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기관에서 여유가 생겨 출장을 떠났다. 2주 간의 출장으로 모시, 도도마 지역의 경찰들과 만나 운동을 하기로 했다. 목적은 출장이지만 여행의 기분으로 신나게 짐을 싸고 기차에 올랐다. 홀가분하게 배낭 하나 메고 어딘가로 떠난다는 건 정말이지 신나는 일이다.
탄자니아에 와 처음 타보는 기차였다. 오후 4시 출발이라 시간을 맞춰 갔다만 기계적 결함?으로 오후 7시가 넘어서야 출발했다. 여전히 한국 사람인 나는 이미 화가 머리 끝까지 났지만 투덜거리다 말았다. 어차피 바뀌는 건 없고 긴 여행의 시작부터 감정을 소모하면 나만 피곤할 테니. 기차는 한국의 무궁화호처럼 Pole Pole(천천히- 현지어) 그 자체였지만 안에 자그마한 식당이 있었고, 침대 칸이 있어 나름 괜찮았다. 일찍이 저녁을 먹고 누워서 잠깐 책을 읽다 곧장 잠들었다. 중간중간 잠에서 깼을 때 보이던 밤하늘과 별을 보며, 나는 조그맣던 날로 돌아가 은하철도 999를 떠올리다 다시 잠에 들었다.
아침의 풍경과 기차 안
오전 10시, 기차가 출발한 지 15시간이 지나서야 첫 번째 목적지인 모시에 도착했다. 출장 일정은 월요일부터 시작이었고, 일요일에는 킬리만자로 마라톤 일정이 있어 하루 일찍 모시에 와 경찰학교 내 숙소에 짐을 풀었다. 알고 지내던 학생들과 인사하고 같은 봉사단원 선생님들을 만나 저녁을 먹고 일찍 잠에 들었다.
Moshi 도착, 그리고 킬리만자로 산
이튿날, 아침 일찍 킬리만자로 마라톤에 참여했다. 탄자니아에 와서 매일 운동을 한답시고 기고만장해 생애 첫 42.2km 풀코스를 뛰었고, 다시는 나를 과신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도무지 끝이 안 보이던 마라톤은 출발한 지 4시간이 더 지나 끝이 났고, 휴대폰 조차 방해돼 몸만 나가 사진을 찍지 못해 조금 아쉬웠다. 마라톤을 마치고 봉사단원 선생님들과 모시 최고의 맛집에 가 점심을 먹었고, 거기에 홀려서 이후에 또 한 번 방문했다.
탄자니아에 와 먹은 스테이크 중 감히 1등, 포크 스테이크
일상으로 돌아와 운동을 시작했다. 이전에 단원이 있었던 곳이라 학생 대부분이 태권도 유단자였고, 일주일 간 자세를 교정하고 훈련 방법을 알려줬다. 날씨가 좋아 운동에 부침이 없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신나게 운동할 수 있었다.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자전거를 타고 시내에 나가 이것저것 구경하고, 먹고 마셨다. 학생들의 집에 초대받아 아기와 인사하고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 실컷 떠들다 보니 일주일이 금방 지나갔다. 주말을 이용해 옆 도시인 아루샤에 다녀왔고, 아쉬움을 뒤로하며 다음 목적지인 도도마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