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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네 Dec 22. 2021

주간 과자 도감

栗, 밤 파이

#. 부여밤, 다크 럼




따뜻한 가을 햇살은

흐린 구름 속에 가려지고,

울긋불긋 아름답던 잎들은

가을비에 떨어져, 젖은 땅에

다시 피어나는 가을의 끝자락.


서늘한 바람에는 가을비의

물기가 스며들고,

산책로 사이사이 짙게 둘러싼

가을날의 안개.


땅과 하늘 어느 하나 구별할 수 없는

안갯속에선 보통의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무심코 잊고 지냈던

빗방울과 바람, 젖은 낙엽,

촉촉한 땅의 향, 작은 돌 틈 사이

핀 가을 들꽃, 바래진 풀과 같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챌 수 없는

찰나의 순간을 안개 낀

흐릿한 시야 속에선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비가 그치고 구름 사이, 옅은 해가 모습을 비추던 날.

하늘을 가득 물들여놨던 단풍잎은  

차가워진 바람과 며칠 동안 내리던 비에

이번엔 땅 위를 잔뜩 물들여놓았다.

산책로 곳곳 둥그스름하니 자리 잡은

조그만 낙엽산과 떨어진 단풍을 구경하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얼마 남지 않은 바랜 잎들과

건조하고 앙상해진 나무들이 눈에 띄었다.


여러 계절이 쌓여 그 끝에 짙은 계절의 색을

뿜어내던 찬란한 날들이 끝나가고

어느새 가을의 끝자락에

머물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가만히 있는 것 같아 보여도

물속에서 쉴 새 없이 장구질을 하는 어느새 같이,

계절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끊임없이 흘러 새 계절을 준비하고 있었다.







가을의 끝자락,

천천히 걸음을 옮겨 마주한 한강은

푸른빛의 흔적만 남아

바랜 갈빛으로 물들어 가을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나무 사이 들려오는 새소리와 함께

짙어지는 노을을 바라보았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빛이 번져가던 하늘에

어느 순간 구름과 흐릿한 안개 사이를

뚫고, 쏟아질 듯 내려오던 빛줄기는

흐릿했던 강마저 금빛으로 물들어 반짝이게 하곤

어느 순간 그랬듯 옅은 주홍빛 하늘만

남긴 채 사라졌다.


늦가을의 흐릿한 안개를 가로질러 나갔던

산책에서 맞이한 오래도록 기억할 풍경이었다.




쌀쌀하고 서늘한 날씨, 약간은 축축한 공기

그리고 바랜 빛으로 덮여있던 넓은 들판

그위로 쏟아지던 얇은 빛줄기


우중충한 날들에 느꼈던 감정과

안갯속의 산책에서의 순간을 담아

따뜻하고, 복잡하지 않은 과자를 만들고 싶어졌다.

크게 구워 주위 사람들과 나누고, 둘러앉아

이야기하며 먹을 수 있는 따뜻함이 담긴

과자를 생각하는 순간, 제일 좋아하는

파이가 떠올랐다.


입안에 파스스 부서지는

파이지와 코에 맴도는 진한 버터향은

상상만으로도 설레게 만들고, 굽는 내내

집 안 가득 채우는 파이의 향은 몽글몽글한

따뜻한 기운을 준다.


짧은 고민 끝에 이번의 가을을 기억하며

10월 부여밤으로 만들어 두었던 밤 조림을

꺼내 밤 파이를 만들 준비를 시작했다.






모든 재료는 차가운 상태로 사용한다.

차가운 온도를 신경 써주지 않으면

결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 구웠을 때도

파삭파삭한 식감을 내기 어렵다.


버터는 작은 큐브 모양으로 썰어두고

밀가루, 얼음물을 넣고 버터의 크기가

쌀알 크기가 될 때까지 스크래퍼로 반죽한 후

하루 동안 냉장 휴지 한다.

(푸드프로세서를 사용해도 좋다)


꺼낸 반죽은 차가운 온도를 유지하며

3절, 4절 원하는 식감에 맞춰

밀어 펴기 해준후 사각으로 재단해 준다.


밤 페이스트와 아몬드크림을 섞어

파이크림을 만들고 재단한 반죽 위에 짜고

밤 조림을 올리고  다시 파이크림으로 마무리 후

파이지를 덮어 성형 후 고온에 굽는다.


밤 페이스트와 생크림, 다크 럼을 넣어

진한 럼향이 나는 밤 크림 만든다.

럼향이 부담스럽다면, 아몬드 리큐르 같은

견과류 향이 나는 리큐르를 넣어도 좋고,

바닐라 익스트랙을 넣어도 잘 어울린다.


식은 파이 위에 바닐라 샹티를 듬뿍 올리고

만들어둔 밤 크림을 올린 후 마무리한다.













21.11月

부여밤, 다크럼 그리고 아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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