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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앤빛 AI 연구소 Sep 11. 2019

시력교정 인공지능의 가능성

기술 발전과 현실 사이


<워싱턴포스트>의 헬리오그래프(Heliograf)는 기사를 쓰는 인공지능이지만 기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인공지능이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간단한 내용을 구성하면 사람인 기자가 인공지능이 한 일에 분석을 더해 기사 작성을 마무리한다고 합니다. 

의료 인공지능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사라고 할 수는 없지만 기계 중심의 자동화에서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자동화를 이룬 인공지능은 의료의 효율을 돕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습니다




시력교정 인공지능의 한계


의료 현장에서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환자의 건강과 관계되는 일인 만큼, 우리는 가능한 한 많은 변수를 고려하려고 노력합니다. 의사가 매번의 환자를 마주하고 도전하는 비밀은 X축과 Y축이라는 두 개의 변수로 이루어진 1차 함수를 풀어내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일인 셈입니다. 


인공지능 연구를 시작하면서 비앤빛이 기대했던 것은 의사가 아직 모르는 것을 밝혀낼 수 있는 연구자 역할에 가까웠습니다. 의사의 고려를 통계적으로 정형화하여 처리하는 인공지능에서 나아가, 의사가 중요성을 파악하지 못했던 변수들 간의 상관관계를 의사에게 알려주는 인공지능이었죠. 

세 가지 인공지능을 개발하면서 성취감만큼이나 아쉬움도 컸다는 게 비앤빛이 솔직한 소회입니다. 현재 인공지능의 한계가 의사의 한계와 맞붙어있다는 것이 아쉬움의 가장 큰 이유입니다. 



우리는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인공지능의 가능성과 현실화를 고민합니다.  


현실적으로 우리의 인공지능들은 더블 체크 시스템의 한 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수술에 들어가기 전 최소 다섯 단계의 검증을 거쳐야 실수가 없습니다. 거의 모든 병원에서 이런 체크 시스템을 갖고 있는데요, 더블 체크에 숙련될수록 판단에 개인적인 차이가 적어지므로 의료행위의 안정성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데 이런 종류의 숙련도는 입에서 입,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달되니까 그걸 일정하게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상황이나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인공지능은 객관적이고 든든한 체크 시스템으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거기까지입니다.




기술과 현실의 간극을 메우는 인공지능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전 세계의 여러 공학자들이 각고의 노력 덕분일 것입니다. 지금의 기술적 지평 안에서도 의료 인공지능의 가치는 무궁무진합니다. 이를테면 렌즈삽입술을 시도할 때 렌즈 사이즈의 선택 문제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렌즈삽입술은 안과 전문의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게 숙달 가능한 기술입니다. 문제는 환자의 눈에 맞는 렌즈 사이즈를 선택하는 일인데요, 여러 브랜드의 렌즈가 등장해 경쟁하다가 현재는 하나의 브랜드가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습니다. 경쟁 끝에 살아남은 브랜드의 렌즈 크기는 S/M/L/XL 네 종류입니다. 브랜드도, 크기도 간결해졌으니 렌즈 사이즈 선택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지만, 렌즈 사이즈 계산기의 정확도가 그리 미덥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업체 제공한 계산기의 결과와 제 판단과 일치한 경우는 네 번에 한 번 꼴이었어요

                                                         -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류익희 원장


안내 렌즈 업체 제공한 렌즈 사이즈 계산기와 비앤빛이 실제 주문한 렌즈 사이즈의 일치율 


렌즈삽입술이 등장한 지 벌써 20년이 지났으니, 해결 불가능한 문제는 아닐 텐데 좀처럼 개선되지를 않으니 의사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요. 그래서 미국에 있는 본사에 직접 찾아가 질문했습니다. 현실적인 이해관계의 문제가 있더군요. 수조 원의 연구개발비를 마련하는 일부터 미국 FDA 허가까지, 새로이 거쳐야 할 수많은 난관을 예상한 제조사에서 발전을 포기한 것이죠.


그래서 우리가 해보기로 했습니다. 비앤빛은 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렌즈삽입술 경험이 많으니, 현재 사용하는 것보다 더 나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비앤빛 전문의의 노하우를 다른 의사들도 적용할 수 있게 해주는 차원의 발전이 될 수 있으니까요. 


안내 렌즈 사이즈 추천 인공지능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기업인 메디웨일과 함께 연구를 시작했고, 개발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앞서 첫 번째 인공지능을 소개하면서 렌즈삽입술에 필요한 렌즈 크기를 예측할 수 있다고 한 것은 그 덕분입니다. 안구 측정 장비 데이터를 이용하여 머신 러닝을 학습시키고 최적의 렌즈를 고르는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아직 상용화를 확신하기에는 이르지만 현재(2019년 6월 기준) 렌즈삽입술의 렌즈 크기를 계산하는 인공지능은 92%의 정확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가능하게 할 인공지능


앞으로의 기술 발전에 희망을 걸고 진행 중인 연구도 있습니다. 조심스럽게 이야기해보자면, 원추각막, 각막 신경병증 등을 진단하는 레이저 장비(corneal confocal microscopy: 각막 동초점 현미경)를 라식 및 라섹 시술 전 진단 장비로 활용한다면 시력교정 수술 후 안구건조증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설을 갖고 있습니다. 


