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찾은 꿈

중등 편

by My Way

1학년 2학기, 자유학기제 덕분에 아이에게는 독서에 몰입할 수 있는 여유 시간이 생겼습니다.

물론 1학기에도 틈틈이 책을 읽긴 했지만, 성적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나자 보다 자유롭게 관심 있는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아이의 눈에 한 권의 책이 들어왔습니다. 그것은 바로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에 재직 중이신 정재승 교수님의 "뇌과학자는 영화에서 인간을 본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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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하게 과학을 좋아하고 잘하던 아이는, 이 책을 읽은 이후 '뇌과학'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궁금해하며 관련 책들을 다양하게 찾아 읽었고, 그러면서 뇌의 원리를 기술로 구현하는 '뇌공학'에까지 관심을 확장해 나갔습니다. 즉, 과학고 입학 전까지 아이의 꿈은 '뇌공학자'였습니다.


'뇌과학과 뇌공학은 뭐가 다르지?'

아이가 관심을 보이자, 저도 덩달아 두 분야의 차이가 궁금해졌습니다. 조사해 보니, '뇌과학'은 뇌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학문으로 생명과학을 기반으로 하고, '뇌공학'은 뇌의 원리를 활용해 기술을 개발하는 분야로, AI(인공지능)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었습니다.


사실, 지금 제 아이는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AI 분야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보이는, 현재 가장 핫한 분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 아이가 AI 분야를 선택하게 된 것에는, 중학교 시절 읽은 책 한 권의 영향이 가장 컸다고 생각합니다. 그 책은 아이의 꿈이 되었고, 진로가 되었으며, 진학에도 큰 영향을 준 셈이니까요. 뇌공학자가 되고 싶었던 아이는 과학고에서 관심 분야를 확장해 AI 전문가로 발전시켰고, 그 꿈은 대학을 넘어 대학원에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이스크림 자판기(9화 참조) 외에도, 과학고에 입학해야 할 이유를 찾은 아이는 본격적으로 과학고 입시를 준비하면서 자신의 꿈과 관련된 활동들을 학교 생활 내내 차근차근 밟아나갔습니다.


그 첫 번째가 독서활동이었습니다.


아이가 중학생이 되고 나서 보니, 초등학생때와 달리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아서 독서를 마음껏 하기가 쉽진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아이는 중학교에 입학한 뒤 평균적으로 월 1권 이상의 책을 읽었습니다. 관심 분야인 뇌공학 관련 서적을 많이 읽긴 했지만, 독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수학이나 인문 분야의 책도 함께 읽었습니다.


책 선택은 주로 학교에서 제공하는 '중학생이 읽어야 할 필독서'를 기반으로 하되, 아이가 진학하고자 하는 과학고에서 추천하는 독서 리스트도 참고하였습니다. 책 선택은 8:2의 비율로 아이의 취향을 존중했는데, 너무 재미만 쫓진 않도록 적절한 선(2만큼)에서 개입을 하는 정도였습니다.


책을 읽고 난 뒤에는 간단하게나마 책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 읽게 된 계기, 느낀 점 등을 정리해 두기 시작했습니다. 감상문이라기보다는 나중에 책 제목만 봐도 떠오를만한 핵심 키워드를 적어둔다는 느낌으로 정리한 것이었는데,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독서 기록들은 과학고 입시에 꽤나 유용하게 쓰였습니다.


첫째, 학교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에 독서 기록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 아이 학교에서는 생기부에 학생이 읽은 책 목록을 기입해 주었습니다. 필수는 아니었고, 선생님들께서는 분기별로 공지만 해주실 뿐 아이들의 자율에 맡기는 분위기였습니다.

제 아이는 오롯이 학교 제도와 정책 안에서 과학고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선생님의 말씀을 허투루 듣지 않았습니다. 선생님께서 분기별로 공지하실 때마다 아이는 미리 정리해 둔 독서 목록에 간단한 감상문을 첨부해 제출하며 생기부의 '독서기록'을 체계적으로 채워나갔습니다.

이러한 기록은 과학고 입시에서 학생의 자기 주도적 학습과 관심 분야를 보여주는 자료로 활용되었습니다.


둘째, 과학고 입학 시 작성해야 하는 자소서 독서항목*에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가 진학을 희망한 과학고의 자소서에는 '특별한 독서' 한 권을 선택해 그 책을 읽게 된 계기, 책을 읽고 느끼거나 배운 점, 자신에게 준 영향 등을 간단하게 서술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아이는 학교생활 내내 다양한 책을 읽은 덕분에, 자소서에 기록할 특별한 책을 쉽게 선택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자신의 진로와 관심사를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었습니다.

