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 입시 엿보기

중등 편

by My Way

제 아이가 희망한 과학고는 서류평가 및 출석면담, 그리고 소집면접으로 이어지는 2단계 전형을 통해 약 80명가량의 학생을 선발했습니다.

이 가운데 출석면담은 과학고 입학원서를 제출한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는데,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 내용의 진위 여부를 꼼꼼히 확인하고, 학교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를 바탕으로 학생의 잠재력과 역량을 살펴보는 과정이었습니다. 이 단계를 통해 소집면접 대상자를 약 1.5배 수로 선발했습니다.

2단계 소집면접에서는 수학과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한 문제 해결 과정을 통해 창의성, 잠재력, 자기주도 학습 역량(꿈과 끼 영역), 그리고 인성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하였습니다. 제시된 문제를 직접 풀고, 그 과정과 사고를 함께 들여다보는 자리였습니다.


아이가 과학고 입시를 치른 지도 벌써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학교별 세부적인 차이를 제외하고는 과학고 입시의 기본적인 틀은 거의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여기서 살짝, 과학고 입시를 엿보려 합니다.


1. 출석면담

출석면담 당일, 아이는 평소와 같이 학교에 등교했다가 3교시만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후 사복으로 갈아입고 과학고로 향했는데, 그 이유는 명찰, 교복, 생활복 등 재학 중인 학교를 유추할 수 있는 복장 착용이 금지되어 있었고, 개인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물품의 착용 및 반입 역시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학부모(인솔교사)의 학교 건물 내 출입이 불가하지만, 당시에는 학교 측에서 학부모를 위한 별도의 대기 공간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면담은 학생 1명씩 약 20분 정도 진행되었습니다. 제출 서류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지원자의 제출서류(생기부, 자소서 등)를 바탕으로 개인별로 구성된 질문에 답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제 아이의 경우, 관심분야였던 뇌과학과 뇌공학에 관한 질문을 받았고, 약 열흘간의 결석일수*에 대해서도 질문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또한, 특별한 독서 외에 인상 깊게 읽은 다른 책이 있는지에 대한 독서 관련 질문과 기숙사 생활 중 룸메이트와 의견이 맞지 않을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인성 관련 질문도 이어졌습니다.

* 결석에 관한 이야기는 번외 편에서 다루겠습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스스로 작성한 자소서와 그동안 충실하게 해 온 학교생활을 바탕으로 한 질문들이었기에 크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비록 예상했던 질문이 그대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유형의 질문도 있어서, 집에서 했던 면담 연습이 생각보다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도 했습니다.

다만, 뇌과학과 뇌공학에 대한 질문 중 일부는 다소 심화된 내용이어서 순간적으로 당황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아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설명하려 노력했다고 합니다.


1차 출석면담 이후 2차 소집면접까지는 약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1차 합격 여부는 2~3주가 지나서야 알 수 있었기에, 합격 통보를 받은 뒤에 2차 면접을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빠듯했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합격을 전제로 2차 면접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2. 소집면접 준비

요즘은 각 과학고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2~3년 전 소집면접 기출문항이 공개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입시를 치르던 당시에는 과학고 입시를 경험한 선배들이 남겨놓은 면접 후기 외에는 참고할 만한 자료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제야 저는, 엄마들이 그렇게 말하던 면접 컨설팅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과학고가 자기주도학습전형이라며 겉으로 보기에는 담담하게 말했지만, 저는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혹여 좋지 않은 결과를 받아 들었을 때, 최선을 다해 돕지 못했다는 자책을 하게 될까 봐 그게 더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인터넷을 정말 이 잡듯이 뒤졌습니다. 해당 학교에 딱 맞는 자료는 없었지만, 혹시나 공개된 것이 있지는 않은지 찾아다녔고, 몇몇 과학고와 영재학교의 기출문항을 어렵사리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들을 살펴보니, 선행 학습이 되어 있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았고, 풀이 과정 또한 만만치 않았습니다.

인터넷 강의도 찾아보고, 영재교육원 시험 문제들도 다시 꺼내 확인해 보았지만, 이것들이 과학고 2차 면접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저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중학교 과정의 수학과 과학의 기본기를 다시 다지는 것뿐이었습니다.

아이는 중1부터 중3까지 보았던 참고서를 모두 꺼내 이론과 개념, 공식들을 하나씩 정리하며 틈틈이 기본기를 다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아이 곁에서 필요한 내용을 오리고 붙이며, 정리노트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탰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무모하면서도 대담한 선택이었습니다. 과학고 입학 설명회에서 들었던 "과학고 입학은 중학교 3년 과정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순수(?)한 마음으로 과학고 입시에 도전한 아이는 1차 전형에 합격하였습니다.

