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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고에 가려면?!

중등 편

by My Way

"과학고에 가려면 언제부터 준비해야 하나요?"


아이가 과학고에 입학한 뒤, 그전까지 소소하게 운영하고 있던 제 블로그를 개편해 아이의 과학고 일상과 정보를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를 과학고에 보내는 과정에서 과학고 경험담과 실질적인 조언을 얻고 싶었지만, 참고할만한 자료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저와 같은 고민을 할 후배 부모님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블로그를 통해 이런 질문이 들어온 것이었습니다.


일단 대답부터 하자면...

제 대답은 "중학교 때부터 준비해도 충분하다"입니다.


물론 제 주변에도 과학고, 영재고, 의치약학대를 목적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사교육에 올인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또한 그런 학원 홍보 문구도 봤습니다. 하지만, 과학고에 한한 한, 제 대답은 지금도 동일합니다.

그 이유는 지금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이는 담임선생님과 Wee 클래스(9화 서른아홉 번째 고슴도치 시선 참조) 상담선생님, 그리고 같은 목표를 가지고 함께 공부하고 있던 친구들을 통해 과학고 입학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더 자세한 것을 알고 싶어서 과학고 홈페이지를 뒤졌고, 거기서 입학설명회 외 더 중요한 자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과거의 모집요강이었습니다.


과학고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 과학고 입시는 '전기고등학교'에 해당됩니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입학 전형은 전기와 후기로 나뉘고, 일반 고등학교는 대부분 후기에 해당됩니다. 과학고는 보통 8월에 원서 접수를 시작해 11월 말경 입시가 끝나는 전기고등학교인데, 여기에 합격한 경우 후기 고등학교에 지원할 수 없습니다. 만약 피치 못할 사정으로 과학고에 합격했으나 입학을 포기하게 되면 당해연도에는 그 어떤 고등학교도 입학이 불가합니다. 그러니, 과학고 지원은 그냥 한번 해보는 것이 아닌 합격을 전제로 준비해야 합니다.


둘째, 서류평가 및 출석면담, 소집 면접(=구술 면접)의 단계를 거쳐 선발됩니다.

학교별로 이 단계를 2개의 단계로 보는 곳도 있고, 3개의 단계로 보는 곳도 있습니다. 2단계로 보는 경우에는 지원자 전원을 대상으로 출석면담을 실시해 그중 1.5배 정도를 뽑고, 소집면접을 보는 경우가 이에 해당됩니다. 3단계로 보는 학교는 서류평가로 2 배수 정도를 뽑고, 출석 면담에서 다시 1.5 배수를 뽑아 마지막 구술면접을 보는 경우가 이에 해당됩니다.

2026학년도 기준, 인천과학고, 인천진산과학고, 대전동신과학고, 경남과학고, 창원과학고 등이 3단계 전형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셋째, 각 학교별 소정 양식의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서류제출 시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야 하고, 이 자기소개서는 출석면담 시 본인 작성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한 자료로 활용됩니다. 자기소개서에 써야 할 내용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일단 지원동기를 써야 하고, 과학고등학교인 만큼, 수학과 과학(간혹 정보도 포함) 분야에서 자기 주도적으로 수행한 탐구 사례를 작성하는 것이 공통적입니다. 그리고 진로계획이나 배려, 나눔, 협력, 타인존중, 규칙준수, 소통능력, 리더십과 같은 덕목 중 구체적으로 실천한 사례를 기술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넷째, 전형 단계별 내신 성적 반영 과목은 과학과 수학이 대부분이지만, 예외도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내신 성적을 반영하는 과목은 과학과 수학(각 50%)입니다. 하지만, 제출하는 생기부에 수학과 과학 성적만 기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부 학교에서는 서류 평가 시 생활기록부 전체 영역을 종합 검토하겠다고 명시한 곳(2026학년도 기준, 강원과학고)도 있고, 3학년 1학기 성적에 한해서만 학교생활기록부 전체 영역을 종합 검토하겠다고 한 곳(2026학년도 기준, 경북과학고)도 있습니다.

그 외 다른 학교들도 특이사항이 있을 경우, 예를 들어 성적이 너무 낮은 과목이 있다거나 결석이 많다거나 하는 경우 출석면담 시 이유를 묻기도 합니다. 즉, 수학과 과학을 기본적으로 보지만, 과학고 수업을 따라갈 역량이 되는지 전반적으로 검토하는 것 같습니다.


