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엠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캐릭터 - 471

by 라한
아이엠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연제균

제목: 이종족관리청


게임에서나 볼법한 몰골들, 그 모습들이 타원의 유리관에 가득한 액체 속 부유탱크 안에 갇혀 강제로 봉안되어 있었다.


“이건.”

“제균이 넌 이걸 처음보나?”


제균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너무 놀라서 소리를 지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재균은 그러진 않았다.


“이거, 피규어라던지, 그러니까 뭐 그런 게 아니라. 정말 실체예요?”

“그럼, 전부 살아 있는 것들이야. 지금은 일부러 마취시켜 놨을 뿐이야.”


제균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정말 엄청난 광경을 보고 말았다. 자신의 앞에는 유니콘이라던지, 메두사라던지, 여러가지, 세계 각지에서 부르는 것도 다양한, 괴물이기도 하고, 요괴이기도하고, 괴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또 정령이나 영수, 신수, 이런 것들이 눈앞에 놓여 있었다.


모두 크기가 달라서 제각기 다른 형태로 있었다. 그중 제균의 눈을 압도하는 건, 부유탱크 안에 있었지만, 희미하게 빛이 세어 나오는 여성인지, 남성인지 모를, 인간을 가장 닮은, 그러나 등 뒤 양 어깨에서부터 튀어나온 4겹의 날개가 있는 천사였다.


“이건, 정말로 천사인가요?”


제균의 말을 듣고, 이 곳의 관리소장이 다가갔다. 그는 제균의 아버지 밑에서 일하는 이곳의 소장, 장옥둔이었다.


“그래, 그리고 이것과 대립한 저것은 악마지.”


옥둔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제균은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선 천사와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빛처럼 반사시키며 빛을 뿜어 내기 보다는 모든 걸 다 끌어당기는 느낌을 가진 악마였다.


천사와는 다르게, 부유탱크 주변으로 흰 줄이 원의 형태로 여러 겹 쳐져 있었다.


“저 줄은 뭐예요?”

“저기 안으로 들어가 볼래?”

“네?”


제균은 깜짝 놀라 관리소장의 말대로 해봤다. 이렇게 시키는 거 보면 위험한 건 아니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아주 잘못됐다.


‘안녕.’


너무나도 달콤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니, 분명 잠들어 있어야 하는 악마가 제균을 보며 반갑에 눈웃음을 날리고 있었다.


저게, 여자한테는 남자로, 남자한테는 여자로 보이는 걸까? 원 밖에선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형태였던 거 같은데, 어느새 제균의 이상형을 닮은 모습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런 얼굴과 몸으로 방긋 웃었다.


‘여기, 다 좋은데, 너무 좁다.’


제균은 저도 모르게 악마에게 다가가려 했는데, 그때 갑자기 엄청난 힘이 제균의 어깨에 올려졌다. 그리고 악마의 끌어당김보다 더 구체적인 힘으로 제균을 뒤로 당겼다.


“어떠냐.”


어느새 제균은 흰 원 밖으로 나와 있었다.


“허, 허헉. 뭐. 뭐예요.”


제균이 다시 악마가 갇힌 부유탱크를 보자, 분명히 잠든 모습이었다. 조금 전의 얼굴도 사라져 있었다.


“악마의 유혹이지. 너한텐 무슨 말을 하든.”

“네?”

“나한텐 제인을 보여준다고 하더구나.”


장제인, 장옥둔의 죽은 딸 이름이었다.


“그, 그게 가능한거예요?”

“모르지. 하지만 믿고 싶어지지.”


제균은 그 유혹이 사실이었으면 좋겠단 눈을 하고 있는 옥둔을 쳐다봤다.


“모르니까. 더 믿고 싶어지는 거야. 알 수 없는 거니까. 그게 우리 인간이지.”


제균은 그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다른 말도, 생각도 나지 않았다.


“아버지랑 같이 일하기 위해서 부단히도 노력한 모양이구나. 그나저나 어떡하냐? 원하던 곳으로 발령받은 게 아니라서.”


제균은 이곳 연구관리실의 낙하산이었다. 원래는 이 연구관리실에 갇혀 있는 존재들을 직접 만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이런 존재가 있다는 건 자연스럽게 가족 모두가 모두 이 시크릿 프로젝트에 관련되어 있어서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도 이 일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엄청나게 노력했다.


“기회가 오겠죠.”


기회라는 말에 거슬림이 있는지, 옥둔은 제균을 바라봤다.


