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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 Way Dec 04. 2024

학교 적응을 위한 생활 습관 잡아주기

초등 저학년 (2)

초등학교 입학을 위해 새로 이사 온 집에도 아이방이 생겼다. 

여전히 분리수면은 되고 있지 않았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다양한 책과 장난감이 가득한 아이의 휴식공간을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남은 두 방 중 하나는 "공부방"을 만들었다. 

그 공부방에 책상 2개를 놓아 한쪽에서는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독서를 하거나 숙제를 하거나 공부를 할 수 있는 장소로 활용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특별한 공부를 시킨 아니었지만, 앞으로의 학교 생활에 도움이 될만한 생활 습관은 잡아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우리는 "공부방"을 자주 활용했다. 주로 저녁식사를 마무리하고 나면 "공부방"에 함께 가서 시간을 보냈는데, 그곳에서 초등학생에게 적합한 루틴을 만들어 나갔다. 


첫 번째는 "숙제하기".

입학하자마자 숙제가 나온 건 아니어서 처음엔 저녁 식사 후 공부방에서 독서시간을 가졌는데, 첫 번째 숙제가 나오고 난 후부터는 "숙제가 있으면, 저녁식사 후에는 숙제부터 하기"를 루틴으로 정했다. 그리고 "학교 숙제는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내 도움이 필요한 숙제면 곁에서 도왔지만, 그게 아니라면 아이 혼자 숙제를 하는 동안 나는 곁에서 컴퓨터를 켜고 내 일을 했다. 


두 번째는 "책가방 싸기".

숙제를 끝내고 나면, 다음날 등교를 위한 책가방 싸기를 "함께" 했다. 가정통신문 여부를 확인했고, 알림장을 체크했다.

나는 아이가 첫 등교할 때부터 L파일을 아이 가방에 챙겨 보내면서, 선생님께서 주신 가정통신문은 구겨지지 않게 L 파일에 잘 넣어 오라고 한 덕분에 항상 온전한 상태의 가정통신문을 받아볼 수 있었다.

친구 엄마들, 특히 아들 엄마들이 자주 하는 말이, "온전한 가정통신문을 한 번이라도 받아보면 좋겠다. 구겨진 건 양반이고, 찢어져서 내용을 알 수 없는 것들도 있으니 딱 한 번이라도 온전한 걸 받아보면 좋겠다."라는 것이었는데, 다행히 나는 선수를 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가정통신문 확인 후에는, 알림장을 보면서 준비물이며 학용품이며 필요한 것들을 챙기게 했다. 

그런데... 

남자아이를 키워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어찌나 느리고 꼼지락거리는지 내 눈에는 너무 답답해 보였다. 세월아, 네월아, 가방을 싸고 있는 건지, 가방을 만들고 있는 건지...

물론, 지금 생각해 보면, 바쁠 거 하나 없는 초등학생이 책가방을 세월아, 네월하 하면서 싸면 좀 어떤가 싶은데, 그땐 왜 그게 그렇게 느리고 답답하게 느껴졌는지...

하지만, 같은 잔소리를 여러 번 하는 걸 아이도 나도 좋아하지 않아서, 나는 최대한 빨리 책가방 쌀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면서 다양한 방법을 활용했다. 

1) 알림장을 같이 확인해서 뭘 더 챙겨야 하는지, 뭘 집에 두고 가도 되는지 등을 체크한 다음, 나는 알림장을 보고 있고, 아이가 필요한 것들을 주도적으로 챙기도록 유도하기

2) 아이가 알림장을 보면서 나에게 어떤 것을 챙겨야 하는지, 어떤 것을 놔두고 가야 하는지 등을 지시하게 만든 후, 엄마가 잘 쌌는지 아이가 확인하게 만들기

3) 아이 몰래 미리 알림장을 확인한 후, 아이 스스로 가방을 챙기도록 유도한 후, 아이가 미처 챙기지 못한 것들을 몰래 옆에 갖다 둬서 챙기도록 유도하기

그렇게 가방 싸기가 끝나면, 방문 앞에 가방을 내놓게 해, 다음날 등교할 준비를 마쳤다는 표식으로 삼았다.


세 번째는 "다이어리 쓰기".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에 주로 만드는 24시간 단위의 계획표가 아니라, 다음날 중요한 일정을 확인하고, 해야 할 일을 정리하는 일종의 일일 다이어리를 쓰게끔 했다. 책가방을 다 싸고 나면, 다이어리 공책을 꺼내 아이가 생각하는 일정과 내가 생각하는 일정을 서로 공유해 내일 해야 할 일을 미리 점검하게 했다.

