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季, 사계
하늘을 물들인 분홍빛 꽃잎들과
마른나무 끝, 연둣빛 시작이 맺히는 순간
맑은 하늘과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
청명한 빛을 품은 짙은 녹음의 순간
구름 한 점 없는 파아란 하늘과
온갖 색을 담아 만개하는,
바래져가는 잎들의 순간
고요한 쪽빛의 하늘과
금빛으로 바랜 풀과 마른나무
그 위를 물들인 순백의 순간.
四季, 사계
TO. 저의 과자와 글을 봐주시는 모든 분들께.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길게 느껴지는 1년.
21년 한 해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저에게 가장 큰 일은
주간 과자 도감을 쓰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21년 8월부터 22년 1월까지
스무 개의 과자를 작업하고,
스케치를 하고, 글을 써 주간 과자 도감을
채웠습니다.
모든 시간이 쉽지 않고 매일 즐겁지는 않았지만
이 작업을 하는 동안 '싫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하면 할수록
이 작업을 하는 지금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을
문득문득 떠올리며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디저트 샵에서
파티시에 일을 하면서도, 괜히 했다거나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오래 일할수록 반복되는 일들이
조금씩 지치게 하고, 저의 무언가를 갉아먹는다는
생각이 들었을 즘 여러 상황이 겹쳐 일을
그만두었고, 그다음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됐습니다.
일을 하면서는 생각할 수 없는 것들.
나의 대한 것,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
나를 구성하는 여러 '것'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처음 가졌고 그 시간 들은 저에게
정말 소중하고 중요한 시간이었습니다.
일을 했을 때 마주했던 힘들었던 것들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생각하다 보니, 결국은
제가 과자를 만들 때 좋아하는 순간,
좋아하는 맛, 즐거워하는 일에 대해
더 자세히 생각하게 됐고,
긴 시간 생각 끝에 처음 한 행동은,
'집안에 작은 아뜰리에를 만들자, 그리고
매주 하나씩 나만의 것을 만들어보자'였습니다.
큰맘 먹고 커다란 오븐과 여러 재료들을 사서
저만의 작은 작업실을 만들었습니다.
그게 주간 과자 도감의 첫 시작이었어요
어려운 일과 실패도 많고, 생각하는 대로
나오지 않는 일이 부지기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은 건 매주 하나의 과자를
만들자는 작은 다짐이었습니다.
실패해도 답답해도 다음 주가 오면
다시 냉장고에서 버터를 꺼내고
좋아하는 과일과 풀잎들을 꺼내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매주 만들다 보면 다음에는
마음에 드는 과자가 나오겠지
생각하면서 불안함 마음을 달래며
묵묵히 했던 작업은 어느새 제가 제일
좋아하는 순간이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매주 하나씩 작업을 하고 그 시간이
좋아질수록 작업물을 더 생동감 있어졌고,
애정도 깊어졌습니다. 깜깜하게만 보였던 길에
작은 가로등이 생긴 기분이었어요.
하지만 신기하게도 하나의 산을 넘으면
또 다른 산이 나타나듯
작업을 하는 순간이 쌓여 가면서
어느샌가 새로운 고민이 생겼습니다.
' 나는 어떤 것에 영감을 받고
어떤 것을 담아 만들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이었어요.
정답이 없는 질문이라 할 수 있는 건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이었습니다.
일을 그만두고 나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했을 때처럼
끊임없이 생각하고 글을 쓰고 이야기
해보는 것이었습니다.
작업을 이어가면서, 스케치를 하면서
이곳에 글을 올리면서 내린 답은
처음 시작한 대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자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였습니다.
'좋아하는 자연의 조각, 일상의 조각, 작업의 조각을
하나하나 엮어서 모두와 나눌 수 있게 담아 만들자'
지나가는 계절의 순간을 담고,
좋아하는 자연의 풍경을 담고,
이상하는 멋을 담아 만든 과자
이 생각을 마음에 새기고 난 후에는
전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더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 주간 과자 도감을
하면서 깨닫게 된 일들이라 신기하기도
감사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나씩 새로운 일들을 깨닫게 될 때마다
더 열심히 해봐야지, 느리지만 꾸준히
나아가야지 다짐하고 또 다짐합니다.
22년에도 매주 열심히 작업해서
새로운 주간 과자 도감을 채워 나갈게요 :-)
끝으로 주간 과자 도감을 채워가면서
저의 작업물을 좋아해 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정말 감사하고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순간을 지나다 보면 겪게 되는 불안함에서,
유난히 내가 작게 느껴지는 시간 속에서
보내주시는 응원과 따뜻한 글은 언제나 저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
정말 감사해요
모두 22년 맛있는 일 멋있는 일 귀여운 일만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 22年1月. 보네 -
일을 하면서, 순간을 지나가면서 어느샌가
스며든 두려움과 그로 인해 흔들리는 생각들,
술렁이는 마음에 피어나던 불안함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약한 마음은 결국
꾸준하게 작업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고
의문과 함께한 한 없이 느린 그 순간들은
차곡차곡 쌓여 '나'의 생각을 끌어 갈 수 있는
확신을 주었습니다
불안함속에서 쌓아가던 약한 마음은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것을 담아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창작의 고민에 더 깊게 집중할수 있게 만들어 주었고, 더 나아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의 대해 고민하고 깨닫게
해주는 순간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작업을 뒤돌아 보며
어떤 것에 영감을 받고 영향을 받았나 떠올려보니
저의 작은 강아지와 함께하는 산책이었어요.
한강길을 걷고, 좋아하는 동네 풀숲에 앉아
흔들리는 나뭇잎을 바라보고, 온갖 자연을
품은 하늘을 바라보고,
매번 새로운 노을을 바라보는 것
그 작은 일상 속에 스며든 사계절의 찰나,
아름다운 순간을 과자의 담아내는 것.
이런 마음을 담아 21년의 끝, 22년의 시작을 위한
과자를 작업했습니다.
사계절의 순간을 쌓아서 만든
四季, 사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