“관리소장으로서가 아니라, 네 아버지 친구로, 너를 아는 아저씨로 말하면. 기회는 기다린다고 오지 않아. 늘 준비되어 있어야해. 타이밍은 잔혹하거든.”


제균은 틀린 것 하나 없는 어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언제든 준비되어 있어요.”


말을 그렇게 했지만, 사실 잘 하고 있는 지, 이 방향이 맞는 지는 제균도 알 수 없었다. 아직 철부지 막내로만 자신을 보는 가족들에게 실력을 증명해야하는데 여기서 할 수 있는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연구관리실은 어떻게 보면 가장 안전한 장소였다. 이미 제압된 비인들을 연구하고, 관리하는 시설이니까. 그러나 제균은 얼른 ‘미래관리청’의 일원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국정원에 이런 시설이 있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모르죠?”

“너는 어렸을 때부터 알았으니까. 그 정도를 모르겠구나.”


제균은 옥둔에게 엄청난 사실을 듣게 된다. 자신 때문에 다른 친구들이 고생했다는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를 위해 괴물눈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눈덩이 앞에 다가갔다. 괴물눈을 계속 보면 기억이 이상해지는데, 왜곡된다고 했다.


일종의 치매증상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만, 특정 기억의 부분을 컨트롤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제균이 가족 외 이 ‘미래관리청’에서 하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그 친구들이 이 괴물 눈을 마지막으로 만났다고 했다.


“?!”


제균은 이제서야 친구들이 처음엔 믿다가 다시 한번 이야기를 꺼냈을 땐 자신을 미친사람취급했던 이유을 알 수 있엇다.


“그럼 지금까지 제 친구들의 기억을 바꿨, 지웠, 아니 그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이상하게 만들었다는 거예요?”

“원래 절대로 밖으로 새어나가선 안 되니까.”


다른 부유탱크와 다르게 처리되어 있는 쌀가마니 3개 정도의 크기는 되어 보이는 괴물눈을 제균은 바라봤다.


“이 녀석이, 제 친구들의 기억을.”

“이 녀석은 아니지. 우리에게 호의적인 괴물눈이 있단다. 그 녀석의 도움을 받은거지. 지능 수준은, 인간의 격으로 다지면 10살 정도다. 웩슬러의 지능검사로 보면, 아이큐가 100을 넘지. 엄청난 수준이야.”

“웩슬리요?”


사람이름이 나오자, 이곳과 관련되어 있는 거라고 생각한 제균이었다.


“지능검사. 흔히 말하는 IQ, 이걸 검사하는 테스트 중 하나가 웩슬리 지능검사다. 어휘와 상식, 이해 등 언어 지능을 측정하는 언어이해와 시각, 공간 처리, 모양 맞추기 등 비언어 추론을 하는 시공간, 행렬 추리와 문제 해결 추상적 사고를 보는 유동추론, 숫자 외우기, 산수 등 주의와 기억력을 보는 작업기억과 기호찾기, 동형 찾기 등의 속도와 정확성을 보는 처리속도, 그래서 언어이해, 시공간, 유동추론, 작업기억, 처리속도를 종합해 내놓은 게 IQ야. 이런 것도 몰랐냐? 괜히 낙하산이 아니었군.”


옥균은 고개를 저으며 제균에게서 괴물눈을 바라봤다.


“너보다 괴물눈이 더 똑똑하겠다는 결과를 추론할 수 있게 해줘서, 참. 고맙군. 그럼 널 어따 써야할까.”


제균은 옥둔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어서 한동안 멍하니 쳐다봤다.


“이런 내용, 이, 그거. 여기 공무원 시험에 나오지도 않고, 제가. 그러니까 제가 어떻게 알아요?”

“꼭 시험에 나오는 것만 공부하면 되는 게 아니야. 이래서 한국의 공부는 잘못됐어. 괜히 유망한 수학자가 안 나오는 게 아니야.”

“여기서, 그 탓을 갑자기 왜 합니까.”


제균은 괴물들을 보고 놀란 가슴이 아직 진정되지도 않았는데, 옥둔의 도발에 확 넘어가 불끈거렸다.


“그래도 자존심은 지 애비를 닮아가지고.”

“지 애비요? 지금 관리소장님께서는 우리 청장님께 지 애비라고 하신거죠?”

“그래, 머리보단 몸부터 쓰는 너희 아버지.”

“와, 저 아버지한테 그 말을 보고해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할 생각이면, 네 친구들처럼 너도 괴물 눈과 눈싸움 좀 해야겠는데?”