시력교정 수술 후 생기는 안구건조증은 수술 과정에서의 각막 신경 손상과 관계가 있다고 보입니다. 우리 눈은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 눈물을 분비해 습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도록 되어 있는데, 각막을 절개하는 수술로 불가피한 신경 손상이 발생하면서 안구의 습도 조절 역할까지 약화되는 게 아니겠느냐고 가정한 것이죠. 

동초점 현미경은 검은자위에 분포한 시신경을 측정하는 일에 쓰이는데요, 이 장비로 눈을 스캔해서 신경이 적게 분포한 부분을 절개하면 건조증 발생 확률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는 거죠.  


각기 다른 동초점 현미경으로 각막 신경섬유 촬영한 이미지. A) Tomey사, B) Nidek사, C) Heidelberg Engineering사


왜 당장 상용화하지 않느냐고요? 지금 기술력으로는 방금 말씀드린 정도로 자세히 들여다보는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꿈을 꿔봅니다. 우리가 상상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진단 장비의 기술력이 얼마나 발전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니까요. 


비앤빛의 각막 절개 추천 시스템은 특허 출원 진행 중입니다. 


원추각막은 검은자위 아랫부분이 볼록해지면서 심한 경우 실명에 이르기도 하는 질환입니다. 육안으로도 확인이 가능할 정도의 상황이라면 진단이 어렵지 않으나, 진행 단계에서 발견된 경우에는 확진을 내리기가 까다로운 질병입니다. 원추각막 진단 장비의 발전은 해당 질환의 진단과 치료 과정 자체에도 충분히 고무적인 발전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의사의 진단이 훨씬 수월해질 뿐만 아니라 진단 과정에 도움을 주는 AI 개발까지 염두에 둘 수 있으니까요.  

원추각막과 함께 세트처럼 고려되는 것이 라식 및 라섹 수술 후 각막 모양이 변하는 각막확장증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와 같이 각막이 확장·변형되는 질병이 발병하기 쉬운 환자군을 사전에 예측하고 이를 통해 라식이나 라섹 수술의 적합도를 계산하는 인공지능의 개발 또한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아직은 가능성이지만 언젠가는 시력교정 수술의 자동화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수술방법과 교정부위, 교정 정도는 물론 날씨 정보까지 계산해서 수술실의 습도와 같은 환경까지 자동으로 계산하고 조율하는 시대가 온다면, 시력교정 수술은 더 안전하고 환자들은 더 안심하고 밝은 세상을 향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금 더 현실적으로는 ‘양안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하는 문제에 대한 더 좋은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눈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의 문제는 안과의 오래된 숙제와 같습니다. 치료를 할 때는 더 나쁜 쪽 즉, 시력이 더 나쁘거나 질환이 더 진행된 쪽을 기준으로 삼곤 하지만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통계 기법을 통해 적절한 진단 및 치료 기준을 마련하는 전통적 연구 방법론에서도 양안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는 늘 난관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래서 연구에 필요한 임의의 눈을 선택하거나, 불가피하게 양안을 모두 참조해야 하는 경우에는 특수성의 배제된 일반적 케이스를 토대로 연구해야 했습니다. 

이는 인공지능의 개발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요. 각각의 눈에 라벨을 붙여 따로 학습시키거나, 양안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경우 예측의 정확도가 가장 높은 양안의 평균값을 사용하는 식이었습니다. 반면 이미지 딥러닝으로 학습시킨 인공지능이라면 기존의 방법이 가지는 두 가지 한계를 모두 극복할 수 있으리라 기대됩니다. 인공지능은 다량의 데이터를 인간보다 빠르게 계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료 인공지능 발전에 기대를 걸게 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최근에는 딥러닝이 압도적인 성능을 보이며 각광받고 있지만, 모든 문제 해결에 딥러닝이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주어진 문제와 데이터에 따라 가장 적합한 문제 해결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참고 자료 


각기 다른 동초점 현미경으로 각막 신경섬유 촬영한 이미지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류익희 원장

시력교정을 중심으로 고도근시를 위한 렌즈삽입술, 재교정 등을 담당하고 있으며, 국내 유일의 아마리스 레이저 글로벌 리서치 파트너 및 아벨리노랩사의 의료 자문 의사입니다.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의 책임경영자이며, 비앤빛 데이터연구소를 맡아 다양한 국내외 학술활동과 강연, 데이터 관리, AI개발 등을 지휘하고 있습니다.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이인식 원장

연세대학교 안과학 박사이며 연세의료원 외래교수, 카이스트 의생물학 교수이자, 한국과 미국, 유럽백내장굴절학회 정회원입니다. 실로암안과병원 과장을 역임하고 명동밝은세상안과를 운영했으며 지금은 비앤빛강남밝은세상안과의 대표 원장입니다. 


메디웨일 이근영 CTO

서울대학교에서 공부했으며, 망막영상을 통해 심혈관질환을 예측하는 인공지능 스타트업 메디웨일의 CTO(Chief Technology Manager, co-founder)입니다.


에디터: 최예지, 이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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