* 자소서의 '독서' 항목은 모든 과학고에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2026학년도 기준, 한성과학고, 부산일과학고, 인천과학고, 인천진산과학고, 대전동신과학고, 울산과학고, 강원과학고, 충북과학고, 전북과학고, 창원과학고는 자소서에 독서 항목이 없습니다. 반면, 일부 과학고에서는 독서 기록을 자소서에 반영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 세종과학고 : 의미 있게 읽은 도서 3권

- 부산과학고 : 수학,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중 1권

- 대구일과학고 : 특별한 독서 1권

- 경기북과학고 : 의미 있게 읽었던 책 1권

- 충남과학고, 경북과학고, 경산과학고 : 수학, 과학 분야 3권 + 인문, 사회 분야 3권 = 총 6권

- 전남과학고 : 수학, 과학, 진로, 교양 분야 중 2권

- 경남과학고 : 수학과 과학(정보 포함) 2권

- 제주과학고 : 권수 제한 없이 진로, 교양 관련 독서


셋째, 출석 면담이나 소집 면접에서 독서 관련 질문에 대비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가 읽은 책 대부분은 스스로 선택한 관심 분야였기에 오랫동안 기억하는 것 같았지만, 글로 정리해 두면서 독서 리스트가 더욱 체계화되었습니다. 덕분에 입시 준비 과정에서 독서 관련 질문을 준비하기가 수월했고, 실제 면접에서도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답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제 아이의 경우에는, 출석 면담 때 "자소서에 쓴 '특별한 독서' 외에 감명 깊게 읽은 다른 책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덧붙이자면, 독서 관련 질문은 과학고뿐만 아니라 카이스트 면접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항목 중 하나입니다. 감명 깊게 읽은 책, 진로에 영향을 준 책, 인생에 의미 있는 책 하나쯤은 꼭 과학고 입시 준비를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갖고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껏 해왔던 책육아 및 책교육은 다음과 같습니다.

영유아기 시절에는 '책과 친해지기(1편 6화 참조)'에 방점을 찍었고, 초등 저학년 때는 '책은 재미있는 것(2편 5화 참조)'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고학년에 올라가서는 독서가 단순한 재미를 넘어 '사고력을 키우고 스스로 탐구하는 힘을 기르는 역할(2편 12화 참조)'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다독보다는 정독을 하며 다양한 책을 접하도록 유도했습니다.

그렇게 독서 습관을 들인 덕분인지, 아이는 중학생이 되어 바쁜 학교생활 속에서도 틈틈이 책을 읽었고, 인생에 전환점이 되는 귀한 책을 만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중학교 시절, 아이의 독서에서 나타난 한 가지 특이점은 '과학 잡지'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초등학생 때는 '어린이 과학동아' 같은 것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학교 도서관에서 '뉴턴 하이라이트(Newton Highlight)' 잡지를 접하고는 꾸준히 읽고 싶어 했습니다.

저는 영유아시절 책육아 방식(1편 6화 참조)을 그대로 적용해, 매달 구독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고, 관심 있는 주제가 포함된 잡지만 골라 사주었습니다. 아이는 순서대로 읽어야 한다는 강박 없이,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읽으며 관심 분야에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독서 외에도, 과학고 입시를 위해 학교 생활 내내 챙겨야 할 것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 두 번째는 바로 성적이었습니다.




[마흔한 번째 고슴도치 시선] 중학교 2학년 담임선생님께서는 1, 2 학기 모두 아이에 대한 코멘트를 남겨주셨습니다. 이번 고슴도치 시선은 이 코멘트로 갈음하겠습니다.

1학기 : OO이는 늘 호기심을 가지고 여러 가지 분야에 탐구하는 모습과 질문하는 모습이 멋진 학생입니다. 학급 친구들과도 원만하게 지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학업 성적 또한 매우 우수합니다.

2학기 : OO이는 좋은 인상과 예의 바른 태도로 인사성이 밝고 바른 자세로 수업시간에 집중하여 여러 교과 선생님들의 칭찬을 많이 받았습니다. 등교시간을 비롯하여 약속시간과 교칙을 지키며, 용모가 단정하여 다른 급우들에게도 모범이 되었습니다.




[다음 이야기] 자꾸 교훈을 얻는 아이




이 이야기의 첫 단추 영유아편과 본격적인 교육 이야기를 담은 초등 편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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