“그러면 안 하겠습니다.”

“그래 신입, 좋은 결정이네. 적어도 낙하산이라고 해도, 멍청한 건 불합격이지만, 눈치에서는 합격을 줄 수는 있겠군.”


어이가 없어서 두 사람은 웃었다. 그러다가 부유탱크가 있는 관리부실에서 나왔더니, 수많은 시시티비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곳에서는 꽤나 여러 직원이 있었고,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펼쳐져 있었다. 마치 다큐처럼, 드라마처럼 펼쳐져 있었다.


“설마.”


그리고 그곳에서 한가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괴물물니 제균의 친구들을 만났다면, 도대체 어떻게? 분명히 어제 말한 걸, 그 다음 날 바로 친구들은 기억하지 못했다.


“그래. 너 같은 애가 없는지. 감시하는 게 우리 임무이기도 하지, 원래 우리 주 임무는 아닌데, 짬처리 당했어.”


제균에게도 괴물눈을 통해 기억을 상실시켜야했다고 주장했다가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전부 감시하는 건 아니고 극히 일부였다.


“아. 그런 일이.”

“권력이란 게 무서운 거지. 너는. 그 권력의 깃털이라고.”

“네?”

“떨어진 깃털인지, 아직 붙은 깃털인지. 네 처신에 따라 많은 게 달라질 거 같군.”


제균은 옥둔의 철학적인 말에 의미를 알 수 없었기에 그냥 직설적으로 물어보기로 했다.


“저는 아까 평가하신 것처럼 멍청해서, 돌려 말하면 못 알아듣습니다.”

“자네가 여기 배정된 건, 사실 그 이유는 나도 모르지, 네 아버지나 어머니, 누나나, 형들은 모두 최전방에 서 있잖아? 그럼에도 너를 이곳에 보낸 건 너를 못 믿어서 일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네.”

“네? 이게 못 알아 듣는 신입에게 해주는 잘 알아듣게 설명해준 걸까요? 여전히 어려운 걸요.”

“역시 낙제인데.”

“낙제이지만, 질문할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사람이 이렇게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자식의 몫을 다하고 있었다.


“이곳은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 아까 본 것들에 대해서, 어떤 실험도 허락되는 곳이지.”

“어떤 실험도요?”

“사람처럼 보호하는 기관이나 단체가 없으니까. 동물사랑 실천연대 같은 게 저들의 진실을 알게 되면, 난리를 칠지도 모르지.”

“뭔가, 되게 위험한 말이기는 한 거 같은데. 그래서. 제가 이곳에 온 것이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여기 직원들 중에서는 자네가 제일 멍청할 뿐이지만, 모두가 똑똑한 사람들이네.”

“네.”

“이 사람들이 자네 편이 된다면, 무척이나 큰 힘이 된다는 말이지.”

“그게. 무슨.”

“잘 하라고.”

“아직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낙하산에게 힌트는 여기까지. 그러니까. 잘 해봐. 아 자네 사수는 저기. 애인이네.”

“네? 저 여자친구 없는데요.”


제균이 돌아봤을 때, 노애인이라는 이름을 쓰는 요원이 다가왔다.


“오늘 들어온 신입이죠?”

“어, 네.”

“반갑습니다. 미래관리청, 서울경기지부. 특수목적 연구시설, 통합관리부서, 제9팀. 노애인이라고 합니다.”


‘아. 이름이. 애인?’


“애인이요?”

“네. 이상한 말 하실 거면 생략하시고요. 관리소장님이랑도 아는 사이처럼 보이는데?”

“아. 네. 저 어렸을 때 과외를 받은 적이 있어서, 오늘도 비슷하진 않고 그런 쪽의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아. 네?”


애인은 놀란 채로 제균을 바라봤다. 그러다 곧장 일쪽으로 넘어갔다.


“아. 그렇군요. 우선 우리가 할 일을 말씀드릴게요. 우선. 인간이 아닌 존재. 만나 본적 있으신가요?”

“어. 음. 아직은.”

“계속 그렇게 만들려는 게 저희 미래관리청의 존재이유고, 우리는 그들을 발견하고, 또 어떤 특색을 가졌는지 연구하여 보고하는 게 주 업무입니다.”

“아. 아. 네.”


제균은 아직도 왜 자신이 몸을 쓰는 게 아닌, 이런 머리를 쓰는 일을 맡게 된 건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가족 도움을 받겠단 생각은 없었는데, 오늘, 지금만큼은 가족의 도움이 절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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