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림자로 울 수 있나
숲에 잠긴 구름들이 턱을 괴고,
발목부터 어두워지는 난간을 바라본다
옥상에서 떨어지는 당신이 긴 그림자로 흩어진다
죽은 빛을 덮으면 모든 것이 살아나고 거울을 앓으며 수없는 궤도들이 자라난다 하나를 잃으면 셀 수 없이 많은 당신이 탯줄을 타고 전생으로 돌아갈 때― 나는 비로소 구름 저편에 닿는다
한밤중 전구처럼 너는 종종 어둠을 잃는다 그것으로 종종 우리는 연결되기도 하지만 한밤중 고요―
그것으로 우리의 염원은 영원한 질문처럼 사라지고 만다 한 마리 이름 모를 짐승이 온다 그림자를 뒤집어쓴 짐승, 그림자는 아마 늑대이거나 굶주린 뱀의 가죽일지도 모른다 어둠이 짙어서 나는 한 마리 그림자도 앓지 못하고 모서리 모양으로 엉엉 소리 내어 운다 오늘밤 투박한 종이 위에 회오리 분다
우리는 괄호처럼 살 수 있나
이 미친 흔들림 속에서 쪼그라든 창문을 열면 보이는 곳은 알 수 없는 푸른 손금과 그 길을 따라가는 갈가리 찢긴 그림자, 구름으로 태어나서 구름으로 지워지는 痕의 연혁들―
그 즈음의 묘비와 빛
洞空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섬기는 도형들의 노래
누가 우리에게 그림자를 지어주었나
아무리 의미를 배반하는 시라도 너무 허무하게 끝이 나는 결말은 원치 않는 거여서 나는 어둠 속에서 둥글고 환한 빛을 풀어놓기로 한다 마지막 행으로 불행해지지 않는 시
과연 네게 그런 시가 가능할 까 망설이다, 위험해진다 펜 대신에 窓이라는 누명으로
흩어진 빛들을 모아서 써 보기로 한다 구름과 함께 자라는 그림자가
반짝이는 물비늘을 따라
시작보다 긴 끝으로
누르면 비릿해지는 난간을 따라
난간은 정확하게 슬퍼하지 못해서 매번 눈물을 삼키는 거였다 그리하여 입을 다물고 가늘고 긴 그림자로 곧잘 흩어지는 거였다 죽은 빛이 살아나서 당신이 탯줄을 타고 전생으로 돌아가는 풍경을 구경하며
나는 도형처럼 구름의 저편을 꿈꾸었다
누구도 그리워하지 않을 구름 저편에서
금이 간 색조들이 펄럭이는 금빛 찬란한 沒我들의 고향―
길이 번지고 빛이 걸어온다 오래전에 실연해 앙상해진 절벽이 투신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리하여 희망이다 당신이 내게 달려간다 구름처럼 영영 벗어나는 쪽으로
<시작노트>
인류는 타인의 현실을 액자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종류
동일한 현실은 없다
안타까운 것은 정련하고 재단한 언어의 한계
그래서 침묵이고
이것으로 안 되어서 예술이다
예술이므로 시는 의미가 아니라 기미의 영역이다
브런치를 다시 시작한다
차차 설명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