태권도를 가야 하는 날인지, 피아노학원을 가야 하는 날인지, 엄마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학교 시험(?) 준비하기".

초등학교 입학 후, 아이들이 학교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하자, 겨우 1학년인데도 불구하고, 수학 단원평가와 받아쓰기 같은 시험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수학 단원평가 같은 경우에는 100점을 받으면 "상장"을 주기도 했다. 

대부분 알림장에 단원평가나 받아쓰기를 언제 할 것이라는 안내가 하루 전 혹은 일주일 전에 있었기 때문에, 그런 날에는 다이어리까지 다 쓰고 나면 잠들기 전까지 시험공부(?)를 했다. 일단, 아이가 100점을 받고 싶어 했고, 상장을 받고 싶어 했기 때문에 교과서와 참고서를 이용해 시험범위 부분을 복습하는 정도의 공부를 했다. 내 생각에, 초등학교 때까지는 교과서의 이해를 돕게 만들어진 참고서만으로도 수학 단원평가 정도의 시험 준비는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랬다. 

아이가 수학 시험공부를 해야 할 때, 나는 아이를 혼자 두지 않았다. 아이가 수업 시간에 배운 방법으로 수학문제 푸는 걸 지켜봤고, 내 판단에 좀 더 효율적으로 풀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제대로 풀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 나면, 혼자서 풀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다 풀고 나면, 어떤 문제를 틀렸는지 같이 확인했고, 틀린 문제는 숫자만 바꿔서 다시 풀어보는 과정을 반복했다. 

아직 1학년이라 한 달에 한두 번 정도에 불과한 시험이긴 했지만, 학교 정책에 맞춰 시험공부를 시키면서도 벌써 이렇게까지 경쟁을 시키고 학습을 시켜야 하나 하는 의문이 생기긴 했다. 


매일 평일 저녁 공부방에서 이루어진 루틴들은 나와 함께, 혹은 내 시선 안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잘 지켜졌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들은 아이가 좋아하는 책 읽기로 마무리되었다. 

독서는 공부방에서 하기도 했지만, 특별히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이루어졌다. 아이 책들은 모두 아이 방 책장에 꽂혀 있었기 때문에 아이 방에서 혹은 거실에서 혹은 공부방에서, 아이가 원하면 어디서든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이 시기 아이가 가장 좋아했던 책은 "WHY 시리즈", "수학도둑", "내일은 실험왕", "내일은 발명왕" 등 다양한 학습 만화책이었는데, 시리즈물인 WHY 책조차도 전집을 사주지 않았고, 그때그때 흥미 있는 주제에 맞춰 순서에 상관없이 한 권씩 사주었다.

처음에 "학습만화책"에 흥미를 보였을 때는 "학습"이라는 단어보다 "만화책"이라는 단어에 꽂혀, '이걸 사주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내용은 꽤나 흥미롭고 유익했지만, 자칫 만화책에 빠지면 호흡의 글들은 읽기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울 아들은 WHY 책 한 권을 정말 여러 번, 정말 깊게 읽어 각주로 달린 내용까지 달달 외울 정도였고, 틈틈이 다른 동화책들도 읽는 모습을 보여 그 뒤로는 아이가 원하는 학습만화책은 대부분 사주게 되었다. 활용을 100프로 이상 하는데 안 사줄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책을 읽고 알게 된 지식을 뽐내고 싶어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아이가 책의 내용을 이야기해주고 싶어 하면, 언제든 아이와 눈을 맞추고 아이의 이야길 들어주었다.

우리에게 있어 WHY 책은 늘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더 많은 지식을 얻고 싶어 하는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었던 고마운 책이었다. 


[에필로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나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강의 외 3년짜리 계약직 프로젝트가 들어왔는데, 아이가 학교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난 뒤기도 했고, 시간도 자유로운 편이라 수락을 했다.

그래서, 아이가 아침에 등교를 하고 나면 바로 출근을 해 일을 하다가, 아이가 하교하기 전 집에 돌아왔고, 나머지 일들은 저녁식사 후 아이와 함께 공부방에 있을 때 처리하는 일상이 시작되었다. 

내가 아이 하교 전에 집에 돌아왔던 이유는, 아이가 텅 빈 집에 들어오지 않길 바라서였다. 적어도 초등학생일 때는 언제든 엄마가 집에 있다는 믿음, 혹은 든든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혼자라는 쓸쓸함을 느끼지 않길 바라서였다. 

내 마음이 아이에게 통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부터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고 계시는 친정부모님의 도움 없이도 일과 교육, 두 가지가 순조롭게 이루어졌고, 아이도 무럭무럭 잘 자라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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