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골자는 최근 한국에서도 발병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혈액 수급량이 부족하다는 것, 때문에 혈액이 한시가 급한 혈액암 등의 환자들이 타인의 선행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조금 궁금해졌다. 과장해서 목숨 걸어가면서 헌혈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어디까지나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하는 말이다.
열여덟 살쯤 처음 헌혈을 했었다. 당시의 나는 막연하게 헌혈이 궁금했고 뾰족한 것에 공포를 느껴 적잖이 애먹었지만 그래도 무사히 마쳤던 기억이 난다. 내 몸속에 있던 따뜻한 피가 눈 앞에서 흘러나와 타인에게 간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했었다. 그러다 스무 살이 되었고 가끔 헌혈의 집이 보이면 들어가곤 했다. 스무 살의 나는(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지갑이 가벼운 학생이었고, 영화 티켓을 받으려 헌혈을 했으며, 끝나면 늘 영화를 보곤 했었다.지금 떠올려도 그건 꽤나 달콤한 유혹이었다.
복학을 하니 학교 근처에 헌혈의 집이 생겼다. 그즈음부터 헌혈이 왜 필요한지,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 인지했다. 간호사 누나들과 친해지며 성분헌혈과 지정헌혈도 알게 되었고, 건강한 게 인생 최대 업적이라 주기마다 헌혈을 했었다. 그러면서 한 가지 버킷리스트가 생겼다.
'20대가 끝나기 전 헌혈 100번 하기.'
예기치 않게 탄자니아에 나오게 되면서 아마 버킷리스트는 달성하기 힘들 것 같다. 하지만 지금에야 돌아보면 정작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었다.
헌혈을 하다보면 폴라로이드 사진도 얻을 수 있다.
나는 다행히 건강하기 때문에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조금의 선의를 베푼다. 여러 봉사를 겪어봤지만 헌혈만큼 일상 속에서 쉽게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일도 없었다. 나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가 무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있었다면 지금도 주저 없이 헌혈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의 내 작은 일이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일이니까.
탄자니아에 오기 전, 20대의 마지막 헌혈.
헌혈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과 그 여파로 많은 사람들이 헌혈을 꺼려하는 걸 알고 있다. 그것들은 대개 사실이 아니며,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내 입장에서 헌혈은 꼭 해야 하는 일이다. 욕심 조금 부려서 보다 많은 누군가가 내 입장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