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 편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가 완성된 후, 아이는 교사추천서를 받기 위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과학고 공통 제출 서류인 교사추천서는 재학 중인 학교의 수학 또는 과학(정보) 교사 가운데, 지원자를 직접 지도한 경험이 있는 선생님 한 분이 작성해야 합니다. 교사추천서 역시 자소서와 마찬가지로 배제사항(13화 참조)에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며, 그 내용은 지원자에게 공개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렇다 보니, 아이를 잘 알고 있는 수학 또는 과학 선생님께 부탁드리는 것이 가장 바람직했는데, 다행히도 아이는 1~3학년 담임선생님이 모두 수학 또는 과학선생님이라서 뜻밖의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고민 끝에, 아이는 2학년 담임이셨던 수학 선생님께 추천서를 부탁드리기로 했습니다. 3학년 담임선생님은 아직 반 학기밖에 아이를 지켜보지 못하셨고, 1학년 담임선생님보다는 2학년 선생님이 상대적으로 최근까지 아이를 지도하셨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교사 추천서는 일정한 형식이 있는 데다, 작성과정도 번거로운 서류라 부탁드리기까지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선생님께서 흔쾌히 수락해 주셔서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아이는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입학 원서에 필요한 서류를 모두 준비할 수 있었고, 마침내 원서 접수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과학고 입학원서는 우편과 온라인, 두 가지 방법으로 접수합니다.
먼저, 입학원서와 자소서, 교사추천서를 정해진 기간 내에 온라인으로 작성하고, 그중 입학원서는 출력해서 개인정보활용동의서*, 학교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 등과 함께 반드시 우편으로 제출해야 합니다.
* 최근에는 의약학계열지원 제한 동의서도 함께 제출하고 있습니다.
과학고 입학원서를 우편으로 접수하던 날, 학교에 간 아이를 대신해 제가 우체국을 찾았습니다. 혹시라도 빠진 서류가 있을까, 봉투를 몇 번이나 다시 확인하며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편 발송을 마친 뒤에도 원서 접수 마감일까지 아이는 자기소개서를 계속해서 다듬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제출이 완료된 후, 드디어 출석면담 일정이 공지되었습니다.
아이가 지원한 과학고는 서류평가 및 출석면담, 그리고 소집면접으로 이루어진 2단계(10화 참조) 전형으로 학생들을 선발하였습니다.
출석면담은 과학고 입학원서를 제출한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소서 내용의 진위 여부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생기부를 바탕으로 학생의 잠재력과 역량을 살펴보는 자리였습니다.
아이는 장장 6개월 동안 자소서를 수십 번 이상 고쳐 썼기 때문에 굳이 외우려 하지 않아도, 각 문항에 어떤 이야기를 썼는지, 그 이야기를 쓰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까지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자소서 내용의 진위 여부 확인에 대한 걱정은 크지 않았습니다.
다만, 입시 면접이라는 과정을 처음 경험하는 만큼 낯선 면접 환경에 지나치게 긴장해, 자신의 생각과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할까 봐, 그 점이 가장 염려되었습니다.
아이 아빠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출석면담일이 확정되자 퇴근 후 시간을 쪼개 아이의 출석면담 준비를 적극적으로 돕기 시작했습니다.
첫째, 예상 질문 뽑기
아이 아빠는 아이에게 자신의 자소서와 생기부를 바탕으로 예상 질문 100개를 직접 뽑아보라고 했습니다. 동시에 저희도 아이와는 별도로 100개의 예상 질문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이후 아이가 뽑은 질문과 저희가 정리한 질문을 함께 검토하며 공통된 질문들을 묶고, 중요도를 따져 최종적으로 약 100개의 예상 질문을 추렸습니다.
둘째, 예상 답안 작성하고 외우기
최종 선별된 100개의 질문에 대해 아이는 하나씩 답안을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을 글로 정리하면서 생각을 정돈하고, 그 글을 바탕으로 각 질문에 대한 답을 말로 풀어내는 연습을 했습니다.
아이 스스로 답안을 작성했음에도, 100개의 질문에 대한 답을 모두 외워 말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셋째, 실전 연습하기
면담 전날, 아이 아빠는 본격적인 면담 리허설을 진행했습니다. 거실 한가운데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아빠가 가상 면담관이 되어, 아이가 면담실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발표하는 자세, 답변 후의 태도, 면담실을 나가는 모습까지 전 과정을 촬영했습니다. 이후 영상을 함께 보며 하나하나 짚어 주었습니다.
또한 질문에 답할 때는 외운 문장을 그대로 말하려 애쓰기보다, 질문의 핵심이 빠지지 않도록 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과, 비슷한 유형의 질문이 나올 경우 지금까지 준비한 답변들을 조합해 유연하게 대응하라는 조언도 덧붙였습니다.
