동생에게 얘기를 하고 있을 때 연일도 수많은 시선을 느꼈다. 그 중에 자신의 마음에 들었던 그녀도 있었다.
“애들한테 뭐 시키냐. 이 나쁜년아.”
“아 뭐래 넌 빠져. 재밌는 거 하려는데.”
연일은 그녀가 설마 연남을 쫓아가진 않겠지 싶었다. 연남이 아니라 자신이라는 확신도 있지만, 설마가 귀신을 가장 잘 잡는 세상이었다.
“자. 그럼 10 세면 출발하자. 하나 둘,”
그렇게 연이가 시키는 대로 연정이 분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연남은 연이의 명령대로 분수를 바라보다가 곧 그쪽으로 걸어갔다.
“너희 둘이 분수로 도착하기 전에, 다른 남자. 다른 여자에게 잡힌다에 한 표.”
그렇게 시작됐는데, 두 사람이 움직이자 시선을 주던 사람들도 함께 움직였다. 곧 연일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했다.
“쟤냐?”
연이도 연일의 시선이 향한곳을 바라봤다.
“취향 참. 한결같아.”
연이는 오자마자 재는 연일이 찍겠구나 싶었다.
“지는.”
연이도 연정과 연남을 따라가지 않은 시선 중에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다. 이제 사냥을 시작할 때가 왔다.
사랑의 조건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우선은 만나고 부딪쳐야 시작된다. 그 시작은 무조건 타이밍이 맞아야 했다.
진정한 고수는 그런 타이밍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만들어 냈다. 여기 연일과 연이는 그런 사랑의 조건이 시작되는 타이밍 마저도 만들어내는 초고수들이었다.
“에이. 설마 했는데.”
연일이 찍은 그녀가 연남의 뒤를 쫓아간다. 그녀도 움직이는 사냥꾼이었다.
“뭐. 이래야 재밌지.”
“바보야. 동생꺼나 뺏으려고.”
“뻇다니.”
“근데 꼭 재야?”
연이는 이미 눈치채고 있었지만, 그래도 쌍둥이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아무말 하지 않았다.
“연남이가 그래도, 마음이 있어보이진 않아서 다행이야.”
네 사람이 이렇게 모이게 된 이유는 연일이 갑자기 소집령을 내렸기 떄문이었다. 연남에게 다가온 그녀, 연정 떄문이었다.
“너, 그 사람 누군지 알아?”
“어? 누구?”
연일의 동생, 연정과 이름이 같은 그녀였다.
연정.
사랑에는 연정이 없다.
그러나 연일과, 그리고 연남의 사랑에는 ‘연정’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정작, 두 사람과 피를 나눈 연정은 연이의 말대로 움직이는데, 그녀 앞에 누군가 갑자기 나타났다.
자신을 쫓던 연남은 이미 다른 여자와 이야기 중이었다. 정말 언니 말 그대로였다. 분수에 도착하기 전에 자신에게 말을 거는 사람이 있었다.
“저기, 혹시, 잠깐 얘기 좀 할까요?”
“얘기요? 아 좋아요.”
연정을 위한, 연정이 시작됐다.
모두의 사랑에, 사실 그들은 언제가 가장 적합한 지 알 수 없는 ‘타이밍’을 위한 전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