다섯째, 내신 성적 반영학기는 최근 3학기(3학년 1학기, 2학년 2학기, 2학년 1학기)*가 대부분이고 학기별 반영비율은 최근 학기의 반영률(40~50%)이 가장 높습니다. 물론 이 역시 예외가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1학년 1학기부터 3학년 1학기까지, 5개 학기 중 자유학년(기)제를 제외한 최근 3개 학기의 성취도와 수강자수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2학년 1학기~3학년 1학기까지의 성적이 반영됩니다. 하지만 학교별로 차이가 있습니다.

2026학년도 기준, 세종과학고, 한성과학고, 인천과학고, 인천진산과학고, 경남과학고, 창원과학고 등은 최근 3학기 성적을 기본으로 하지만, 소집 면접(=구술 면접) 시에는 3학년 2학기 성적도 반영합니다. 충북과학고는 서류평가에서부터 자유학년(기)제를 제외한 최근 4학기 성적(1학년 1 or 2학기~3학년 1학기)을 반영합니다.

* 부산과학고, 부산일과학고, 경남과학고, 창원과학고의 경우, 2027학년도(2025년 기준 중학교 2학년)와 2028학년도(2025년 기준 중학교 1학년)에 내신 성적 반영학기를 변경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1학년 성적 or/and 3학년 2학기 성적까지 포함될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아이가 가고 싶어 했던 학교의 경우, 2단계(서류평가 및 출석면담, 소집면접)로 전형이 이루어졌고, 최근 3학기(3학년 1학기, 2학년 2학기, 2학년 1학기)수학과 과학 성적이 반영되었습니다.

아이는 이미 선생님들과의 상담을 통해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1학년 공부를 소홀히 하진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과학고 원서를 쓰기 전까지 학교 내에서의 경쟁이 남아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 아이가 다닌 학교의 동학년 학생수는 약 340명이었습니다. 그중 과학고 진학 의사를 명확히 밝힌 학생은 10명 남짓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모든 학생에게 과학고 원서를 쓸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 아이는 과학고에 가겠다는 선언 이후, "수학과 과학은 무조건 A 받기, 최소한 상위 3% 안에 들기" 같은 목표를 세웠습니다(4화 참조). 하지만 실제로는 상위 1% 안에 들었고, 중3이 되어 과학고 원서를 쓴 학생은 제 아이 포함 다섯 명뿐이었습니다.

* 그 당시에는 출석면담 전에 필요시 입학사정관이 지원학생 학교로 찾아와 학생을 검증하는 단계를 거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중학교 내에서 자체적으로 학생들을 선별했던 것 같습니다. 그 선별 기준은 과학과 수학 분야의 재능과 잠재력이라고 되어 있지만, 아무래도 성적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은 입학사정관의 학교 방문 절차는 거의 사라지고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제 2학년이 된 아이는 본격적으로 과학고를 향한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마흔 번째 고슴도치 시선] 중학교 2학년 때, '청소년 직업인성검사'라는 것을 학교에서 했습니다. 이 검사는 민감성, 외향성, 지적개방성, 친화성, 성실성 등의 항목을 평가하고, 각 특성과 관련된 대표적인 직업을 분류하는 검사였습니다. 제 아이의 결과를 보면, '외향성'에서는 리더십과 활동성이, '지적개방성'에서는 상상, 지성, 가치가, '성실성'에서는 자기 유능감, 정돈, 자율 항목이 매우 높음으로 나왔습니다. 그중에서도 '지적개방성'의 가치 항목과 '성실성'의 자기 유능감 항목이 두드러졌는데, 그 특성은 다음과 같이 해석 가능합니다.

지적개방성의 가치 : 가치는 언제든 재검토 가능하다고 생각하여, 새로운 것을 잘 수용하고 편협하지 않음

성실성의 자기 유능감 : 자신을 유능하고, 잘 준비되어 있다고 자각

이 결과지가 모든 것을 말해주진 않지만, 초등학생 시절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던 모습(2편 19화 참조)을 생각하면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또한 '근자감'처럼 보였던 면도 아이가 가진 성향의 한 부분이었구나 싶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제 아이는 나이를 한 살씩 먹으며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자라날지, 그 변화가 더 궁금해졌습니다.




[다음 이야기] 책에서 찾은 꿈




이 이야기의 첫 단추 영유아편과 본격적인 교육 이야기를 담은 초등 편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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