사실, 저희가 뽑은 질문들이 실제 과학고 출석면담에서 그대로 나오리라는 보장은 없었습니다. 아빠가 진행한 면담 시뮬레이션 역시 실제 면담과는 분명 다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접이나 면담이라는 과정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아이에게는 비슷한 상황이라도 미리 겪어 본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 분명한 차이가 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출석면담 날, 저는 또 한 번 크게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출석면담은 중학교별로 정해진 시간에 맞춰 진행되었습니다. 아이는 평소와 다름없이 학교에 등교해 3교시까지 수업을 했고, 이후 집으로 돌아와 사복으로 갈아입은 뒤 출석면담을 위해 과학고로 향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과학고에서 아이가 면담을 받는 동안 학부모를 위한 대기 장소를 마련해 주었는데, 그곳에서 저는 같은 중학교에서 지원한 아이 친구 엄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의 면담이 끝나기를 기다렸습니다.
"OO 이는 어디서 면접 컨설팅받았어요?"
"면접 컨설팅... 이요?"
"과학고는 면접 컨설팅 없이 합격하기 어렵잖아요. 우린 과학고 면접을 전문으로 하시는 분을 어렵게 소개받아서, 2차 면접까지 받기로 했거든요. OO이는 어디서 받았어요?"
'집에서... 우리끼리... 아이 아빠가...'
제가 차마 답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는 사이, 다른 엄마들이 자연스럽게 대화에 끼어들었습니다. 이야기의 주제는 하나같이 면접 컨설팅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어디에서, 누구에게, 얼마나 받았는지에 대한 정보들이 오갔고, 컨설팅을 받지 않았다는 경우조차도 최소한 학원 선생님을 통해 과학고 면접 노하우를 전수받았다는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엄마들의 이야길 듣다 보니, 슬슬 아이의 출석면담 상황이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를 기다리는 동안 마음이 어찌나 복잡하고 심란하던지... 그분들 말에 따르면, 설령 운이 좋아 1차에 합격하더라도, 2차 면접에서는 반드시 면접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도대체 2차 면접 컨설팅을 해주는 분은 어디서 구해야 하는 건지...'
면담을 마친 아이를 태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대기실에서 들었던 말들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혹시나 아이가 면담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는지, 긴장해서 제대로 답하지 못한 건 아니었는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담담했고, 면담에 최선을 다한 덕분인지 한결 후련해 보였습니다. 아직 1차 결과를 알 수는 없었지만, 약 한 달 뒤로 예정된 2차 면접을 스스로 준비해 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날 저녁, 저녁식사를 하면서 저는 대기실에서 들었던 친구 엄마들의 면접 컨설팅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긴 했지만, 의논 끝에 저희는 결국 처음 생각했던 대로, 저희의 방식으로 2차 면접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결정한 데에는 아이의 한마디가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과학고 입시는 자기주도학습 전형이에요! 그런데 저처럼 자기주도학습을 제대로 하고 있는 사람을 안 뽑으면, 그게 이상한 거 아닌가요?"
저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이 말에 틀린 데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설령 스스로 준비하다가 실패했다 하더라도, 그건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일 거야. 그러니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끝까지 가보자."
그렇게 아이는 과학고 2차 면접도, 또다시 혼자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마흔일곱 번째 고슴도치 시선] 특수목적고등학교, 일명 특목고에 해당하는 과학고는 자기주도학습전형을 시행하는 고등학교입니다. 자기주도학습전형이란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 등의 서류, 그리고 면접을 통해 학생의 자기주도학습 능력과 핵심인성요소를 종합적으로 살펴, 창의적이고 잠재력 있는 학생을 선발하는 입학전형 방식입니다. 이 전형을 시행하는 학교로는 특목고인 외국어고, 국제고, 과학고를 비롯해 자율형 사립고(자사고)가 대표적이며, 일반고 가운데서는 전북 익산고등학교가 이에 해당합니다.
지난 에피소드들에서 보셨듯, 제 아이는 학교 생활도, 과학고 입시 준비도 스스로 해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자기주도학습 능력만큼은 충분히 검증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비록 선행학습을 하지는 않았지만, 중학교 3년 과정을 충실히 익혔고, 학습에 임하는 태도나 잠재력도 그만하면 충분하다고 느꼈습니다. 아마 아이 스스로도 그런 점에서, 자신이 자기주도학습전형에 잘 맞는 지원자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다음 이야기] 과학고 입시 엿보기
이 이야기의 첫 단추 영유아편과 본격적인 교육 이야기를 담은 초등 편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