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흔(窓痕)

또는 구름痕

by 이병관

창흔窓痕의 무게를 견디는 침묵을 상상했다


이름의 한 칸이 지워지는 순간,


0번째 인덱스처럼 서 있는 아이가

창흔의 조각을 모았다


(들려요)


(저는 창흔의 비명이 들려요


누구에게도 읽히지 않는 창흔 모양의 독백

제멋대로 흩어지는 창흔들, 그 투명 가루들


(도대체 창흔은 왜 이렇게 날카로운 거야)


아이는 자기가 모은 창흔의조각들을 보고 입을 막았다


(삼켜버려야겠어)


아이는 힘껏 뒷걸음질 친다


창흔의 지독이―


거울에 비치는 사이


연기 형상을 한 고양이 한 마리가 마른 잎이 바스라지는 소리를 내며 걸어 간다


창흔너머로


차갑게 식은 기표 속으로


계보를 잊은


구름의 뒷면이 차오르고 있다


기억이 퇴화한 언어 밖으로


창흔이 낳은 고양이 한 마리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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