이후 아이는 그동안 정리해 온 이론과 개념, 공식들을 칠판 앞에 서서 설명하는 방식으로 면접 실전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어떤 문제가 나올지 알 수 없었기에 문제 풀이 자체보다는, 면접실에 들어오고 나가는 태도와 면접 시의 자세, 그리고 칠판에 답을 쓰는 방법(글자 크기와 위치 등)을 중심으로 연습했습니다. 이 과정에서도 역시 아빠의 도움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3. 소집면접

다행히도 출석면담을 통과한 아이는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진행된 소집면접 중 오후 면접 대상자가 되었습니다. 그날은 토요일이었기에 이른 점심을 먹고 아이 아빠와 함께 학교로 향했습니다.

출석면담과 달리 소집면접 당일에는 학부모의 교내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저희는 아이만 학교 안으로 들여보내고, 학교 주변에서 아이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소집면접 역시 출석면담과 마찬가지로 일괄 하교 방식이어서 대기시간이 길었지만, 집에서 학교까지 약 한 시간이 걸리는 거리였기에 왕복하는 것보다는 그 편이 낫겠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소집면접은 대기실에서 기다리다가 차례가 되면 별도의 공간으로 혼자 이동해, 수학, 과학, 창의 영역으로 나뉜 질문지를 받고 답변을 준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준비 시간은 약 30~40분 정도로 주어졌고, 그동안 답변에 필요한 메모를 할 수는 있었지만 해당 메모는 평가에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실제 면접은 10~15분 내외로 진행되었고, 문항 수가 많았을 뿐 아니라 창의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문제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문제풀이는 면접관 앞에 서서 답변하는 방식이었고, 면접관들은 단순한 정답보다는 왜 그런 답에 이르렀는지, 그 사고 과정을 집중적으로 물어보았다고 했습니다.


아이가 2차 면접을 마치고 나온 시간은 초저녁이었지만, 11월이라 해가 빨리 저물어 이미 어둑어둑한 상태였습니다. 저희는 학교 밖에서 아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이는 건물 현관 앞에서 몇몇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한참 이야기를 나눈 뒤에야 저희 쪽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친구들이랑 뭘 그렇게 이야기하다가 나온 거야?"

"애들이랑 답을 맞혀봤어요. 근데 같은 답이 하나도 없어요."


아이의 말에 따르면, 소집면접 문제들은 수학과 과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지만, 단순히 답을 구하는 유형이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대부분이 의적인 해결과정을 요구하는 문제였기에,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답하고 나오기는 했지만, 잘 치른 것인지 아닌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혹시나 감이라도 잡아볼 수 있을까 싶어 친구들과 답을 맞혀 보았지만, 모두의 답이 달랐고, 각자의 설명을 들어보니 또 그럴듯하게 들려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어찌 되었든,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최선을 다해 면접을 치렀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결과를 기다리는 일뿐이었습니다.




[마흔여덟 번째 고슴도치 시선] 출석면담 실전 연습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고 판단한 아이 아빠는, 소집면접 역시 같은 방식으로 준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아이가 공부방에서 면접을 위한 기초를 다지고 있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더니, 갑자기 칠판을 사러 가자고 했습니다. 실전처럼 연습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큼직한 칠판을 거실 벽에 걸어 놓고 면접 시뮬레이션을 해보자는 구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평소 아이 아빠의 쇼핑 스타일은 제품 비교는 기본이고 가격까지 꼼꼼히 따져보는, 즉흥적인 소비와는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하지만, 면접을 코앞에 둔 아이 앞에서는, 그런 자신만의 룰이 전혀 필요 없어 보였습니다.

약간 싸늘했던 11월의 밤, 퇴근한 남편과 함께 저는 집을 나섰습니다. 동네 문구점 몇 군데에 전화를 걸어가며, 저희가 원하는 규격의 칠판이 있는지 하나하나 확인해 나갔습니다.

"우리, 이러려고 박사 딴 것 아닌데."

아이의 과학고 입학을 돕기 위해 최고의 궁합으로 최선의 전략을 짜, 결국 원하는 규격의 칠판을 구해 돌아오는 길에 저희는 아이의 서포트에 올인했던 지난 몇 달을 떠올리며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아이는 엄마, 아빠의 이런 노력을 아는지 모르는지, 완벽(?)하게 세팅된 거실에서 소집면접을 대비한 실전 연습에 묵묵히 최선을 다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실제 면접에서 칠판의 역할은 그리 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은 문제를 보고 말로 답변하는 방식이었고, 설명을 보탤 때 잠시 사용했을 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아이는, 칠판 앞에 서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말하는 연습을 반복했던 덕분에, 낯선 면접 상황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말로 풀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 이야기] 과학고에 떨어지면?!




이 이야기의 첫 단추 영유아편과 본격적인 교육 이야기를 담은 초등 편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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