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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 Way Dec 05. 2024

방과 후 사교육

초등 저학년(3)

내가 생각했던 아이의 초등학교 1학년 모습은 오전 수업, 혹은 급식 후 집에 돌아와 간식을 먹고,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실컷 놀다가 저녁 무렵 집에 돌아와 다음날 등교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등교 첫날부터 내 상상은 완전히 깨졌다. 


아직 학교 생활이 서툴고 적응이 필요해, 하교 시간에 엄마들이 정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그 기간조차도 아이들은 방과 후 각종 학원으로 흩어졌다. 

나와 울 신랑은 "초등 1학년이 과학, 수학, 영어 학원에 꼭 다닐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학원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상태였는데, 울 아들이 "학교 마치고 함께 놀 친구가 없어요."라고 말하길래 주변을 둘러보니, 정말 우리 빼고 거의 대부분이 사교육을 받고 있었다. 


"흠, 우리 OO이가 너무 심심해서 어떡하지?"

하교 후, 아이와 단둘이서 시간을 보내면서도, 뭔가 방법이 없나 고민이 되기 시작할 무렵, 아이가 대뜸 "학교 앞에 있는 OO 태권도장에 친구들이 많데요."라고 했다. 

"그래? 너도 그럼 OO 태권도장 가볼래? 가보고 지난번처럼 무서우면 돌아와도 좋고."


아이가 먼저 나선 일이라, 서둘러 아이와 함께 OO 태권도장에 가봤는데, 마침 아이 또래 친구들이 수련을 받고 있었다. 아이도 관심을 보이고, 수련을 받던 친구들도 알은체를 하자, 관장님께서 1시간 무료 수업을 제안하셨고, 아이들과 어울려 1시간을 실컷 놀다 집에 돌아왔다.

"OO 태권도장, 다니고 싶어요."

사실, 태권도는 어릴 때부터 시키고 싶었던 것 중에 하나였기 때문에, 아이가 가고 싶다고 말하니, 너무 반가웠다. 그날 이후 울아들은 평일 방과 후엔 태권도장을 다니게 되었고 초등학교를 다니는 내내 태권도장을 꾸준히 다녀 결국 검은띠(3단)를 따고 그만두었다. 


태권도장에 다니면서부터는 월~금요일, 학교 수업을 마치면 바로 태권도장으로 달려갔고, 아이들과 어울려 수련도 받고, 놀기도 하면서 1~2시간을 보낸 후, 집으로 돌아와 간식을 먹었다. 

그런데, 하루는 태권도장에서 돌아와 간식을 먹으면서, "엄마, 피아노학원도 다녀야 할 것 같아요."라고 하는 것이다. 

"갑자기? 왜?"

"오늘 음악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악보를 주시면서 악보를 보고 계이름으로 부르라고도 하고, 음악 기호 같은 것도 이야기하시는데, 나만 모르더라고요."


솔직히, 아이의 말에 놀랐다. 

학교에서 처음부터 하나하나 가르쳐 주는 게 아니라 "사전 교육"을 이미 받았다는 전제하에 가르친다는 사실이 너무 놀라웠다. 

결국 학교 교육이 사교육을 부추기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아이가 필요하다는데...


그래서, 울 아들은 음악 이론을 배우기 위해 태권도장 맞은편에 위치한 피아노학원을 다니기 시작했고, 본인 스스로 어느 정도까지 악보를 보고 악상 기호를 이해하며,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고 판단될 때까지 다니다가 어느 날 그만 다니겠다고 했다. 그게 3학년말까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도 그때 배운 실력으로 집에서 피아노를 간간히 친다. 악기를 다룰 수 있다는 건 좋은 취미라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하지만, 그 선택이 공교육의 결여로 인한 것이란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아이의 방과 후 활동에 태권도와 피아노라는 변수가 생겼지만, 피아노는 1주일에 한번 정도라 여전히 다른 친구들에 비해 자유로운 시간들을 보냈다. 

친구들과 시간을 더 보내고 싶어 했지만, 그렇다고 학원을 따라가는 것은 아닌 것 같아 아쉬운 대로 태권도장에서 열정을 쏟아가며 친구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아이의 방과 후 활동에 미술학원까지 더해지는 사건(?)이 생겼다.

학교에서 미술 수업을 했는데, 아이의 그림이 독특했는지 친구들이 아이의 그림을 무시하고 놀리는 상황이 벌어진 것 같았다. 물론 객관적인 입장에서 봐도 울 아들의 그림과 미술작품들은 일반적이진 않았다. 

예를 들면, 접은 딱지로 뭔가를 만드는 미술수업의 경우, 대부분의 아이들은 X자 모양이 앞으로 나오게 두고 작품을 만드는데, 울 아들은 뒤집어서 뭔가를 만들어 냈다. 그래서 교실에 전시되어 있는 것들 중 뭔가 좀 특이하고 이상한 것들은 죄다 울 아들의 작품이었다. 

나는 그런 것들이 재미있고 흥미롭다고 생각해서 아이의 작품을 볼 때마다 "피식"하고 웃긴 했지만, 그렇다고 작품이 너무 이상하다거나 못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 당시 담임선생님께서도 아이의 미술 작품에 대해 특별히 다른 언급을 하시진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친구들 눈에는 영 이상했던 모양이었다. 


그런 일로 주눅이 들 아이는 아니었지만, 아이의 남다른(?) 예술감각이 정형화된(?) 평가로 인해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과 혹시나 마음에 상처를 입지는 않았을까 하는 걱정에, 아이의 자존감을 세워주려는 목적으로 "창의 미술"을 가르치는 곳을 찾아 약 6개월 정도 1주일에 한번 수업을 들었다. 

