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에 떨어진다면?!

중등 편

by My Way

우리나라 고등학교는 설립목적과 교육과정 운영 방식에 따라, 일반고등학교, 특수목적고등학교(외국어고, 국제고, 과학고, 예술.체육고, 마이스터고), 특성화고등학교(직업특성화고등학교, 대안학교), 자율고등학교(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자율형 공립고(자공고)), 그리고 기타 학교(영재학교)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저는 아이 덕분에 과학고와 영재학교의 차이점(03화 참조)은 비교적 이른 시기에 알게 되었지만, 자사고나 자공고와 같은 용어, 그리고 자사고에도 전국단위와 지역단위*가 있다는 사실은 아이가 중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 우리나라 전국단위 자사고는 총 10개교로, 하나고, 외대부고, 민사고, 현대청운고, 인천하늘고, 상산고, 광양제철고, 김천고, 포항제철고, 북일고가 이에 해당합니다. 반면, 해당 시도거주자만 지원할 수 있는 지역단위 자사고는 2026학년도 기준 총 23개교로, 서울에 15곳, 부산과 대전에 각각 2곳, 그리고 대구, 인천, 경기, 충남에 각 1곳이 있습니다.


아이는 중학교 3학년 1학기까지의 성적이 반영되는 과학고 입학만을 목표로, 1학년 때부터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2학기가 되자, 과학고 입시를 치르면서도 동시에 차선책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과학고에 떨어진다면?!

아이는 일반고에 진학하게 될 경우를 가정하며, 그렇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교육청 홈페이지에서 지역 고등학교 입학전형 계획을 찾아 함께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과학 중점 학교*라는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 과학 중점 학교 외에도 음악이나 미술 중점 학교가 있으며, 이들을 통틀어 교과 중점 학교라고 부릅니다.


과학 중점 학교는 수학과 과학 교육에 중점을 둔 일반계 고등학교로, 주로 일반고 안에서 수학과 과학의 심화 교육에 중점을 둔 학급을 별도로 운영하는 형태였습니다. 과학 중점 학급의 경우, 전체 교과목 가운데 45% 이상을 수학, 과학 관련 교과로 편성하는데, 이는 과학고보다는 낮고, 일반고의 다른 학급보다는 높은 비중이었습니다.


저희가 살던 지역의 경우, 과학 중점 학교는 모두 6개교, 14개 학급이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과학 중점 학교 지원을 희망하는 학생은 일반고등학교 입학원서를 작성할 때, 거주지 제한 없이 최대 두 개의 과학 중점 학교를 지원할 수 있었고, 만약 이 과정에서 탈락하게 되면, 다른 학생들과 함께 일반고에 추첨 배정되는 구조였습니다.


아이가 과학고에 떨어질 경우를 대비해, 차선책으로 과학 중점 학교에 진학하겠다고 하자, 저는 지역 내 과학 중점 학교들을 하나씩 눈여겨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몇몇 고등학교의 입학 설명회에는 직접 참석해 보았습니다. 과학고등학교 입학설명회에만 두 번 참여했던 저에게는, 다양한 경로로 열리는 고등학교 입학설명회가 새롭고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첫 번째, 해당 고등학교에서 주관하는 입학설명회

제가 참석했던 입학설명회는 대부분 평일, 아이들이 하교한 뒤의 오후 시간대에 열렸습니다. 학교 측은 시청각실이나 강당을 활용해 학부모들이 비교적 편안한 환경에서 설명회를 들을 수 있도록 배려했고, 넓은 운동장을 주차공간으로 개방하거나 팸플릿을 나눠 주는 등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은 학부모들이 참석한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두 번째, 고등학교 연합 입학설명회

아이가 다니던 중학교는 학생수가 많은, 비교적 큰 학교였습니다. 그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입시에 적극적인 교장선생님의 의지 덕분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해 고등학교 연합 입학설명회가 학교 강당에서 주말을 이용해 개최되었습니다. 아이는 미리 입수한 팸플릿을 통해 과학 중점 학교가 참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직접 가보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토요일 낮, 아이와 함께 학교 강당을 찾았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온 아이들이 많았고, 대부분은 부모님과 함께 각 학교별로 마련된 부스에서 설명을 듣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이왕 온 김에 과학 중점 학교가 아닌 다른 학교들도 몇 곳 더 둘러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이는 목표로 삼은 과학 중점 학교 부스로 곧장 향해 궁금한 점을 묻고 설명을 들은 뒤 돌아왔습니다. 저는 멀찍이서 그 뒷모습만 바라보다가, 아이와 함께 집으로 왔습니다.


