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미움의 거울]
내가 미워한 너는 내가 외면한 나

내가 남을 미워했던 건... 사실 내가 내 모습을 미워했기 때문이었어.

by BNIBNI


내가 미워한 너는 내가 외면한 나

[오늘은 미움의 거울]


숲 속에 사는 도치의 등에는 수천 개의 뾰족한 가시가 돋아나 있었고, 그 가시는 언제나 날 선 경계심처럼 세상을 향해 꼿꼿이 서 있었지요. 도치는 숲 속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그 가시를 더 단단하게 세웠어요.


"저 여우는 너무 교활해. 꼬리를 살랑이는 꼴이 정말 보기 싫어."

칭강! 또치의 등 위로 서슬 퍼런 가시 하나가 더 길게 솟아올랐어요.


"토끼는 겁쟁이야. 작은 소리에도 저렇게 호들갑을 떨다니 한심해."

칭강! 또 다른 가시가 독을 품은 듯 더 날카롭게 번뜩이었지요.


"달팽이는 너무 느려 터졌어. 대체 언제까지 저러고 있을 작정인지 몰라. 정말 답답해!"

칭강, 칭강! 이제 도치의 등은 빈틈없이 빽빽한 가시 성벽이 되었습니다.


누군가를 판단하는 말이 나올 때마다, 등 위에 돋은 가시는 독을 품은 듯 차갑게 번뜩였어요. 친구들은 도치의 뾰족한 말과 가시가 두려워 하나둘 곁을 떠나갔지요. 하지만 오히려 당당했어요.


"흥, 내가 틀린 말을 한건 아니잖아? 모두가 문제투성이라고."

그럴수록 도치의 세계는 점점 좁아졌으며, 가시는 더 크고 무거워져서 제대로 걷는 것조차 힘겨워졌지요.


무거운 가시를 짊어지고 홀로 숲을 걷던 어느 날이었어요. 타인을 향해 쏟아냈던 독한 말들이 메마른 바람이 되어 돌아왔는지, 도치의 혀는 바짝 말라붙었고 가시의 무게에 짓눌린 발걸음은 더 이상 떼어지지 않았습니다. 한 발자국만 더 내디디면 그대로 쓰러질 것만 같은 순간, 눈앞에 맑은 호수 하나가 나타났어요.


그곳은 세상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비춘다는 '진실의 호수'였습니다.

도치는 목을 축이려 물가로 다가갔다가, 수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그만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물속에는 귀여운 고슴도치가 아니라, 수천 개의 시커먼 가시에 짓눌려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괴물이 서 있었거든요. 특히 누군가를 비난할 때마다 새로 돋아났던 가시들이 도치의 가장 부드러운 살을 아프게 찌르고 있었습니다.


"이게... 나라고? 이렇게 흉측한 가시가 나를 찌르고 있었단 말이야?"

도치는 고통스러워하며 몸을 웅크렸어요. 호수는 물결조차 일지 않는 고요한 목소리로, 아니 도치의 가슴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신비로운 소리로 속삭였습니다.


"도치야, 네가 남에게 던진 뾰족한 말들은 사실 네가 가장 두려워하던 네 모습이었단다. 이제 그만 타인을 향한 비난을 멈추고, 네 마음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렴."

도치는 호수 앞에 앉아 가만히 자신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여우를 교활하다고 욕했던 건, 사실 누구보다 영리해지고 싶지만 그러지 못할까 봐 두려웠던 마음이었어요. 토끼를 겁쟁이라고 비웃었던 건, 사실 작은 바람에도 가슴이 떨리는 자신의 약한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았던 비명이었습니다. 그리고 달팽이를 게으르다고 비난했던 건, 사실 한 자리에 멈춰 서서 뒤처질까 봐 매일 불안에 떨던 자신의 조급 함이었지요.


"내가 남을 미워했던 건... 사실 내가 내 모습을 미워했기 때문이었어. 흑흑"

날카롭던 가시 끝에 맺혔던 독한 판단들이 눈물이 되어 호수 위로 똑똑 떨어지는 순간, 사방을 향해 돋아있던 빡빡했던 가시들이 부드러운 솜털처럼 가라앉기 시작했어요.


이제 도치의 등에는 자신을 지킬 만큼의 적당하고 따뜻한 가시만 남게 되었어요. 더 이상 누군가를 찌르기 위해 가시를 세울 필요도 없었습니다. 스스로를 안아줄 줄 알게 된 도치의 가시는 이제 친구들을 포근하게 지켜주는 울타리가 되었답니다. 가시를 부드럽게 뉘인 채, 숲길에서 마주친 여우에게 먼저 다가가 수줍은 인사를 건내봅니다.


Gemini_Generated_Image_fxa2whfxa2whfxa2.png 내가 남을 미워했던 건... 사실 내가 내 모습을 미워했기 때문이었어.






[에필로그]

타인을 향한 날카로운 판단은 어쩌면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두른 방어기제일지도 모릅니다. 내가 누군가를 유독 엄격하게 대하고 있다면, 혹시 그 모습이 내 안에도 있지는 않은지 가만히 물어봐 주세요. 타인이라는 거울에 비친 나의 그림자를 인정할 때, 우리의 영혼은 비로소 자유로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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