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9일
세상에는 참 많은 사건사고가 매일같이 일어난다. 그중 대부분은 나와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가끔 가슴 한편에 남아 매년 그날이 되면 그 순간 느꼈던 감정과 기억이 되살아나는 일들이 있다.
"이태원 참사"도 그중 하나다.
2년 전 그날.
아이가 집에 내려오지 않은 주말엔 늘 그렇듯, 각자 할 일을 하면서 조용한 토요일 밤을 보내고 막 자려고 누웠었다. 그런데, 한밤중에, 그것도 자정이 넘은 시간에 갑자기 아이 고등학교 친구 엄마들과 교류하던 단톡방이 시끌시끌해졌다.
"다들, 별일 없으시죠?"라는 OO 엄마의 안부인사를 시작으로, "무슨 일이에요?", "무슨 일 생겼나요?", "저흰 통화되었습니다."라는 톡이 계속 올라왔다.
'뭔 일 났나?'
영문도 모른 채, 단톡방 대화를 눈으로 따라가다, 이태원에 사고가 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에이, 설마...' 싶으면서도, '혹시...' 하는 마음에 늦은 시간임에도 아들에게 톡을 보냈는데, 빠르게 답장이 돌아왔다.
정말 그 짧은 순간에 얼마나 가슴이 콩닥거리던지.
물론, 울 아들은 카이스트에 재학 중이라 그 당시 그 시간엔 보통 학교 기숙사 거나 아님 학교 근처에 있을 확률이 높긴 했지만, 가끔 친구들과 서울로 놀러 가기도 했고, 서울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러 올라가기도 했었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불안한 마음이 생겼었다. 더군다나 젊은 친구들이 즐긴다는 핼러윈데이 축제가 있었다지 않은가? 누구나 그곳에 있을 수 있는 상황이란 생각이 들어 더 그랬던 것 같다.
아이의 답장을 받고 난 후, 잠시 안도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이상하게 잠이 쉽게 들지 않았다. 단톡방은 서로의 아이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아이들의 친구, 그 친구의 친구들까지 안부가 확인된 후에야 잠잠해졌다. 그날 밤, 나는 아무 연고도 없는 젊은 친구들의 사고 소식을 실시간 검색하며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뉴스를 통해 사고의 원인, 사상자 수를 접했다.
21세기 들어,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역대 최대 규모의 인명 사고 중 3번째에 해당되는 대형 참사라는 뉴스 자막이 나오자, 마음 한편이 아려왔다. 역대급이었다는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와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나로서는 저 문구가 너무 잔인하게 들렸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 기억에 저장되는 사건들, 내 눈물보를 터트리는 사건들은 모두 내 아이 또래와 관련된 사건이라는 사실을.
밤새 잠이 오지 않았던 이유는 대한민국에 사는 "엄마"였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어김없이 시간은 흘러 일상을 살아가다, 또 10월 말이 다가오니 그날의 기억과 감정이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책임소재며, 진상 규명이며, 시끌시끌한 사회면과 정치면의 기사들은 잘 모르겠다. 그저 그날 가족을 잃은, 아이를 잃은 부모들의 가슴 아픈 사연들과 마음이 조금이나마 헤아려질 수 있으면 좋겠다. 그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될 거 같지 않고, 절대 잊히지 않을 기억이겠지만, 또래를 키우는 같은 "엄마"의 마음으로 그들 곁에 묵묵히 서서 온기가 되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