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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네 Jul 20. 2022

주간 과자 도감

燦爛(卵), 찬 란

#. 장미, 리치, 석류



며칠 내리 내리던 비가 그치고

구름에 가려 흐릿했던 하늘은

맑은 하늘빛으로 가득했다.


구름이 사라지자마자 슬쩍

고개를 내민 해에 온 동네가

금빛 햇살로 물들었다.


완연한 봄이 온 듯 맑은 날씨와

반짝이는 봄 햇살은


푸른 잎이 돋아난 나무 ,

여린 새싹, 젖은 땅, 동글한 봉오리

틈 사이사이 스며들더니

하루가 다르게 알록달록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애기똥풀을 닮은 노란 꽃부터, 손톱보다 작은

꽃마리, 길쭉하게 자란 소국, 산책로 작은 틈 사이에 자리 잡은 민들레, 연분홍빛 벚꽃까지


차가운 겨울이 지나고 모두가 기다리던 계절,

생명이 움트기 시작하는 봄이 왔다.



4월이 시작되자마자 차가운 바람은

자취를 감추고 따뜻한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왔다.

이곳저곳 피어난 꽃들에,

거리를 걸을 때마다 풍겨오는

몽글몽글한 꽃향기와

수채화 같은 맑은 풍경들에

눈을 뗄 수 없는 나날들이었다.


꽃이 피기를, 봄이 오기를 기다렸던

봄 산새들은 둥지를 만들고, 해를 쬐고,

삐우 피유 하루 종일 지저귀고,

동그란 꿀벌들은 겨울잠을 털어버리고는

이리저리 꽃을 넘나들며 부지런히

꿀을 모으며 윙윙댔다.


겨울 동안 바싹 말라있던 땅엔

이른 봄비와 부드러운 볕에,

생기를 머금은 풀들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고

봄 향기로 물든 땅에는 조그마한 개미부터

둥그런 콩벌레, 줄무늬 거미, 새하얀

배추흰나비까지, 온갖 생명들로 가득했다.






모든 게 며칠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조용하고 고요했던 순간들을 지나,

추위를 피해 잠들었던 조각들이 하나둘 깨어나

다시 새로운 계절을 맞이 하며

부지런히 앞으로 나아가는.


추운 겨울을 견디고 새로이 움트는 자연을

지켜보면서 유난히 짧게 느껴지는 봄이,

땅속에 굴속에 웅크리고 있던 것들이 고개를

내미는 그 짧고 강렬한 순간이,

그 모든 찰나가 어우러져 피어나는

봄날의 풍경이 찬란하고 또 찬란했다.


그 반짝이는 풍경 속에서 처음으로

온전하게 봄을 느낄 수 있었다.




 



마른땅에서 연둣빛 땅으로 물드는 그

찬란한 봄을 과자에 담아보고 싶었다.

반짝이는 봄의 풍경처럼 눈을 끄는,

디자인으로 작업하고 싶어

평소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찬란' 단어의 '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알 모양의 과자를 작업하자,

찬란이 담긴 둥지, 그 둥지가 봄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이번 과자를 작업하게 됐다.


장미 생잎으로  만든 장미 무스와

상큼하고 약간의 씁쓸한 맛을 가진 석류 가나슈

향긋한 리치 젤리와 달콤하고 경쾌한 머랭 쉘

이구성으로 레시피를 짜고 작업을 시작했다.


장미 무스에는 식용 생 장미꽃을 우려

은은한 향과 맛이 나는 장미 베이스를 만들고

안에 직접 짠 석류즙과 약간의 장미향을

섞어 젤리로 작업한 후

인서트로 넣어 부드러운 장미 무스를 만들었다


생석류즙과 장미향, 화이트 초콜릿을 넣어

석류 가나슈를 만들고

가벼운 식감의 프렌치 머랭으로 쉘을 만든다.


머랭 쉘 안에 리치 시럽으로 만든 젤리와 리치 과육,

석류 가나슈를 넣고 장미 무스를 차례로 올린다.

식용 장미에서 작은 잎을 떼어 데코로 올리고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허브를 올려 마무리한다.






땅속에 굴속에 웅크리고 있던 것들이 고개를

내미는 그 짧고 강렬한 순간과 그 모든 것을

감싸는 봄의 햇살. 그 모든 찰나가 어우러져

피어나는 찬란한 봄날의 풍경을 담은 과자.


燦爛(卵), 찬 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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