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착각 여왕

유혜연(연글연글)

by My Way

저의 두 번째 독후감 픽은 '연글연글(유혜연)' 작가님의 <유쾌한 착각여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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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기억에 남아 있는 작가님의 글 중, 가장 많이 웃었던 에피소드는 '유산으로 받은 머리털'이었습니다.

한밤중, 꿈속에 나타나신 시아버님께서 한 손엔 집문서를, 다른 손엔 머리카락을 들고서 "유산으로 무얼 받을 테냐!"라고 물었는데, "머리털을 주십시오!"라고 했다는 이야기.


아니, 왜???
집문서를 달라고 했어야쥐~.


감정이입하며 혼잣말을 했더랬죠.

그래서, 작가님께서 책을 냈다고 하셨을 때, 그런 유쾌한 이야기를 실컷 읽을 수 있겠다 싶어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유쾌하기만 한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제1장 은퇴부부의 동거 일기]는 10년 뒤 제 모습을 미리 보는 듯해서 빠져들었죠.

물론 작가님의 반쪽과 제 반쪽은 '머리털' 빼고 많은 부분에서 다르지만 은퇴 후 매일 함께하다 보면 저도 콩깍지가 벗겨질 테고, 남편도 여성 호르몬에 지배당하게 되는 날이 오겠죠?

지금도 거울 앞에 서 있는 시간이 저보다 더 긴데, 레티놀쯤이야~.


[제2장 손녀랑 할미랑]은 할머니의 황혼 육아일기쯤으로 생각하며 읽다, 문득 친정부모님이 떠올랐습니다.

가난한 대학원생 부부였던 저희는 아이가 태어났을 때도 여전히 공부 중이었기 때문에, 학위를 받기 위해서 결국 친정살이를 택했습니다. 그렇게 친정부모님께서는 3년을 꽉꽉 채워 아이를 키워주셨고,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가까이 살면서 손을 보태주셨습니다. 그 당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던 동생도 제 빈자리를 채워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습니다.

저는 제 일상이 너무 바쁜 나머지, 시간의 흐름대로, 그 당시의 상황에 맞춰 열심히 살았습니다. 학위도 받았고, 육아와 병행하며 여러 일거리를 찾아다녔죠. 그런데 작가님의 글을 읽다 보니 제 부모님께서도 손자와 함께 보낸 시간만큼 그 빈자리가 크고 허전했을 텐데,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미 아이는 성인이 되었는데... 너무 늦게 알아차린 듯하여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그 밖에 [제3장 가족, 내 삶의 합창단][제4장 나는 이제 유쾌한 할머니를 꿈꾼다]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넘나드는 작가님의 삶과 꿈이 잘 드러나서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브런치에서 읽었던 기억이 있는 글도 종이책으로 읽으니 색다른 맛이 느껴지더라고요.


연글연글(유혜연) 작가님의 <유쾌한 착각 여왕>은 책 제목처럼 유쾌한 이야기이면서, 삶을 먼저 살아온 인생 선배의 현실 공감 스토리입니다.

'나를 살게 하는 나만의 착각을 품고, 호호호 웃는 우아한 여성보다 하하하 웃으며 살아가는 유쾌한 착각 여왕이 되겠다'는 작가님처럼, 저 역시 솔직하고 당당한 노년을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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