세 번째, 학원에서 주관하는 입학설명회

사교육을 받지 않다 보니, 학원에서 입학설명회를 주관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아이 친구의 엄마로부터 초대를 받아 처음으로 가보게 되었습니다. 크지 않은 교실에 서른 명 가까운 학부모들이 빽빽이 앉아 학원의 설명을 들었습니다. 학원 측에서는 고등학교 입학설명회를 대학 입시까지 연계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참석자 대부분이 이미 그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의 부모였고, 저처럼 처음 온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 탓인지, 원장님이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셨습니다. 설명이 워낙 설득력 있다 보니, 설명회가 끝날 무렵에는 좋은 대학 진학을 위해서라도 이 학원을 다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후 마련된 점심식사까지 대접받고 나니, 그런 인상이 더 강해졌던 것 같습니다.


세 가지 유형의 입학설명회는 각각 나름의 장단점이 있었습니다.

전반적인 입시 흐름을 파악하고 대학 입시까지 염두에 둔다면, 학원에서 주관하는 입학설명회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다만, 진짜로 가고 싶은 학교가 정해져 있다면 해당 학교가 직접 주관하는 입학설명회에 참석해 입학사정관과 보다 심도 있는 질의응답을 나누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대로, 아직 목표한 학교가 정해지지 않아 고민 중이라면 연합 입학설명회를 통해 여러 학교를 비교해 보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어 보였습니다.


사실, 아이의 차선책인 과학 중점 학교 진학은 아이의 노력만으로 결정되기보다는 일정 부분 '운'에 좌우되는 선택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 선택이 실제로 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중학교 생활 내내 차근차근 준비해 온 과학고 입시에 성공하는 일이 아이에게 가장 바람직하고 의미 있는 결과였습니다. 아마도 차선책을 준비하고는 있었지만, 아이는 그 누구보다 과학고 합격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2학기 말이 되어갈수록 만나는 사람들마다 "OO이는 고등학교를 어디로 보낼 생각인가요?"라고 물어왔지만, 저는 그저 얼버무릴 뿐이었습니다. 과학고 입시를 준비하고 면접을 치렀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 왠지 조심스러워, 침묵과 미소를 선택했습니다.


2차 소집면접 이후 결과가 발표되기까지의 약 열흘동안, 아이는 부쩍 말수가 줄었습니다. 아마도 초조함과 긴장감이 커진 탓이었을 겁니다. 반면 저는 두근거리는 마음이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그보다는 아이가 이보다 더 열심히 할 수 없었다는 생각에 오히려 마음이 한결 편안했던 것 같습니다.




[마흔아홉 번째 고슴도치 시선] 아이가 소집면접을 보던 그날, 저희는 학교 주변 카페에서 아이를 기다리며 다사다난(?)했던 지난 3년간, 아이가 걸어온 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근자감이라 치부했던 아이의 모습도 떠올랐고, 영재교육을 받으러 다니던 시절도 생각났습니다. 스스로 자신만의 공부 방식을 찾아가고, 꿈과 목표를 세우고, 입시를 위해 차근차근 실행해 나가던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열흘간의 결석으로 이어졌던 생과 사의 순간,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뻔한 상황에서도 과학고에 가겠다는 의지를 끝내 놓지 않았던 아이의 모습이 떠올라 문득 울컥해지기도 했습니다.

아이가 과학고 입시를 치르기까지의 시간을 하나씩 되짚다 보니, 입학설명회에서 들었던 '과학고에서 찾는 인재상'이라는 말들이 자연스레 떠올랐습니다. 물론, 그 기준에 꼭 맞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아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은 모두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는 학교 안에서 치열한 면접을 치르고 있는데, 저희는 아이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 이성의 끈을 내려놓고, 과학고를 다니는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며 희망회로를 돌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는 묘한 후련함이 더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신통하고, 참 대견한 아이란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 이야기] (에필로그) 이제, 과학고생이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의 첫 단추 영유아편과 본격적인 교육 이야기를 담은 초등 편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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