내가 찾은 곳은 1:1 수업을 해주는 곳이었고, 그림 그리기 외 만들기, 재료 체험하기 등 다양한 수업을 하는 곳이었는데, 선생님과 작품을 만들어 나가면서 자신의 작품이 독특하고 다를 뿐 틀린 게 아니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는지, 이후에는 어떤 경우에도 소신대로 작품을 만들어 내었던 것 같다. 

대신, 학교 수업에서의 미술과목 점수는... 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 당시 아이가 입학했던 학교는 아이들도 그렇지만, 엄마들의 학구열도 대단했던 것 같다. 

1학년때부터 수학 단원평가를 매달 쳤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험도 있었다. 그런데, 더 놀라웠던 것은 시험기간엔 학교 주변 아파트의 놀이터가 텅텅 비었다는 사실이다. 어린 동생들까지도 OO 초등학교 시험기간엔 놀이터에서 놀지 못하는 게 국룰인 듯, 누구도 불평하는 사람 없이 시험기간 1~2주는 온 동네가 조용했었다. 어쨌든, 그런 열정들이 있다 보니,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임에도 불구하고, 학원이며, 과외며, 학습지며 학교 성적에 굉장히 예민했던 것 같다. 


반면, 나는 좀 느긋했다. 

'이제 겨우 1학년인데, 학교 수업 열심히 듣고 오고, 숙제만 제대로 하면 되지, 뭘 더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매일 오늘은 뭘 배웠는지 따로 챙기지 않았고, 예습, 복습도 딱히 시키질 않았다. 다만, 시험이 있다고 미리 공지가 되면 그때서야 시험 범위에 해당하는 부분을 아이와 함께 보면서 어려워하는 부분은 없는지, 이해를 잘 못하는 부분은 없는지 체크했다. 

사실, 그 당시의 나는 "선행"이라는 단어에 아예 관심이 없었다. 아이가 중학생이 되고 나서야, "선행"이라는 단어가 귀에 꽂혔던 것 같다. 그저 아이의 학년 수준에 딱 맞는 만큼만 공부를 하면 되지, 그 이상을 왜 해야 하는지조차도 이해하지 못했다. 아마, 평소 학교 수업 외 공부는 1도 안 하다가 시험 치기 전날에서야 복습 위주의 공부를 하고 가는데도, 아이가 예상외로 시험을 잘 치고 왔기 때문에 위기의식 같은 게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주변에서 "OO 이는 학원 어디 다녀요? 과외는 안 시키나요? 학습지 뭐 시켜요?"라고 자꾸 물으니,  '뭐라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주변 친구 엄마들이 추천해 준 "눈높이 수학"을 시켜보기로 하고, 1회 무료강의를 신청해 봤다.


선생님이 집으로 찾아오셔서, 1:1 테스트를 진행하셨고, 이후 끝날 때까지 아이의 수준에 맞는 문제를 반복해서 풀도록 유도하셨다. 

"어땠어? 오늘 수업?"

"재미없었어요."


수업을 하는 동안 밖에서 가만히 지켜봤는데, 아이가 선생님 지시를 잘 따르고 있긴 했지만, 그 당시 학습지의 반복 풀이 과정이 아이에게는 익숙하지 않고, 지루한 과정처럼 보였다. 그래서 '아이고, 울 아들에게는 재미없는 수업이겠구나.' 싶었던 터라, 아이의 대답에 바로 수긍했다.

"그럼, 우린 학습지 안 하는 걸로?"

"네."


울 아들의 수학 공부는 오롯이 학교 수업에서부터 시작되다 보니, 교과서 방식을 그대로 따랐다. 일단 개념부터 챙기고, 풀이 원리를 이해한 후, 그 방법 그대로 문제를 풀었다. 그러고 나서 응용문제 순으로 넘어갔는데, 이런 방식은 문제 푸는 요령은 떨어져서 시간은 좀 걸렸지만, 문제 풀이 스킬이 아닌 정확한 원리를 알고 풀어나가는 것이라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매우 유용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울아들 성향상 그렇게 하나하나 새로운 것들을 알아가는 과정을 재미있어했기 때문에, 단순 반복 풀이식은 아무래도 맞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아이의 이와 같은 수학공부 방식을 지지했다. 

단순 암기나 푸는 방식을 외우는 건 한계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아이의 방식이 좀 느리긴 하지만, 옳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방식 역시 문제가 있었다. 옳은 방법이지만, 현 학교 시스템에서는 타협을 해야 하는 방식이었다. 아이가 초, 중, 고등학교 과정을 겪으면서 보니, "수학 문제 풀이 스킬" 없이 시험을 온전히 다 치고 나올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그 스킬은 혼자 혹은 엄마, 아빠를 통해 알게 되는 것보다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을 통해서 배우는 게 더 빠른 부분이라, 온전히 혼자 공부하는 아이에게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만든 힘든 과정이었다.  


어쨌든, 아이의 방과 후 사교육은 1학년부터 시작돼 태권도, 피아노학원, 미술학원으로 늘어났다가 3학년 이후엔 태권도 하나만 남게 되었다. 아이의 필요에 의해 선택했고, 아이가 불필요하다고 느껴 그만뒀다. 

그리고, 그 이후엔 학교에서 운영하는 "방과후 학교"를 활용해 아이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나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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