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

소위 김하진

by My Way

실제로 만난 적은 없지만 브런치라는 공간에서 친분을 쌓아온 작가님들이, 올해도 출간소식을 속속 전해주고 계십니다. 모든 책을 다 소장하고 싶으나 여러 여건상 그럴 순 없고, 몇몇 분들의 책만 겨우 구입해 읽고 마음에 담아두거나 제 블로그를 통해 '독후감'을 남겼습니다.


그런데 브런치 연재를 주 1회로 줄이고 나니 이렇게 책도 읽고 독서 감상문을 남길만한 시간적 여유가 생기네요. 그래서 아주 많이 늦었지만 브런치 작가님들의 책에 대한 감상문을 정리해 볼까 합니다.


그 첫 번째는 소위 김하진 작가님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입니다.

SE-2299ba66-eec8-49df-8147-950e4d17d247.jpg 출처 : 지혜의 동산 블로그




소위 작가님을 브런치에서 알게 된 후, 저는 세 번 놀랐습니다.


그 첫 번째는 '소위'라는 필명이 '소소한 일상의 위대한 힘'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입니다. 당연히 군인 계급을 연상했던 필명이 이런 깊은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놀라면서, 제 나름 의미를 담기는 했으나 제 필명이 조금 부끄러워졌었습니다.


두 번째는 에세이로 작가님을 처음 접했는데, '소설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입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에세이와 수필을 잘 구별하지 못하던 때였지만, 소설과 수필에서 필요로 하는 필력이 다르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의외의 행보에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마지막으로,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는 책을 읽고 난 뒤 마음에 남은 울림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책이 출간되고 난 뒤 많은 작가님들이 서평을 남겨주시는 것을 보며 저도 간단한 리뷰 정도는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리뷰는커녕 생각정리가 잘 되지 않아서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그렇다고 소위 작가님의 에세이가 어려웠다거나, 글이 잘 읽히지 않았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작가님의 과거를 읽으며 함께 안타까워했고, 불행한 상황에 울컥했으며, 그 순간들을 잘 이겨내고 담담하게 써 내려간 글에 안도하며 읽었습니다. 그런데도 그 안의 감정들이 저에게 오롯이 닿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제가 블로그에 리뷰를 남긴 것은 작년 9월쯤이었습니다.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가 2쇄에 들어간다는 소식과 전자책 출간 소식이 들렸고, 소위 작가님께서 다시 '소설'을 쓰기 시작했던 그즈음이었습니다.

왜 그때가 되어서야 리뷰할 결심을 하게 된 것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시간이 흘러도 마음에 남는 그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에세이는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59개의 부사로 작가의 삶을 녹여내고 있습니다. 작가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에 때로는 아프게, 때로는 슬프게 부사들이 쓰이고 있습니다.


대체로,

너무, 아무리,

결코, 제발, 억지로,

언젠가, 설령, 감히, 아무튼,

어차피, 만약, 하염없이, 그럭저럭, 갓,

하필, 자꾸, 거의, 하마터면, 무턱대고, 일단,

지금, 유난히, 이토록, 가끔, 도저히, 또다시, 가장,

문득, 벌써, 기어이, 꾸준히, 비록, 언제나,

어쩌면, 차마, 미처, 무심코, 설마, 혹시,

괜히, 솔직히, 함부로, 갑자기, 잠시,

오직, 먼저, 함께, 당연히, 반드시,

아마, 과연, 아직, 거저, 덜,

더, 아예, 제대로,

마침내


그리고 그중에서 작가님은 일단, 꾸준히, 마침내라는 부사로 만든 "일단 해보는 거야. 꾸준히 계속하는 거야. 마침내 될 거야."라는 문장을 남기셨습니다.


이 에세이의 가장 큰 매력은 작가의 이야기를 읽고, 누구나 이 부사를 이용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예를 들면 이렇게요.

"언젠가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토록 간절하다면. 그러니 제대로 한번 해 보자."


아주 많이 늦은 리뷰이지만, 작가와 함께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삶에, 부사가 없는, 삶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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